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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세포의 비밀- 동물은 생식세포를 미리 만드는데, 식물은 그러지 않는 이유
생명과학  양병찬 (2016-12-21 09:14)

동물과 식물은 매우 다른 방법으로 생식세포를 만들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지금껏 아무도 없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이제야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들은 짝짓기를 하기 훨씬 전부터 짝짓기 준비를 한다. 삶의 초기단계인 배아에서 생식세포(germ cell)가 발달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생식세포란 정자와 난자를 생성하는 세포를 말하는데, 염색체 수가 체세포(2n)의 절반(n)이다. 암컷의 경우 생식세포에서 난자가 생성되는 것을 보류하고, 필요한 시기가 올 때까지 발달을 억제한다. 이에 반해 수컷은 사춘기가 지난 후 평생 동안 정자를 끊임없이 생성하지만, 전문화된 생식세포는 일찌감치 만들어지며 그로부터 정자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동물들과 달리, 산호, 해면, 그리고 식물은 짝짓기를 대비한 사전계획이 없다. 그들은 발생 초기에 2n개의 염색체를 갖춘 체세포만을 생성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할 시간이 다가오면, 그때 가서 성체조직의 줄기세포에서 필요한 만큼 생식세포를 만들어낸다.
동물과 식물이 각각 다른 시기(발생단계)에 생식세포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닉 레인 박사(생화학)에 의하면, 좀 더 복잡한 동물들은 미토콘드리아의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헌신적인 생식세포를 만든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전문적으로 생성하는 구조체로서, 핵 바깥에 존재하며 자신만의 유전자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변이(mutation)의 진퇴양난

레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2월 20일 PLoS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참고 1),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인간과 다른 고등동물의 문제점은 '다 자란 동물에서 성체세포가 반복적으로 분열하여 그중 일부가 생식세포로 전환될 경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변이와 오류가 신속히 축적된다'는 것이다. 생식세포 중 일부가 변형된 미토콘드리아를 다량으로 보유할 경우, 자손의 조직은 품질이 불량하게 된다. 그러나 평생 동안 필요한 생식세포들을 생애 초기에 만들어 놓으면 이런 문제점을 회피할 수 있다.
'발달이 중단된 난자(생식세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보호한다'는 아이디어는 종전에도 제시되었다(참고 2).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니, 변이들 중에는 미토콘드리아에 되레 도움이 되는 게 있다는 것이었다. 변이란 진화의 엔진으로서, 유리한 미토콘드리아 유전형(genotype)이 생겨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복제된 성체세포에서 생식세포가 탄생할 경우, 유용한 변이를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진화는 '좋은 변이'를 보존하고 '나쁜 변이'를 제거하므로, 궁극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생식세포를 보유함으로서 나타나는 장점과 단점 사이에는 미묘한 균형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생식세포에서 생성되는) 생명체를 손상시키는 변이를 축적시키지 않으면서, 진화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생식세포들 간의 변이를 적절히 보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진화를 위한 도박

레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수학적 모델을 이용하여, '다양한 생명체들이 상이한 타협점을 찾아내는 이유'를 적절히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복잡한 동물일수록,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율은 비교적 높다. 그럴 경우, 최선의 해결책은 '암컷의 생식세포 전구체가 생성되는 데 필요한 세포분열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식세포를 필요 이상으로 만든 다음, 그중 대부분을 도태시킴으로써 변이체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아트레지아(atresia)라고 하는데, 인간을 포함한 많은 생명체에서 발견되지만, 과학자들은 그 기능이 뭔지 의아하게 생각해 왔다.
연구진의 설명을 들어보자. "일단 유용한 변이를 가진 암컷의 생식세포가 확보되면, (발생 후기에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변이가 너무 많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더 이상의 세포분열이 중단된다. 정자의 경우에는 그런 변이가 축적되는데, 그 이유는 난자보다 세포분열 횟수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자가 수정된 이후, 수컷의 정자는 제거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식물과 기초적인 동물(예: 산호, 해면)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복제의 오류율은 매우 낮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복제를 회피할 필요성이 적으며, 생식세포를 발생 후기에 만들더라도 저품질 미토콘드리아의 위험부담 없이 유전적 변이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복제오류율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것은 초기 동물들이 다양화될 때 - 여과섭식(filter feeding)에서부터 이동성 포식(mobile predation)에 이르기까지 - 섭식전략(feeding strategy)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 있다. 이동성 포식의 경우에는 유산소활동이 증가하므로 좀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좀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세포 안에 채워 넣었을 것이다. 그러니 복제의 오류율이 증가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