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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검사의 문제점

조정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인의 건강 문제를 살펴보다 보면 나쁜 면에서 세계 최고가 많다.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갑상샘암(갑상선암) 발생률도 마찬가지다.
특히 갑상샘암은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최근 10년 동안 6배나 많아져 10만 명당 여자 환자(73.5명)가 위암보다 2배나 많다. 자살률과 갑상샘암 발생률. 둘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해답을 얻기 위해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왜 건강검진을 할까. 병에 걸렸을까 봐 불안해서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해지면 미리 계획을 세워 대처하는 식으로 불안을 줄이려고 한다. 주변에서 건강하던 사람이 갑상샘암으로 수술 받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덜컥 불안해져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불안한 사람이 그만큼 많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니 검사를 받는 사람도 많아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를 받은 뒤 결과가 정상이어서 안심할 확률은 40∼70%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이유로 숨진 사람도 부검해 보면 갑상샘 결절(혹)이 있는 경우가 30∼60%나 되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해서 안심하려고 검사를 받았는데 갑상샘 결절이 나오면 조직검사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암이 생겼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할 일이 늘어난다.
갑상샘 결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조직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미국갑상샘학회는 △우연히 발견된 결절의 크기가 1.0cm 이상이거나 △크기가 1.0cm 이하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초음파상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을 때만 조직검사를 권유한다.
이런 기준에 해당되지 않아 “조직검사 하지 말고 6개월 후 초음파 검사 받으세요”라고 의사가 권고하면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면서 “괜찮을까요”라고 반복해서 물어본다. 아예 검사소견서를 떼어서 다른 병원에 간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준에 합당해서 추가 검사를 권하면 혹시 암일까 두려워서인지 “좀 더 있다 받을래요”라며 회피하는 환자가 있다. 어느 경우이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사 후 환자의 마음앓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 검사를 많이 받는 편이 좋은지 의문이 생긴다. 갑상샘암의 증가는 실제 발생건수가 늘어서가 아니라 검사를 받는 횟수가 늘어 작은 혹을 미리 발견했을 뿐이라고 학계에서는 분석한다.
갑상샘암은 우연히 발견된 후에 수술해도 예후가 다르지 않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미리 수술하고 더 오랫동안 갑상샘 호르몬약제를 장기 복용한다. 그렇다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쪽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의사인 저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손으로 만져질 때까지 모르고 지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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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환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 발병률 급증이 아니라 발견율 탓

학계는 발병률이 아니라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가희 대한갑상선학회 이사(한국원자력병원 내과 과장)는 “발병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초음파기계의 발달로 암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의 말로는 초음파 기기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해 그동안 찾기 어려웠던 1센티미터 이하의 암덩어리까지 발견하면서 암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갑상선학회에서는 1센티미터 이하 혹은 초음파 검사 소견상 암 가능성이 높을 경우만 조직검사를 권장한다. 우리 학계에서도 비슷한 지침을 만들었지만 암에 대한 환자의 불안 때문에 잘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초음파 진단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므로 일부 병원에서 수익을 목적으로 갑상샘암 진단을 많이 해서 환자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학적으로는 갑상샘암의 원인인 요오드를 한국사람들이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 말고는 아직 갑상샘암의 증가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갑상샘암 발병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방사능 노출이란 점 때문에 요즘 국내 갑상샘암 환자들 사이에선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영향이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는 괴담도 돈다. 백정환 대한갑상선학회 홍보이사는 “방사능 피폭자가 걸리는 갑상샘암과 우리나라 환자가 걸리는 갑상샘암과는 암 조직상 차이가 있다”며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로 2000년 초반 전남 여수와 영광 등에서 갑상샘암 환자가 급증해 조사한 결과, 이 지역 병원에 초음파 의료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갑상샘 환자 발견이 늘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발견이 늘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 10대 갑상샘암 환자가 늘어나는 등 젊은 여성들의 갑상샘암이 늘어나는 점이다. 젊은 여성들의 갑상샘암은 전이 가능성이 높아 중장년 여성보다 위험하다. 이가희 이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갑상샘암이 늘고 있는 것은 의학계가 도전해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과학과 신화: 모든 암의 조기검사가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생명과학  양병찬 (2016-01-05 09:56)

1997년 한국의 일부 의사들은 갑상선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다. 뉴스가 보도되자, 주변의 의사들도 덩달아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결국 갑상선암 검사는 한국 전역에 퍼졌고,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편승하여 다른 암으로 확대되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단돈 30~50 달러를 내고 갑상선암 검사를 받았다.

한국에서 갑상선암 검사가 급증하여, 1999년에 10만 명당 5건이던 것이 2011년에 10만 명당 70건이 되었다(http://gift.kisti.re.kr/data/file/GTB/freund/freund_img1_1415317347014.JPG).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람 중 2/3는 절제술을 받고 평생에 걸친 약물요법을 처방받았다. 절제수술과 약물요법에는 모두 위험이 따른다.

큰돈이 드는 광범위한 공중보건 프로그램은 생명을 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현재 갑상선암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진단되는 암이지만, 갑상선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10만 명당 한 명으로 변함이 없다. 일부 한국 의사들은 이 사실을 깨달아, 2014년에 갑상선암 검사 중단을 제안했다. 그러나 한국갑상선협회, 내분비학회, 갑상선 수술의사들은 "검사와 치료는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참고 1).

"모든 암을 초기에 검사하면 생명을 살린다"는 아이디어는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 확고부동한 믿음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맹목적 믿음을 생각해 볼 때, "인간생물학과 행동학에 대한 신화(myth)는 과학적으로 거짓임이 밝혀지더라도, 일반인들은 물론 과학자들 사이에서 집요하게 계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상선암 검사에 대한 신화는 '일부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명을 살린다'는 한 가지 사실에서 싹터, 사람들의 욕망이나 근심에 편승하여 번성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로 인해 불필요한 치료를 받거나 입증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할 경우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 또한 과학자들의 주의를 흩뜨리거나 자금을 독점함으로써, 연구를 방해하거나 탈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신화를 떨쳐버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과학자들은 신화의 신빙성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새로운 신화의 등장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신화가 맨 처음 생겨나는 과정과, 널리 유행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 고찰해야 한다."라고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신경과학과 교육학을 연구하는 폴 하워드-존스 박사는 말한다.

암 검사가 모든 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까?

특정 암(예: 폐암, 자궁경부암, 결장암)에 걸릴 위험이 있는 일부 그룹의 경우 규칙적으로 검사하면 도움이 되지만, 모든 검사가 다 그런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환자와 임상의들은 아직도 효과없는 암검사들을 맹렬히 지지한다.

조기발견(early detection)이 생명을 살린다는 믿음은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다. 당시 의사들은 '증상이 나타난 직후에 종양을 발견하여 치료하면 결과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다음으로 논리가 비약되어, '종양을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이 탄생했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암은 빨리 발견하여 잘라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라고 미국 암학회의 오티스 브롤리 박사(CMO: 최고의학책임자)는 말한다.

그러나 일부 암(예: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에 대한 대규모 무작위검사 결과, 조기검사는 - 종종 선전되는 것과 달리 - 생명을 살리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5개 무작위임상시험(n= 341,342명) 결과를 종합한 코크런리뷰(Cochrane review)에 의하면, 암검사가 전립선암으로 인한 죽음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한다(참고 2).

"사람들은 '암을 일찍 발견하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라고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앤서니 밀러 박사는 말한다. 밀러 박사는 40-59세의 여성 89,835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수행한 「캐나다 국립 유방검사 연구」에서, 매년 유방촬영을 해도 유방암 사망률이 줄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일부 종양은 검사나 치료와 무관하게 사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참고 3).

한편 적극적인 조기검사는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암들은 서서히 자라며 수술을 하지 않아도 해(害)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조기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불필요한 갑상선절제/유방절제/전립선절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집단 수준에서 볼 때, 암 검사의 이득(인명구조)은 위험(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사망 또는 수명단축)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발견되어 절제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이제 살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 암 조기검사에 대한 환상이 그대로 유지된다. 종양전문의들은 일상적으로 '어떤 연령대의 사람들, 또는 어떤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암 검사를 받는 것이 이득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기존의 진단법이 실제로 생명을 살리는지를 엄격히 조사해 봐야 한다."라고 스탠퍼드 예방연구센터의 존 이오아니디스 박사(역학)는 말한다.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19개의 주요질병에 대한 선별검사 중에서 사망률을 감소시킨 것은 극소수"라고 보고했다(참고 4).

기존의 행동을 바꾸기는 매우 힘들다. 다트머스 건강정책연구소의 길버트 웰치 박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해 암을 예방하라'는 말 대신 '몇 년마다 빠른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의사와 환자는 '암검사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쉽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암위험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라고 웰치 박사는 말한다.

※ 참고문헌

1. 한국의 갑상선암 과잉검사를 지적한 연구(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ont_cd=GT&record_no=252763)
2. Ilic, D., Neuberger, M. M., Djulbegovic, M. & Dahm, P. Cochrane Database Syst Rev. 1, CD004720 (2013).
3. Miller, A. B. et al. Br. Med. J. 348, g366 (2014).
4. Saquib, N., Saquib, J. & Ioannidis, J. P. A. Int. J. Epidemiol. 44, 264–277 (2015).

※ 출처: http://www.nature.com/news/the-science-myths-that-will-not-die-1.19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