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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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 멸종 위기

바나나 Ba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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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바나나도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TR4라 불리는 새로운 곰팡이질병이 80년대 대만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동남아시아 일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당시 대만 바나나의 70%가량이 사멸했고 인도네시아에선 약 4856만2277㎡의 바나나 재배지를 폐기해야 했다.
현재 이 질병은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등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농부들은 바나나를 비닐포장지로 감싸고 해충제를 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병이 바나나 생산의 핵심지인 중남미에 도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인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이 모두 이 지역이 속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에콰도르는 전세계 수출용 바나나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약 344만7302t의 바나나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도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면 2007∼2009년동안 매년 약 25만t 이상의 바나나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는 약 1832억446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나나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말레이 반도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긴 역사를 가진 과일이다. 이후 각지로 전파되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의 바나나가 자라고 있다. 이 중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바나나는 단 1종. 나머지는 야생 바나나들인데, 이것들은 열매 속에 크고 딱딱한 씨를 가득 품고 있어 먹기가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처음 바나나는 열매가 아닌 뿌리를 캐 먹기 위해 재배했다. 그러다 씨 없는 돌연변이 품종이 나타난 것이다.

바나나는 열매를 수확한 후 밑동을 잘라내면 6개월 후 땅속줄기에서 새로운 어린줄기가 자란다. 뿌리를 잘라 옮겨심기만 해도 바나나가 열리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바나나만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씨 없는 바나나를 기르면서 사람들은 쉽게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바나나 입장에서는 유전적 다양성이 사라져 그만큼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병·충해가 휩쓸 경우 바나나가 전멸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Cavendish)란 품종인데, 불과 60여년 전만해도 이 품종이 아니었다. 1950년대까지는 ‘그로 미셸’(Gros Michel)이라는 품종이 주를 이뤘다. 이 품종은 맛과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장거리 운송이 가능해 각광을 받았지만,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파나마병은 1903년 파나마에서 처음 발견된됐는데, 푸사륨(fusarium)속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에 감염되는 일명 ‘바나나 암’이라 할 만큼 바나나에게는 치명적이다. 이 병에 걸리면 바나나 잎은 갈색으로 변하고, 말라죽는다. 그로 미셸종은 이 병에 저항성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바나나 농장주들은 바나나가 집단 폐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그로 미셸의 생산은 1960년대에 중단됐다.
하지만 인류는 바나나를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1960년대 중반, 파나마병에 잘 견디는 ‘캐번디시’ 품종을 간신히 찾아냈다. 그로 미셸보다 크기가 작고 맛과 향도 떨어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캐번디시 품종이 바나나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야기다.
그런데 1980년대 대만에서 캐번디시 품종이 파나마병 증상으로 말라죽기 시작했다. 이 품종은 파나마병에 내성이 있었지만 변종 파나마병에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변종 파나나병은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 바나나 70%를 죽였다.
현재까지 파나마병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아, 바나나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변종 파나마병은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호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로써 단 한 종뿐인 식용 바나나 캐번디시 역시 멸종 위험에 노출됐다.
‘변종 파나마병에도 강한 바나나 품종을 개발하면 되지 않겠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나나의 품종개량은 그리 쉽지 않다. 앞서 밝혔듯 씨 없는 바나나는 번식력이 전혀 없다. 이런 식물을 품종개량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자손을 길러내 원하는 특성을 모두 담은 후 다시 씨 없는(번식력이 없는) 식물로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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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바나나는 유독 멸종위험에 이리도 쉽게 처하는 걸까. 이유는 '인간의 욕심'에 있다. 우리는 달고 맛좋은 바나나를 얻기 위해 정상적인 바나나의 번식을 뒤틀었기 때문이다. 현재 식용 바나나는 유성생식을 하지 못한다. 아예 씨가 없거나 사실상 씨가 효력이 없는 형태로 품종개량된 바나나는 오직 꺾꽂이 방식으로만 재배된다. 결국 전세계 모든 바나나는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한 바나나의 '복제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20년 이내 캐번디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세계식량농업기구의 예측 중 하나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만 재배할 경우 급격한 상황에 처할 경우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사멸할 수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핵과류연구실 신용억 연구실장은 "아무리 강하고 유전조건이 우수한 식물이라 할지라도 복제품만 존재할 경우 새로운 질병에 적응할 '짝'이 없으므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1845년 아일랜드 감자기근도 단일 감자 품종만 재배했다가 한 질병에 모든 감자가 죽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나나 및 향후 다른 과일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유전공학이 아니라 번식력이 거의 없어진 캐번디시 바나나를 다른 종과 장기간에 걸쳐 교배시켜 자연스런 잡종품종을 다량 만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 연구실장은 "곡물 등은 매년 한 세대가 새로 생겨나므로 이전 세대를 유전조작실험 등으로 변경할 경우 빠르게 그 결과가 나오지만 과수의 경우 길면 10년 이상 키워야 성장해 결실을 맺는다"며 "따라서 다양한 품종을 유지하고 교배시키는 자연스런 방법만이 과일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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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제농업개발연구센터 안젤리크 돈 박사팀은 바나나 유전자가 복제될 때 세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전문학술지 ‘네이처’ 2012.7.12일자에 발표했다.
야생 바나나는 열매 속에 딱딱한 씨앗이 잔뜩 들어있다. 이 때문에 인류는 처음에는 뿌리를 먹기 위해 바나나를 키웠다. 우리가 먹는 씨없는 바나나는 야생 바나나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종이다. 자연적으로 일어난 돌연변이인 덕에 씨없는 바나나는 지금까지 두 종류만 발견됐다. 한 종류는 전염병으로 1960년대 이후 사라졌다.
연구팀은 씨없는 바나나의 조상 격인 야생 바나나 무사 아쿠미나타(Musa acuminata)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을 세세히 분석하면 어느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무사 아쿠미나타의 유전자 복제 과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외떡잎식물이면서 바나나와 생김새가 비슷한 종려나무목 식물에서 단계 없이 연속적으로 유전자 복제가 일어나는 것과 다른 결과다.

바나나 패러독스 Musa spp. AAA

[출처] 바나나 패러독스 Musa spp. AAA|작성자 프룻티어
http://blog.naver.com/fruiteer/22030325125

바나나는 나무로 착각할 만큼 커다란 풀(파초)입니다. banana tree.

바나나는 어느 한 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Musa 속의 여러 종(species)을 통칭합니다. 그래서 바나나 전체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Musa spp. 로 표기합니다. 지난 시대에 서구에서는 바나나를 쓰임새에 따라 디저트용 banana와 요리용 plantain으로 나눴으나, 이러한 구분은 식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1940년대 들어서 70개 종의 바나나 중 우리가 먹는 바나나들은 대부분 M. acuminata와 M. balbisiana 라는 두 야생종 바나나의 교잡종hybrid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동안 여러 종으로 표기해왔던 식용바나나들이 사실은, 야생종 바나나의 교잡종 하나가 오랜 세월 인간에 의해 교배되거나 변이를 일으키며 분화한 결과물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지요. 결국 학계는 복잡한 바나나의 분류에서 린네식 이명법을 포기하는데 동의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Musa × paradisiaca 라고 표기합니다. 이는 M. acuminata 라는 야생종 바나나 A와 M. balbisiana 라는 야생종 바나나 B의 교잡종(A×B)이라는 뜻입니다. 잡종식물은 염색체가 반드시 한 쌍인 것은 아니어서, 이 재배종들은 AA, AB 외에도 AAB, AABB 등 재미있는 염색체 배열을 보입니다. 이에 따라 바나나 재배품종을 그룹으로 나누게 되는데, 우리가 주로 먹는 '캐번디시' 바나나 등 달고 맛있는 식용바나나 대부분은 AAA 그룹에 속한 3배체 품종입니다. 그 밖에 망고처럼 생긴 페이 바나나(fe'i, Musa × troglodytarum)도 일부 지역에서 길러 먹습니다.

야생바나나와 식용바나나의 가장 큰 차이는 씨의 유무입니다. 번식을 위해 존재하는 종자가 없는 덕분에, 인간에 의해 더 널리 번식할 수 있게 된 식용바나나의 운명은 역설적입니다. 원래 바나나는 땅 속에 묻힌 알줄기(구근과 비슷하지만 뿌리가 아니라 줄기)를 먹기 위해 재배하던 식물입니다. 이 거대한 풀은 계속해서 흡근(sucker)을 만들고, 새로운 알줄기를 뻗으면서 영양번식(propagated vegetatively, 자기복제를 통한 무성생식)을 합니다. 재배자는 파내서 옮겨 심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어느 날 어느 곳에서인가, 씨가 없고 열매가 달달한 변종 바나나가 생겼을 겁니다. 이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여하간 흡근과 알줄기를 옮겨 심으면, 똑같은 열매를 다시 맛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자유자재로 바나나의 변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도 여전히 단일한 종을 끊임없이 복제하여 식재하고 있습니다. 자기 복제를 통한 번식은 마치 불멸처럼 보이지만, 이 유전적 단순함이 바나나 멸종을 불러온 결정적 원인이었습니다.

이 괴상하게 생긴 바나나 꽃은 파인애플 만큼이나 충격적인 바나나 출생의 비밀을 보여줍니다. 흉측하게 드리워진 거대한 꽃이 옥수수 껍질처럼 한꺼풀 벗겨지면, 그 때마다 드러난 암술이 뒤로 후퇴하면서 바나나로 발달해 갑니다. 이렇게 약 6개월 동안 평균 10개 송이의 바나나를 맺습니다. Banana Flower (Dok Kluai)

이미 '그로 미셸'의 악몽은 끝났습니다. '파나마병'이 1950년대 이 맛있는 빅 마이크(Gros Michel)를 전멸시켰지요. 사람들은 곧 '파나마병'에 내성을 가진 '캐번디시'를 개발했지만, 전 세계에 캐번디시를 심고 나서야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나마병의 역습이 시작됐고, 인류는 속수무책입니다. 본격적으로 말레이시아 등지에 대규모 캐번디시 농장을 조성할 무렵부터, 파나마병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타고 빠르게 번지는 중입니다.
바나나암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름병은 일명 '바나나곰팡이'가 뿌리에 전염되면서 진행됩니다. 이는 토양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Fusarium oxysporum 라는 곰팡이로, 오늘날 천 여 종이 식별되어 있습니다. 이 바나나 마름병은 사실 훌륭한 진화론적 실험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른바 월리스선(Wallace Line)이라는 가상의 생물학적 경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지요. 아시아의 다양한 야생바나나들과 함께 진화한 푸살리움 곰팡이가 한 차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하여 그로 미셸을 전멸시켰었다면, 이번엔 순진무구한 캐번디시가 자신만만하게 아시아에 상륙했다가 전멸하는 중인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인터-컨티넨탈'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유전적 단순함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상업적으로 AAA 바나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부드럽고 달콤한 바나나 열매 때문입니다. 이 부드러운 바나나 열매는 쉽게 상하므로, 보통은 아직 다 익지 않은 초록색 바나나를 수확해서 한 달에 걸쳐 수입한 뒤, 후숙창고에서 에틸렌 가스를 쐬어 ' 7일'간 유통할 수 있는 바나나를 만듭니다. 오스터버그는 다양한 바나나가 나는 베트남 현지에서 바로 수확한 바나나를 사용해 신선한 크러쉬를 가공합니다.
녹말을 주성분으로 하는 바나나와 어울리는 과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딸기와 바나나의 조합은 매우 클래식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골드메달리스트로 유명한 이 매력적인 조합은 사실 음료의 기본원리나 다름 없는 sweet & sour 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딸기 펄프의 신맛과 바나나 녹말의 단맛, 그리고 두 베리의 은은한 향이 잘 어우러져 훌륭한 밸런스를 자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