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 : 가공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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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가공, 가공육

육가공, 가공육
- 보수력, 결착제, 사후강직
- 수비드 : 육류 가열, 스테이크, 생선 가열
- 한우 숙성, 마블링 논란
- 부드러움과 육즙
- 인젝션비프는 나쁜 것일까?
- 아질산 논란 유감

고기, 식물성 고기 그리고 가공육

- 2016.11월 식품저널 기고내용

음식과 관련되어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맛 집과 다이어트일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과식을 불러오기 쉽고, 과식은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맛에 대한 관심을 줄이거나 음식의 양을 줄이기는 것보다는 특별한 비만의 원인 물질을 찾거나 특별한 다이어트의 비결을 찾는데 관심이 훨씬 많다. 그 결과 음식에 대한 정말 많은 오해와 편견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비만의 문제가 심각해진 미국에서는 지방과 육류가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다.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적색육은 건강의 가장 큰 위협 요인 취급을 당한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야 그 오해가 조금 풀려가고 있는 것 같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에 대한 책은 많았는데, 최근에 <지방의 역설>이라는 책과 이 책을 기초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사실 지방 자체가 비만의 원인은 아니다. 비만이라는 현상은 신체 내에 지방이 축적되어 체중이 느는 현상인 것은 맞고, 지방이 칼로리가 높은 것도 맞지만 지방을 많이 먹어서 지방이 늘었다는 것은 인간의 대사와 항상성 기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겉보기 지식일 뿐이다

지방 해악론에 반대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 박사가 1963년 시도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다. 탄수화물은 극단적으로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은 마음껏 먹는 앳킨스 다이어트(일명 ‘황제 다이어트)는 지난 50년간 항상 가장 살이 잘 빠지는 다이어트 방법이었다. 칼로리 섭취는 가장 많고 지방과 단백질을 마음껏 먹는 다이어트가 비만한 사람에게 살이 가장 잘 빠지고 부작용도 가장 적은 편이라는 그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그 원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보다는 외면되고, 지방(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가 50년 넘게 지속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런 다이어트 방법이 좋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방식은 탄수화물 한 가지를 만을 제한한 원리미트 다이어트이므로 원푸드 다이어트나 기타 여러 가지 다이어트 방법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도 제법 높지만 이 또한 실패할 가능성도 높은 다이어트이다. 그리고 육류나 동물성 식품의 의존도가 높은 다이어트이다.
유엔 경제사회국(UN DES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인구는 약 73억 명이며 2030년에는 85억 명, 2050년에는 96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 인구가 크게 증가해 세계 인구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GMO 작물도 이런 점을 개발의 당위성으로 꼽기도 한다. 그런데 육류는 식물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요구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가축을 통해 육류 1 칼로리의 열량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성 사료를 투입해야 하고 그 열량이 9칼로리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육류의 소비가 늘수록 그만큼 환경에는 많은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미국 등에서는 식물성재료로 육류를 그래도 모방한 제품의 개발이 각광을 받기고 한다.

 
  식물성 고기

최근 ‘임파서블 푸즈’라는 회사는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 화재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 출신인 패트릭 브라운은 채식주의자다. 그래서인지 좀 더 제대로 된 인조고기를 만들려고 노력한 한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콩으로 만든 고기는 퍽퍽하고 고기 맛이 나지도 않아요. 한눈에 봐도 진짜 고기가 아니라는 티가 나죠. 우리가 만드는 식물 고기는 육식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빠져들 만큼 맛이나 생긴 모양, 향 등이 진짜 고기와 거의 같습니다”. 이런 식물성 고기의 증가는 분명 환경에 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다. 지금도 이미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는 지구 온실가스의 51%를 차지하고 닭고기 450g을 얻기 위해 사료 3.4㎏과 물 30리터가 필요하지면, 인공 닭고기는 식물성 재료 500g에 물 2리터면 충분하다. 유럽연합(EU)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공 고기는 에너지 소비를 45%, 온실가스 배출을 96% 각각 줄일 수 있고, 물의 소비도 가축 생산 때의 4% 수준만 이용한다고 한다. 이것 말고도 식물성 닭고기, 식물성 계란, 식물성 우유 등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사실 이런 인조고기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연구를 하고 제품을 개발한다면 가짜이고 속임수이라는 비난만 많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식품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개발보다는 무첨가 마케팅이나 자연식품 마케팅처럼 시류 편승 마케팅이나 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고기를 동체로 구워 먹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요리의 재료로 일부 쓰이거나 국을 끓이거나 불고기처럼 같은 재료와 조화를 이루거나 고기를 먹을 때도 야채와 같이 쌈으로 먹었다. 그런데 갈수록 스테이크나 삼겹살처럼 고기 자체를 먹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런 취향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은 없지만 환경에는 분명 부담인 것이다. 고기의 모든 부위를 빠짐없이 먹었고, 살코기를 좋아했는데, 지방에 대한 선호가 부쩍 늘었다. 소고기는 지방이 많은 것이 마블링이 좋다고 좋은 등급을 받아 비싸게 잘 팔렸고, 돼지고기는 삼겹살만 인기이다. 그리고 닭은 기름에 튀긴 것이 인기이다.

마블링 논란

그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겹살 사랑은 정말 유별나다. 본격적으로 삼겹살을 먹게 된 건 80년대 후반부터고, ‘삼겹살’이 국어사전에 등재된 건 1994년의 일이라니 이토록 짧은 역사에 우리나라 식문화를 석권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돼지 114kg짜리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삼겹살은 10.6kg 밖에 나오질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량이 적은 부위인 삼겹살엔 소비가 몰리고 반대로 생산량이 많은 저지방 부위엔 선호도가 떨어지다 보니 수급불균형이 굉장히 심해진다. 삼겹살은 한마디로 돼지 뱃살이고 털이 짧은 돼지는 피하 지방층을 만들어 추위를 피한다.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 함량은 특히 높다. 전체 성분의 28.4%가 지방이고, 수분 53.3%를 제외하면 단백질 17.2%, 탄수화물은 0.3%가 전부다. 이는 타 부위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다. 삼겹살이라고 해서 다른 부위의 지방과 들지 않는데 단지 양이 많다고 그렇게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삼겹살 생산량의 20~25%가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취향이 정반대라서 삼겹살은 기름 추출용, 판체타 가공용으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한국 같은 나라로 수출되고 다리살, 등심 등이 고급 부위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소시지 부산물에 불과하여 버리던 부위였다.
지방이 이처럼 인기인 이유는 지방 자체는 맛이 없고 느끼하지만 가열하면 많은 향을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날고기는 맛과 향이 약하지만 가열을 하면 고기의 당류와 아미노산과 만나 고기 특유의 향을 만든다. 당과 아미노산이 소기름이 있으면 소고기 향, 돼지기름이 있으면 돼지고기 향, 닭기름이 있으면 닭고기 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기름은 향을 유지하는 능력이 아주 크다. 향기 성분이 기름에 잘 녹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열 중에 발생한 향이 기름에 포집되어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더구나 기름은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 단백질만 많으면 질기거나 퍽퍽한데, 그 사이사이에 기름이 있으면 조직은 부드럽고 매끈해진다. 그래서 삼겹살이나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항상 맛있는 것이다.


  소금으로 기본 간한 스테이크

그런데 지방이 많은 고기를 얻기에는 더욱 많은 곡식의 사료가 필요하고, 돼지의 모든 부위가 기름이 많을 수는 없다. 기름이 적은 부위에 기름을 주입하면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고기가 되는 것이다. 사실 요즘 사람들의 고기와 지방에 대한 탐닉은 끝이 없다. 일류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는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택하여 기름을 두르고 기름에 튀겨낸다고 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기름이 듬뿍이다. 맛있는 스테이크를 하기 위해 밑간을 하고, 올리브오일을 스테이크 전면에 발라준다. 그리고 포크로 찌르는 과정을 5분 이상 실시하여 포크로 찌른 구멍 사이사이로 올리브오일을 들어가서 고기의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도 한다. 미트 해머보다는 포크가 깊숙히 찔려 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뜨겁게 달군 팬에 기름을 붓고 시어링(searing)기법으로 스테이크를 조리해, 고기 표면은 튀긴 듯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로 만들어 낸다. 중간에 양파, 마늘, 고추, 생허브 등을 넣지만 만약 올리브유가 부족하면, 수시로 넉넉하게 둘러주고 마무리 순간에 버터 1큰 술을 넣는다. 버터 1큰 술이 스테이크의 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스테이크를 이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소금, 설탕, 기름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에 이런 기법을 식품회사가 사용한다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요리사가 고기를 구입해  갖은 양념과 노력을 투입하여 고기를 더 맛있게 하는 것은 정성이라고 하고, 갖은 양념과 조합이 된 고기를 구입해서 간단히 가열해 주기만 하면 인스턴트 음식 또는 속임수라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가공육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쓰인다. ‘텐더라이즈’, ‘텀블링’, ‘인잭션’, ‘결착・압축’ 등이다. 텐더라이즈는 고기의 원형을 유지한 채 질긴 힘줄이나 연골 등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잘라서 먹기 좋게 만드는 과정이다. 흔히 고기를 칼등으로 두들기는 그런 공정인데 요즘에는 텐더라이저라는 기계로 한다. 텀블링은 양념과 숙성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굴려주는 방식이고 인젝션은 각종 조미료나 첨가물, 기름 등을 주사바늘을 이용해서 고기의 내부에 침투시키는 방법이다.

 

이중에서 인젝션 방법은 모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의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사실 인젝션비프는 이미 40년 전부터 쓰이던 기술로 소고기 수요가 급증한 1990년대 이후로 좀 더 널리 사용되었다. 그리고 인젝션 방법은 닭고기에 염지의 방법으로도 많이 쓰기고 있다. 염지는 건염법과 염지액 침지법, 염지액 주입법이 있다. 건염법은 고기 표면에 양념을 바르거나 뿌리면 삼투압에 의해 서서히 양념이 침투되는데 24~48시간 이상 소요된다. 침지법은 원료육을 양념 염지액에 침지시켜 양념이 침투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24시간 이상이 걸린다. 염지액 주입법(인젝션)은 수 십 개의 바늘이 부착된 기계를 이용해 원료육에 불과 몇 시간 내에 염지액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염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소고기 가공에 인젝션은 양념이 아니라 기름의 증량을 위해서도 쓰인다. 고기의 맛은 기름 맛에 좌우되고 부위에 따라 기름의 비율이 다르므로 어떤 부위는 기름의 첨가에 따라 고기의 맛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는 진짜 고급(?) 부위 고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근접한 맛을 제공한다. 그리고 소고기에 우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래 고가의 부위  만큼은 아니지만 기대만큼 저렴하지도 않다.
우리는 이런 기술과 고기에 대하여 어떤 평가할 수 있을까? 일단 속임수라는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오로지 지방의 함량을 높이기 위해 운동도 못하게 좁은 축사에 갖혀 곡물사료를 과잉으로 공급받으며 비육해진 소의 마블링의 넘치는 부위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찬양하지만 고기에 뭔가가 첨가되었다고 하면 속임수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실 소고기에 소기름을 넣는 것도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고기에 제대로 된 우지를 위생적 환경에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청결하지 못한 기구와 환경에서 작업을 한다면 주입과정에서 미생물의 오염의 가능성이 있고, 요즘처럼 고기를 완전히 익히기 보다는 레어나 미디엄으로 먹을 경우 식중독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고기는 분명이 인젝션 공법을 사용한 고기라고 알리고 팔아야 한다. 그래야 생산자나 소비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저렴한 비용에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고, 편리성도 높을 수 있다. 셰프들이 스테이크를 만들려면 우선 원료육의 근막과 지방을 제거해 스테이크 모양으로 절단한다. 그리고 부드럽게 하기 위해 고기를 방망이로 두드리거나 연육제를 뿌린다. 그 후 고기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소금, 후추 등 밑간을 한다. 이것을 ‘마리네이드’라고 하는데, 최소한 수 일이 소요된다. 이 모든 작업을 하려면 전문성은 물론 많은 인건비가 투입돼야 하는데, ‘근내 양념육’은 굽기만 하면 된다. 가격 뿐 아니라 편리성도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균일성도 높일 수 있다. 고기는 생물이라 부위에 따라 품질이 다를 수 있는데, 인젝션 육은 그 품질의 차이를 줄 일 수 있다. 그리고 침지시간의 단축에 따른 효과도 있다. 기존에 양념육은 자연침지법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서 세균의 오염이나 증식의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작업장의 환경과 위생이 잘 갖추어진 곳이어야 한다.

사실 그 동안 가공육은 이처럼 고기의 형태를 살린 것도 있었고, 소시지, 햄, 스팸처럼 고기의 원래 형태가 없어진 가공육도 많았다. 그런데 이들 고기는 그 탄생의 배경이나 역할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언제 부터인지 가공의 장점은 무시하고 나쁜 점만 과장한 분위기가 많아진 것이다
그런데 가공이야 말로 재료의 단점을 보완하여 모든 재료가 제대로 활용되게 하는 친환경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의 요리의 전통은 재료의 가장 좋은 부위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리거나 천시하는 것이 아니였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소중하게 대했던 문화이다. 그런데 저렴한 재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마치 유해한 재료를 사용한 것인양 비난하는 풍조가 왜 그리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대패삼겹살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사실 대패 삼겹살이 쓰인 부위는 모돈의 고기를 사용하기에 그냥 먹기에는 질기고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것을 얇게 썰어서 양념해 먹으니 그 단점은 해결되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상하거나 비위생적인 재료를 사용하였으면 몰라도 저렴한 부위를 적당한 해결책을 찾아 잘 활용하는 것은 절대 비난의 대상일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불과 30~40년 전에 기름이 많은 부위는 느끼하고 설사를 유발하기 쉬운 것으로 기피되던 부위이다. 그 때 고기는 씹는 맛이었지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아니었다.

사실 맛있는 음식이 더 건강한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왜 단지 맛을 가지고 식재료의 품질을 그렇게 차별하는지 모르겠다. 지나친 입과 코의 만족보다는 환경과 식재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을 것 같다. 세계 3대 진미로 캐비아, 푸아그라, 트러플(송로버섯)을 꼽았는데 캐비아는 멸종 위기라서, 프라그라는 잔인성 때문에 빛이 많이 바랬다. 또 다른 진미인 상어지느러미 요리도 멸종 위기와 잔인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퇴출되고 있다. 사실 샥스핀은 콜라겐이 많아 영양적 가치는 별로 없고, 독특한 식감이 매력이다. 그러니 괜히 상어를 잡아 수은이 많은 지느러미를 먹을 것이 아니라, 젤라틴 같은 것으로 만든 대용품(모조 삭스핀)이 더 낫다고 해야할 것이다. 대용품은 잔인하지도 않고 수은도 없으니 영양이나 안전 면에서도 진짜보다 더 괜찮은 것이다. 그렇지만 삭스핀이 모조품이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아마도 순식간에 입맛을 잃어버릴 것이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피카소의 진품이라고 하면 그 아우라에 한없이 감동하고, 가짜 그림이라고 하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능력을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재료로 좋은 맛을 내는 것보다 평범한 재료로 비범한 맛을 내는 것이 훨씬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인간을 위한 음식으로 창조된 생물은 없다. 따라서 음식에는 항상 어느 정도 잔인성이 들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과식을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음식과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공의 기술이 그저 맛을 높이는 기술이라면 그저 그런 기술이지만 식재료의 가치를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기술이라면 충분히 높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후손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식품하는 사람들이 기술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알리는 것에도 조금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가공기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너무 많다.

소시지(sausage)
소시지(sausage)는 다진 고기에 소금과 허브나 돼지기름을 첨가하고 외피에 싸서 하루 동안 쟁여두었다가 끓는 물에 삶아 먹는 음식을 가리킨다. 소시지 제조는 매우 오래된 음식 보존 기술로 과거 도축업자들이 내장과 머릿고기, 고기를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 등을 처리하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오늘날에는 지방과 내장 등의 부산물을 거의 쓰지 않고 살점 부위 위주로 가공하고 있다. 완전히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었음에도 재료를 돼지고기로 하면 소시지이지만 생선으로 할 경우 어묵이 된다.
소시지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오래된 것으로 BC 9세기에 썼다고 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병사들이 고기반죽을 만들어 창자에 채운 것을 먹었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4세기에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일반 서민이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은 사치이므로 소시지를 먹는 것을 금지하는 령을 내리기도 했다.

햄(ham)
돼지고기를 가공하여 햄으로 만드는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BC 1000년경에 그리스에서 훈연하거나 소금에 절인 고기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호메로스의 시에서도 기록되어 있다. 로마시대에서는 연희의 목적이나, 원정군의 휴대 식량으로도 사용되었다.

베이컨(bacon)
베이컨(bacon)은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리거나 불에 그슬린 식품이다. 보통 베이컨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많으며 등심이나 옆구리 살을 사용하기도 한다.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놓고 가공하기도 하지만, 돼지고기 덩어리를 가공 후 먹을 때 얇게 썰어내기도 하며, 베이컨 제조 초기에는 이렇게 덩어리 째로 가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스팸(SPAM)
제이 호멜은 1936년 잘 팔리지 않는 돼지고기 어깻살을 이용해 신제품이 개발되었다. 뒤쪽 넓적다리에서 나온 부위와 어깻살을 섞고 햄과 비슷한 맛이 나게 한 후 고기 색깔이 까맣게 변하지 않도록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자 걸작 탄생했다. 호멜은 몇 년간 보존할 수 있는 다용도 고기 통조림에 호멜 스파이스드 햄 Hormel Spiced Ham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스팸이라 간단히 이름을 바뀌었다. 매출은 그럭저럭 팔리는 수준이었는데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대박이 났다. 미국최대 정육업자라는 위치를 이용해 이 제품을 영국에게 수출하고 군 기관에 통조림을 납품했다.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고 휴대가 쉽고 가볍고 싼 이 스펨은 완벽한 군용 식량이었다. 미군이 참전한 모든 지역에 이 스팸이 뒤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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