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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 아이작 뉴턴

- 돌턴        John Dalton
- 아보가드로   Amedeo Avogadro
- 장 바티스트 페랭
-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2012년 11월 11일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어머니를 싫어했고 항상 이붓 아버지가 죽기를 원했으며, 이복 동생에게 손찌검을 하고, 친구도 없어 미치기 직전까지의 정신적 공황에 빠졌던 사람.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과는 온갖 치졸한 방법으로 싸움을 벌였고, 평생 가장 멀리 이동한 거리가 240㎞를 넘지 않고, 죽을 때까지 독신을 고집했던 인물.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학자는 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평할까.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사로잡혀 평생 피해망상과 우울증까지 앓아 어떤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란 진단을 내리지는 않았을까.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님이 분명하다. 흔히 말하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정상과 광기에 사로잡혔던 사람이 바로 ‘과학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인물 그렇지만 최고의 천재’란 평가를 받는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과학사에 있어서 뉴턴은 그저 단순한 천재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의 시작이요, 끝’이다. 뉴턴은 자신이 과학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사실 뉴턴 스스로도 과학사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죽기 바로 한 해 전 조카의 남편인 존 콘듀이트와의 대화에서 그런 생각을 일부 읽을 수 있다.

“나는 그에게 그것을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고, 그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그 도구를 어디서 구했는지 물었고, 그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만약 내가 계속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내 도구와 물건들을 만들게 두었다면 나는 어떤 것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오스’와 ‘천재 :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등 과학대중서 저자로 잘 알려진 뉴욕타임즈 과학기자 출신 제임스 글릭의 이 책은 대중들에게 천재로만 알려져 있는 뉴턴의 삶에 있어서 어두운 면까지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방대한 자료를 치밀하게 조사, 연구한 뒤 특유의 필체로 뉴턴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이 서술해 2004년 퓰리처상 최종후보작에까지 올라갔다.

업적만을 살펴본다면 뉴턴은 과학사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을 갖고 있다.

1665년 런던 일대를 휩쓴 페스트 때문에 케임브리지 대학이 휴교를 해 고향으로 내려간 20대 초반 청년 뉴턴은 불과 몇 년만에 근대 수학과 역학, 광학을 탄생시켰다. 특히 우주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미적분은 과학혁명의 완성이며, 근대성의 시작이다.

미적분의 핵심은 0과는 비슷하지만 분명히 0과는 다른 무한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자연철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데카르트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무한에 관한 논쟁에 나서는 것은 물론 무한에 관한 어떤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뉴턴은 당시 ‘시대정신’이라고까지 평가받던 데카르트를 버리고 ‘무한소’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택했다. 무한소를 바탕으로 미적분을 얻음으로써 신의 영역이었던 천체들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핵심에는 중력과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었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들은 반드시 서로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 법칙은 해와 달, 목성 등을 우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물로 격하됐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사학자들은 과학혁명을 설명할 때 “아리스토텔레스 우주론의 폐기나 파괴라고 할 수 있는 과학혁명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시작돼서 케플러를 거쳐 갈릴레오와 데카르트의 맹공으로 비틀대다가 1687년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발간함으로써 종말을 고했다”라고 한다.

또 사람들이 막연하게 느끼는 시간과 공간을 뉴턴은 과학적 개념으로 치환시켰다. 질량과 중력이라는 개념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이런 개념들을 상호 연결시켜 자신이 만들어낸 수학기법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런 뉴턴의 과학법칙들과 원리들을 집대성돼 있는 ‘프린키피아’는 지금의 과학책들과 같은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프린키피아가 읽기 어렵다는 평판이 책이 팔리는 것보다 더 빨리 퍼져나갔다. 다른 과학자들처럼 뉴턴도 처음에는 대중적인 형식으로 글을 쓰려고 했지만, 타인과의 관계에 익숙치 못하고 자신을 비난하는데에 대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수학을 수박 겉핥기로 아는 사람들이 집적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독자층을 줄였던 것이다.

이런 과학적 업적들을 약간만 벗어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 뉴턴이 아닌 온통 기이함에 사로잡힌 괴짜 뉴턴만이 남는다.

괴짜 뉴턴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세기 천재적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 덕분(?)이다. 소더비 경매에서 뉴턴의 미출간 원고들이 들어있는 금속 트렁크와 뉴턴의 데드마스크를 사들인 케인즈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던 ‘차가운 이성주의자’ 뉴턴이 아니라 연금술사이면서 이단적 신학자,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인간을 만났다.

케인즈는 사람들에게 “뉴턴은 이성의 시대를 연 최초의 사람이라기 보다는 최후의 마술사, 마지막 바빌로니아인이자 수메르인, 약 1만 년 전에 인류의 지적 유산을 쌓아올리기 시작했던 사람들과 같은 눈으로 가시적이고 지적인 세계를 바라보았던 마지막 위대한 정신”이라고 평가했다.

프린키피아의 발간은 40대에 이뤄졌지만 사실 그의 과학적 업적은 20대에 모두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30대의 뉴턴은 자연과학자라기 보다는 연금술과 성경연구에 더 열을 올렸다. 금속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은 신학적으로 영혼의 정화를 의미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도 그것들에 더욱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뉴턴은 인생 중반의 십 수년을 신학과 연금술을 결합하는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사실 과학이 사회 내에서 공식화되고 제도화된 뉴턴주의 세계에서 연금술과 신학 연구는 치욕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뉴턴은 뉴턴주의 이전 세계에 속한 사람이었다. 즉, 만인의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뉴턴주의자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물질과 공간, 신은 한데 엉켜있었다.

뉴턴은 신학에서도 기계론적 관점으로 자신만의 체계를 세웠다. 그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헤브라이어, 프랑스어로 된 성경과 영어로 된 성경, 성 아타나시오스와 아리우스, 오리게네스 등 초기 교회의 교부들이 쓴 글을 찾아내 숨겨지고 왜곡된 고대 진리를 탐색하면서 즐거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4세기 확립된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했다. 2006년 기독교계의 맹렬한 비난을 받았음에도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며 개봉한 ‘다빈치 코드’에 뉴턴을 언급하는 부분이 나오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었을 것이다.

은둔자 뉴턴은 40대가 되면서 왕실 조폐국장이 되면서 화려하게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 때부터 또 다른 뉴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조화폐 방지를 위해 첩보원과 감옥 내 끄나풀로 이뤄진 정보망을 관리하는 ‘치안판사’로서 뉴턴이다. 뉴턴은 자신의 정보망을 가동해 위조범을 잡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사형을 집행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뉴턴은 연금술사로, 치안판사로, 이단적 신학자로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양면성들이 그의 과학적 업적과 천재성을 가릴 수는 없다. 이는 당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어둠 속에 감춰져 있었다. / 신이 ‘뉴턴아 있으라!’ 하시매 모든 것이 밝아졌다.” (알렉산더 포프)

사실 많은 사람들이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발표함으로써 뉴턴주의가 무너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아인슈타인이 다룬 시간과 공간, 힘과 질량도 결국 뉴턴이 만들어 놓은 시공을 가지고 흔든 것이기 때문에 뉴턴의 개념이 무너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도 울고 웃고 슬퍼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다. 차가운 이성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외면하는 이들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가진 이들이 연구하는 것이 과학이다. 이런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어렵기는 하지만 좀 더 인간적이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