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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에는 흰색 옷을 입자

일반적으로 흰 옷은 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날 체온을 높이는 데는 불리한 편이다. 그래서 겨울옷을 대부분 검정색이나 짙은 색으로 만든다. 반대로 여름에는 시원하려고 흰색 옷을 주로 입는다. 전통적으로 입던 여름옷인 모시나 삼베옷들도 매우 밝은 색이다. 그런데 매우 추운 북극에서 사는 북극곰은 흰 색 털을 갖는다. 왜 그럴까?

북극곰의 털이 흰 이유
북극곰의 조상은 붉은 털을 갖고 있는 불곰이었는데, 북아메리카 로키산맥 산지에 아직도 살고 있다. 진화의 흔적으로 북극곰 코 부근에는 약간 붉은 털이 남아있다. 원래 붉었던 북극곰의 털이 흰 색으로 변한 것은 북극지방에선 흰 털이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점에서 유리했을까?

① 흰 털을 갖는 곰이 사냥을 더 쉽게 한다.
북극곰이 사냥하는 방법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물개가 물고기를 잡아먹고서 숨을 쉬러 얼음구멍으로 돌아올 때 낚아채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물개가 올라올 때 물 밖의 북극곰을 볼 수 있다면 북극곰이 지키지 않는 숨구멍을 선택해 올라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극곰은 물개를 사냥하기가 힘들게 된다.

그러나 북극곰에게 다행인 것은 물개가 물속에서 볼 때는 북극곰을 찾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북극의 얼음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얼음과 다르게 색이 희다는 점이다. 북극 얼음의 색이 흰 이유는 얼음 사이에 공기통로 또는 공기기포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북극의 얼음이 언 이유가 순수한 물이 직접 언 것이 아니라 눈이 쌓여 이뤄졌거나 바닷물이 얼어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눈이 쌓여 굳어진 얼음도 흰 색이지만, 바닷물이 언 얼음도 소금이 전체가 어는 것을 막아서 투명한 얼음이 되지 않는다. 눈이 쌓여 굳은 빙하의 밑쪽이 푸르스름하게 보이고, 조금 눌린 윗쪽이 희게 보이는 이유는 얼음 속에 구멍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닷물이 언 얼음은 투명한 얼음의 중간에 매우 진한 소금물이나 물의 흐름통로가 생겨서 푸르거나 흰 색을 띄게 된다. 보통 수돗물을 냉장고에 얼릴 때 얼음 중앙이 희게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중앙에 기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개가 올라올 때 북극곰이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눈과 북극곰을 구별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물개는 시력이 나쁘다. 물개가 사냥하는 곳은 물속이다. 물과 공기의 굴절율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물과 공기 중에서 모두 잘 보는 눈을 갖기는 어렵다. 송사리과의 어떤 물고기의 경우 눈을 둘로 나눠서 위쪽과 아래쪽에 각각 다른 수정체를 갖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수면에 살기 때문에 위와 아래를 모두 잘 보기 위해 진화한 결과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물개의 눈은 평범하게 생겼다. 따라서 물 속과 물 밖 중 한 곳에서만 잘 볼 수 있다. 물개는 물 속에서 사냥하기 때문에 눈이 물 속에 맞춰서 진화했다. 그래서 물 밖으로 나오면 모든 것이 뿌옇게 보인다. 그래서 물속에서 북극곰을 발견하지 못하면 물개는 북극곰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북극곰의 털이 흰 색인 이유는 결국 사냥을 잘 하기 위해서다.

② 흰 옷이 더 따뜻하다.
사막에 사는 베드윈족 사람들은 차도르(Chador,Hejaab) 라는 검은 옷으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 굳이 사막까지 갈 필요도 없이 주변에 검게 선텐한 차의 유리창을 보자. 뜨거운 여름날 뜨거운 때악볕 아래서 검은 외관은 내부를 시원하게 해준다. 빛을 잘 흡수해서 빨리 뜨거워지는 검정색이 왜 내부를 시원하게 해 줄까? 그 이유는 표면에 가까운 곳에서 빛이 열로 변환된 뒤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단지 검은 천으로 된 옷이나 자동차 썬텐 유리창이 살에 직접 닿으면 매우 뜨겁게 느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내부가 뜨거워지기 위해서는 빛이 표면보다는 되도록 내부에서 열로 변환되어야 한다.
농촌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많이 만드는 비닐하우스를 생각해보자. 비닐은 보통 폴리염화비닐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부분 투명하다. 그러나 여러 겹 접었을 땐 얼음의 예와 같은 이유로 푸른색을 띄어 보이는데 비닐하우스를 만든 뒤에 보면 희게 보인다. 이 비닐은 유리보다 더 많이 자외선과 적외선을 내부로 투과시킨다. 많이 투과된 자외선은 농작물을 더 튼튼하게 자라게 만들고, 많이 투과된 적외선은 내부에 열을 더 많이 공급하여 비닐하우스를 더 따뜻하게 만든다.
비슷한 예로 고추 재배 전용 비닐을 찾을 수 있다. 고추 재배 전용 비닐은 가운데만 투명하고, 양 옆은 검다. 그 이유는 고추는 땅이 따뜻해야 더 잘 성장하는 반면 땅이 따뜻하면 잡초가 더 잘 발아하고 성장한다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 가운데의 투명한 비닐은 햇볕이 흙까지 도달하여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양 옆의 검정색 비닐은 자신이 햇볕을 다 흡수하여 따뜻해지지만 흙에까지 햇볕이 도달하지 못하도록 하여 흙을 차게 만든다.

비슷한 예로 눈을 살펴보자. 남극이나 북극 바다에는 흰 얼음으로 뒤덮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얼음들은 보통 몇십 cm에서 몇 m에 이르기까지 매우 두꺼운 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얼음 밑에는 조류들이 광합성을 하며 살아간다. 해가 뜨지 않아 처음 얼음이 생겼을 때는 안 보이던 조류들은 백야를 거쳐 얼음이 녹을 때쯤에는 대규모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조류들은 대규모 플랑크톤(보통 작은 물고기들)의 발생을 유도한다. 그리고 많은 고래나 펭귄들이 이러한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간다. 이러한 생태계가 생길 수 있는 이유는 햇볕이 눈을 잘 투과하기 때문이다. 얼음을 투과한 햇볕은 얼음 밑바닥에 붙어 사는 조류가 광합성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털도 마찬가지여서 흰색 털은 빛을 북극곰의 살갗까지 더 많이 투과시킨다. 북극곰의 살갗에서 더 많은 적외선이 열로 변화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군다나 북극곰은 불곰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살갗이 검다. 그래서 금상첨화로 북극곰은 약간의 햇볕으로도 몸을 따뜻하게 데울 수가 있는 것이다.


북극곰과 같이 빙하기를 살아남은 북극순록도 보통 순록과 비교해서 흰 색 털이 훨신 더 많다. 사진이 귀엽다고 인기가 많았던 북극여우도 완전히 흰 색이다. 아예 흰 피부를 갖는 북극고래 무리들이 있는데, 이들도 햇볕을 잘 받기 위해서라고 하면 억지일까? 우리나라에도 있는 산토끼의 경우 겨울에는 흰 색으로 변한다. 일종의 보호색인데, 북극곰과 같은 이유로 따뜻하게 몸을 데우기 위해서인 이유도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도 비슷한 경향을 찾아볼 수 있는데, 햇볕이 약한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피부는 더 밝다. 그 이유는 피부가 빛을 받아서 열이 발생하는 장소를 피부가 아니라 몸 내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흑인종이나 황인종의 경우에 머리카락 빛깔이 대체로 검은 것도 같은 이유다. 머리에서는 열이 많이 발생하므로 머리카락을 검게 하여 햇빛으로 인한 머리의 과열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햇볕이 약한 유럽 부근의 사람들은 머리카락의 색을 옅어지는 것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겨울에는 흰색 옷을 입자.
겨울옷은 몸을 따뜻하게 하기위해서 검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흰 옷을 입으면 추워보이기 때문에 검은 옷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역시 내가 갖고 있는 겨울옷 대부분이 검정에 가까운 옷들이다. 그런데 정말 검은 겨울옷이 더 따뜻할까? 이 믿음은 초등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북극곰과 같이 추울 때는 흰색이 더 유리하다. 그래서 겨울옷은 흰 색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다만 두꺼운 옷의 경우 안감을 얇은 검정 천으로 덧대는 것이 효율적일듯 싶다.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 된 것이 혹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였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