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장거리 비행 : 큰뒷부리도요, 유럽칼새

원료 ≫ 식물,  동물성

조류 : 새의 장거리 비행

자기장 : 크립토크롬
- 벌들은 꽃의 전기장 감지
- 제왕나비의 장거리 비행
- 새의 장거리 비행 : 큰뒷부리도요

지방의 역할
- 일부 철새들은 몸의 50%를 지방으로 채운 후 3000~4000km를 날아간다
- 동면 : 지방을 비축하여 물을 먹지 않고 겨울 잠을 잘 수 있다
- 낙타는 40kg의 지방을 에너지와 물로 전환하여 생존한다
- 물개의 젖에는 인간에 비해 지방이 15배 이상 많다

새의 비행 : 큰뒷부리도요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흑꼬리도요의 친척인 큰뒷부리도요는 진정한 장거리 여행자이다. 자신의 신체 구조까지 바꿔 가며 장거리 비행에 극단적으로 적응했다.
몸 길이 41㎝에 70~80㎝ 길이의 날개를 지닌 비교적 큰 도요인 큰뒷부리도요는 약 1000년 전 마오리족의 조상이 뉴질랜드를 발견하도록 만든 새로 유명하다. 일단의 폴리네시아인은 해마다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쿠아가’ 무리를 따라가면 틀림없이 육지가 나온다고 믿었다.
그 믿음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었는데, 쿠아가는 물갈퀴도 없고 물에 빠지면 익사하는 육지 새였기 때문이다. 마오리족이 길잡이로 삼았던 큰뒷부리도요는 지금 이 시각 태평양을 세로로 건너질러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로 비행하고 있다. 1만㎞가 넘는 이 망망대해를 8~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 한숨 자지 않고,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한다.




조류 연구자들은 일찍부터 이 새의 대양 횡단을 짐작하고 있었다. 8월 말부터 알래스카에서 이 새가 사라진 뒤 뉴질랜드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리에 식별표지를 붙인 큰뒷부리도요가 가을철 아시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혹시 이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동로에 위치한 하와이제도 위로 해마다 10만마리의 큰뒷부리도요가 지나가지만 지난 35년 동안 이 섬 안에서 목격된 개체는 40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새의 장거리 이동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2007년 나왔다. 미국 국립지질조사국 조류학자들은 피부 밑에 건전지 크기의 무선송신기를 삽입한 큰뒷부리도요 9마리를 알래스카에서 날린 뒤 인공위성으로 이들의 경로를 추적했다. 이들의 놀라운 대양 횡단 비행 궤적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때 세계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워 유명해진 큰뒷부리도요가 ‘E7’이었다. 8월30일 해가 지기 2시간 전 이륙한 이 새는 8일 동안 1만1680㎞를 쉬지 않고 날아 9월7일 저녁 뉴질랜드 피아코강 어귀의 습지에 착륙했다. 평균 시속 60㎞의 속도로 지구의 반대편으로 비행한 것이다.
　
큰뒷부리도요를 주인공으로 한 자연 다큐로 다음달부터 전국 극장에서 개봉될 부산경남 민방(KNN)의 <위대한 비행>에는 2만7000㎞에 이르는 알래스카~뉴질랜드~서해~알래스카 여정을 4번 완수하고 지난해 죽은 ‘얄비’ 이야기가 나온다. 4년 동안 얄비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중 3분의 1을 난 셈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 도요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알래스카 유콘강 하구에서 배를 채워 ‘공처럼’ 뚱뚱해진다. 출발 직전 레이더 기지와 충돌해 죽은 큰뒷부리도요 수컷을 조사한 결과 몸무게 367g 가운데 201g이 지방이었다.
장거리 이동 도요들은 대개 이동 직전 몸무게의 절반을 지방으로 채우고 이를 태워 얻은 에너지로 비행한다. 도착지에서 몸무게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흥미롭게도 태평양을 횡단하는 점보 제트기도 무게의 절반을 연료로 채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 결과 이들 도요새에게는 몸의 조직과 장기가 변하는 극단적 생리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최대한 많은 지방을 몸에 채우기 위해 비행 동안 불필요한 소화기관 등의 장기는 가능한 한 축소시킨다. 앞서 출발 직전 죽은 도요새의 가슴 근육은 한쪽이 27g이나 됐지만 간은 7g, 콩팥은 한쪽이 1.5g에 지나지 않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었다.
중간 기착지에 도착하면 신체는 다시 극적으로 변화한다. 심장, 다리 근육, 콩팥, 위, 간, 창자가 다시 커진다. 하지만 출발 직전엔 다시 지방에 공간을 내주고 움츠러든다. 이런 생리변화를 보고한 네덜란드 과학자의 논문 제목은 ‘위장은 날지 않는다’였다.
큰뒷부리도요는 비행 중 필요한 수분을 지방을 분해해 충당하며, 잠은 고래 등 해양동물처럼 뇌의 절반씩 가수면 상태에 빠지는 식으로 자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대양을 횡단하는 비행이 새의 강인함과 인내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큰뒷부리도요는 적어도 5가지의 다른 바람을 적시에 이용해 비행 에너지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발 때는 알류산 저압대의 주기적 폭풍을 이용하는데, 순풍을 받아 1000㎞ 거리를 시속 144㎞까지 속도를 낸다.
이정표나 지형지물이 있을 리 없는 대양에서 이들은 낮에는 태양의 편광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2000~5000m 상공을 난다. 이들은 대양에서는 비교적 좁은 폭 1800㎞의 통로로 이동하는 뛰어난 방향감각을 보인다.
큰뒷부리도요는 해마다 가을철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월동지인 뉴질랜드로 이동하지만, 반대로 봄철엔 태평양을 횡단하지 않고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들러 알래스카로 가는 우회로를 택한다.



 


울트라마라톤의 지존: 10개월간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유럽칼새
생명과학  양병찬 (2016-10-31 09:08)

어떤 유럽칼새(common swift, 학명: Apus apus)들은 10개월간 논스톱으로 비행함으로써, 아멜리아 에어하트와 찰스 린드버그가 부러워할 만한 비행신기록을 작성했다. 연구자들은 10월 27일자 《Current Biology》에 기고한 논문에서(참고 1), 유럽칼새들이 장시간에 걸쳐 스칸디나비아와 중앙아프리카 사이를 이동한, 멀고 험난한 여정(旅程)을 보고했다.
조류학자와 탐조객(birdwatcher)들은 1960년대 이후로 '유럽칼새가 어마어마한 장거리비행 능력의 소유자인가 보다'라고 추측해 왔을 뿐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라이베리아의 하늘을 가득 메운 새들을 여러 번 봤지만, 인근에서 그들의 중간기착지를 발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데이터로거(data logger)와 가속도계(accelerometer)를 결합한 태그를 40그램짜리 새의 다리에 부착한 다음, 연례이동(annual migration) 기간 중의 비행경로와 비행활동을 기록했다. 그들은 13마리의 새들을 대상으로 여러 시즌에 걸쳐, 그들의 번식지인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스웨덴에서 마감하는 길고 오랜 여정을 추적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일부 새들은 겨울철에 몇 번 짧게 야간착륙을 시도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99%의 시간을 공중에 머물렀다고 한다. 심지어, 세 마리의 새들은 1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터치다운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연구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짐작해왔던 장기비행의 전모가 밝혀졌다"라고 스위스 조류학연구소의 펠릭스 리히티 박사는 말했다.

장거리비행 완주(完走)를 위해 태어난 새

다른 새들도 고공에 장기간 체류할 수 있다. 예컨대, 이동하는 고산칼새(Alpine swift, 학명: Tachymarptis melba)는 반년 동안 논스톱으로 비행한다(참고 2). 그리고 그보다 덩치가 훨씬 큰 에콰도르 해안의 군함조(frigate bird, 학명 Fregata minor)의 경우, 바다에서 먹이를 사냥하며 두 달 동안 비행할 수 있다(참고 4). 심지어 그들은 '졸음비행'을 한다고 한다(참고 3). 그러나 유럽칼새의 장기비행 능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유럽칼새는 매우 효율적인 비행사로 진화했다. 유선형 몸매와 길고 좁은 날개 덕분에, 그들은 저비용으로 양력(lift force)을 만들 수 있다. 그들은 공중에서 식사도 하는데, 날아가는 흰개미, 공중부양한 거미, 기타 날아다니는 곤충을 낚아채 기내식(in-flight meal)으로 사용한다"라고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안데르스 헤덴스트룀 박사(생물학)는 말했다.
헤덴스트룀 박사에 의하면, 유럽칼새가 저에너지 생활방식에 적응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졸음비행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약간의 수면부족만으로도 큰 고통을 받는다(참고 5). 그러나 유럽칼새들은 진화를 통해, '아주 조금만 자도 버틸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한 것 같다"라고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의 닐스 라텐보르크 박사(신경생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의 일등공신은 추적장치라고 할 수 있다. 초소형 추적장치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유럽칼새의 비밀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을 것이다. "장비의 소형화가 계속됨에 따라 덩치 작은 동물들을 추적할 수 있게 되어, 소형동물의 이주에 얽힌 놀라운 비밀들이 속속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매사추세츠 대학교의 빌 델루카 박사(생태학)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