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 과학 ≫ 인문, 자연

제한성 : 음악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예술 : 인문
- 예술의 원리
- 제한성 : 음악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음악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출처] 음악의 유한함을 걱정한 존 스튜어트 밀|작성자 smitten,  2010-08-31

집에 TV가 없어도, 처와 아이들은 볼 프로그램은 다 본다. 휴대전화 DMB 방송을 통해서다. 자이언트는 우리 집 인기 드라마 중 하나다. 드라마가 끝나자 아이가 주제곡을 흥얼거린다. 영화 엑소더스의 주제가랑 도입부가 비슷하다. 아이에게 엑소더스 주제가를 휘파람으로 들려주면서 느낌을 물었다. 아이도 그렇게 들린다고 말했다.  
난 음악이 유한하다고 봤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받아들여 음악이 무한히 만들어질 수 없으리라고 여겼다.  
아버지로부터 언어와 역사, 논리 위주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밀은 20세 때 극심한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 뒤늦게 사춘기를 겪은 셈이었다. 공리주의의 영향을 받아 사회개혁의 열망으로 가득찬 청년이었던 밀은 의욕을 잃었다. 그는 그동안 교육 받으면서 채우지 못했던 감성을 찾아 방황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음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늪에서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음악 감상은 별 소용이 없었다. 그를 덮친 우울한 밀물이 빠지며 그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단계에서야 음악은 도움이 됐다. 밀은 그 때 베버의 오페라 오베론을 접한다. 그는 오베론의 감미로운 선율에 힘을 얻었다고 들려준다.  
밀은 헝클어진 마음을 음악으로 다독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고민에 괴로워한다.

"어떤 음악이 주는 기쁨은 그 음악이 익숙해지면서 줄어든다. 따라서 음악의 즐거움을 지속하려면 자신이 아는 곡은 가끔 들어야 한다. 아니면 새로운 곡을 계속 접해야 한다. 그런데 음악을 이루는 음의 조합은 무한할 수 없다. 음이 무한하지 않고, 음을 아름답게 늘어놓는 조합은 더 유한할 텐데, 그런 조합은 이미 대부분 작곡됐을 것이다. 따라서 새롭고 풍부한 곡을 지어내는 모차르트나 베버 같은 작곡가는 일정 시기 이후엔 나오지 못할 것이다."

밀은 자신의 고민이 '태양이 다 타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나 비슷할지 모른다며, 자서전에서는 자신의 청년기 생각을 고집하진 않는다.
음악은 과연 유한할까, 무한할까. 언젠가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 인물 킴 픽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는 엄청난 기억력으로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음악 사이의 유사성을 집어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 걸 보면 음악은 유한하지 싶다. 언젠가 세상의 모든 음악이 작곡돼, 새로운 음악의 샘이 말라버릴까.  
혹시 우리 뇌는 킴 픽과 달리 일정한 정도 이상의 음악을 저장하지 못하고, 그래서 과거에 만들어진 수많은 음률이 약간 변형돼 반복되더라도 새로운 곡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유머가 일정한 원형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것처럼 음악도 일정한 음원을 무수히 변주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