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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와 맛  : 맛있는 프렌치프라이를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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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튀기는 것이 비법
2011년 06월 20일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기자는 얼마 전에 프랑스 출장을 다녀왔는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식당에서 웬만한 요리를 시키면 프렌치프라이(길쭉하게 썬 감자를 튀긴 음식)가 딸려 나오는 것이다. 소고기, 닭고기, 물고기, 심지어 소시지 요리까지. 유일한 예외가 밥 생각이 나서 먹었던 리조또(쌀로 만든 이탈리아 요리)가 나올 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의 세트메뉴에서나 나오는 프렌치프라이가 이렇게 흔하다니 ‘프랑스식 감자튀김(French fries)’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겠다. 그런데 본토의 프렌치프라이는 햄버거에 나오는 프렌치프라이와 꽤 달랐다. 길이는 짧고 두께가 통통한데 바삭바삭하면서도 씹다보면 감자 전분 특유의 파삭파삭한 느낌도 잘 살아있다. 부피 대비 표면적의 비율이 절반 정도라서 그런지 묻어 있는 튀김 기름도 적어 느끼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훨씬 더 맛있었다.

● 두 번 튀기는 게 비결

‘감자를 썰어서 기름에 튀기면 되는데 뭐 특별한 게 있을라고.’ 기자도 이런 생각을 하며 ‘On Food and Cooking(식품과 요리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프렌치프라이 항목을 찾아봤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프렌치프라이를 그냥 ‘튀긴 감자(pommes frites)’라고 부른단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프렌치프라이는 19세기 초 파리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썬 감자를 단순히 뜨거운 기름에 넣어 튀겨내면 제대로 맛이 안 난다고 한다. 감자 표면의 튀겨진 층이 너무 얇아 내부의 물기가 스며들어 곧 흐물흐물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낮은 온도에서 튀겨 표면 세포의 전분이 과립에서 빠져나와 서로 엉겨 붙어 충분히 두꺼운 층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맛있는 프렌치프라이를 만들려면 먼저 120~163℃에서 8~10분간 튀겨내고 그 다음에 기름 온도를 175~190℃로 올려 3~4분 정도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튀겨야 한다. 매번 이렇게 하기 번거로우면 한꺼번에 저온에서 튀겨 뒀다가 그때그때 조금씩 고온에서 튀기면 된다고. 사실 튀김은 음식 본래의 맛을 잘 살리는 요리법이다. 튀김은 기름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데 펄펄 끓는 물에 식재료를 넣어봤자 푹 퍼지기나 하기 때문이다. 물은 끓어봤자 100℃가 한계인데다 뜨거운 물이 식재료에 맹렬하게 침투하기 때문에 오히려 식재료가 물에 불게 된다. 반면 식물기름은 끓는점이 300℃가 넘기 때문에 튀김을 할 때 불을 잘 조절하면 다양한 온도의 기름을 준비할 수 있다. 여기에 식재료를 넣으면 뜨거운 기름이 직접 닿는 표면에서 화학반응이 급격히 일어나 탄수화물이 서로 엉겨 붙여 단단한 층이 형성되면서 벽이 돼 내부가 외부와 차단된다. 따라서 내부는 재료의 맛과 향이 온전히 보전된 채 적당히 익게 된다.

● 초음파까지 동원

미국의 월간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7월호에는 프렌치프라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분자요리사인 와이트 깁스와 네이선 미어볼드(5월 16일자 과학카페에서 소개한 인물)가 기고한, 초음파를 이용한 새로운 프렌치프라이 제조법에 관한 글이다. 먼저 썬 감자를 2% 소금물이 담긴 백에 넣고 진공포장한다. 그리고 여기에 치과에서 쓰는 기기로 40킬로헤르츠의 강력한 초음파를 때려준다. 그러면 감자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그 사이사이로 작은 물방울이 무수히 맺힌다고. 처리가 끝난 뒤 진공에서 수분 함량이 적당해질 때까지 건조시킨다. 그 뒤 170℃에서 잠깐 튀겨낸 뒤 식힌 다음 최종적으로 190℃에서 튀겨낸다고. 이때 미세한 물방울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표면의 균열이 마치 뻥튀기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결과 기존 프렌치프라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삭바삭하면서도 씹을 때는 내부의 부드러운 감자 전분이 느껴진다고. 이들은 이 과정이 복잡한 것 같지만 식품업체에서 자동화가 가능할 거라고 전망했다. 정말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기자는 미식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프랑스에서 먹은 메인요리의 맛은 거의 기억에 없지만 프렌치프라이를 생각하면 입맛이 다셔진다. 초음파 프렌치프라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프렌치프라이를 내놓는 곳이 있다면 한번 찾아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