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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voring

최낙언의 커피 공부


Part 1 재배, 생두 안에 들어 있는 성분
1장. 한 잔의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
1. 우리는 왜 커피를 마실까?
2. 한 잔의 커피 안에 있는 성분은 생각보다 적다

2장. 커피, 재배에서 건조까지
1. 커피의 품종
2. 재배 및 수확
3. 프로세싱, 수확 후 처리
4. 건조와 보관
5.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품질 개선의 노력

3장. 생두의 성분과 특별한 점
1. 생두의 일반 성분
2. 커피의 유별난 세포벽 구조

Part 2. 로스팅의 화학, 생두를 원두로
4장. 로스팅의 기술
1. 로스팅 장치
2. 로스팅에 의한 기본적인 변화
3. 로스팅 프로파일
4. 커피의 블렌딩

5장. 로스팅의 화학
1. 식품의 가열 반응
2. 로스팅에 의한 화학적 변화
3. 맛과 향기 성분의 변화
4. 가열로 만들어지는 불리한 성분

6장. 커피 향의 분석과 해석
1. 향미 물질의 분석 방법
2. 로스팅 기작의 연구 방법
3. 커피의 주요 향기 물질

Part 3. 추출의 물리학,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려면
7장. 커피 분쇄와 물
1. 물의 특성과 수질의 기준
2. 커피의 분쇄
3. 커피 추출에 적합한 물이란

8장. 커피의 추출 방법
1. 커핑의 목적과 역할
2. 추출의 기본 원리
3. 다양한 추출법과 변수

9장. 에스프레소와 균일한 추출의 어려움
1. 쓴맛과 균일한 추출의 필요성
2. 에스프레소 추출의 변수
3. 크레마의 원리
4. 밀크 스티밍의 원리

Part 4. 무엇이 커피를 특별하게 하는가
10장. 카페인의 유혹
1. 카페인의 기능
2. 맛있는 디카페인이 어려운 이유

11장. 단단한 세포벽 안에서 만들어지는 커피의 특별함
1. 커피 향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이유
2. 향의 신선도를 측정하는 방법
3. 세포벽이 커피 향미에 결정적인 이유

12장. 커피에 빠져든 사람들
1. 커핑과 평가 시스템의 의미
2. 커피 전문가의 역할
3. 풍미의 과학적 묘사 방법

마무리. 커피의 매력은 무엇인가
- 참고문헌
- 별첨: 아로마키트 해설


머리말: 커피 향 하나라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면

나와 커피의 인연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한 이후다. 그 책에 커피 이야기는 한 페이지도 없었는데, 커피를 하는 분들이 많이 읽고 질문을 해주었다. 그런 인연으로 『커피 향의 비밀』을 쓰기도 했지만 그 책도 커피보다는 일반적인 식품의 향 이야기를 커피를 핑계로 다루어본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식품 향을 본격적으로 다룬 『향의 언어』를 출간을 했으니 그 책의 역할은 다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또 다시 커피 향과 관련된 책을 쓰게 된 것은 여전히 비전공자가 커피의 향을 공부하기에 적당한 책이 없어서다. 최근 우리나라의 커피는 그 규모나 기술 측면에서는 완전히 세계 정상권에 도달했지만 이론적 연구는 아직 아쉬움이 많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해서, 실력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맛의 여러 현상을 이론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다. 그래도 자신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과학적 이론이 유용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책에 커피를 공부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이론을 최대한 모아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향의 언어』처럼 전체 식품의 향을 대상으로 한 것보다 작은 커피 열매에서 만들어지는 향 하나라도 제대로 알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커피 향 하나라도 조금만 깊숙이 그 속을 들여다보려 하면 금방 커다란 벽과 마주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분석한 향기 물질의 이름을 듣는 순간 화학명이라는 낯선 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단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커피의 향은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아주 복잡한 것이라 아직 과학이 그 비밀을 완전히 풀지도 못했고, 커피 향을 구성하는 개별 향기 물질을 안다고 향미 전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커피 향에 대한 이론을 이렇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아직은 그런 과학적 분석 결과와 자신이 경험을 결합하여 이해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공부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art 1은 ‘생두 한 알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커피는 아프리카 일부에서 자라던 이름 모를 작물이었다. 그러다 인간의 선택을 받아 지금은 가장 교역량이 많은 작물의 하나가 되었고, 그 중에 가장 좋은 품질로 인정받는 생두는 경매가가 kg에 1,000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커피의 작은 생두에 도대체 어떤 성분이 있기에 인간을 그렇게 유혹할 수 있는지, 생두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을 공부하는 것이 커피 공부의 시작일 것이다.

Part 2는 ‘로스팅의 화학’, ‘원두 한 알에 만들어진 향미 성분’이다. 커피의 향미는 다른 어떤 식품보다 고온으로 가열하여 만들어진다. 아주 높은 온도에서 로스팅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는 커피 향을 만들 수 없다. 그런데 가열은 식품에서 맛과 향을 만드는데 가장 흔한 가공이다. 그러니 로스팅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는 왜 커피의 향이 다른 향과 다른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보통 생두 안에는 커피만의 특별한 성분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커피에 특별한 성분이 아니라 생두의 특별한 물리적 구조이다. 커피의 생두는 다른 어떤 씨앗보다 로스팅에 적당한 크기와 초고온의 로스팅을 견딜 수 있는 아주 두툼하고 단단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다. 커피 생두의 50%를 차지하는 단단한 세포벽 덕분에 10바의 압력이 만들어질 수도 있는 강력한 로스팅을 견딜 수 있고, 그 덕분에 커피 특유의 향미 물질이 만들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증거가 생두를 단지 아주 잘게 부수기만 해도, 그 구조가 망가져 커피 특유의 향미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Part 3은 ‘추출의 물리학’이다. 아무리 정성껏 커피나무의 생과일 70개(120g)를 수확하고, 가공하고, 로스팅해서 좋은 원두 140개(20g)를 얻는다고 해도 제대로 추출하지 않으면 헛수고가 된다. 원두에는 물에 녹일 수 있는 성분이 30% 정도 인데, 그것을 모두 녹여내는 것이 목표라면 추출은 아주 간단할 것인데, 쓰고 맛없는 성분은 커피 퍽에 남기고, 맛있는 성분만 물에 녹여내는 것이 기술이다. 그런데 아직 완벽한 추출법에 대한 이론은커녕 추출에 기본이 되는 물의 특성마저 우리는 잘 모른다. 똑같은 커피도 물의 종류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날 수 있는데 물을 어떻게 제어해야 커피에 최적인 물을 얻을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다.

Part 4는 ‘무엇이 커피를 특별하게 하는가?’이다. 오늘날 커피가 그렇게 많은 음료 중에 특별한 대접을 받는 것은 결국 누구보다 커피의 매력을 먼저 발견하고 그것에 빠져든 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대부분의 식품은 이미 성숙 산업이고, 과거의 열정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 와중에도 열정을 가진 젊은 사람이 가장 많이 뛰어들어 고군분투하는 분야가 커피일 것이다. 커피에 흥미를 느낀 수많은 개인들이 커피 산업에 참여해 스스로 생산자가 되어 생두를 구입하여 로스팅하고, 원두를 추출하면서 자신만의 커피를 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 서로 경쟁하는 한편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협업하여 우리나라의 커피를 가장 빠른 속도로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었다. 사실 나는 커피보다는 그들의 열정 자체가 훨씬 흥미롭고, 그들 중에 유난히 맛과 향에 대해 진지한 탐구를 하는 사람이 많아 이렇게 또 책을 쓰게 되었다.

이번 책의 결정적 주제는 세포벽 현상이다. 커피는 2g도 안 되는 열매를 맺는데 9개월 이상 걸리고, 식품 중에 가장 높은 온도로 로스팅을 하고, 가열로 만들어지는 향들은 매우 불안정한데 커피는 그래도 1달의 시간을 두고 즐길 수 있는 것은 모두 세포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로스팅을 한 원두의 세포벽 안에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갇혀 있어서 외부의 산소가 쉽게 들어가지 못해서 향기 물질의 산화가 적다. 원두를 분쇄하면 향미가 금방 나빠지는 것은 그런 세포벽의 보호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세포벽은 커피의 추출 등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포벽 하나로 커피 열매의 성장에서 프로세싱, 로스팅, 신선도의 유지, 추출 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커피 현상을 연결해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별했고, 많은 식품의 향들 중에서 커피 향 하나만이라도 온전히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나의 한계는 금방 드러났다. 책의 내용을 다듬고 고쳐볼수록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드러났다. 그러니 내가 목표하는 수준으로 커피 향을 설명하려면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 작업에만 매달릴 수 없어서 일단 이렇게 마무리 하고자 한다. 커피의 향, 한 가지 현상이라도 잘 설명하고 싶었지만 내가 의도했던 설명의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 베타판인 것이다.  

2022. 11. 최 낙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