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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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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다고 시원한 음식이 똑같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품마다 수요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온도를 뜻하는 ‘임계온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최고기온에 따라 편의점의 상품별 매출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맥주 26도, 생수 29도 넘으면 잘 팔려

세븐일레븐에서 올해 들어 8월 5일까지 제품별 매출지수를 분석한 결과 탄산음료는 낮 최고기온이 24도, 맥주는 26도, 생수와 스포츠음료는 29도, 얼음컵에 즉석음료를 담아주는 얼음컵 음료는 30도를 넘으면 더 많이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지수는 1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일일 평균매출을 ‘100’이라고 할 때 특정 시점의 상대적 매출을 표시하는 지수다. ‘100’이 넘으면 더 많이 팔렸다는 의미다. 맥주는 서울 최고기온이 25.8도이던 5월 19일 매출지수가 100을 넘어섰고 이달 들어선 161까지 올라갔다. 스포츠음료는 1월엔 매출지수가 44에 그쳤지만 낮 최고기온이 29.4도이던 4월 30일부터 매출이 올라 이달 들어 213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껌과 인스턴트커피는 최고기온이 26도, 초콜릿은 7도를 넘어서면 매출이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껌은 5월 28일 매출이 꺾이기 시작해 이달 들어 매출지수가 84를 기록했다. 초콜릿의 매출지수도 이달 들어 63까지 떨어졌다.

○ 25도 미만 식품, 30도 이상 음료 ↑


CU(씨유·옛 훼미리마트)에서 6월 1일부터 8월 5일까지 하루 최고기온을 △25도 미만 △25도 이상 30도 미만 △30도 이상 35도 미만 △35도 이상 등 4개 구간으로 나눠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낮 최고기온에 따라 잘 팔리는 품목도 달랐다.

낮 최고기온이 25도 미만인 날에는 신선식품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장 많이 늘었다. CU 측은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식당 대신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나 김밥, 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사무실이나 오피스텔, 원룸 밀집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25∼30도의 날씨엔 아이스크림의 매출 증가율이 33%로 가장 높았다. 특히 ‘탱크보이’ ‘설레임’ ‘폴라포’ 등 튜브형 아이스크림 매출이 절반을 차지했다. 30도를 넘어서면 음료가 월등히 잘 팔렸다. 30∼35도 날씨엔 음료 매출이 48% 증가했다. 35도를 넘어서자 음료(56%) 외에 얼음(51%)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를 웃고 울리는 매출변수'날씨'




-비오는 날 전과 막걸리가 떠오르는 진짜 이유는?
출전 : 월향 페이스북

막걸리집과 와인바 매출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를 하나만 꼽으라면 날씨입니다. 날씨가 흐릿하거나 비가 오는 날 막걸리 전문점 월향의 매출은 대부분 올라갑니다. 반면 문샤인은 떨어지는 편이죠. 반대로 날씨가 쨍쨍하거나 더우면 정반대가 됩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 막걸리와 전이 떠오른다는 속설을 입증해주는 대목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속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몇 가지가 꼽힙니다. 첫째는 ‘기분학’입니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 사람들은 대부분 감성적(sentimental)이 됩니다. 이 때문에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막걸리와 전이 떠오른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엄밀한 근거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둘째는 ‘과학’입니다. 우선 흐리거나 비오는 날 사람들 몸이 처지고 우울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된 이론입니다. 높은 습도와 음이온, 햇빛 부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요.이럴 때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줄 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인데요. 왜 하필 막걸리인가에 대해서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가설입니다. 습도가 높을 때는 인체가 유독 기름진 것을 원한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는데요. 기름진 음식 가운데서도 왜 전을 더 강렬하게 원할까를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흐리거나 비오는 날 전을 더 원하게 되는 이유를 소리와 냄새 측면에서 설명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일단 비오는 날 낙수 소리가 전 부칠 때 소리와 진폭과 주파수가 일치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고요. 비오는 날은 저기압 때문에 전 부치는 냄새가 더 밑으로 깔려 널리 퍼져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셋째 ‘농경 DNA설’도 있습니다. 농경 시대 비오는 날은 농한기여서, 일손을 놔야 했습니다. 이 때 막걸리에 전을 부쳐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경험과 기억이 전해져서, 농경 시대가 막을 내린 지금도 비오는 날에는 막걸리와 전을 그리워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 막걸리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던 제게는, 이 모든 가설이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어떤 것이든 인류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만한 가설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막걸리나 전을 잘 아는 일본인들조차 비오는 날 막걸리나 전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심지어는 일본의 전통주나 음식을 그리워 한다는 속설도 없습니다. 일본인들은 비오는 날 술집을 찾기보다는 일찌감치 집으로 향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태풍이라도 덮친 날이면 음주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꿉니다. 그러니 일본 월향에서도 날씨가 매출에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비오는 날 음주 행태는 결국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관계주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한기에,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과 함께 쉬면서 한 잔 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습니다. 막걸리와 전은 농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술과 음식이고요.

반면 집단주의적인 일본인들은 비가 와서 일손을 놓을 때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오히려 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근신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비오는 날 술 마시는 풍경을 일본에서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흐리고 비 오는 날 일본인들이 더 막걸리와 전을 찾아주길 바라는 것은 제 사업상의 이해 때문만은 아닙니다. 날씨가 화창한 날 뼈가 빠지도록 일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만큼은 마음까지 풀어놓고 한 잔 하는 우리의 좋은 풍습을 세계인들이 받아들여줬으면 해서입니다.

김희주님
'남들이 먹고싶다고 하니까 나도 먹고싶다' 이상의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저는 비오는 날에 파전이 땡긴다는 얘기를 20대 중반에서야 처음 들어 보았고 그 이전으로도 이후로도 비올 때 부침개가 먹고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 되는 이유든 안 되는 이유든 맛있는 것을 먹는 구실을 만들어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