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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독

- 대부분 단백질로된 신경독
- 포유류, 조류 같은 고등 온혈동물은 대부분 독이 없음
- 파충류, 양서류, 어패류, 강장동물, 곤충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 독을 보유

- 먹이를 통해 축적 : 복어, 조개, 문어
- 스스로 먹이 합성 : 고둥(조개류중 최강의 독성)

- 복어독
- 벌 bee
- 독화살개구리
- 전갈
- 거미






파란고리문어의 독

2015.07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6월 10일 제주도 바닷가에서 30대 피서객이 파란고리문어에 가운데 손가락을 물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귀여운 문어 새끼인줄 알고 손에 올려놓은 게 화근이었다. 119에 신고해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10여 일 동안 손가락 통증과 어지럼에 시달렸다고 한다. 어쩌면 이 피서객은 불행 중 다행일 수 있다. 파란고리문어에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꼬마 문어는 독성 해파리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파란고리문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녀석은 몸통과 다리에 파란색 고리가 50~60개 분포해있다. 문어의 몸 표면에는 색소세포가 있어 몸의 색상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파란고리문어 역시 평소에는 주위 환경에 최대한 가깝게 몸의 색을 맞추지만 일단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거꾸로 고리의 파란색과 내부의 누런색을 더 선명하게 해 경고를 보낸다. 이걸 무시하고 다가갔다가는 화를 당하게 된다.

청산가리 1200배 독성

1960년대 과학자들은 파란고리문어의 독을 분석했다. 그 결과 히스타민, 아세틸콜린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과 함께 독소로 추정되는 분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이 독소에 마큘로톡신(maculotox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큘로는 황반(黃斑)이란 뜻이다. 1970년대 후반 화학자들은 마큘로톡신의 분자구조를 밝혔는데, 알고 보니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었다. 테트로도는 참복과(Tetraodontidae)에서 따온 말로 테트로도톡신은 복어독이라는 뜻이다. 즉 파란고리문어의 독과 복어의 독은 같은 성분이다.

테트로도톡신은 독약의 대명사인 청산가리보다 무려 1200배나 더 강력하다. 수십 그램에 불과한 파란고리문어 한 마리에 사람 26명을 수분 안에 죽게 만들 수 있는 독이 들어있다. 뱀이나 지네의 독을 비롯해 독 대부분은 작은 단백질, 즉 펩티드인데 비해 테트로도톡신은 독특한 구조를 지닌 작은 분자다.

테트로도톡신은 신경세포의 나트륨채널에 달라붙어 나트륨 이온이 통과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결과 신호전달이 차단되면서 문제가 생긴다. 즉 근육이 움직이는 게 다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피드백을 받고 일어나는 현상인데 이게 없으니 결국 근육이 멈추게 되고 결국 숨을 못 쉬어 죽을 수도 있다. 더 최악인 건 테트로도톡신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은 멀쩡하다는 것. 수년 전 탤런트 현석 씨가 복어회를 잘못 먹고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는데, 한 프로그램에서 당시의 기괴한 경험을 얘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생미생물이 생산자

흥미로운 사실은 테트로도톡신이 복어나 파란고리문어 같은 해양동물 뿐 아니라 영원(newt) 같은 양서류, 화살벌레와 끈벌레, 소라고둥 등 다양한 생물체에 존재한다는 것. 화학자들도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특이한 구조의 분자를 이처럼 분류상으로 폭넓은 동물들이 만든다는 건 개연성이 매우 낮은 일이다. 따라서 몇몇 과학자들은 이들 동물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테트로도톡신을 만들 것으로 추정했다.

1997년 네덜란드에서 성게가 집단폐사하는 일이 일어났는데, 여기서 분리한 박테리아 수도알터로모나스 할로플랑크티스(Pseudoalteromonas haloplanktis)가 정말 테트로도톡신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 동국대 연구진들은 복어의 장에서 분리한 비브리오(Vibrio)속의 한 균주가 역시 테트로도톡신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파란고리문어 역시 침샘에 독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키우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몇몇 동물들은 이런 무시무시한 박테리아들과 공생을 하게 된 걸까. 진화의 문제 대다수가 그렇듯이 여기에도 정답은 없고(과거로 돌아가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만 있을 뿐이다. 즉 우연한 변이로 테트로도톡신의 독에 대한 내성을 지니게 된 동물이 박테리아의 독을 자신을 지키는 무기로 쓰게 됐고 그 대가로 박테리아에게 집과 먹을거리를 제공하게 됐다는 말이다. 파란고리문어의 경우 침샘에 박테리아를 키우면서 사냥에도 활용하고 있다. 즉 먹이를 물어 독을 주입해 마비시키면 좀 더 안전하게 사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트로도톡신 관련 연구가 많이 된 복어의 경우 개체에 따라 독성에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독의 생산자가 박테리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공생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와 서식밀도에 따라 생산되는 테트로도톡신의 양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에서부터 박테리아의 접근을 차단한 채 복어를 키우면 독이 없다고 한다. 파란고리문어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다행히 파란고리문어는 얌전한 성격이라 사람쪽에서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생긴 게 작고 귀엽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발견하면 만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또 물놀이를 하다가 무심코 문어를 밟을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은 훨씬 위험한데, 같은 양의 독이 들어왔을 때 몸무게가 적을수록 단위 무게 당 독의 농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부디 올 여름에는 파란고리문어와 관련된 사고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