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긍정, 부정
심리 : 비싸면 소리도 좋아진다
마음에 달려있다
- 절대 감각은 없다
- 후각 심리학
- 미각 심리학
- 색채 심리학
- 가격 심리학
- 가격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 가격에 따라 혀와 코가 달라진다
2001년 보르도 대학교의 프레데릭 브로세는 57명의 포도주 전문가를 초대하여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처럼 보이는 두 잔의 액체를 주고는 그 인상을 말해보라고 주문했다. 그 포도주들은 사실 똑같은 백포도주였고, 적포도주로 보인 것에는 붉은색 식용색소를 넣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포도주 전문가들은 적포도주를 묘사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그 ‘붉은’ 포도주를 묘사했다. 단 한 명의 전문가도 그것이 실상은 백포도주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두 번째 실험은 한층 더 대담하게 동일한 중등품 포도주를 두 개의 다른 병에 담아 내놓았다. 병 하나는 고급브랜드, 하나는 평범한 브랜드였다. 전문가는 전혀 다른 것으로 평가했다. 고급 브랜드처럼 포장한 것은 “맛이 좋고, 숙성용 나무통의 향과 맛이 느껴지며, 복잡 미묘한 여려 가지 맛이 조화롭게 균형 잡혀 있고, 목으로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는 평을 받은 반면, 싸구려 포장을 한 것은 “향이 약하고 빨리 달아나며, 도수가 낮고, 밍밍하며, 맛이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윤미 기자 ymkim@donga.com
이탈리아의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와 그 일가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다른 바이올린과 견줄 수 없는 음색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650점이 남아 있는데,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 대가 354만 달러(약 35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명성도 명성이지만 워낙 고가라서 일반 연주자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꿈의 악기라 부른다. 이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 음색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실험은 이제껏 수없이 진행됐다. 광택제에서부터 나무가 자란 시기, 밀도, 튜닝 작업 등 주로 물리학적이고 역학적인 방법으로 음색의 비밀을 알아보려는 시도가 많았다.
하지만 악기음향 전문가 클라우디아 프리츠와 바이올린 제작자 조세프 커틴은 그동안 악기의 음색을 밝히려는 연구는 많았지만 정작 이 악기들이 좋은 음색을 내는지 조사한 적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성 자체에 도전하는 발칙한 실험을 했다. 전문 연주자들에게 사전 정보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도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같은 명품 바이올린 음색을 선호하냐는 것.
연구진은 연주경력이 15년이 넘는 연주자 21명을 모아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총 6개의 바이올린 중 3개는 만든 지 10년이 안된 새 바이올린으로, 나머지 3개는 각각 1700년과 1715년에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1740년에 제작한 과르네리 한 대로 구성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 반사음이 없는 무향실을 만들고 불빛을 차단해 실험참가자들이 바이올린을 생김새로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다. 턱받침에는 향수도 뿌려 혹여 냄새로 바이올린을 구분하는 일도 없도록 주의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연주자들에게 무작위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골라 연주하도록 하고 어느 것의 소리가 더 나은지 물었다. 실험 대상자는 물론 그들에게 악기를 건네주는 사람조차 어떤 악기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이중맹검 실험이었다.
하지만 사실 두 대 중 하나는 만든 지 몇 년 안 된 새 바이올린이고, 하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이거나 과르네리였다. 1분간 연주해보고 나서 평가한 결과, 오래된 것과 새 것에 대한 호감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유독 1700년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호감도는 뚝 떨어졌다. 세 번의 실험에서 3~6명만이 1700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좋다고 꼽은 것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6개의 바이올린을 자유롭게 연주하게 한 뒤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것’과 ‘가장 별로인 것’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집에 가져가고 싶은 바이올린으로 가장 최근에 만든 바이올린이 뽑혔다. 그리고 가장 별로인 바이올린에는 1700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뽑히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전통적인 믿음을 깨는 놀라운 도전”이었다고 자평했다. 클라우디아 프리츠는 “연주자들은 가장 선호한 악기가 새 악기인지, 오래된 악기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면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오랫동안 명기로 인정받은 데는 이 악기가 고가이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012.2.2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랍스터의 가격
출처 : coldstar.egloos.com/4287906
신대륙에서 랍스터는 가난한 자들의 음식이었다
19세기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랍스터는 가난한 자들의 음식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랍스터를 비료 용도로 썼다고 한다. 갓 도착한 영국 출신의 청교도들은, 원하는 만큼 곡식을 얻지 못했다. 대신에 원하는 만큼의 랍스터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청교도들이 도착했던 폴리머스 인근의 해변에는 랍스터들이 날 잡아 잡수시라며 기어다녔던 듯. 랍스터는 해변으로부터 대륙붕에 이르기까지 바닥을 기어다니는데, 18세기까지는 그넘들을 손으로 잡아서 먹었다고 한다.
폴리머스에 도착한 청교도들의 시장으로 30차례(...) 선출된 바 있던 윌리엄 브래드포드의 <폴리머스 농장의 역사history of plymouth plantation>에 보면, 당시 그들의 식생활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그들이 친구와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식은 생선 한 조각, 또는 랍스터 뿐이었다. 빵이나 또는 다른 무엇도 곁들일 수 없었으며, 샘물 한 잔이 전부였다."
이후에도 한동안 랍스터는 미국에서 가난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죄수, 노예, 최하층민에게 주어지는 음식이었고,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랍스터를 먹는 사람들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껍질을 땅에 파묻었다. 미국의 어느 노사분규에서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랍스터를 식단에 올리지 말라는 요구사항을 내고 가결되었다고도 한다.
다만 해물 음식류가 흔히 그렇듯, 문화권에 따라 취향을 많이 탔다. 특히 해물을 즐겨먹는 지중해권과 달리, 북유럽 권에서는 생선 이외의 해물에 대한 금기가 많이 보였다. 양넘들이 오징어를 먹게 된 것도 이탈리아/일본 음식의 유행 덕택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북아메리카에 처음 도착한 영국 태생의 청교도들이 랍스터를 원래부터 즐기던 넘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빵과 고기로 대표되는 서양 음식의 전통은 사실 영국음식에 가장 가까운 듯 하다. 그런 영국 출신의 청교도들 입장에서는, 북아메리카의 황야에서 밀도 없고 소/양도 없이, 바닷가에 기어다니는 커다란 바퀴벌레 비슷한 넘을 먹어야 하는 것이 힘겨웠을 듯 하다. (랍스터를 <바다의 바퀴벌레> 라고 흔히 부르는데, 이것이 전통적인 표현인지 또는 잡식성을 일컫는 최근의 표현인지는 불확실하다.)
바꿔 말하면 수요와 공급의 측면으로도 설명된다. 먹고 싶은 것은 빵과 괴기인데, 먹을 수 있는 것은 옥수수와 바닷가재밖에 없다. 결국 가장 흔하게 먹는 것이 랍스터이다보니, 가장 싸구려 음식이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귀한 음식으로 바뀌었을까
1850년대에는 1~2달러, 1870년대 4달러 정도였는데, 1880년 이후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가, 대공황때 잠시 주춤한 후, 다시 쭈욱 달려서 1970년대에는 파운드당 30$ 를 호가했다고 한다. 한때 가장 싸구려였던 음식이 왜 고급으로 바뀌었을까. 재밌는 썰로는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의 창립자인 존 록펠러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하인에게 줄 음식접시가 실수로 록펠러의 식단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그걸 처음 먹어본 록펠러가 맛에 감탄하는 바람에, 부유층이 너도나도 랍스터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머 이런 이야기는 걍 재밌는 구전설화일 가능성이 높지만, 대략 시점은 일치한다. 완전히 동일한 음식이 어떤 사유로 갑자기 고급 음식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분석 자료를 찾기는 쉽지가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이민자들이 다양한 국적을 가지게 됨으로써, 그 중 랍스터를 즐겨먹는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가난한 자의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벗어났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원래 랍스터는 싼 음식이 아니었는데 아메리카에 도착한 청교도들의 특수한 수요/공급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개싸구려 취급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