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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로스팅에 의한 물리적 변화

커피 로스팅
- 로스터, 로스팅 장치
- 커피 로스팅 곡선
- 로스팅에 의한 기본적 변화
- 로스팅에 의한 향의 변화
- 로스팅에 의한 색의 변화

- 품온의 상승
커피 로스팅은  원하는 제품 특성을 발현해 내기 위해서는 다른 식품(견과류, 코코아 등)보다 강한 로스팅을 요구한다. 일정 시간 동안 커피콩의 온도를 190℃ 이상 올려야 한다. 커피의 온도를 꾸준히 올려서 최종 온도에 도달하면 공정을 멈춘 뒤 곧장 냉각을 해야 한다. 최종 온도는 대략 200~250℃이며, 시간은 3~20분 정도다. 여기에서 온도는 정확한 커피의 품온은 아니다. 로스팅 중 커피콩의 실제 표면 온도 또는 내부 온도를 재기란 어렵다. 소규모 실험에서는 커피콩의 내부온도를 측정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지만(Schenker, 2000), 산업용으로 구동되는 로스팅 설비 안에서 이런 온도 측정은 대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로스팅 설비는 실용적인 이유로 로스팅실 내부에 온도 탐침봉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온도를 측정한다. 탐침봉은 지속적으로 커피콩 그리고 뜨거운 공기와 접촉한다. 그러므로 탐침봉의 온도는 커피콩의 표면 온도와 내부의 뜨거운 공기의 온도가 섞인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공정 제어는 충분히 적절하게 할 수 있지만, 기계 디자인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그러니 로스팅 설비별로 온도를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 색의 발현
색상 변화는 로스팅 정도를 보여 주는 가장 분명하고 시각적인 지표이다. 커피콩은 녹색기가 도는 회청색(생두 색상)에서 시작해 노란색, 귤색, 갈색, 고동색을 거쳐 마지막에는 검정에 가까운 색으로 변한다. 색상 변화는 향미 발현과도 관련이 깊기에 커피콩의 색상이야말로 로스팅 정도를 가장 쉽게 알려주는 척도이자 매우 중요한 품질 표지가 된다. 로스팅 정도에 대해 시티, 에스프레소, 프렌치 같은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산업체 및 학계에서는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가장 신뢰도 높은 결과를 얻으려면 커피콩을 분쇄한 다음 표준 방식으로 처리하고 상업용 광학 색도계를 써서 측정한다. 널리 쓰이는 것으로는 Lab 색체계가 있으며, 여기서 L=26 정도를 중배전 정도로 보고 있다. (Agtron 66 정도)


- 수분의 감소
로스팅 전 생두의 수분 함유량은 통상 10~12%이다. 로스팅 중에 이 수분이 빠져나가며, 로스팅 조건에 따라서 원두의 최종 수분 함유량은 2.5% 정도이다. 물로 사전 냉각하는 경우에는 원두에 뿌린 물이 일부 흡수될 수 있으므로 원두의 최종 수분 함유량이 달라질 수 있다. 초기 수분 함량이 많은 생두라면 첫 로스팅 단계에서 물이 더 많이 빠져나가지만, 최종 수분 함량은 동일하다. 즉 로스팅 중 감소량이 더 많은 것이다. 등온 로스팅 환경에서는 탈수 작용은 지속적, 연속적으로 일어나지만 로스팅의 온도의 프로파일을 변화시키면 탈수는 그것에 따라 달라진다. 생두 자체에 존재하는 물 외에도 화학 반응으로 생성되는 물 또한 상당한데, 이 또한 로스팅 중 증발한다. 이렇게 전체 물 함량과 로스팅 단계별로 나타나는 수분 활성도는 커피의 물리 화학적 역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온도 외에 향미를 내는 주요 화학 반응 또한 수분 가용성에 따라 달라진다. 수분이 임계 수치 이하로 떨어질 경우 일부 화학 반응이 느려진다.


로스팅 중 수분 감소 (Juan R. Sanz-Uribe, 2008)

- 기체의 발생
로스팅 공정 중 열분해와 메일라드 반응으로 인해 상당량의 기체가 발생한다. 기체 생성율은 등온 로스팅 조건일 경우, 로스팅 시작 단계에서는 낮은 상태를 유지하다 후반 작업부터 급격히 높아진다. 이때 기체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이며, 그 외에 일산화탄소(CO)와 질소가 있다.
커피 로스팅 중 이산화탄소의 생성원을 조사해보면 CGA 자체는 일반적인 로스팅 조건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CGA의 분해물인 카페산을 가열하면 많은 CO2가 생성된다. 글리신-수크로스를 사용한 모델 시스템을 만들어 로스팅을 하자 다량의 CO2가 검출되었으며, 메일라드 반응이 이산화탄소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단백질과 다당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두 성분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었다. 이산화탄소의 절반은 생두에서 25% 정도를 차지하는 저분자량 화합물에서 생성되었다.

로스팅 중 기체의 생성기작 (Hisashi yamamoto coffee 2017 참고)
기체 일부는 대기로 방출되며 일부는 커피콩 안에 갇혀 있다가 보관 중 천천히 방출되거나, 분쇄 등 단계에서 방출된다. 그렇기에 커피 가공 설비(사일로)에는 기체 방출 장치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설비로 기체를 방출시켜, 다음 가공 과정(추출 등) 또는 포장 제품(밀봉 포장한 캡슐형 커피)에서 압력 과잉 상태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 커피콩 포장재에는 대개 기체 방출을 위한 역행 방지 밸브(one way valve)를 단다. 이처럼 많은 양의 기체를 묶어 둘 수 있다는 것은 원두가 가진 큰 특성이다. 이 기체들로 인해 커피콩 내부의 압력은 매우 높다. 기체 양 측정 실험 및 모델링 계산으로는 로스팅 직후 원두의 내압이 10기압 이상으로 나타났다. (Schenker, 2000) 커피는 세포벽이 두껍기 때문에 이 정도 내압에는 부서지지 않고 견딜 수 있지만, 다만 조금씩 조직이 늘어나면서 내부 구멍들이 커진다. 그러나 로스팅 최종 단계에는 기체가 갑자기 터져 나가듯 방출되면서 일부 구조가 부서지고 깨지기도 한다. 이때 부서지는 또는 튀는 듯한 소리가 날 수 있다. 로스팅 중 커피콩의 팽창을 일으키는 요인은 기체와 수증기 모두이다.

- 부피 증가와 구조의 변화

로스팅에 의한 부피의 팽창과 밀도의 감소 (S. Scenker et al, 2000)
전형적인 원두 향미를 내는데 있어 커피콩의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험에서는 생두를 분쇄한 가루를 분쇄하지 않은 생두를 볶을 때와 동일한 온도 환경에 노출시킬 경우에는 원하는 향미 성분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커피콩 그 자체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소규모 반응로가 되는 것이다. 온도, 수분 활성도, 압력, 물질이동(Mass transfer) 현상들은 커피콩의 구조와 큰 관련이 있으며, 이 변수들은 향미를 만들어 내는 화학 반응 역학을 관장한다.

생두(왼쪽) : cytoplasm(CP)이 보이고, 세포벽이 매우 두껍고 단단한 링구조도 있다. 로스팅된 원두(오른쪽) cytoplasm이 변성되어 세포벽에 붙었고, 중앙은 가스. (Schenker, S et al, 2017)
커피콩은 로스팅 중 최대 2배까지 부풀어 오른다. 내부 구조는 빽빽하게 밀집된 상태에서 공극이 많은 구조로 바뀐다. 어느 순간 갑자기 터지는 형태의 팝콘과는 달리, 커피콩은 천천히, 지속적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런 팽창을 일으키는 주된 힘은 커피콩 내부의 기체가 생성되어 압력이 커지는 것이고, 이를 막고 있는 것은 두꺼운 세포벽이다. 상전이(Glass transition) 이론에 따르면, 세포벽을 구성하는 탄수화물은 수분 함량과 온도에 따라 유리상태 또는 고무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세포벽에 존재하는 탄수화물별로 각각 상태 변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상태 전환은 단계적으로, 확연히 구분되지 않고 모호하게 일어난다. 그렇지만 원칙적으로 커피콩은 로스팅 중 유리상태에서 고무상태로 변했다가 다시 유리상태로 돌아간다. 부피가 커지는 것은 고무상태일 때, 곧 커피콩의 세포벽 물질의 물리적 저항이 줄어들었을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커피콩이 부풀어 오르는 것은 기체 형성과 세포벽의 저항 사이의 복잡한 역학 결과에 의한 것이다. 상태 변화는 온도와 수분 함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로스팅 중 수분 증발 역학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커피콩의 부피 증가에는 로스팅 프로필이 중요하다.
로스팅 중의 부피 증가, 탈수, 화학 반응은 커피콩의 미세조직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변화에 의한 것이다. 생두의 조직은 매우 치밀하고 빽빽하며 세포 내 조직 또한 자연 생명체의 세포가 그러하듯 복잡하다. 커피콩의 세포벽은 다른 식물 품종에 비해 유난히 두껍다. 단면도를 보면 세포벽은 주름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 덕에 좀 더 튼튼하다. 로스팅으로 본래 구조가 부서지고 속이 빈 구조가 조금씩 나타난다. 세포벽 구조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발생한 기체가 액체를 세포벽으로 밀어내면서 가운데 부분에 빈 공간이 생긴다. 남아 있는 세포질 일부는 변성되어 세포벽을 따라 길게 늘어진 형태를 이룬다.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세포 내 물질이 기체와 수증기로 변하고, 세포 크기 또한 커지므로 세포질 층은 점차 얇아진다.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부피 팽창과 더불어 공극이 많아진다.

- 로스팅 손실
로스팅 중에는 수분이 증발하고 성분 일부가 휘발성 물질로 변한다. 일반적으로 로스팅 중 12~20% 정도 무게 감소가 일어난다. 로스팅 손실(Roasting Loss, RL % 단위)은 중량의 감소율을 계산한 것이다. 생두 무게와 원두 무게는 각각 생두 상태와 원두 상태의 커피콩의 무게를 말한다. 로스팅 손실은 수분 증발, 유기물의 기체 및 휘발성 성분으로의 변화, 실버스킨(은피)이나 먼지, 커피콩 조각, 기타 가벼운 물질의 물리적 탈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발생한다. 로스팅 손실은 커피마다 달리 나타나며, 로스팅 중 지속적,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로스팅 손실율이 가장 높은 단계는 로스팅 초기 단계인데, 이때 가장 큰 감소 원인은 탈수이다. 유기물 감소는 더 나중에 나타난다. 강배전 원두의 경우 약배전 원두에 비해 로스팅 손실이 더 많다.

로스팅 손실율과 유기물 손실율
로스팅 손실은 로스팅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할 수지만 생두의 수분 함량이 변할 수 있으므로 로스팅 정도를 정확히 알려면 수분 감소율을 배제한, 순수 유기물의 무게 감소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산출된 유기물의 로스팅 손실은 색상 측정을 통해 얻은 밝기 수치와 잘 들어맞는다. 생두에는 실버스킨이 일부 덮여 있는데, 로스팅 중 커피콩의 팽창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간다(1% 정도). 로스팅 중에 일부 부서진 커피콩 조각, 기타 가벼운 물질들은 공기를 타고 이동해 사이클론 장치에서 분리된다.


- 커피콩 표면으로 기름 이동
커피의 지질 함량은 최대 18% 정도이다. 지질은 식물 세포의 세포질 내에 들어 있으며, 별도의 막으로 둘러싸인 상태로 세포벽을 따라 존재한다. 로스팅 중 커피 조직에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세포 내 기관들이 부서지는데, 이때 지질 덩이도 부서져서 유동성 있는 커피 기름이 된다. 원두는 때때로 ‘기름기로 번들거리는데’, 커피콩 내의 기체 압력으로 인해 지방이 세포벽에 나 있는 작은 통로를 따라 커피콩 표면으로 나온 결과이다. 기름이 이동하는 첫 단계에는 커피콩 표면에 미세한 기름방울들이 여럿 나타나고 이후 기름방울들이 뭉쳐지면서 커졌다가 결국에는 커피콩 전체를 번들거리는 기름막으로 감싸진다.

왼쪽은 커피 지방의 표면으로 이동하는 모습, 오른쪽은 세포벽이 지방으로 완전히 코팅된 모습 (Schenker, 2000)


- 향 성분의 생성
로스팅으로 만들어지는 향미 성분은 매우 복잡하며, 로스팅 중 향미 형성은 해당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특정 조건(온도, 수분 활성도, 압력)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동일한 원료를 써도 로스팅 시간이나 온도가 다르면 전혀 다른 향미 프로필이 나타날 수 있다. 로스팅의 초기 단계에서는 향미 물질이 많이 생성되지 않았으나 그 대신 향미 전구체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향미 물질이 빠르게 생성되는 시기는 로스팅 중간 단계로, 이때는 커피의 수분이 7%에서 2%로 변한다. 이후 로스팅이 더 진행되면서 향기 물질의 열분해도 시작한다. 열에 약한 휘발성 성분들은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농도가 낮아진다. 이에 비해, 일부 향미 물질(과이어콜 등)은 고온에서도 계속 생성된다.

- 쓴맛의 생성
좋은 커피가 되려면 산미와 쓴맛이 잘 균형이 잡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스팅 정도를 잘 조절하여 과도한 쓴맛 성분이 발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로스팅이 강할수록 산미는 줄어들고 쓴맛은 커진다. CGA 등 산 성분은 생두 상태에서 존재하며 로스팅 중 천천히 분해된다. 반대로 아세트산과 포름산은 로스팅 중에 생성되며 산미에 기여한다. 이 성분들은 생두 상태에서는 농도가 매우 낮은데 로스팅 초기에 탄수화물 전구체로부터 생성되다가 로스팅 최종 단계에 이르러 고온에서 분해된다. 퀸산 및 일부 휘발산은 로스팅 중 조금씩 농도가 높아지지만 전체적으로는 산미는 로스팅 중 명백하게 줄어든다. 그래서 약배전 커피는 강배전 커피에 비해 산미가 훨씬 높다. 로스팅으로 인해 커피에 쓴맛이 나타난다. CGA락톤류가 커피의 주요 쓴맛 물질로 규명되었다(Hofmann,2008). 이것은 강배전 커피에서 만들어지는 CGA락톤의 분해 산물인 페닐인데인이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