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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회사의 엉터리 & 과장된 마케팅

불량지식의 상투적 용어
- 헬리코박터 오해와 진실
- Detox 는 허구다
- 숙변이란 없다
- 장내 자가 중독
- 장누수증후군Leaky gut ?
- 뇌누수증후군Leaky brain ?

장내 자가 중독 치료, 요구르트가 대안?

출처 :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p 59~73

세균과의 전쟁은 두 개의 전선을 형성했다. 첫째는 식품이 인체에 흡수되기 전에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식품이 섭취된 후 인체에 침투한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전선은 19세기가 막 시작될 무렵, 대장에 침투한 박테리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번식력을 자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성됐다. 이 사실을 밝혀낸 인물은 러시아 출신 세균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이다. 그는 대장에서 번식하는 치명적인 박테리아가 ‘인체가 스스로 중독시키는 프로세스’, 즉 ‘자가 중독’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메치니코프는 과학자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던 1881년, 유대인과 자유주의자들에 대한 차르 정부의 박해를 피해 오데사 대학의 교수직을 내놓고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시칠리아의 바닷가로 이주한 그는 그곳에서 불가사리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고는 유해한 박테리아가 혈액에 침투하면 백혈구가 이를 공격해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백혈구를 ‘박테리아를 삼킨다’는 의미에서 포식 세포라고 명명했다. 메치니 코프의 발견은 질병 치료에 중요한 새 장을 열어젖힌 사건이었고, 1908년에는 노벨화학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뿐만 아니라 1888년에는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원직을 제안 받아 자리를 옮겼고, 1895년 파스퇴르가 사망하자 그의 뒤를 이어 연구소의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메치니코프의 발표는 종종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 매체에 실린 사직 속의 그는 잿빛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채 믿음직한 친구와도 같은 현미경 앞에서 편안한 포즈를 취한 위대한 과학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언론이 지나치게 띄워준 탓이었을까? 그는 이때부터 당대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았던 새로운 연구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전의 연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의 기반은 연구 조사 과정에서의 철저함과 완벽성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1900년부터 그는 자신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근거해 “생명을 무한정으로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후 7년여 동안, 노인 질환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와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유용한’ 박테리아를 찾아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발견한 ‘생명 연장 박테리아’는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음료인 요구르트에 번식하는 미생물이었다.
메치니코프의 주장을 잠깐 살펴보자.
“핵심은 인간의 장에 있다.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체네 기능에 엄청난 생물학적 ‘부조화’를 겪고 있다. 일례로 성 기능은 현재 대단히 ‘쇠약해진’ 상태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진행되는 여성의 월경은 신체에 무리를 주고 건강을 악화시키며, 맹장과 사랑니는 과거 생존을 위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불필요한 기능들이다. 이뿐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여전히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장기도 있다. 바로 체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튜브인 대장이다. 대장은 선사 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야생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야 했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창자를 비우기 위해, 즉 배변을 위해’ 사냥을 중단한다는 것이 심각한 약점이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장내 음식물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기능이 발달했다. 하지만 사냥을 하지 않는 지금도 이 기능은 그대로 남아있고, 장 내 음식물의 축적과 정화 프로세스가 계속 진행된다. 그러는 와중에 ‘유해한 미생물의 서식지’, 즉 부패한 대변이 생성된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한 지금은 이 기능이 불필요하다. 대장은 원래 날 음식을 소화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지금 우리는 음식을 조리해 먹으므로 이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긴 대장은 여전히 우리 몸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많은 불편을 겪게 된다. 따라서 대장은 ‘체내 중독’을 일으키는 ‘많은 유해 독소의 원천’ 이며, 프랑스의 한 과학자는 이를 ‘자가 중독’이라고 명명했다. ‘창자의 부패’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수명은 120-140세까지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다. 78-80세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예기치 못한 사로고 인생의 절정기에 목숨을 잃는 불행한 희생자들이다.”
메치니코프의 주장대로라면 해결책은 간단했다. 자가 중독을 유발하는 장기, 즉 대장을 제거하면 된다. 그도 처음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대중뿐 아니라 위도 제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다. 1901년에는 ‘가까운 미래에 위 절제술이 시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는 대장의 거의 전부, 그리고 소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장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원 중 한 명은 “아이들은 2-3세 정도가 되면 대장과 맹장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과적인 제거 대상을 대장의 가장 끝부분인 결장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메치니코프의 주장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당시 영국의이 저명한 외과 전문의였던 윌리엄 아버스노트 레인 경은 수많은 VIP 환자들의 요청으로 결장 제거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던 인물이었다. 결장 제거의 원래 목적은 심각한 변비 치료였는데 매치니코프의 ‘자가 중독’이론이 확산되면서 나중에는 ‘자가 중독’치료로 그 목적이 바뀌었다. 메치니코프는 1905년 아버스노트 레인의 환자 중 3명을 조사한 후 이들의 건강 상태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환자들은 ‘”끔찍한 고통을 주던 변비가 해결돼 죽었다 살아난 느낌”이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아버스노트 레인이 과거에 수술한 환자 50명 중 9명이 수술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사망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 이때도 메치니코프는 이러한 문제는 ‘의학적 발전의 한 과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메치니코프는 결장 절제술이 자가 중독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는 생각했으나 자신은 그보다 소극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식습관의 변화였다. 음식을 통해 결장에 존재하는 불결한 박테리아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위험한 박테리아는 결장의 알칼리성 환경에서 번식하므로 산을 분비하는 박테리아를 주입하면 결장의 알칼리성이 중화돼 사악한 박테리아가 서식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메치니코프는 장수한 사람들에 대한 보고서를 찾아 분석하기 시작했고, 요구르트라는 음료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시큼한 우유인 요구르트는 당시 100세 이상 장수 인구가 많았던 불가리아 목동들이 자주 마시던 음료였다. 메치니코프는 요구르트에서 시큼한 맛을 내는 물질인 간균을 분리해 불가리아 간균이라고 명명했다. 그러고는 이 간균이 결장의 알칼리성을 중화시켜 사악한 박테리아의 번식을 예방하는 엄청난 양의 젖산을 생산한다고 확신했다.
이에 대한 메치니코프의 저서《인간의 본성》이 1903년 영문판으로 출간되자 미국에서도 큰 반항이 일었다. 특히 ‘사람은 한계 수명에 도달하면 자연인으로서의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대목이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영향력 있는 매체였던<하퍼스 매거진>의 편집자 윌리엄 D, 하웰도 메치니코프의 이론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적절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인간은 140세까지도 살 수 있다. ‘죽음에 대한 본능’이 약해지고 이 자리를 자연인으로서의 수명이 다하는 ‘죽음에 대한 본능’이 대체한다.”는 메치니코프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사로 써내려갔다.
하웰의 결론은 한계 수명까지 장수하려면 요구르트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꽤 괜찮은 판매 포인트였다. <워싱턴타임스>는 전면을 할애해 메치니코프 관련기사를 싣고 “메치니코프의 만병통치약 ‘불가리아 간균이 함유된 시큼한 우유’를 마시면 인간이 어떻게 ‘죽음을 뛰어넘어’ 120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1905년 9월, <맥클루어 매거진>은 “미국에도 조만간 수많은 요구르트가 수입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메치니코프 교수 자신도 요구르트를 커다란 대접에 담아 연구실에 비치하고 매일 마신다. 메치니코프에게 냉정한 태도를 취했던 유럽의 많은 세균학자들과 의사들도 이제 그의 말을 따르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식료품점에서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점원이 고객에게 ‘과학적으로 시큼한 우유’한잔을 내밀며 “이걸 마시면 200살까지 살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치니코프의 미생물을 마시는 것은 엘리트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랜드가 되었다. 1907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상류층 의사를 풍자한 기사를 하나 실었다. “한 의사의 사무실 주변을 폭도들이 에워싸고 ‘온 세상과 당신의 아내가 버터 우유 간균을 원한다’고 울부짖고 있다. 어느 날 의사가 부유층 여성 환자와 함께 그녀의 버크셔 여름 별장에서 저녁 만찬을 즐기는데, 한 환자가 젤라틴처럼 생긴 음료에 미생물을 담아왔다. 환자에 따르면 이 미생물은 ‘친애하는 노규수 메치니코프, 파스퇴르의 후계자이자 무한 생명을 가능하게 해 준 위대한 세균학자’로부터 최근 파리에서 공수해 온 것이었다. 메치니코프는 지금은 ‘결핵의 주요 전달자’로 지목되고 있는 농장 젖소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며, 연구 결과 ‘일반 우유에는 유해한 간균이 함유돼 있으므로 반드시 끓어 먹어야 하고, 버터 우유에 서식하는 작은 간균 수요는 폭발적이다. 5번가의 모든 약국이 간균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많은 소화 불량 환자들은 메치니코프 교수가 발견한 자애로운 동물들의 새로운 배양균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다.
1907년 말 발표된 메치니코프의 저서 《생명의 연장》은 노화가 젖산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자가 중독 현상’이라는 그의 주장을 더욱 대중화시켜 주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장수를 누리고 있는 불가리아 목동과 요구르트를 마시는 다른 지역사람들에 대한 사례를 인용했다. 책의 결론은 “시큼한 우유를 주로 마시고 장수 인구가 비교적 많은 민족들의 사례를 종합해 볼 때, 요구르트가 인체 조직을 중독시켜 노화를 유발하는 미생물을 생산하는 ‘장’의 부패를 막아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였다.
발칸 반도 촌로들의 장수 비결과 관련된 ‘사실’은 곧 과학적 통념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과학자들은 미국인 10만 명당 10세 인구가 1명뿐인데 비해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의 100세 인구는 2000명당 1명이라는 통계 수치를 인용했다. 1910년 미국 최고의 영양학자로 농무부 영양국 수장을 맡고 있던 찰스 랭위시는 “매끼 식사와 함께 요구르트를 마시는 것은 발칸 반도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그리고 지구상에 이들만큼 건강한 민족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농무부의 낙농 부문을 총괄하고 있던 그는 “불가리아 간균의 영양적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발칸 반도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된 요구르트가 이들 민족의 강인함과 장수의 비결”이라고 전했다. 메치니코프이 이론을 지지하는 한 과학자는 자신의 저서 《장수 식품 간균》을 통해 “요구르트를 마시는 불가리아의 농민들에게는 110-120세까지 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요구르트는 장수와 건강뿐 아니라 특정 질환을 예방하는 능력까지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요구르트를 마시는 ‘산악 지대 목동과 양치기의 장수 비결’이라는 기사에서 “이들은 결핵이라는 질병 자체를 모르며, 장티푸스와 지나친 육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썼다. 또 다른 기사에서도 요구르트를 “신장염, 류머티즘, 장티푸스 및 인류를 파괴하는 모든 질병과 싸우는 강력한 무기”라고 표현했다. 메치니코프가 승인한 런던의 한 요구르트 생산 업체는 광고를 통해 “요구르트는 변비에 걸린 결장과 맹장에 번식하면서 암을 유발하는 간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므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수 식품 간균》이라는 책에서는 “서구인들 대부분이 70-80세에 겪게 되는 정신적 쇠락을 요구르트를 마시는 불가리아의 농부들은 경험하지 않는다.”며, 요구르트의 정신적 이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뉴욕타임스>는 뉴욕 시의 두 의사가 “불가리아 간균이 당뇨병의 진전을 억제했으며, 일부는 완전히 치료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뉴스를 전했다.
이쯤되면 오히려 메치니코프가 흠칫 놀라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요구르트에 대한 것이라면 그 대상이 무엇이건 상관하지 않고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1912년 ‘영원히 사는 것은 불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는 “최근 실험 결과, 요구르트와 햄, 달걀 등 몇 가지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을 유지하면 장내에 자연 공생하는 모든 박테리아의 유해성을 제거해 무해한 박테리아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죽음의 원인인 미생물도 영구히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숨길 수 없는 노화의 징후, 즉 백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발표함으로써 청춘의 샘을 찾아 탐험을 떠났던 스페인 탐험가 ‘폰세데레온’의 이미지를 굳혀 나갔다. 그는 “백발은 자가 중독된 혈액 속의 세균이 머리카락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세포를 먹어치우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이 세균도 다른 유해균과 마찬가지로 화씨 140도 이상이 되면 죽는다. 따라서 여성들은 다림질을 하면 머리카락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형 식품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 시장을 확새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피 몰트위스키 사는 ‘노화는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메치니코프의 주장을 인용해 자사 상품을 꾸준히 애용’하면 100세 이상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은 메치니코프의 간균이 함유된 제품이라는 점에 판매 포인트를 맞췄다. 요구르트 자체는 발칸 반도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간균이나 유사품을 수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자사 상품에 간균이 포함돼 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초콜릿 업체는 봉봉사탕 하나하나에 간균과 똑 같은 효능을 가진 간균 수천만 개가 들어 있는 사탕’이라고 홍보했다. 미국의 인테스티퍼민 사는 “125세 이상 장수 인구가 많은 불가리아의 시큼한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최상품의 이 요구르트 정제에 메치니코프의 위대한 발견이 녹아있다.”라고 발표했다. 또 워싱턴 DC의 한 유제품 회사는 사나비타라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파스퇴르 연구소의 메치니코프가 발견한 과학적인 발효 우유’라고 주장했으며, 뉴욕의 소다수 판매점들은 ‘줄락’이라는 상품을 ‘메치니코프 교수가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추천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여러 종류의 상품이 쏟아져 나왔지만 기적 같은 효능을 가진 간균을 상품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유에 넣어 먹을 수 있도록 ‘요구르트 정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메치니코프 자신도 ‘3개월 이상 간균이 살아 있는’ 요구르트 정제의 생산 과정을 직접 감독했다. 속임수를 차단하기 위해 그는 파리의 생산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자신이 생산하는 요구르트에만 ‘메치니코프 교수 독점 공급’이라는 라벨은 붙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선스가 없는 유사품들도 메치니코프의 이름으로 판매되었으며, ‘불가리아 간균이 함유된 정제’를 홍보하는 미국 기업은 30개 이상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의학 전문 칼럼리스트는 정제 상품을 호평하며, “일반 우유는 결장에 도달하면 부패돼 자가 중독을 일으키지만 요구르트 정제가 첨가된 시큼한 우유에는 자가 중독을 치료하는 친근한 세포 배양균이 함유돼 있다.” 고 언급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모든 종류의 요구르트 정제가 동일한 효능을 갖고 있다는 의미였기에 메치니코프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당시 그와 정식으로 라이선스를 체결한 미국 업체는 ‘미국 메치니코프 연구소’ 단 한 곳뿐이었다. 격분한 메치니코픈느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경쟁 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햇지만 식품업체들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문제는 언제나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인테스티퍼민 정제 생산 업체는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125세까지 장수를 누리는 불가리아의 시큼한 발효균에서 추출한 진정한 불가리아 간균 배양균이 녹아 있는 제품’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광고에서는 ‘파스퇴르연구소, 메치니코프 교수가 인스테티퍼민의 주요 성분을 발견한 곳’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파스퇴르연구소의 사진과 ‘건강해 보이는 전형적인 불가리아 농민’의 삽화를 함께 실었다. 메치니코프 교수 일생일대의 업적을 대표하는 성분’이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락토바실린사는 아예 메치니코프 교수의 저서 《생명의 연장》일부를 통째로 복사해 광고에 싣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어느 한 곳도 요구르트를 미국인 식탁의 주요 메뉴로 올려놓지는 못했고, 소위 대박을 터뜨리지도 못했다. 한 가지 이유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식품을 무조건 선호하는 ‘푸드패디즘의 황금시대’가 급속히 저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즈음 자성, 전기, 물, 중량을 이용하는 기계 장치뿐 아니라 정제, 마법의 묘약, 연고, 분말 등 신빙성이 의심되는 수많은 엉터리 의약품을 건강에 좋다며 판매해 온 기라성 같던 장사꾼들은 그 동안 조용히 힘을 비축해 온 전통 현대 의학계 의사들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의사들은 사기성 특히 의약품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여 1906년 미국 의학회가 대체 치료 진영에 맞서기 위해 홍보부를 신설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 중하나는 바로 ‘장 폐쇄증으로 인한 자가 중독’이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을 비판한 것이었다. 1910년 영국 귀족을 치료하던 한 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것은 환자가 요구르트를 통해 섭취한 미생물 때문’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2개월 후 권위 있는 행사인 왕립의학협회의 특별 세션에 참가한 의사들은 요구르트 유행을 ‘위험한 열풍’이라며 맹비난했다. 미국의 의사들도 자가 중독이 실제로 건강에 위험한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장수와 관련해 자주 인용되던 발칸 반도의 100세 이상 인구 통계도 의심의 대상이 됐다. 1916년 발간된 한 인기 신간에서는 메치니코프를 ‘젊음의 샘을 찾아 나선 현대의 폰세데레온, 유장에서의 샘을 찾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치니코프 이론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메치니코프 자신이었다. 자신이 몸소 변화된 식습관을 실천함으로써 이론의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1914년 당시 69세이던 메치니코프와 인터뷰를 진행한 한 기자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경우 대부분 단명하는 가족력을 갖고 있는데 메치니코프는 69세라는 나이기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친다. 동년배의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기력도 그대로”라고 전했다. 메치니코프는 자신의 건강과 활력이 식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 17년 동안 나는 조리된 음식만 먹었다. 과일은 물론이고 날 음식은 단 한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나는 먹는 설탕에는 늘 불가리아 간균이 들어가며, 이 젖산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시큼한 우유에서 나온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심장병 진단을 받았고, 1916년 7월, 7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식습관만 바꾸면 140세까지도 장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자신이 평소 주장하던 나이의 절반을 약간 넘기고 사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