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필름 Biofilm : 암세포의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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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필름 Biofilm : 암세포의 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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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의 생태계 : 바이오필름, 마이크로바이옴
- 바이오필름 Biofilm : 암세포의 협동
- 세균이 항암제 역할을 방해할 수 있다

종양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Tumorigenesis: it takes a village1)
이 대 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E-mail: dwl@kaist.ac.kr

1. 머리말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암은 여러 세포 아군집(subpopulation)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성장 속도, 면역원성(immunogenicity), 약물 반응, 전이(metastasis) 능력 등과 같은 기능이나
표현형에 대해 종양내이질성(intratumor heterogeneity)을 지닌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실
종양내이질성은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개념이 아니라 이미 1970-80년대에 마우스 종양을 이용한
몇몇 연구를 통해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종양 내 이질적인 클론들이 서로 경쟁을 하거나 협동을
한다는 실험 사례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세포자율성(cell-autonomous) 암유전자(oncogene)와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에
몰두해왔고, 그 동안 종양내이질성 및 클론 상호작용에 대한 개념은 주목받지 못했다. 현재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이와 같은 개념을 통해 이제 연구자들은 암을 생태계처럼 진화하며 인간사회처럼
동작하는 시스템으로서 이해하기 시작했다.
서브클론 간의 상호작용은 크게 음성 및 양성 상호작용으로 나뉜다 (설명 1). 음성
상호작용은, 다윈 진화의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 법칙에 따라 선택적 일소(selective
sweep)를 낳는 클론 경쟁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 이 같은 상호작용에 의해 적합도가 낮은
서브클론은 죽고 적합도가 높은 서브클론은 살아남아 종양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종양내이질성을 감소시킨다. 반면, 양성 상호작용은 대게 클론협동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종양내이질성을 지속시키는 주요 원천 중 하나로 여겨진다. 단일 클론 군집이 ‘암의 징표(hallmarks
of cancer)’를 얻게 하는 모든 돌연변이를 축적하여 종양을 형성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이에 반해 클론협동 이론에서는 완전히 전환되지 않고 일부만 형질전환된
서브클론들이 서로를 도와 종양형성을 촉진할 것으로 생각한다. 클론협동은 근접촉(juxtacrine)에
의한 세포 간 통신 및 비세포자율성 근거리분비(paracrine)와 같은 직접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거나, 미세환경(microenvironment) 재편성을 통해 영향을 주는 간접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림 1). 본 리뷰에서는 이와 같이 이질적인 종양 내에서 관찰되는 협동적인 상호작용이
어떻게 암의 다양한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며, 암세포 군집들에 의해 야기되는 종양 내
변화의 조합이 전체 종양의 강건성 증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음성 상호작용
 경쟁(competition): 가장 강한 음성 상호작용으로서, 대개 영양분이나 산소와 같은 자원이 한정적인 경우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세포 군집 간에 서로 억압하거나 죽일 수 있는 분자를 분비한다.
 편해공생(amensalism): 경쟁과 유사하지만 저해가 단방향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군집A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군집B를 저해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약한 서브클론은 멸종하게 된다.
 포식(predataion)과 기생(parasitism): 상극의 상호작용으로서 다른 군집에 손해를 끼쳐 이득을 얻는 방식이
다. 그러나 포식과 기생은 종양 내 암세포 군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포식의 한 종류로서 암세포와 면
역세포의 상호작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양성 상호작용
 편리공생(commensalism): 어느 한 군집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다른 군집에게 이득을 줄 수 있는 양성
상호작용이다. 성장인자, 사이토카인, 공유 자원 등은 순환에 의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무임승차자’ 또는
‘사기꾼’ 서브클론은 ‘생산자’ 서브클론이 기여한 자원을 이용하여 증식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무임승차자나
사기꾼이 경쟁에서 생산자를 이기는 경우 공유 자원은 사라지게 되고 종양은 쇠약해 질 것이다.
 상조공생(synergism): 둘 이상의 군집이 전체 시스템에 새로운 특성(예를 들어, 전이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하는 양성 상호작용이다. 상조공생에 의해 나타나는 새로운 특성은 군집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때에는 나
타나지 않는다.
 상리공생(mutualism): 둘 이상의 군집이 협동하여 모든 참여자들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는 인자를 생산하거
나 자원을 들여올 때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암에서 상리공생은, 이질적인 서브클론들의 생존을 증대시킴으
로써 종양 내 서브클론들의 적합도를 전체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1. 이질적인 종양 내 클론협동

2. 이론 및 수학모델링
여러 종류의 암에서 종양내이질성이 발견되면서, 생태학, 미생물학, 진화생물학 등에서
연구되어 온 종 간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이 종양 내 아군집을 분석하는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해밀턴 의학(Hamiltonian medicine)의 한 이론 분파는 암세포 사이의 협동적이거나 상충하는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미생물 상호작용의 동역학과 밀접하게 비교하는데, 그 이론적 지식은
세균 상호작용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더불어 수학 모델링을 통해 추론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결핍은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의 변화에 의해 멸종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균질성(homogeneity) 보다는 이질성을 유지하는 것이 생물 군집에
더욱 유익하다. 미생물의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 중 하나에서 밝혀진
사실은 극단적인 선택압이 없는 환경에서 세균 군집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순환 지배(cyclic dominance)’ 모델을 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모델에서 세균 군집 내 작은
아집단(subgroup)들은 민감균주(sensitive), 킬러균주(killer), 내성균주(resistant)의 역할을 번갈아
수행한다고 하며, 이는 여러 세균 군집이 공존할 때 왜 많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신경내분비 췌장암의 한 종류인 인슐린종(insulinoma)의 세포배양
모델에서 관찰되었으며, 수학 시뮬레이션으로도 검증되었다. 이 모델에서 IGF2(insulin-like growth
factor2)를 분비하는 생산자 서브클론과 그렇지 않은 비생산자 서브클론은 증식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평형(equilibrium) 상태에서 존재한다고 한다.
암에 대한 이론적 모델링 연구는 성장인자나 스트레스 요소를 자유자재로 추가 또는
제거하는 등 실제 생체시스템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환경 조건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통찰력을 제공하며, 특히 in vivo 실험에서처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론 연구가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단순한
실험으로부터 추정된 모델의 파라미터는 실제 환자에서 완전히 재현되지 않을 수 있고, 모델의
복잡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수많은 가정은 실제 종양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이론적 모델의 파라미터 추정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 시료와 in vivo 동물 모델로부터 실험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정교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종양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in
silico 모델을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인 치료법을 설계하는 것이다.

3. 초파리 모델의 클론협동
다년간 Drosophila melanogaster는 발생 과정에서 세포 간 음성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위한
모델로서 활용되어 왔다. 특히 안성충판(eye imaginal disc) 발생에서 다른 적합도(fitness)를 갖는
세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세포 경쟁 현상의 특징이 잘 밝혀져 있다. 세포 경쟁의 기작을 설명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는 주변세포를 근절할 수 있는 ‘초경쟁자(super-competitor)’ 클론 생성에 관련된
몇몇 주요 요소를 밝혀냈다. 초경쟁자 표현형을 부여하는 주요 요소들은 대개 유전적이지만, dm(Myc
코딩 유전자) 유전자량(gene dosage) 불균형, 리보솜 단백질 유전자의
반수체기능부전(haploinsufficiency), 종양억제 경로 상의 돌연변이, Hippo 경로의 조절 이상 등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포유류에서도 세포 경쟁 및 여타 유사한 세포 상호작용을 탐구하는데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D. melanogaster 유전학을 이용하여 협동 상호작용이 암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 본 주목할만한 연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D. melanogaster의 안성충판에서 발암성 RasV12
돌연변이 세포와 scribbled 유전자가 없는 세포(scrib-/- )가 서로 상호작용 할 때, scrib-/- 세포 군집은
소수의 서브클론으로 유지되는 한편 RasV12 돌연변이 세포는 증식과 침윤(invasion)이 크게
증가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RasV12 돌연변이 세포만 존재하는 경우 이와 같은 현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는 scrib-/- 클론의 JNK 활성화가, 인접한 RasV12 돌연변이 세포에서 JNK의 스트레스성
활성화를 유발하고 JAK-STA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사이토카인(cytokine)의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기작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scrib-/- 세포가 없어도 기계적 상처로 인한 조직손상이
RasV12 세포의 증식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 기저에는 보상적 증식이 기작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D. melanogaster의 안성충판을 사용하지만 약간 다른 실험에서는, 미토콘드리아에 기능적
이상이 있는 작은 세포 군집이 근접촉(그림 1)을 통해 JNK를 매개로 Hippo 경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RasV12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와 전이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D. melanogaster 모델의 강건하고 단순한 특성 덕분에 밝혀낼 수 있었던 클론협동에 대한
기작들은 인간 종양에서 작동하는 주요 경로를 찾기 위한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4. 마우스 모델의 클론 크로스토크
지난 수십년간 분자생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동물 모델에서 서브클론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보다 자세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1980-90년대 암생물학자들이 이질적 종양 내
서브클론 협동에 대해 관찰한 사실을 더욱 명백하게 하였다. 최근 연구 결과 중 한 가지 예로, Calbo와
동료들은 소세포성 폐암(small-cell lung cancer)의 유전자조작 마우스모델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두 암세포 군집이 함께 이식되었을 때는 질병 진행 및 간 전이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개별적으로 이식되었을 때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두 군집 중 하나는 in vitro 배양에서
표현형이 신경내분비성(neuroendocrine, NE)인데, 덜 분화된 비신경내분비성(non-NE) 군집의 증식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림 2A 상단). 앞서 살펴 본 D. melanogaster 모델의 경우 상호작용 하는 두
세포 군집은 개별적으로 진화한 군집들이지만, 마우스 모델에서는 RAS 신호에 의한 분화
표지(marker)의 상실로 인해 NE 군집에서 non-NE 군집이 발생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특히
non-NE 군집은 NE 군집과 섞여 있을 때 간으로 전이할 수 있었는데, 원발암(primary tumor)에서
non-NE 군집은 소수군집이지만 전이 병소에서는 지배군집이었다 (그림 2A 하단). 이와 같은 현상은
원발암 내 지배적인 군집만을 표적으로 하는 경우 전이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며, 이는 서브클론의 상호작용이 치료 전략의 설계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Cleary와 동료들은 클론협동을 관찰하기 위해 MMTV-Wnt1 유방암 마우스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수행하였다. 종양형성을 위해서는 기저형(basal) HrasmutWnt1low 서브클론과 관강형(luminal)
Hraswild-typeWnt1hi 서브클론이 모두 필요했으며, 특히 종양형성은 WNT1을 생산하는 관강형에 크게
의존적이었다 (그림 2B). 또한, 기저형 HrasmutWnt1low 서브클론이 없는 마우스에 기저형 HrasmutWnt1low
서브클론만을 이식한 경우 종양 내에서 수많은 관강 세포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기저형
HrasmutWnt1low 서브클론 군집의 종양 형성이 주변 야생형 관강 세포의 협동에 의존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림 2. 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한 클론협동 실험

Zhang과 동료들은 p53-null 유방암 마우스 모델을 통해, CD29hiCD24hi 양기능성
종양개시세포(bi-potent tumor initiating cell)와 보다 분화된 CD29hiCD24low 간엽 세포(mesenchymal
cell)의 크로스토크를 보여주었다 (그림 2C). CD29hiCD24low 군집은 CD29hiCD24hi 세포로부터
파생되며, CD29hiCD24low은 다양한 리간드(e.g. WNT9A, WNT2, IL-6, CXCL12)를 분비하고
CD29hiCD24hi는 이에 대한 수용체(e.g. CXCR4)를 발현한다. CD29hiCD24low가 분비한 사이토카인은
CD29hiCD24hi의 자기재생(self-renewal) 및 종양개시(tumor-initiating) 능력을 활성화시키는데, 이는 두
세포 군집이 양성 되먹임 회로(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2C). 이
실험은 줄기세포유사(stem-cell like) 암세포와 그 암세포의 더 분화된 세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탁월한 예라고 볼 수 있다.

5. 인간 암세포의 협동
조직의 발생과 종양의 진행을 연구하기 위해 다년간 활용되어 온
이종기관이식(xenotransplantation) 실험이 최근 들어 종양 내 클론 상호작용 연구에도 적용되었다.
Chapman과 동료들은 인간 흑색종(melanoma) 세포주를 zebrafish에 이종이식한 모델에서 다양한
서브클론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역적 표현형 전환(reversible phenotype switching)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저침윤성(poorly invasive) 서브클론은 침윤성 서브클론이 존재할 때만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을 분비하는데, 이는 침윤성 서브클론으로 하여금 단백질분해효소
독립적인 표현형에서 MT1-MMP(membrane-type matrix metalloproteinase)에 의존적인 표현형으로
전환하도록 하였으며 그에 따라 두 세포 군집 모두 침윤이 증가하였다.
Mateo와 동료들은 PC-3 전립선암 세포주를 이종이식한 마우스 모델에서
비암줄기세포유사(non-cancer stem cell-like, non-CSC) 군집이 세포외기질 단백질인 SPARC를
분비함으로써 암줄기세포(CSC) 유사 군집의 침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치료
실패의 원인을 CSC에서만 찾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어쩌면 그 결과들의 기저에는 CSC와
non-CSC의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른다.
Marusyk과 동료들(본 리뷰논문 저자 연구실)은 이클론성(bi-clonal) 동역학을 탐구하기
위하여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주인 MDA-MB-468에 암촉진 요소를 과발현시킴으로써 20개의 서로
다른 서브클론을 제작하였다. 각 서브클론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단일클론 종양과, 모든
서브클론이 동일한 비율로 존재하는 다중클론 종양을 비교해보니 다중클론 종양이 더 공격적이었다
(크기도 크고 전이도 많음). 여러 서브클론들 중에 IL-11과 FIGF(c-fos induced growth factor;
VEGFD)를 각각 과발현하는 두 서브클론만으로도 이전 실험의 전이 현상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따라서 이 두 서브클론에 의한 종양 성장을 살펴본 결과, IL-11을 과발현하는 클론은
종양의 적은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종양 성장의 비세포자율성 촉진자로서 역할하는 반면, FIGF를
과발현하는 서브클론은 IL-11의 도움에 힘입어 FIGF 분비를 통해 림프관신생(lymph-angiogenesis)
및 그에 따른 종양 세포 파종(dissemination)을 증가시켰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한 수학모델링에서
밝혀낸 사실은 종양의 이질성 유지에는 IL-11 및 클론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IL-11이 비세포자율적으로 전체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특정 서브클론이 종양 군집을
지배하지 않도록 클론들이 서로를 견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 유래 종양 이종이식(patient-derived xenograft, PDX) 모델을 이용한 몇몇 연구는
렌티바이러스 형질도입(lentiviral transduction)을 이용하는 바코딩 시스템을 통해 이종이식 조직에서
클론의 분포를 추적하고 이를 본래 환자의 종양과 비교함으로써 균질 조직과 달리 다중클론성 및
높은 수준의 서브클론 이질성이 종양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이
PDX 실험의 단서만으로는 서브클론 협동에 대해 명백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다만, 높은 수준의
종양내이질성을 유지하는 것이 종양에 어떤 진화적 이점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단일 세포나 균질 군집을 이식하여 만든 PDX 모델은 환자의 이질적인 원발암 내에서 작용하는
동역학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균질 군집에서 클론 간의 상호작용은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1의 ‘분리 및 클론 이종이식’). 현재, 클론을 면밀히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 세포주 모델을 활용하는 것만큼 PDX 모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PDX
모델로부터 기작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6. 클론협동과 암 치료
종양의 이질성이 높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나쁘다는 단서가 급속도로 쌓이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전이 유방암 병소가 소중클론 순환종양세포(oligoclonal CTC) 클러스터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클론협동이 종양에 주는 이점을 시사한다. 종양내이질성은 치료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으로서 치료에 내성을 갖는 새로운 이질적
군집이 형성되도록 클론 동역학이 변할 수 있는데, 이는 회복기와 휴약기(drug holidays)에 종종
발생할 수 있다.
매우 이질적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에 대한 몇몇 연구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돌연변이 집합을 달리하는 아군집들이 시공간에 걸쳐 공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모세포종에 관한 연구에서는 한 환자의 단일 종양 내 서로 다른 암세포에서 EGFR, MET, PDGFR과
같은 수용체타이로신인산화효소(RTK)가 각각 개별적으로 증폭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적어도 세 종류의 독립적인 클론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의 종양 내에 여러 종양 유발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이 직접적으로 클론 상호작용을
입증하지는 않지만, 서브클론의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항암 치료 내성에 기여하는 어떤 상호작용이
종양 유발 서브클론들 사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iFISH(immunofluorescence and 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를 이용하여 선행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 전후의 세포다양성
점수를 구해본 결과, 치료에 일부 반응하는 종양과 반응하지 않은 종양 사이에 유전적 다양성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종양을 구성하는 개별 군집들의 표현형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는 종양내이질성의 유지가 암이 치료를 회피하고 재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흔히 사용하는 진단 도구로 찾을 수 없는 내성 서브클론의 존재가 궁극적으로 치료의
실패와 재발에 기여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ESR1(oestrogen receptor-α)
돌연변이가 원발성 유방암에서는 발견되지 않지만 내분비요법이 잘 듣지 않는 전이 병소의 상당
부분에서 ESR-1 돌연변이 세포가 발견된다. Digital PCR 같이 기술적 발전의 도움으로 기존에
존재해왔지만 진단 검사를 피해갔던 몇몇 돌연변이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몇몇 in vitro
공생배양(co-culture) 실험에서 내성 클론의 작은 아군집이 내성이 없는 클론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환자의 종양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호작용이 있을지 모른다. 따라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브클론 군집들이 서로의 생존이나 파종을 돕는다면 암을 뿌리 뽑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악성 세포의 작은 군집이 양성 세포의 다양한 군집을 모집한 후
형질전환시켜 종양의 성장을 증가시킨다는 증거가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형질전환에 관련된
직접적인 자극으로는 활성화 사이토카인 분비, 종양억제자 상실 촉진 등이 있고, 간접적인
기작으로는 RNA나 단백질 인자의 엑솜 매개 전달 등이 있다. 클론협동과는 다소 다르지만 이런
종류의 모집(recruitment)이 의미하는 바는 성공적인 종양 형성이 종종 둘 이상의 아군집의 기여에
의존적이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양성종양을 ‘타락시키는’ 영향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가
부족하며, ‘영향력 있는’ 클론들을 제거하는 방법은 더더욱 모른다.
암 치료를 향한 길에 놓인 또 다른 장애물은 일시적인 협동 클론의 등장이다. 세균 항생제
내성 연구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용어 중 하나는 ‘지속성(persistence)’이다. 자칫 내성과 혼동할 수
있는데, 지속성이란 민감 균주가 거의 휴면(dormancy) 상태에 가깝도록 성장과 대사를 낮춤으로써
항생제의 맹공격을 버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속성 군집은 항생제를 회피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돌연변이 없이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종양에서도 발견되었다. 한 아군집은
IGF1 수용체(IGF1R)의 활성화를 통해 가역적이고 일시적으로 후성유전학적 프로필을 변경하여
약물내성이 있는 지속성 군집을 형성할 수 있었다. 치료가 제거되자 살아남은 지속성 정지세포들은
증식할 수 있는 종양 군집으로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종양 이질성은,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간에 그리고 유전적이든 비유전적이든 간에, 암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에 주요
장애라는 것을 의미한다.

7. 결론 및 전망
세포 사이의 통신은 배아 발생과 조직 항상성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이 현상은 아주
최근까지 암 생물학 영역에서 과소평가 되었다. 클론협동은 암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표적 치료의 설계 또한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생태학적 항암치료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이는 모든 개별적인 서브클론의 제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클론협동의
기작을 찾고 그 상호작용의 유형을 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접근 중 하나는 ‘공공의 적(역자: 원문에는 common gooders라고 되어있으나 문맥에
맞게 의역하였다)’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그들의 근거리분비 작용을 근절하고, 모든 군집이 의존하는
‘공공재(public goods)’를 제거해야 한다. 여기서 ‘공공의 적’이란 주변 군집에 확산 인자를 분비하여
종양 성장의 비세포자율성 원동력이 되는 세포군집을 의미하며, ‘공공재’란 경제학 용어로서 개인이
아닌 전체 사회에 의해 소비되는 자원을 의미하는데 종양에서는 성장인자, 영양분, 산소 같은 것이
될 수 있다. 일반적인 종양 군집이 표적이 될만한 종양 군집에 의존적이지 않다면, 표적 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전반적인 종양 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반면 중립적인 클론이 표적이
될만한 군집의 어떤 근거리분비에 의존적인 상황이라면, 표적 군집을 근절하거나 확산인자를
차단하는 것은 종양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기술적 발전에 의해, 장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비침습성 액체 생체검사(non-invasive liquid
biopsy)를 통해 몇몇 암 유형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혈액에서 바이오마커,
순환종양세포(CTC), 순환종양DNA(ctDNA) 등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다. 표본 수집과 분석 기술이
계속 개선됨에 따라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원발성 종양의 이질성과 그 전이 양상에 대한 통찰력을
얻거나 치료 과정에서 이질성과 전이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종양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서브클론 상호작용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론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비록 종양 생태계의 지식이 축적되고 있지만,
종양내이질성을 우리의 치료전략 설계에 포함시킬 때만이 우리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암 군집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환자의 영속적인 치유를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