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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균 : 인체에서 발견된 뜻밖의 손님

고균, 고세균
- 고세균 분류
- 고세균의 세포막
- 우리 몸에 존재하는 고균들

[바이오 뉴스] 인체에서 발견된 뜻밖의 손님들: 고균(archaea), 마이크로바이옴 범위 넓혀야 하나?
생명과학  양병찬 (2017-11-27 09:23)

아마도 가장 오래된 생명형태인 것으로 보이는 고균(archaea)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극한지역을 연상하기 쉽다. 온천, 알칼리 호수, 폐수처리장과 같은 곳 말이다. 그러나 지난주 미생물학자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이런 미생물들은 인간의 코, 폐, 소화관, 피부에도 - 때로는 대량으로 - 존재한다고 한다.

【참고 1】 Archaea의 번역
Archaea는 세균(bacteria)이 아닌 다른 계(kingdom)에 속한다는 것이 학계의 공식 입장이므로 '고세균' 이라는 표현대신 '고균'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국내의 공식 표기인 듯하다(참고 1).

《mBio》에 실린 이번 보고서(참고 2)는 최근 점점 더 빈번히 제기되는 "자주 언급되는 세균 외에, 다른 미생물들도 마이크로바이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다른 미생물들도 체내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며,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인체 내에 그렇게 풍부한 고균 레퍼토리가 존재한다니, 매우 흥미롭다. 인간 미생물총은 세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 대학교의 장-프랑수아 브뤼제레 박사(분자생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지휘한 호주 그라즈 의대의 크리스틴 모이슬-아이힝어 박사(미생물학)는 - 병원에서부터 우주선 조립시설의 클린룸에 이르기까지 - ‘그럴 법하지 않은 장소’에서 고균을 추적해왔는데, 그녀가 들여다본 곳은 거의 어디에서다 놀랄 만큼 많은 고균이 발견되었다. 몇몇 고균들은 인체 내에서도 발견됐지만, 지금껏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사하는 데 사용된 기법들은 고생물을 탐지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들은 세균의 DNA 시퀀스만 포착하고 고균의 DNA는 건너뛰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그쯤 됐으면, 인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라고 모이슬-아이힝어 박사는 말했다. 그녀가 이끄는 연구진은 첫 번째 단계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polymerase chain reaction)과 그밖의 방법들을 각색하여 고균을 겨냥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인간의 피부, 폐, 코, 소화관의 생검체(biopsy) 수십 개에서 고균의 DNA를 분리하여 특징을 분석했다. 소화관 생검체 중에는 염증성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 환자에게서 채취한 장(腸)조직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인체 조직에서 발견된, 뜻밖의 새로운 고균 그룹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라고 모이슬-아이힝어 박사는 술회했다.

인체의 상이한 부위마다 - 간혹 겹치기도 하지만 - 각각 독특한 고균 세트가 발견되었다. 예컨대, 장(腸)을 지배하는 것은 '메탄을 생성하는 종(種)'이었는데, 그중에는 물론 유명한 메타노브레비박터 스미시(Methanobrevibacter smithii)도 있었지만, 종전에 장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신종 메탄생산자(methane producer)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부에서는 타움고균(Thaumarchaeota)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암모니아를 산화하는 편재적 그룹(ubiquitous group)으로, 지구 생태계의 어디서나 질소의 순환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코에서는 가장 다양한 고균들이 발견되었는데, 일부는 피부나 장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았다. 폐에서는 다량의 우즈고균(Woesearchaeota)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종전에는 고지대의 호수, 문고리, 공간의 먼지에서 발견되었던 것들이다. (참고로, 우즈고균은 '미생물학의 혁명가'로 알려진 '칼 우즈'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참고 2】 미생물학의 혁명가 - 칼 우즈 (1928. 7. 15 ~ 2012. 12. 30)

"《사이언스》는 2013년 1월의 기사에서 그를 '제3계(Third Kingdom)를 발견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모든 생물학자와 상당수의 의사들이 그에게 명예 노벨상(honorary Nobel Prize)을 수여했다고 말했다(참고 3)."

▶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과학자 칼 우즈는 엽기적인 틈새 프로젝트(niche project)를 시작했다. 내용인즉, 상이한 세균종들을 수집하여 16S rRNA라는 분자를 분석한 것이다(16S rRNA는 모든 세균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과학자들은 그 연구의 가치를 알지 못했으므로, 우즈에게는 경쟁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중에 “한마디로, 나의 완전한 독무대였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돈이 많이 들고 속도가 느렸으며, 제법 많은 방사성 액체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혁명적이기도 했다.

당시에 생물학자들은 오로지 물리적 특성에 의존하여 종간의 관계를 유추했다. 즉, 크기, 형태, 해부학적 구조 등을 비교하여 그들 간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그러나 우즈는 “생명분자(예: DNA, RNA, 단백질)를 이용하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생명분자의 축적량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하므로, 가까운 친척들은 먼 친척뻘들보다 더 유사한 버전을 갖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는 이렇게 믿었다. “충분이 넓은 범위의 종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분자를 비교한다면, 계통수(tree of life)의 가지와 줄기가 스스로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가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16S rRNA는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유전자(16S rRNA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분자다. 그것은 필수적인 단백질 생성기구의 일부를 형성하는데, 이 기구는 모든 생물에서 발견되므로, 우즈가 염원하는 보편적 비교의 단위를 제공할 수 있다. 1976년, 그는 약 30종의 상이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16S rRNA의 프로파일을 작성했다. 그리고 그해 6월에는 자신의 삶을(그리고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생물학 전체를) 바꾸게 될 종種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제의 종은 랄프 울프에게서 건네받은 것이었는데, 울프는 메탄생산균(metanogen)이라는 별볼 일 없는 미생물 그룹의 권위자였다. 메탄생산균은 이산화탄소와 수소만 먹고 살 수 있으며, 그 결과로 메탄을 생성한다. 그들은 습지, 바다, 인간의 위장관에서 사는데, 울프가 우즈에게 건네준 메타노박테리움 테르모아우토트로피쿰(Methanobacterium thermoautotrophicum)은 뜨거운 하수 슬러지에서 발견되었다. 누구나 그렇듯, 우즈는 그게 - 이상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 여러 세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6S rRNA를 분석해 보니, 그것은 세균이 아닌 게 분명해 보였다. 그가 ‘자신이 본 것을 얼마나 완전히 파악했는지’, ‘얼마나 덤벙대거나 신중했는지’, ‘팀원들에게 실험을 다시 해보라고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연구팀이 그해 12월까지 여러 마리의 메탄생산균을 분석하여, 모두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울프의 기억에 의하면, 우즈가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심지어 세균도 아니에요.”

우즈는 메탄생산균의 이름을 아르카이박테리아(archaebacterial)로 바꿔 1977년 출판된 논문에 실었으며, 나중에는 간단히 아르카이아(archaea)로 바꿨다. 우즈는 “그들은 이상한 세균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물이다”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별 볼일 없는 세균을 하수구에서 꺼내, ‘온 천하에 존재하는 세균’, ‘막강한 진핵생물’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했으니 말이다. 다를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우즈 한 사람만 땅 밑에 묻혀 있던 ‘제3의 아이템’을 조용히 꺼내 펼친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주장은 - 심지어 뜻을 같이하는 우상파괴자(iconoclast)들에게조차 -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나중에 《사이언스》는 그에게 ‘미생물학이 두려워하는 혁명가’라는 별명을 붙였고, 그는 201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견뎌야 했다. 오늘날 그의 전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고균은 세균과 다르다’는 그의 주장은 옳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옹호했던 접근방법(유전자 비교를 통해 종간의 상호관련성을 분석함)이 현대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방법은 다른 과학자들에게도 문을 열어줬다. 예컨대 그의 오랜 친구인 노먼 페이스는 그 방법을 이용하여 미생물계를 본격적으로 탐험하기 시작했다.

※ 출처: 에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pp. 67-70.

"이번에 수행된 고균검사가 포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기술된 프로토콜은 대규모 검사를 가능케 할 것이다"라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의 유리 고프나 박사(미생물 생태학)는 말했다. 고프나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고균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조직 특이성(tissue specificity)으로 미뤄볼 때, 고균은 숙주와 중요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다"는 게 고프나 박사의 생각이다.

LA 소재 시더-사이나이 메디컬센터의 마크 피멘텔 박사(위장병학)는 이미 '고균이 숙주와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그는 "M. smithii 등의 고균들이 만드는 메탄이 음식물의 장 통과를 늦춰 변비를 초래하며, 아마도 염증과 비만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균을 겨냥하는 약물'이 메탄 생성을 지연시키기를 바라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고균을 겨냥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인간 자체를 겨냥하는 약물보다 부작용이 덜할 것이다"라고 그는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고균의 다양성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릴을 느끼고 있다. "고균의 다양성은 인체의 안팎(피부와 체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라고 브뤼제레 박사는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