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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과학 : 밀가루와 전분 base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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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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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와 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드는 소스들

장시간 뭉근하게 끓이는 고전적인 프랑스식 소스인 브라운소스에서부터 마지막에 전분을 넣는 그레이비까지, 많은 소스들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라도 전분을 이용해 농도를 조절한다. 다른 점도제들과 달리 전분은 우리의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전분은 대부분의 식물들이 광합성으로부터 얻은 에네지를 저장하는 분자이며, 곡류와 뿌리채소라는 형태로 지구상에 거주하는 인류가 소비하는 열량의 4분의 3을 제공한다. 요리사에게 전분은 지방의 들러리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요리사들은 저반의 성질을 가진 다양한 종류의 전분들을 필요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

전분의 성질

전분 분자들은 수천 개의 포도당 분자들이 서로 연결된 긴 사슬들이다. 전분 분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아밀로스라고 불리는 한 가닥의 긴사슬과 아밀로펙틴이라는 짧고 잔가지 많은 사슬이다. 식물은 미세한 고체 알갱이들 속에 전분 분자들을 저장한다. 전분 알갱이들의 크기, 모양,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의 함량은 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선형의 아밀로스와 덤불형의 아밀로펙틴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분자의 모양은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렬로 길게 뻗은 아밀로스 사슬들은 물에 용해될 때 긴 나선형 구조로 배배 꼬이지만 기본적으로 선형의 모양을 유지한다. 아밀로스 사슬들은 길어서 다른 사슬들과 쉽게 부딪히며, 따라서 쉽게 알갱이를 형성한다. 아밀로스 사슬들은 액체속에서 비교적 큰 부피 속을 휘젓고 다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잔가지가 많은 아밀로펙틴은 작고 단단한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분자들끼리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낮다. 또 설령 서로 충돌하더라도 서로 얽혀서 이웃해있는 근처의 다른 분자들이나 작은 알갱이들의 움직임ㅇ르 지연시킬 가능성이 적다. 적은 숫자의 매우 긴 아밀로스 분자들이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짧은 아밀로스 분자들이나 덤불형의 아밀로펙틴들보다 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중간 길이의 아밀로스를 함유한 밀 또는 옥수수 전분이나 길 아밀로스를 가진 소량의 감자전분이나 동일한 점도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팽창과 겔화

뜨거운 물에서 보이는 반응 때문에 전분은 효용이 높다. 밀가루나 옥수수 전분을 찬물과 섞으면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분 알갱이들은 자기 무게의 약 30퍼센트 정도의 제한된 양의 수분을 서서히 흡수하고 그릇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런데 물의 온도가 충분히 높으면, 분자들의 에너지가 알갱이의 약한 부위를 파괴할 만큼 충분해진다. 그러면 알갱이들이 더 많은 수분을 강한 부위에 점점 더 큰 압력을 가하게 된다. 전분마다 온도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50~60°C부근부터 알갱이들이 갑자기 조직적인 구조를 잃어버리면서 엄청난 양의 물을 흡수해서 전분과 물이 마구 뒤섞인 무정형의 그물조직이 된다. 이 온도를 ‘겔화대’라고 하는데, 그것은 알갱이들이 개별적인 겔들, 즉 물을 머금고 있는 긴 분자들의 그물이 되기 때문이다. 알갱이들이 떠다니는 탁한 현탁액이 갑자기 반투명해지기 시작하면 ‘겔화대’에 들어갔다는 신호다. 개별 전분 분자들의 결합이 느슨해지고, 그로 인해 많은 광선들을 굴절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혼합물이 점점 더 투명해지는 것이다.

걸쭉하게 만들기: 알갱이들이 전분을 뱉어내다

전분 알갱이들이 애초에 농도에 따라 팽창과 겔화가 진행되는 동안 물의 혼합물이 눈에 띄게 걸쭉해지는 시점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소스들은 어느 정도 희석된 것이므로 혼합물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한 겔화 단계에서 걸쭉해진다. 겔화된 알갱이들이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분자들을 주변 액체에 배출하기 시작할 때 혼합물의 농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긴 아밀로스 분자들은 물주머니들을 가둘 뿐 아니라 마치 고래처럼 물을 삼켜 머금은 전분 알갱이들의 움직임들을 차단하는 3차원 그물 같은 것을 형성한다.



묽어지기: 알갱이들이 파괴되다

일단 점도가 최고조에 달하면, 전분과 물의 혼합물은 다시 서서히 묽어진다. 다음 세 가지가 이렇게 묽어지는 형상을 재촉하게 된다. 걸쭉해지는 형상이 일어난 후에 오랜 시간 동안 가열하기, 계속 가열해서 끓게 하기, 격렬하게 저어 주기가 그것들이다. 세 가지 모두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데, 잔뜩 부풀어서 부서지기 쉬운 알갱이들을 아주 작은 조각들로 쪼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아밀로스가 수분으로 배출되지만, 그 아밀로스들의 그물에 걸릴 큰 알갱이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말하자면 그물의 숫자가 늘어나고, 그물눈이 더 촘촘해지지만, 고래 대신 피라미들만 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묽어지는 효과는 보통의 소스들에서는 덜 뚜렷하지만 아주 걸쭉한 페이스트의 경우에 더 확연하게 들어난다. 처음부터 알갱이들의 숫자가 적고 그것들 간의 거리가 멀다면 그것들의 해체도 덜 뚜렷하다. 묽어지면서 질감이 크게 개선되는데, 그것은 전분 입자들이 사라지고 거의 감지할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분자들만 남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뭉근히 끓인 전분 기반의 소스들이 묽어지는 현상은 전분 분자들 자체가 작은 파편들로 점차 분해되면서 야기되기도 한다. 산성은 이러한 분해를 가속화한다.

식히기, 더 걸쭉하게 만들기, 엉기게 하기

일단 소스 안의 전분이 겔화되었다는 것은 아밀로스가 배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요리사는 소스가 알맞게 익었다고 판단하고 조리를 멈추며, 따라서 소스 온도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혼합물이 식으면 수분과 전분 분자들은 점점 운동에너지를 잃어버리며, 어떤 시점이 되면 그것들 사이의 한시적인 결합력이 무작위적인 충돌로 인해 떨어져 있을 때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분자들을 묶어 놓기 시작한다. 점차 긴 아밀로스 분자들이 서로 간에 안정된 결합을 형성하는데, 이것은 애초에 알갱이 안에 묶여 있던 것과 동일한 결합이다. 물 분자들은 전분 사슬들 아이의 틈에 자리를 잡는다. 그 결과, 액상의 혼합물이 점점 더 걸쭉해진다. 아밀로스 분자들이 충분한 농도에 이르고, 온도가 충분히 떨어지면, 마치 젤라틴 용ㅇ액이 젤리로 변하듯이 액상 혼합물도 고형의 겔로 엉긴다. 이렇게 해서 과이 충전재나 푸딩처럼 고체이면서 촉촉한 혼합물이 만들어진다.

서빙 온도에서 소스의 점성을 판단하라

요리사는 이처럼 식으면 걸쭉해진다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보통 불 위에서 93°C가량의 높은 온도에서 소스를 만들고 맛을 평가한다. 그러나 불에서 벗어나 음식 위에 얇게 끼얹으면 소스는 금세 식어서 걸쭉해지기 시작한다. 팬에 있을 때는 농도가 별로 진하지 않았던 소스는 먹는 사람의 입에서 들어갈 때는 농도가 훨씬 더 진해지며, 심하면 접시 위에 엉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식탁에 올릴 때를 감안해서 불 위에서는 약간 묽다 싶게 만들어야 한다. 소스의 최종적인 질감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스를 차가운 접시에 한 스푼 부어서 맛을 보는 것이다.



다른 전분들, 다른 성질들

요리사들은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기 위한 전분을 각각의 특성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전분들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분은 밀 전분과 옥수수 전분 등 곡류에서 추출한 전분과, 감자 전분과 애로루트 등 덩이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가공식품 라벨의 성분 표시에서 말고는 거의 본 일이 없는 사고 전분은 태평양이 원산지인 야자나무의 고갱이에서 추출한 전분이다.

곡류 전분

곡류 전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곡물 전분은 전분 알갱이들이 중간 크기이며, 작지만 많은 양의 지질과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와 같은 불순물들로 인해서 전분 알갱이들이 어느 정도 구조적인 안정성을 가지므로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겔화될 뿐 아니라 전분과 물 혼합물이 탁해지며, 특유의 ‘곡물’냄새가 난다. 정제 전분과 물로 된 그물망을 통과한 빛은 미세한 전분-지질 또는 전분-단백질 복합체들에 의해 산란되며, 그로 인해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우윳빛이 된다. 곡물 전분에는 쉽게 서로 얽혀 그물조직을 형성할 중간 정도의 길이의 아밀로스 분자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따라서 곡물 전분을 타면 소스가 금세 걸쭉해지고 식으면 엉긴다.

밀 전분
밀가루는 밀 알곡들을 갈아서 전분이 풍부한 배젓으로부터 기울과 배아를 채로 걸러 내는 방법으로 만든다. 밀가루는 전분이 75퍼센트에 불과하며 전체 무게의 10퍼센트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단백질들은 주로 불용성인 글루텐 단백질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제 전분이나 감자전분에 비해 점성 효과가 떨어지며, 따라서 동일한 농도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경험적으로는 밀가루를 쓸 경우 전분의 1.5배 정도를 넣어야 한다. 밀가루에서는 독특한 밀 냄새가 나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소스에 넣기 전에 밀가루를 미리 익혀서 밀 냄새를 좋은 쪽으로 바꿔놓는다. 여러 시간 동안 가열해 글루텐을 떠내지 않는 한 액체속의 글루텐 단백질들은 밀가루로 만든 소스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표면에 막을 형성시킨다.

옥수수 전분
옥수수 전분은 사실상 정제 전분과 다를 바 없으며, 따라서 밀가루에 비해 효과적인 점도제다. 옥수수 통곡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거칠게 도정해 배아와 겉껍질을 제거하고, 갈고, 체로 치고, 남은 것을 원심분리기에 돌려서 씨앗 단백질들을 분리해서 만든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전분을 씻고 말린 다음 다시 갈아서 날 알갱이들 또는 미세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고운 파우더로 만든다. 이와 같은 일련의 습공정 동안에 전분 알갱이들이 주변의 냄새들을 흡수하고, 미량의 지질이 산화되면서 스스로 냄새를 생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옥수수 전분은 건조한 사애에서 제분하는 밀가루와 다른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

쌀 전분
쌀 전분은 서구의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쌀 전분의 입자는 전분 평균 크기 중에서 제일 작아서 처음 걸쭉해지는 단계에서 매우 고운 질감을 생성한다.

덩이줄기와 뿌리의 전분

건조한 곡물로 만든 전분에 비해 땅 밑 저장 기관들에서 나온 전분들은 물 분자들이 더 많이 들어 있는 탓에 알갱이들이 더 크며, 빨리 익고, 더 낮은 온도에서 전분을 배출한다. 그것들은 아밀로스의 양은 적지만, 그 사슬들의 길이가 곡물 아밀로스의 그것보다 4배나 된다. 뿌리와 덩이줄기의 전분에는 곡물 전분처럼 지질의 단백질이 들어 있지만 그 양이 훨씬 적으며, 그 때문에 더 빨리 겔화-지질은 알갱이 구조를 안정시킴으로써 겔화를 지연시킨다-되며, 냄새도 덜하다. 이러한 전분으로 소스를 만들면 반투명하고 윤기가 흐르는 소스가 된다.  뿌리 전분은 그 특성상 마지막에 소스 점도를 미세 조정할 때 쓰기에 알맞다. 일정한 점도를 맞추는 데 필요한 양이 적고, 소스를 빠르게 걸쭉하ㅔ 만들며, 특유의 향을 제거하기 위해 미리 익힐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감자 전분
감자 전분은 최초로 상업적 중요성을 획득한 정제 전분으로, 여전히 유럽에서 중요한 식용 전분으로 각광 받고 있다. 감자 전분은 몇 가지 특징 때문에 특이하다. 입자가 직경 0.1밀리미터에 이를 정도로 굉장히 크고, 아밀로스 분자도 무척 길다. 이런 특징들이 조합되어 감저 전분은 일차 농축 효과가 다른 어떤 전분보다도 절대적으로 뛰어나다. 긴 아밀로스 사슬들은 서로 간에 또 거대한 알갱이들과 얽혀서 소스 유체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차단한다. 분자들과 알갱이들의 이러한 얽힘은 아밀로스와 알갱이들의 긴 덩어리들을 형성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크게 부풀어 오른 알갱이들이 처음에는 소스를 오돌토돌해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이 알갱이들은 약해서 쉽게 더 미세한 입자들로 부서지기 때문에 감자 전분 소스의 농도는 가장 걸쭉하고 알갱이들이 굵은 정점을 지니며 섬세하고 묽어진다. 감자 전분에는 다량의 인산염이 들어 있다는 것도 특이할 만하다. 이것들은 약한 반발력으로 인해 전분 사슬들은 소스에 고르게 분산된 형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분산액이 걸쭉하면서도 투명해지게 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차갑게 식었을 때도 겔로 엉기는 경향이 덜하다.
타피오카
매니오크 또는 카사바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열대식물에서 나오는 타피오카는 주로 푸딩을 만들 때 사용하는 뿌리 전분의 일종이다. 타피오카는 물속에서 보기 흉한 실 가닥 같은 뭉침 형상이 생기기 때문에 보통 미리 겔화해서 펄 형태로 만든다. 펄 형태의 타피오카는 부드러워질 정도로만 살짝 익힌다. 타피오카는 땅 속에 오랫동안 있다가 추수한 지 며칠 만에 가공되기 때문에 밀 전분과 옥수수 전분 또는 감자 전분처럼 향이 강하지 않다. 타피오카는 오랫동안 저장했던 2등급 덩이줄기에서 추출한다. 타피오카 전분은 무향 무미한 특성 때문에 높은 가치가 있다.
애로루트
서구에서는 ‘애로루트’라고 알려진 이 전분은 서인도제도 원산의 마란타 아룬디나케아에서 추출한다. 애로루트 전분은 감자나 타피오카 전분에 비해 알갱이들이 작아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적게 나오고 장시간 익혀도 다시 묽어지지 않는다. 겔화되는 온도대도 옥수수 전분과 비슷하고, 다른 뿌리 전분들에 비해 높다. 다른 여러 가지 식물들과 그 전분들도 아시아와 호주에서는 애로루트라고 부른다.
중국의 뿌리 전분들
중국에서는 원래 수수와 남방개(water chestnut)에서 전분을 추출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중국 소스들도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아메리카 원산의 식물들을 이용해 걸쭉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아시아에서는 얌, 생강, 연근, 칡뿌리로도 전분을 만든다.

변성 전분들

식품회사들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전분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것은 주로 이것들이 생산, 유통, 저장, 소비자의 사용에 이르는 한 주기 동안 그 농도가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더 안정적인 다양한 종류의 전분들을 개발했다. 식물 육종가들은 이른바 ‘왁시’한 옥수수 품종들을 개발했다. 찰옥수수는 알곡에 아밀로스가 전혀 없거나 거의 들어 있지 않고, 아밀로스처럼 바로 뭉치지 않는 아밀로펙틴으로만 거의 다 채워진 품종들이다. 찰옥수수 전분은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전분에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해, 고형 상과 액상으로 분리되거나 엉기지 않는 소스와 겔을 만든다.
식재료 제조업체들은 물리적·화학적 처리를 통해 일반적인 식물 품종의 전분분자들에도 변형을 가했다.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전분을 미리 익히거나 건조해서, 찬물을 쉽게 흡수하거나, 익히지 않아도 액체에 잘 분산되거나 액체를 걸쭉하게 만드는 가루나 알갱이들을 만들었다. 또한 익는 과정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더욱 효과적인 유화 안정제가 되고, 보통 ‘천연’전분에는 없는 다른 특징들을 갖게 하기 위해서 화학적인 변화-사슬들이 서로 교차 결합되도록 만들기, 산화시키기, 지용성 물질을 사슬 옆에 배치하기- 들을 가했다. 이렇게 만든 전분들은 식품 성분 표시 라벨에 ‘변선 전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전분 소스에 미치는 다른 재료들의 영향

조미 재료들: 소금, 설탕, 산

전분과 물은 소스 구조의 토대이며, 대부분의 다른 재료들은 그 구조에 부차적인 영향만 미친다. 소스에 맛을 내기 위해서 소금, 설탕, 산이 자주 첨가된다. 소금은 전분의 겔화 온도를 살짝 낮추는 반면, 설탕은 약간 높인다. 와인이나 식초의 형태로 첨가되는 산은 전분 사슬들이 훨씬 더 짧은 길이로 쪼개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전분 알갱이들이 더 낮은 온도에서 겔화되고 분해되며, 완성된 소스도 주어진 전분 분량에 비해 덜 끈적거린다. 뿌리 전분은 중간 정도의 산성에 의해 눈에 띄게 영향을 받는 반면, 곡물 전분은 여러 가지 과일이나 요구르트의 전형적인 산도에도 끄떡없다. 약한 불에서 잠깐 익히면 산에 의한 전분 사슬들의 분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단백질과 지방

소스들에 가장 흔하게 들어가는 두 가지 물질이 단백질과 지바이다. 단백질과 지방은 소스의 질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밀가루는 전체 무게의 10퍼센트가 단백질이며, 그 대부분이 불용성인 글루텐이다. 대체로 정제 전분들은 강력한 점도제이지만, 글루텐 덩어리들이 전분 그물조직에 포획되어 용액의 점도를 약간 높인다. 농축 고기 스톡을 기반으로 한 소스들은 젤라틴도 상당량 함유하고 있지만, 젤라틴 전분은 서로의 행동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방은 보통 버터, 기름, 고깃기름의 형태로 들어간다. 지방은 물이나 수용성 화합물들과 섞이지 않지만, 수분이 전분 알갱이들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지연시킨다. 지방은 소스의 매끈하고 촉촉한 느낌에 기여한다. 또 밀가루를 루에 미리 볶는 과정에서 밀가루 입자들을 코팅해 밀가루 입자들끼리 서로 엉겨 덩어리가 지 것을 확실하게 방지해 준다.

소스에 전분 넣기

전분으로 소스를 걸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분을 소스에 넣어야 한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밀가루나 전분을 뜨거운 소스에 바로 넣으면 덩어리가 져서 결코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이것은 밀가루나 전분이 뜨거운 액체와 만나는 순간, 전분 알갱이들이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겔화되면서, 끈적끈적한 표면이 내부에 있는 건조한 알갱이들을 밀봉해 버리기 때문이다.

슬러리, 뵈르, 마니에, 밀가루 입힌 고기

소스에 전분을 넣는 방법은 네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전분을 약간의 찬물에 푸는 것이다. 겔화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전분 알갱이들을 적셔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찬물과 밀가루를 섞은 것을 슬러리라고 하는데 , 이것은 소스에 직접 첨가한다. 두 번째 방법은 전분이나 밀가루 입자들을 물이 아니라 지방을 이용해 푸는 것이다. ‘이긴 버터’라는 뜻의 뵈르 마니에는 밀가루를 같은 양의 버터에 넣어 치댄 것이다. 최종적으로 농축할 때 이 페이스트 한 조각을 뜨거운 소스에 집어넣으면, 버터가 녹으면서 서서히 기름을 머금은 전분 알갱이들을 액체 속으로 뱉어 낸다. 이때 물을 밀어내는 표면의 기름 막으로 인해 전분 알갱이들의 팽창과 겔화는 지연된다.
세 번째 방법은 요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초기에 전분을 넣는 방법이다. 고기에 밀가루를 입힌 다음, 밀가루 바른 고기를 소테잉한 후에 소스가 될 액체를 붓는 방식으로, 스튜나 프리카세를 만들 때 이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이렇게 하면 전분이 고기의 넓은 표면적에 미리 분산될 뿐 아니라 ‘소테잉’과정에서 기름으로 코팅되어 액체를 부었을 때도 덩어리지지 않는다.

루

프랑스어로 ‘빨간’이라는 뜻의 루는 소스에 전분을 넣는 네 번째 방법으로,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작은 예술’로 발전했다. 루는 전분을 지방에 넣어 별도로 미리 익히는 방법이다. 기본 원칙은 어떤 형태의 전분, 또는 어떤 형태의 유지나 기름에도 적용된다. 전통적인 프랑스 조리법에서는 같은 양의 밀가루와 버터를 팬에 넣고 조심스럽게 볶는데, 종료하는 시점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혼합물의 수분이 빠져나갔지만 밀가루가 흰색을 유지한다. 둘째, 밀가루가 옅은 노란빛을 띤다. 셋째, 밀가루가 독특한 갈색을 띤다.


풍미, 색상, 분산성의 개선
밀가루 입자들을 지방으로 코팅해 뜨거운 용액 속에서 잘 분산되도록 하는 목적 외에도, 루는 밀가루에 세 가지 유용한 효과를 미친다. 첫째, 익히지 않은 생곡류의 냄새를 날려 버리고, 색상이 짙어지면서 더 현저하고 강해지는 통합적인 토스트 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둘째, 바로 이 토스트 향을 생성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사이의 갈변반응의 산물인 색깔 자체가 소스의 색깔 깊이를 더해 준다.
마지막으로, 열이 전분 사슬들 일부를 찢고, 다시 그것들이 서로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게 만든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긴 사슬들과 가지들이 더 작은 조각들로 파괴되어, 다른 분자들상에 짧은 가지들을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짧고 잔가지가 많은 분자들은 긴 사슬들보다 액체를 농축시키는 분자들끼리 느리게 결합해서 연속적인 그물조직을 형성한다. 그래서 소스가 그물조직을 형성한다. 그래서 소스가 접시에 엉겨 붙지 않는다. 루의 색상이 짙을수록 전분 사슬들이 더 많이 변형되기 때문에 같은 농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루가 필요해진다. 말하자면, 같은 양의 액체를 같은 정도로 걸쭉하게 만들고자 할 때 옅은 색상의 루보다 짙은 갈색의 루가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프랑스 외의 루를 요리에 많이 활용하는 곳은 뉴올리언스다. 이곳에서는 새하얀 색에서부터 초콜릿색까지 여러 단계로 밀가루를 볶고, 검보나 스튜 하나를 만들 때도 여러 종료의 루를 넣어 독특한 풍미 층위를 만들어 낸다.

고전적인 프랑스식 소스들에서의 전분

1902년,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정립한 조리법에 따르면, 밀가루를 점도제의 일부로 쓴느 모체 소스는 세 가지다. 스톡을 기반으로 하는 브라운 소스들과 화이트소스들, 그리고 우유를 기반으로 하는 베샤멜이 그것들이다. 이 소스들은 저마다 로의 액체를 독특하게 조합해서 만든다. 브라운소스는 채소·고기·뼈를 노릇노릇하게 볶아서 스톡을 끓인 후, 갈색이 날 때까지 볶은 밀가루로 만든 루를 넣어서 걸쭉하게 농축시켜서 만든다. 갈색으로 익히지 않은 고기, 채소, 뼈로 만든 스톡에 옅은 노란색 루를 섞으면 화이트소스가 된다. 베샤멜은 색상이 전혀 변하지 않은 루에 우유를 혼합한 것이다. 요리사들은 이 세 가지 모체 소스에 농후화 재료들과 여러 가지 양념을 첨가해서 다양한 파생 소스들을 만든다.
일단 스톡에 루를 첨가하고 나면, 혼합물은 꽤 오랜 시간-베샤멜은 2시간, 브라운 소스는 10시간까지-에 걸쳐 뭉근하게 익힌다. 익히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면서 풍미가 농축되고, 전분 알갱이들이 젤라틴 분자들 사이에 용해되고 분산된다. 그 결과 무척 매끄러운 질감을 갖게 된다. 브라운 소스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제일 오래 끓인다. 이 정도로 투명하려면 글루텐 단백질들이 응고해서 표면에 떠올라야 한다. 표면에 ㅗ른 단백질과 토마토 찌꺼기는 걷어낸다.
에스코피에는 소스는 반드시 세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독특한 고유의 맛, 흐르지 않으면서도 매끈하고 가벼운 질감, 윤기 있는 겉모습이 그것이다. 좋은 맛을 만드는 것은 좋은 스톡과 신중한 조미다. 반면에 질감과 겉모습은 농축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약한 불로 장시간 끓여서 정분에 알갱이 구조물이 남아 있지 않아야 하며, 물에 녹지 않는 글루텐 단백질들은 표면 막에 포획되어 소스에서 제거되어야 한다. 젤라틴은 스톡을 기반으로 하는 소스에 약간의 중량감을 제공하지만, 소스의 점성은 대부분 전분으로 인한 것이다. 조린 후에, 이러한 소스들의 전분 농도는 5퍼센트 안팎인 반면에 젤라틴 농도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유 기반의 소스들: 베샤멜과 보일드

스톡이 아닌 우유를 기반으로 만든 소스들은 물론 훨씬 더 만들기가 쉽고 다루기도 쉽다. 이미 우윳빛이기 때문에 정화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푹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든 고전적인 소스는 베샤멜이다. 베샤멜소스는 전분 말고는 양념과 버터만 들어간다. 전분은 버터 속에서 2~3분 먼저 익힌다. 루에 우유를 첨가하고 소스를 30~60분 동안 약한 불로 푹 익힌다. 익는 동안 때때로 표면에 떠오르는 우유나 밀가루 입자들을 걷어 낸다. 전분은 고기 육수보다 우유를 걸쭉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인데, 이것은 전분이 우유 단백질들과 지방 덩어리들 모두에 달라붙어 이 묵직한 재료들을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그물조직에 보충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샤멜은 즐거우면서도 중성적인 맛 덕분에 여러 가지 풍미를 첨가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주재료와 함께 서빙할 수도 있는 다목적 소스다. 또한 다양한 목적에 맞춰 다양한 점도를 갖도록 만들어진다. 수플레의 베이스로 쓸 때는 짙은 농도로, 그라탱에 촉촉함과 기름진 맛을 더하기 위해 쓸 때에는 좀 묽게 만든다.
미국에서 콜슬로와 같이 튼튼한 샐러드를 만들 때 종종 사용되는 ‘보일드 드래싱’의 경우, 밀가루는 우유와 크림을 걸쭉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식촤 우유와 달걀노른자 단백질을 응고시켜 거친입자들로 엉기지 않게 해준다.

그레이비

이제 프랑스식 소스들의 영미권 사촌뻘인 소박한 그레이비를 소개할 차례다. 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든 그레이비는 대개 로스트에 동반되는 소스다. 서빙하기 직전에 끼얹는 마무리 소스로, 로스트에서 나온 육즙에 액체를 추가하고, 밀가루로 걸쭉하게 만든다. 유지이든 갈색의 고형물이든 로스트에서 나온 기름들은 모두 그레이비에 풍미와 색상을 부여한다. 먼저 지방을 따라 내 보관해 두고, 소량의 물·와인·맥주 혹은 스톡을 부어 로스팅 팬에서 갈변된 고형물들을 들어내는데, 이것을 ‘디글레이징’이라고 한다. 이 액체들은 팬에 달라붙어 있는 갈변 반응의 산물들을 녹여내며, 따라서 이것들이 가진 대단히 기름진 풍미를 갖게 된다. 이번에는 디글레이징한 액체를 따라 따로 보관해 둔다. 이제 유지를 같은 양의 밀가루롸 함께 팬에 넣고, 생밀가루 냄새가 날아갈 때까지 밀가루를 익힌다. 디글레이징한 액체를 밀가루 10~20그램당 250밀리리터 정도 되게 첨가한다. 혼합물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는데, 몇 분이면 된다.
그레이비는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기 때문에 전분 알갱이들이 해체될 때까지 오래 조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덩어리가 지지는 않더라도 다소 거친 질감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그레이비는 고상한 소스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갖는다. 그레이비는 푸짐하며, 아주 걸쭉할 때는 거의 빵처럼 느껴질 정도다. 미리 밀가루와 디글레이징한 액체 일부를 섞고, 이 혼합물을 전분 알갱이들이 겔화되어 서로 엉겨서 걸쭉한 페이스트가 될 때까지 익힌 다음, 이 페이스트를 거품기로 세게 저어 알갱이들을 곱게 부수고, 남은 디글레이징 액체와 섞어서 페이스트가 고르게 분산되고 액체가 원하는 농도에 도달할 때까지 뭉근히 끓이면 좀더 고른 질감의 그레이비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