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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원인 : 그냥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의 원인
- 비만의 원인 : 폭식과 과식의 일상화
- 비만의 원인 : 주변 환경 : 과식을 권장하는 사회
- 비만은 조상탓(?) : 절약 유전자
- 체중 항상성, 기아모드
- 비만의 확산 : 다이어트 지식과 이에 기반한 다이어트 활동
- 내 몸안의 미생물과 바이러스
- 비만은 염증(면역) 반응

뇌탓 : 지방연소의 억제
- 일부 철새들은 몸의 50%를 지방으로 채운 후 3000~4000km를 날아간다
- 동면 : 지방을 비축하여 물을 먹지 않고 겨울 잠을 잘 수 있다
- 낙타는 40kg의 지방을 에너지와 물로 전환하여 생존한다

- 비만의 확산범 : 다이어트 지식과 이에 기반한 다이어트 활동
- 비만의 완성자 :  비타민 C가 세포골격을 확장시키면서 비만이 완성된다
- 스트레스 받지 말고, 특히 청소년에게 스트레스주지 마라

비만은 오랜 진화의 산물

2017.11.17 [이상희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
갑자기 추워졌다. 뜨뜻하고 배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이 당긴다. 배 속이 든든해지는 음식은 지방질이 높다. 한국의 추석이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들은 특히 지방질이 많고 살이 찌기 쉽다. 포동포동해져서 이제부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는 셈이다.
이 소식을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사람들도 많을 테다. 헉! 여기서 더 포동포동해진다고?
인류는 점점 비만해지고 있다. 그리고 비만과 함께 오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의료비가 늘고 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거의 움직이지 않고 툭하면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먹기도 잘 먹는다. 이들은 온 사회의 부러움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치킨을 보기만 해도, 물만 마셔도 그 자리에서 살로 간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살이 찌기 싫으면 그냥 덜 먹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면 자산이 줄 듯,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을 줄이고 몸을 많이 움직여서 에너지를 더 쓰면 '당연히' 체중이 줄어들까? 꼭 그렇지는 않다.
비타민C의 경우 필요량보다 많이 섭취하면 몸에 쌓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진다. 필요량보다 많이 들어오는 열량도 비타민C처럼 소변을 통해 그냥 몸 밖으로 다시 내보내질 수도 있는데 체지방의 형태로 고스란히 축적된다. 이는 인간이 살찌기 쉬운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름진 동물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우리는 '핏덩어리'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살덩어리'라고 부를 만하다. 많은 동물의 신생아에 비해서 포동포동한 편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에도 무서운 속도로 체지방을 축적한다. '젖살'이다.
인간은 살찌는 방법도 특이하다. 야생동물들은 살이 찌기 쉽지 않다. 계절에 따라 살이 올랐다가 마르는 주기를 반복한다. 살이 오를 경우 체지방을 주로 배 속에 축적한다. 인간 역시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인간의 체지방은 배 속이 아닌 피하지방의 형태로도 쌓인다. 배 속 지방은 공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쌓이는 지방의 양에 한계가 있지만, 피하지방은 끝도 없이 많은 양을 쌓을 수 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그만큼 낭비한다. 오히려 물만 마셔도 체중이 불어나는 사람들이 인류 진화 역사의 상당 기간 동안 가장 바람직했다. 자연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낭비할 만큼 에너지가 남아돌지 않는다.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항상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 했다. 특히 지난 200만년 동안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열량의 여유분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몸에 비축해 두는 사람들이 특히 우세했다. 눈 덮인 계곡 구석 동굴에서 언제 또다시 생길지 모르는 먹거리를 기다리면서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1만여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날씨는 다시 따뜻해지고 농경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먹던 사람들은 이제 한곳에 묶여 살아가면서 몇 가지의 농작물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했다. 흉년이 들면 먹을 것이 모자라서 굶어 죽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역시 열량의 여유분을 체지방으로 쉽게 축적하는 사람들이 잘 살아남았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식량이 넉넉한 상황은 절대로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에 고도 비만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량보다 많은 비타민C를 섭취할 경우 나머지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이유는 푸른 잎과 열매가 사시사철 번갈아 피는 환경 속에서는 언제든지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먼 조상이 나무 위에서의 생활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시 생활을 하면서 비타민C는 더 이상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나뭇가지에 있지 않다. 따로 영양제에 포함해서 섭취해야 한다. 그 대신 열량은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 고열량의 스낵류와 설탕물은 곳곳에 비치된 자판대에서 손쉽게 얻어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열량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인류는 비타민C 여유분을 몸 안에 축적하고 열량의 여유분은 몸 밖으로 미련 없이 내보내는 형질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양병찬님이 사진첩에 새로운 사진 1장을 추가했습니다: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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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특집) 칼로리를 측정하는 과학자
- 인간은 살찌는 게 정상이다
진화인류학자인 허먼 폰처는 '인간이 칼로리를 태우는 메커니즘'과 '그 이유'에 대한 신화를 허물었다.
▶ 듀크 대학교의 허먼 폰처(진화인류학)는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개와 염소가 달리거나 걸을 때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측정했다. 그리하여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에 부임한 직후인 2007년, '롱다리를 가진 개(犬)는 숏다리를 가진 개보다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달린다'라고 보고했다. "인간, 개, 염소가 걷거나 달리는 데 사용하는 비용을 측정하려던 '순진한 프로젝트'가 에너지 지출(energy expenditure)을 측정하려는 전문가적 강박관념(professional obsession)으로 발전했다"라고 그는 술회했다.
폰처는 아직도, 특정한 활동을 할 때 연소되는 칼로리를 알아내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한다. 그러나 그는 생리학자들이 더 좋은 측정치인 TEE(total energy expenditure)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TEE란 이중표지수(doubly labeled water)를 이용한 방법으로, 피검자에게 '하루 종일 후드 속에 숨을 내쉬라'고 요구하지 않고서 총에너지지출량을 측정한다.
그가 이룩한 많은 혁신 중 첫 번째는 2008년에 나왔다. 그는 웨너-그렌 재단(Wenner-Gren Foundation)에서 2만 달러를 지원받아, 그 당시 아이오와주에 있었던 유인원트러스트(Great Ape Trust)에서 소변 샘플을 수집할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는 영장류학자인 롭 슈메이커가 동위원소가 가미된 무가당 아이스티(isotope-laced sugar-free iced tea)를 네 마리의 오랑우탄에게 퍼먹이고 있었다. 폰저는 다 큰 유인원의 소변을 수집하는 데 난색을 표했지만, 슈메이커는 '컵에 수변을 보도록 훈련시켰으니 문제없다'고 장담했다.
그해 가을 소변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었을 때(https://scholars.duke.edu/display/pub1323576), 폰저는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오랑우탄은 같은 체중을 가진 포유동물에 비해 1/3의 에너지를 연소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동일한 검사를 반복했지만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예컨대 113kg의 체중을 가진 에이지(Azy)라는 수컷 오랑우탄은 하루에 2,050칼로리를 태웠는데, 그것은 113kg의 체중을 가진 성인 남자의 3,300칼로리보다 훨씬 적은 수치였다. "나는 그 수치를 전혀 신뢰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그 의미를 깨달았다." 폰처는 말했다. "오랑우탄은 영장류의 계통수에서 가장 느려터진 동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거에 장기적인 식량 부족(prolonged food scarcity)을 견뎌내기 위해 적은 칼로리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뒤이은 연구에서 동물원과 보호소의 영장류를 대상으로 TEE를 측정한 결과, '모든 포유동물은 체질량(body mass)으로 보정할 때 동일한 대사율을 가졌다'는 통념이 산산히 부서졌다. 즉, 인간은 모든 유인원 중에서 특출한 존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체질량으로 보정할 때, 우리는 침팬지와 보노보보다 하루에 20% 더 많은 에너지를 연소하며, 고릴라보다는 40%, 오랑우탄보다는 60% 더 많은 칼로리를 연소한다는 것이다. 폰처와 동료들은 이 결과를 2016년 《Nature》에 발표했다(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7654).
폰처에 따르면, 체지방(body fat)의 차이도 까무러칠 만하다고 한다(https://www.science.org/.../humans-are-highest-energy...). 즉, 인간 남성은 다른 수컷 영장류보다 2배, 여성은 세 배나 많은 체지방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높은 체지방'은 '높은 대사율'과 나란히 진화한 듯하다고 한다. 체지방은 날씬한 조직보다 에너지를 덜 태우므로, 연료 비축물(fuel reserve)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사 엔진은 지난 수백년만 년 동안 백사장에 대비한 비키니 몸매(beach-ready bikini body)를 보장하기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라고 그는 자신의 저서 『Burn』에서 말했다.
그러나 음식과 지방 비축량을 다른 영장류보다 신속하게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매일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함으로써, (길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어린 시절 동안 자손들을 잘 먹이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커다란 뇌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폰처에 따르면, 인간의 전형적인 행동적 및 해부학적 특징이 증강된 대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컨대, 인간은 유인원에 비해 다른 성인들과 많은 식량을 공유한다. 식량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룹에게 더욱 효율적이며, 많은 초기인류에게 에너지 안전망(energy safety net)을 제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커다란 뇌는 양성 피드백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를 창조했다. 즉, 그것(커다란 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지만, 초기 인류에게 더 나은 도구를 발견하고, 불을 제어하고, 음식을 요리하고, 그밖의 다른 방식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획득하거나 저장하도록 적응한 것이다(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f0130).
폰처의 발견은 체중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시사점을 던진다. "비만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해 봤자 소용없다"라고 중국과학원의 존 스피크먼(진화생리학)은 말했다. "그건 죽기를 거부하는 좀비 같은 생각이다." 그의 연구결과는 이미 영양과 체중감량에 대한 식이지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영국 식생활전략(U.K. National Food Strategy)에서는 "당신은 나쁜 식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지적한다(https://www.health.org.uk/.../episode-11-we-are-what-we...).
※ 그림 설명: 인간은 고에너지 유인원(high-energy ape)이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들보다 매일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태우고, 더 많은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한다. 인간의 총에너지지출(TEE: total energy expenditure)은 기초대사율(BMR: basal metabolic rate)과 그밖의 다른 활동들(예: 운동)을 포함한다.
☞ 범례 - 빨간색: 체질량(kg), 보라색: 생리활동 및 다른 과제(킬로칼로리/day), 회색: BMR(킬로칼로리/day, 고릴라는 측정되지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