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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축산이 당장 가능할까

- 환경 변화

이도헌 님 페이스북 글 갈무리 (개인 학습용, 인용하지 말아주세요)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1

계란 파동을 계기로 축산물의 위해성, 동물복지 등 친환경 축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듯 합니다.
1.계란 등 축산물이 가격-가성비로만 경쟁하는 일상재로 자리메김 하면서, 축산농가가 원가 경쟁만 해야하는 상황에 몰린 시장 구조에 대한 경영학적 지적,.
2.기존의 축산산업이 독과점적 유통 체계에서 생산자의 차별화 노력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
3.친환경 축산물이라고 믿고 비싼 값에 구입했지만 더 이상 생산자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생산자의 도덕성에 대한 소비자 관점에서의 지적..
4.생산자가 열심히 친환경 축산물을 생산해도 소비자가 생산자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
등이 있는 듯 합니다.
모두 축산업에 대한 애정과 전문적 식견을 가지신 분들의 타당성 있는 의견입니다.
소비자들의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매년 친환경 농축산물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 2003년 대비 절반 수준-
생산자는 인증을 받더라도 아무런 성과가 없고, 반면 소비자들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는 바닥 상태입니다.
친환경 농축산업에 관심이 있는 축산경영체로서 저는 우리나라 "인증 시스템"에 대해서 많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2, 들어가는 글..

나는 먹거리가 일상의 다양한 인간-사회적 요소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소비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먹는 것은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 생존-건강-종족 보존의 본능과 직결된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우리의 원초적 욕구와 직결 되지만 우리가 마시는 공기를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다.
반면 소비자는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다.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으니, 그 선택에 소비자는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도 있고, 맛있는 것을 골라먹을 수도 있고, 무엇을 먹고 마시는가로 정체성을 표현할 수도 있으며 먹거리에 대해 같은 선호를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맥O 기자님은 크래프트 맥주를 좋아하고, 나는 구대륙 와인을 좋아한다.
독서, 영화, 자동차, 옷 등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으니 먹거리와 동일하지만, 이들은 우리의 원초적 욕구, 생존-건강- 종족 보존의 욕구를 자극하지는 않는다.
옛날 우리가 먹는 것을 우리가 직접 키우고 만들어 먹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지금과 같이 고도의 분업화 된 시장 경제에서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은 분리되어 있다.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보다 생계를 이어가야 하고, 이를 전제로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을 먹거리 만들기에 반영할 것이고,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은 기본적 욕구의 충족을 전제로 다른 차원의 욕구를 먹거리를 통하여 실현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먹거리 생산에 관여하지 않는 소비자는 자기가 선택한 먹거리를 잘 알지 못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먹거리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다양한 인증제도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먹거리 시장이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원초적 욕구, 1)소비자 입장에서는 먹거리의 안전성 보장 2) 생산자 입장에서는 생계 보장이 될 것이다. 정부는 적정 수준의 안전성-먹거리에 완벽한 안전성은 없을 것이다.-과 생산을 지속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과 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적정 수준을 상회하는 안정성에 대한 욕구 충족, 좋아하는 맛, 가치관 등은 소비자나 생산자가 “알아서” 결정하는 “선택”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적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진화한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환경보호, 지속가능성, 동물에 대한 배려 등과 같은 보다 높은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적정 수준”은 새로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게 된다. 2천년대 들어 유럽이 범정부 차원에서 의무화 한 “동물복지 축산”이 그 좋은 사례이다.
소비자나 생산자의 “선택”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취할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축산물에 대한 정부의 각종 인증이나 규제는 이러한 원칙을 따르는 듯 하다.
축산 농가가 접하는 정부의 인증-규제는 축산 농가가 무조건 준수해야 하는 1)최소 요건과 축산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2) 선택 요건 그리고 선택 요건을 준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인증제도”가 있다.
1)축산업에 있어 최소요건은 동물에 적용할 수 있는 항생제나 약품 규제와 휴약 기간 준수,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전염병 보균 여부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아픈 돼지에게 항생제를 접종하면 통상적으로 2개월 동안은 돼지를 출하 할 수 없고, 사람에게 교차 감염의 위험이 있는 AI에 감염된 닭은 출하 금지되며 살처분 된다. 소나 돼지, 닭은 도축장에서만 도축되고, 도축장에 나와 있는 정부 감독원들은 쉴새 없이 항생제 및 약품 잔류 검사를 하고, 혹시 위험한 질병에 감염된 동물이 없는지 조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농장은 엄격한 법적 응징을 받는다. 인체에 해로운 소-돼재-닭고기 뉴스가 드문 반면 AI 뉴스가 끊임 없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번 계란 파동의 경우는 도축장과 달리 출하되는 계란이 100% 유통 거점에 집결되지 않고, 위해성 검사도 부족해서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있다.
2) 축산업에 있어서 선택 요건과 선택 요건 충족을 보증하는 “인증제도”에는 HACCP인증 (축산물 안전관리 인증),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유기축산 인증 등이 있다.
HACCP인증은 문자 그대로 축산 농장이 축산물 안전 관리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제도이고,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를 안쓴다는 인증, 동물복지 인증은 농장이 동물복지 농장임을 보증하는 인증이며, 유기축산 인증은 농장이 Non-GMO, 무농약, 유기농 재배한 작물을 사료로 사용함을 보증하는 인증이다. 참고로 우리 농장은 HACCP 인증까지 받았고,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유기축산 인증 취득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인증제도”에 대하여 크게 세가지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
첫째는 인증의 주체, 구체적으로 인증을 정부가 할 것인지 아니면 민간단체가 할 것인지의 문제이고,
두번째는 특히 정부 인증의 경우 중복이 없는지 여부 – 정부 인증이 중복이 되면 이중 규제가 되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정부는 재정과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
.
세번째는 인증의 유효성, 신뢰에 관한 문제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인증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다. 그런데 인증 자체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인증은 그 기능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가 무시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친환경 계란이 그 좋은 예이다.-.
인증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1) 인증을 취득한 생산자가 인증 기준을 준수할 가능성이 높아야 할 것이고 2) 인증 기준을 위반한 비양심적 생산자를 적발할 가능성이 높아야 할 것이다. 생산자가 인증 기준을 준수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증 준수에 대한 자발성과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고, 비양심적 생산자를 잘 적발하기 위해서 인증 제도 관리자는 효율적인 감시-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3, 불필요한 정부 인증제도와 중복 규제
나는 친환경 축산에 관심이 많다. 2013년 귀농하여 제일 먼저 검토한 농장 경영 방침이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 축산이었다.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의 단계는 HACCP 인증 -> 무항생제 인증 -> 동물복지 인증 -> 유기축산 인증의 순서이다. 이를테면 HACCP 인증을 받아야 무항생제 인증을 받는 방식이다.
1.돼지농장 HACCP 이야기
우리 농장은 이듬해인 2014년 절차를 거쳐서 HACCP 인증을 받았다.
HACCP은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의 약자로서, 쉽게 말하자면 식품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해 요소를 분석하여 중점 관리하는 관리 기법으로서 식품에서는 널리 활용되는 식품 안전 관리 기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위해요소” 중점 관리이다. 돼지농장의 관리는 1) 재고 관리 2)출하, 돼지 재고 관리 3)질병 관리 4) 전염병에 대비한 차단 방역 관리 5) 인사 관리 등 여러 관리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HACCP은 이러한 회사의 다양한 관리 프로세스를 “식품 안전”의 관점에 한정 지어 제대로 관리하자는 안전 관리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농장은 우수한 점수로 HACCP 인증을 받았고 지금도 HACCP 운영 우수 농장이지만 나는 왜 돼지 농장에 지금과 같은 HACCP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래는 HACCP 인증을 위한 평가표를 발췌한 것이다.
1)농장 출입자 및 농장 물품 등에 대한 자체 차단 방역 관리 기준과 절차를 작성 운영하고 있는가?
2)농장 방문자를 위한 방역복, 장화 등이 준비되어 있는가?..
3)농장 외곽은 울타리 등으로 구분(경계가) 되어 있는가?
이런 기준은 차단 방역과 관련된 것이다.
1)돈사 천정은 빗물이 새지 않는 구조로
2)농장은 배수가 잘 되고 있는가?
3)액비탱크가 있는 경우 위험경고 등 안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가…
이런 기준은 일반적인 농장 시설 관리와 관련된 것이다..
사실 “식품 안전”의 기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1)출하하는 돼지에 항생제나 유해 약품이 인체에 해로운 수준 이상으로 잔류하고 있는지 2) 혹시 돼지의 몸에 예방주사 바늘 같은 이물질이 있는지 정도이다.
교과서적인 HACCP을 적용한다면 약품/항생제 구매 및 사용 관리, 돼지 출하 시점에서 휴약기간 준수, 주사바늘 관리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농장에서 HACCP 인증을 위해 준수해야 하는 평가 기준의 90%는 농장의 일반 경영과 관련된 것으로 식품 안전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HACCP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십 가지의 문서를 관리해야 하는데 아마도 작은 규모의 농장은 이런 문서를 관리하느라 돼지를 키울 틈도 없을 것이다.
돼지 출하에 관한 사항은 정부가 시행 중인 “돼지 이력제”로 관리-보고되고 있고, 분뇨처리는 환경부가, 질병-방역 관리는 가축방역본부에 정기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니 HACCP이 요구하는 관리는 대부분 정부 기타 부처에 보고-관리 되고 있는 이중-삼중 작업이다.
가축에 사용하는 약품 관리, 주사 바늘 검사만 하면 될 일…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 그렇다고 HACCP 인증을 받는다고 식품 안전 관리가 더 나아질 것도 없다.
우리나라 도축장에 파견된 정부 담당자들은 열심히 도축되는 돼지의 항생제 및 약품 잔류 검사를 하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모니터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장은 알아서 항생제-약품 관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아무런 실익도 없고 인증 받으랴 컨설팅 받으랴 비용만 들어가는 HACCP 인증을 왜 농장은 유지할까? HACCP 인증을 받지 않으면 저리 시설자금 대출 등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나라면 축산물 안전을 위해서 도축장에서 고생하는 검사요원 숫자를 늘리고 시설을 보완하지, HACCP 인증 관련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국가 예산과 농장의 부담만 늘리는 HACCP인증제도를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2. 무항생제 인증
어쨌든 우수한 점수로 HACCP 인증을 받은 우리농장은 “무항생제 인증”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의 무항생제 인증 지침을 읽어본 후 고심 끝에 “무항생제 인증”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첫번째 이유는 “무항생제”가 주는 의미의 혼선이었다. 소비자가 볼 때 “무항생제”는 무, Zero항생제였다. 하지만 당시 “무항생제 인증” 축산물은 기존의 축산물보다 항생제 투약에 따른 휴약기간이 두배 긴, 항생제 사용이 가능한 축산물이었다. –올해 개정된 “무항생제 인증”은 전기간 항생제 투약을 금지하고 있어, 내가 검토할 당시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
두번째 이유는 관리 비용이었다. 무항생제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투여한 돼지와 투여하지 않은 돼지를 세세히 분류, 분리 사육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농장 직원의 업무 부담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커 보였다.
세번째는 상식으로서의 동물복지의 문제이다. 나는 아픈 돼지가 있으면 소비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생제 투여를 포함 성심껏 치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끝으로 정부가 “무항생제 인증”을 위해 보조금을 지불하는 등 인증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수긍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스스로 정한 기존의 항생제 휴약 기간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자기 모순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정부차원”에서 돼지 농장에 HACCP인증을 실시하거나, 무항생제 인증을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 두 가지 인증이 공히 식품 안전에 관한 일인데,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두 인증을 정부가 유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도축 단계에서 항생제, 위해 약품 잔여량 검사에 더 많은 예산과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항생제 돼지고기 인증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소비자 중 Zero 항생제 돼지고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단체가 있을 것이다. –이는 전술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소비자 단체가 무항생제인증 제도를 운영하면 될 일이다. 이 소비자 단체는 본인들이 만든 무항생제 인증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설명하여 지지를 받아서, 생산자에게 이 인증에 부합하도록 설득하면 될 것이다.
농축산물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농산물품질관리원-가 아주 바쁘고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한다. 나는 이분들이 좀더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축산 농가도 식품 안전에 직결되지 않는 인증 제도로 인력과 비용을 소모하지 않았으면 한다.
원래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HACCP인증에 예산을 쓰기보다.. Back to Basic, 도축 단계에서의 모니터링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부 정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항생제 인증은 Private Sector Initiative, 정부가 지원도 간섭도 하지 말고 Zero항생제 축산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간 단체에서 주도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4, 기원을 알 수 없는 동물복지 인증제도
고심 끝에 무항생제 축산 인증을 포기한 다음 내가 검토한 친환경 축산 인증이 "동물 복지 축산" 이었다.
동물 복지 축산의 목적은 동물이 인간의 학대를 당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잘 먹고, 아프면 잘 치료받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가축을 밀사 하지 말고 청결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 키워야 한다.
정부의 동물복지 축산 인증 기준을 보며 수긍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것이 있어 몇가지 적어본다.
1."축사 바닥에 깔짚을 깔고, 돼지에게 자연 채광과 자연환기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깔짚을 구하기 쉽지 않다. 농촌에서 생산 되는 깔짚은 볏짚 일텐데 대부분 소의 조사료로 활용된다. 또한 볏짚은 깔짚으로서 좋은 재료가 아니다. -밀깔짚은 괜찮지만 구하기 힘들다- 그리고 깔짚에는 해충이 생기기 쉽다.
요즘 사람들도 시멘트로 마감된 바닥에서 생활을 하는데, 왜 굳이 돼지만 반드시 깔짚에 살아야 행복할까 ?
자연채광과 자연환기? 뜨거운 여름, 돼지가 자연 채광을 받으면 일사병에 걸릴 터이고, 겨울에는 찬바람과 추위의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2."엄마 돼지가 새끼 돼지를 낳고 젖을 먹이는 공간, 분만 스톨의 경우 엄마돼지가 그 안에서 옆으로 회전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새끼를 한마리 낳는 소-말 등과 달리 10 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 돼지는 자기 새끼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두면 새끼 돼지가 엄마 돼지에 깔려 죽기도 한다. 우리 농장에서는 정부 연구기관에서 제시한 규격으로 동물 복지 스톨을 설치해 보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엄마 돼지의 활동성을 높여주자, 엄마 돼지 눈치를 보느라 새끼돼지는 제대로 젖을 빨지도 쉬지도 못했다. 새끼 돼지가 불쌍해서 우리는 실험을 중단했다.
3. 돼지에게 풀을 먹여야 한다.
- 돼지에게 섬유질을 포함한 균형잡힌 사료를 먹여야 한다면 동의한다. 그런데 왜 꼭 풀을 먹여야 할까? 사람에 비유한다면 왜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쌀만 먹어야 할까?
이외에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아, 호주, 덴마크 등 이른바 축산 선진국 정부의 돼지 관련 동물복지 Guide line을 뒤져보았다. 어디에도 전술한 이해 안가는 기준을 찾지 못했다.
나는 상상해 본다. 우리나라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할 만한 나라, 농장은 어디 일까?
사시사철 덥지도 춥지도 않아, 자연 채광과 환기에 돼지가 행복을 느끼고..돼지 깔짚으로 쓸 밀짚과 돼지 먹일 풀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
내 머리 속에는 대서양 연안, 대양성 기후인 서유럽의 목가적 초지와 목가적 농장이 떠올랐다.
서유럽 등 축산 선진국 동물복지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없는 인증 기준을 제시한 우리나라 정부 동물복지 인증 기준은 서유럽의 목가적 농장을 전제로 한 듯하다.
하지만 서유럽은 공장형 축산의 원조이고 목가적 돼지 농장은 이베리코 베요타 등급 농장 등 특화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또한 축산 선진국의 동물복지 관련 기준은 사람 복지, 농장 현장 직원의 근무 환경을 강조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현장 직원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동물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농장은 매년 꾸준한 시설 투자로, 하반기 비육돈사 신축이 완료되면 호주 등 축산 선진국 정부의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은 충족할 듯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물복지 인증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인증을 받으려 돼지에게 고통을 줄 생각도 없고, 인증을 받으려 우리 농장의 기후-지리 환경을 서유럽으로 바꿀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질문 하나.. 지금 우리 농장이 진행 중인 돼지 방목은 동물 복지일까요? 아닐까요?
정답 : 우리나라 기준에 따르면 아니다. 유럽 등의 기준에 따르면 동물 복지가 맞다.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5, 철학의 부재, 비과학의 과학화

"친환경"이라는 우리 말에 비추어 보건데, 친환경 농축산물은 그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환경 친화적" 이어야 할 것이다.
사례 1.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약 살포나 화학 비료 살포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살포 규제 가이드라인을 따름을 전제로 할 때, 농약이나 화학 비료 살포를 더 줄이자는 이유는 사람의 건강에 위해해서라기 보다는..
농촌의 생물학적 다양성 보장, 장기적인 토양 보호, 화학비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소, 농약을 뿌리는 농부의 건강 보호 등 타인과 타자를 배려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친환경 농축산물의 가격이 비쌀테니, 친환경 농업은 "친개구리/두꺼비", "친농부"적이지 "친소비자" 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은 화학비료나 농약 사용을 엄격히 제한 한다. 하지만 경작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인근 경작지에서 뿌린 농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 수도 있는 법..결국 무농약 재배 인증을 위해서는 친환경 경작지를 비닐하우스로 덮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다.
당초 토양-개구리 보호, 대기 오염 방지, 농부의 건강을 위한 착한 농법, 친환경 농업이 반개구리, 플라스틱 사용 등 반환경적으로 탈바꿈 하는 순간이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길까? 우리나라 친환경 농축산물 시장은 친"환경"이 아니라 친"소비자", 몸에 좋다는 신화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사례 2.
항생제를 써서는 안된다는 동물복지.작년까지만 해도 동물복지 축산 인증을 위해서는 무항생제 축산을 해야한다. 돼지가 아파도 치료하지 말라는 얘기인데, 아픈 돼지 치료 안하는 축산이 "동물 복지"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사례 3.
축산업이 "친환경"이 되려면 무엇보다 가축분뇨에 따른 토양-수질오염, 냄새 저감, 온실 가스 저감이 우선이다. 그리고 친환경의 정신에 따르자면 농장의 생산자 작업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 인증 기준에는 "환경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 역시 "친소비자"이다. 그중 최악은 친환경 축산물이 더 맛있다, 몸에 좋다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사례 4
가축 분뇨를 잘 부숙하여 비료로 사용하는 순환 농법이야 말로 토양 보호, 온실 가스 절감 등 친환경적이다.
우리나라 정부의 친환경 인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GMO사료를 먹은 가축의 액비를 비료로 사용하면 유기농업이 아니다.
필요하면 외국에서 유기비료를 수입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가뜩이나 좁은 나라...친환경 농업으로 유기물질이 더 늘어난다..
과학적 근거는 취약하지만, GMO에 대해 비판적인 분들의 의견을 나는 존중한다. 하지만 이를 정부의 공적인 정책에까지 끌어들이는 부분을 나로서는 수긍하기 힘들다.
내가 수긍하기 힘든 사례를 얘기하자면 밤을 샐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향이든 계란 유해성 파동을 계기로 "친환경", "동물복지" 등에 대한 정부의 논의가 본격화 될 듯하다.
나는 비정상의 정상화, "반환경"이 "친환경"으로 인정받는 모순된 상황, 친환경에 대한 철학이 실종된 친환경, 과학이 아닌 비과학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변했으면 좋겠다.


나의 동물복지 그리고 당신의 동물복지 – 6, Back to Basic

현재 진행형인 계란 파동의 본질은 먹거리 안전성에 관한 것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의 축산물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요즘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AI가 창궐했을 때에도 같은 주장, 동물복지 농장이 가축 전염병의 대안이라는 주장도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동물복지 인증과 축산물 먹거리 안전성간의 직접적 인과관계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만일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의 축산물이 더 안전하다는 제한적인 “증거”를 들이대면, 나는 그 안전성이 동물복지 때문이 아니라 그 농장이 복잡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정도로 경영관리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것이다.
올해 AI가 전국적으로 창궐했을 때, 닭을 야외에 방사하는 동물복지 농장이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하지만 AI는 철새 등 외부의 바이러스가 농장에 침입하여 발생한다. 야외 방사형 농장은 닭을 야외에서 키우니 외부 노출이 클 수 밖에 없고, AI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당시 AI가 육계농장보다 산란계 농장에 빈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란계 농장에는 계속해서 계란 수송차량이 오간다. 반면 육계 농장은 닭을 출하 할 때 한번, 일괄적으로 수송차량이 모든 닭을 수송하고, 농장은 출하 뒤 축사를 소독한다. 축산 용어로 All in- All out 이라고 하는데, 이런 시스템을 갖춘 육계농장은 산란계 농장보다 외부 바이러스 노출이 적고 축사 청결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AI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취할 조치는 방사형 동물복지 농장 확대가 아니라, 가축 전염병 예방의 기본, 농장-도축/도계장/GP 등 축산물이 이동하는 여러 경로에 대한 관리와 차단방역 강화라고 생각한다.
축산물 안전, AI, 구제역 등 우리 축산업이 당면한 위기는 “기본의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우리 축산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도 “식품 안전성”, “기본의 문제”이다. 친환경도 좋고 동물복지도 좋지만 이와 같은 고상한 가치는 기본을 다진 다음에 검토해 볼 문제가 아닐까 한다.
축산물 안전을 위하여 정부가 할 일은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당초 정부가 하게 되어 있는 일, 1)도축/집하 단계에서 위해성 여부를 철저하게 모니터링 하고 2) 이미 도입되어 시행중인 축산물 이력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3) 농장이 사용 가능한 약품/항생제 등에 대한 교육과 지도이다. 도축/집하 단계에서 축산물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고, 축산물 이력제가 제대로 작동하여 위해한 축산물을 생산한 농장을 역추적하는데 불법적으로 위해한 축산물을 반출할 농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HACCP,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유기축산 인증.. 등 다양한 정부 인증에서 정부는 한발 물러서면 어떨까 한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 농장 HACCP은 교과서적인 HACCP에서 한참 벗어나 있고, 농장에 HACCP을 도입할 만큼 식품 안전/위해 관리가 복잡하지 않다.
정부의 친환경 축산 인증에는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1)전술했듯이 “인증”이 존재하는 이유는 “정보 비대칭성” 보완, 즉 소비자의 신뢰 확보에 있다. 하지만 신뢰를 담보해야 할 인증, 그것도 정부의 인증이 신뢰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는 신뢰 상실이 현장 공무원이 게으르고 무능하거나, 언론에서 언급하는 “농피아”에 기인한다고 보지 않는다. 개별 인증 사업이 얼마나 큰 이권이 된다고 “관피아”가 뛰어들겠는가? 그리고 HACCP 인증을 받는 당사자로서 나는 “농피아”라는 거악을 경험해본 적도 없다. 문제는 제한된 인력과 역량으로 너무 많은 인증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정부 인증제도 남발에 그 원인이 있어 보인다.
2)친환경 인증 축산농가는 돈을 벌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제값을 쳐주는 소비처를 확보한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친환경 축산농가가 친환경 축산으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축산물이 제값을 못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며 친환경 축산을 장려할 수는 있지만, 소비자의 팔을 비틀어 친환경 축산물 소비를 강제할 수는 없다.
친환경 축산 인증을 받은 축산 농가가 오히려 손실을 보는 현실은 곧 우리나라에 친환경 축산물의 공급이 소비보다 많은, 즉 친환경 축산의 소비저변이 아주 작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원칙적으로 친환경 축산은 사실 공익성을 추구하는 윤리적/사회적 소비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공정거래 커피, 공정거래 초콜렛.. 우리나라에서 윤리적/사회적 소비와 연관된 상품이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친환경 먹거리는 대부분 내 몸에 이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의 구매 동기에 기인하는 듯 하다. 나는 왜 정부가 소수의 소비자, 그리고 공익성에 기반하지 않는 소비 유형을 위해 정부 인증을 만들고 예산을 투여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힘들다.
3)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정부는 “친환경”의 공익성도 보장되지 않고, 그렇다고 소수의 소비자만 찾는 “친환경 축산물”인증에 왜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혹시 “친환경 축산물” 정부 인증이 이와 관련한 일부 소비자 운동이나 압력에 따른 것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 보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소수이지만 동물복지 등 친환경적 어젠다에 관심이 있는 시민단체나 소비자 단체들은 스스로 인증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규합하고 설득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 인증에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자들이 생기면 이들 단체들이 만든 인증을 지원하는 농가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 생협은 이러한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나는 정부의 일차적 책임은 사회의 보편적 니즈를 충족하는 데 있다고 본다. 유럽이 전국가적으로 동물복지 축산을 시행하는 배경에는 “동물의 권리”에 대한 수십년에 걸친 유럽 시민들의 고민과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윤리적 소비, 사회적 소비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정부가 친환경축산을 정부차원에서 시행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차원의 친환경 축산이 시행 될 때, 그 친환경이 “친소비자”가 아니라 “친개구리”, “친생산자”와 같은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반한 것이기를 기원한다.
언뜻 기사에서 우수농장 5천개 육성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옥상 위에 옥상, 새로운 인증이나 제도 그리고 조직을 만들 때가 아니다. 오히려 감당 못할 일은 포기하고, Back to Basic,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나의 동물복지는 우리 농장이 하면 될 일이고, 당신의 동물복지는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