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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DNA : 물곰  

동물의 최장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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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생물 물곰
- 최강의 곤충 바퀴벌레
- 리프티아(Riftia) -입도 내장도 없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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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재생력 : 플라나라니아

물곰의 영생비결은 ‘가사상태’

악조건이 발생하면 모든 대사활동 중지
김형근 hgkim54@naver.com

2차 대전 후 시작된 우주경쟁은 냉전의 산물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러시아(당시 소련)를 정점으로 한 사회주의 진영 간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경쟁이었다. 상대 진영보다 우수한 기술력을 선보여 체제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그 가운데는 과학적인 순수한 차원도 있었다. 그러나 두 진영은 마치 합의라도 했듯이 비슷한 시기에 달에 대한 우주탐사를 슬그머니 접었다. 돌아올 대가가 별로 없는 기술개발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달에는 생물체가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소, 물, 태양 빛이 없다. 이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불모지의 행성이라면 더 이상 탐사하고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반전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달 탐사가 시작되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아니다.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산업국가들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그들의 달 탐사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탐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극한 생명체다. 물이 없는 곳에 생명체는 살 수 있을까? 공기도 없는 곳에서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펄펄 끓는 섭씨 100도를 넘어 300~400도의 상황에서 살 수 있을까? 기존의 통념으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 끄떡하지 않고 살아남는 생명체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달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이것이 바로 최근 달 탐사를 부채질 한 커다란 요인 가운데 하나다.

물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체”

- 생존가능 기온이 −272.222 °C부터 149 °C
-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보다 100배 더 강한 방사능에서 생존가능
- 음식과 물이 없이도 10년동안 생존가능
- 3% 이하로 탈수가 되도 살수있음
- 대기압의 1200배에서도 생존

보기에는 너무나 흉측하다. 그러나 특히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이 있다. 극한생명체로, 그래서 영생동물로 인기를 끄는 생명체다.  바로 극한 환경에서 모든 생물학적 활동을 중단한 채 생존할 수 있는 완보(緩步)동물 ‘곰벌레(tardigrade)’라는 동물이다. 물곰(water bear)이라고도 이 동물은 치명적인 우주광선으로 가득 찬 진공상태의 우주에서도 맨 몸으로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공기도 없고 물도 없고, 수 천 개의 핵폭탄이 내뿜는 위력과 맞먹을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는데도 끄떡하지 않았다.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생물”로 인정 받고 있는 이 물곰은 절대온도 0도에 가까운 섭씨 영하 272도에서도 견디며 150도로 끓여도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우주과학자들은 이 물곰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의 달이나 화성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우주공간에 노출돼도 살아 남아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은 이 완보동물들을 지난해 9월 포톤-M3 우주선에 실어 지구 궤도에 올려 보내 우주 환경에 노출시켰다가 지구에 돌아온 뒤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살아 남았다고 학술지 ‘Cell Press’에 발표했다. 스웨덴 크리스티안스타드 대학 연구진은 이 동물들이 진공상태와 우주선을 이기고 살아 남은 것은 물론 어떤 것들은 지구표면 수치의 1000 배나 되는 치명적인 태양 자외선에 노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살아 남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렇게 살아 남은 완보동물들이 우주여행 뒤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번식 활동을 했다면서 ‘이들의 생존 비결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라고 덧붙였다. 완보동물은 몸길이 0.05~1.5㎜ 사이의 작은 점만한 동물로 곤충이 나타나기 전인 약 5억3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며 완보동물문이라는 독자적인 그룹을 형성한다.

비슷한 다른 완보동물들보다 10배나 오래 살아  

이 물곰의 수명은 30년이다. 고작 30년을 사는데 웬 영생동물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영생은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웃 사촌인 다른 완보동물들의 수명이 3년에 불과한데, 이에 비해 물곰은 10배나 오래 산다. 그러니 당연히 영생동물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해양동물이 아니라 육지의 포유류인 물곰을 통해 영생과 장수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세포 생물을 제외하면 영생동물은 주로 해양 생물체들이다. 따지자면 인간도 영생동물 측에 속한다. 원숭이나 침팬지, 그리고 고릴라 등 다른 영장류에 비해 상당히 오래 산다고 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이 75~80세니 말이다. 그러나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간에게는 덧없이 짧고 무상한 시간일 뿐이다.

악조건에서는 호흡과 생명활동을 중지시켜

그러면 고온과 저온, 심지어 고도의 방사선에도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물곰의 영생과 극한능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우선 지구상에서 생존능력이 가장 강한 이 완보동물은 지의류(lichens, 地衣類)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산다. 이는 수분만 있으면 모든 기후대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곰은 주변환경이 건조해지면 수분이 돌아올 때까지 가사상태에 들어간다. 호흡을 비롯해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사실 죽은 상태나 다름 없다. 그러나 여건이 좋아지면 생명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신통한 능력을 소지한 동물이 바로 물곰이다. 그러면 다른 동물에 비해 물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비밀은 어떤 것이 있을까?

▲통증 무감각(Pain insensitivity): 외부에서 자극을 가해도 아픔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물곰의 피부는 통증유발물질로 소위 ‘Substance P’라고 부르며,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결여돼 있다.

그래서 더구나 피부와 접촉하면 통증을 일으키는 각종 산이나, 심지어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강한 캡사이신(capsaicin)에 노출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물곰에 통증유발물질을 주입하자 보통 포유류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또 물곰은 이러한 능력으로 인해 산소가 거의 없고 이산화탄소로만 가득 찬 공간에서도 잘 적응해 나간다. 물곰이 우주공간에 노출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바로 통증 무감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암에 대한 저항성: 물론 암세포는 치명적인 암을 일으킨다. 그러나 암세포의 출현은 인간 세포가 늙고 병들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암에 대해 저항성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고 정력적이라는 뜻이다.

연구에 따르면 이제까지 많은 물곰 실험이 이루어졌지만 암세포가 발견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생물학적으로 암을 막는 메커니즘은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인 p16에 있다. 이 유전자 단백질은 각 세포가 접촉저지(Contact inhibition: 세포가 서로 접촉하여 기능이 정지되는 현상) 상태에 이르면 (암)세포분열을 막는 일을 수행한다. 물곰을 포함해 포유류 세포의 대부분은 효소억제유전자(enzyme inhibitor)인 p27의 작용을 통해 접촉저지 상태로 가게 된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밀도로 비교했을 때 p16보다 훨씬 높게 세포의 재생산을 가로 막는다. 다시 말해서 접촉저지 상태에서는 종양세포의 증식을 막는 것보다 일반세포의 증식을 막는 유전자가 더 우세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물곰 세포의 경우 p16과 p26의 결합으로 암의 전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인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불어나는 (암)세포증식을 차단하는 2중 벽이 형성된다. 그래서 암세포가 발을 디딜 수 있는 틈을 원천봉쇄 할 수가 있다. 2013년 6월 이와 관련된 최신 논문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물곰이 암에 걸리지 않는 비결은 물곰이 분비하는 고분자물질인 히알루로난(hyaluronan), 즉 HMW-HA(자연의 설탕물질)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곰의 이 물질은 암에 걸리기 쉬운 인간이나 실험실의 동물들보다 무려 5배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악조건에서는 대사활동을 중지시켜: 물곰은 암에 대해 저항성이 아주 강하다. 그리고 비슷한 종(種) 인 쥐보다 혈관의 기능이 훨씬 오래 간다. 그래서 더 오래 산다. 그러나 물곰의 장수비결은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고 여전히 토론의 대상이다.

과학자들은 장수의 비결을 주변환경이 좋지 않을 때 대사활동을 중지하거나 대폭 감소시키는 것과 관련을 시킨다. 대사활동을 줄이면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로 인해 생기는 노화현상을 막을 수가 있다. 섭취한 음식물은 산소와 반응하는 산화 과정을 거치는데, 산화 스트레스는 이러한 인체의 에너지 생성과정에서 유해산소(활성산소)가 급격히 증가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일으키거나, 또는 그러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장수 DNA : 물곰  

우주에서 생명력이 가장 질긴 생물로 알려진 ‘물곰(Tardigrade)’의 비밀이 밝혀졌다.  밥 골드스테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팀은 물곰의 생명력이 질긴 이유가 유전체 속에 외부 유전체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2015.11.23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6000개에 달하는 물곰 DNA를 시퀀싱(염기서열 분석)한 결과, 유전체의 6분의 1 정도(17.5%)가 외부에서 유입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생식을 통해 부모에게서 DNA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박테리아, 식물, 균류로부터 유전자를 전달 받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 자주 일어났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동물이 외부 유전체를 1% 정도 지니는 것에 비해 막대한 양이다.
또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이 물곰 세포의 특이한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매우 건조한 환경에서 물곰의 DNA는 작은 조각으로 깨진다. 세포에 다시 수분이 공급되기 시작할 때 세포막과 핵에 일시적인 구멍이 생겨서 DNA가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외부의 DNA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밥 교수는 "외부 유전체의 비율이 높은 것이 생명력에 직결되는 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지구에서 수백만 년 이상 살아온 박테리아의 DNA를 많이 지닌 점이 물곰이 극한 환경을 이겨내고 생존하는 데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