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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원인
노화원인 : well aging
- 효율의 차이 : 조류 vs 포유류의 호흡효율
- 활성산소 : 노화의 주범
- 항산화제 역할, 부작용
1. 생물학적 노화이론
1) 유전적 노화이론
(1) 유전적 노화 이론
- 정해진 시기에 이르면 노화를 일으키는 특정유전자가 적극적으로 작용하여 세포를 노화시키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
(2) DNA 작용착오 이론 (유전자오류이론)
- DNA와 RNA 사이의 정보전달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하여 RNA가 잘못된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것이 축적되어 세포, 조직, 기관에 손상을 입힘으로써 노화를 유발시킨다는 이론
(3) 유전자돌연변이 이론 (체세포변이이론)
- DNA 복구시스템의 작동이 비정상적일 경우 일부 유전자 정보가 상실되어 돌연변이 세포가 생성되는데, 이러한 돌연변이 세포들이 누적되면서 노화가 발생한다는 이론
2) 비유전적 세포이론
(1) 마모 이론
- 주요 세포와 조직이 오래되고 닳아 없어짐으로써 신체기관에 기능의 노화가 발생한다는 이론
(2) 노폐물누적 이론
- 살아가는 동안 인체 내부에 해로운 물질과 노폐물이 점진적으로 축적되고, 축적된 노폐물이 정상적인 세포기능을 방해하면서 노화현상이 생긴다는 이론
(3) 교차연결 이론
- 세포 내부의 분자들이 상호 교착되어 활동성을 잃고 둔감하게 되거나, 기능상의 문제를 가진 단백질이 세포와 조직에 상처
를 주면서 신체기능의 저하를 야기하여 노화현상이 발생한다는 이론
(4) 산화기 이론
- 체내에서는 항시 100%의 산소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일부의 산소가 체내에 남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호흡이 체내에 잔류하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다. 이때 산소는 다른 분자와 결합하여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이로 인해 세포막의 변형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어 노화현상이 발생한다는 이론
3) 면역 이론
(1) 면역반응 이론
- 주요 세포와 조직이 오래되고 닳아 없어짐으로써 신체기관에 기능의 노화가 발생한다는 이론
(2) 자동면역반응 이론
- 면역체계가 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상 세포마저 파괴하는 세포를 자동적으로 생산하게 되고, 자동면역 항체의 증가로 인해 정상세포의 파괴가 증가되면서 노화를 야기한다는 이론
무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지속가능한 삶은 특별한 효소 때문에 가능하다. 바로 ‘텔로머라아제’다. 텔로머라아제는 DNA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말단소체, 텔로미어(telomere)를 보호하는 특정 효소다. 지난 2009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롤 글라이더, 잭 조스택 박사 등 3명은 텔로머라아제 효소와 텔로미어의 역할을 규명한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텔로머라아제 효소가 인체의 노화와 암세포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공로다. 세포의 염색체 가장자리에 있는 말단소체는 대게 동일한 염기서열이 수천 번 반복돼 있다. 그런데 염색체를 복제할 때마다 이 반복 부위를 조금씩 잘라내게 된다. 한번 분열할 때마다 말단소체의 길이는 조금씩 짧아진다. 세포분열이 반복되고 말단소체의 길이가 계속 짧아지면 세포가 더 이상 분열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이것이 바로 노화다. 모든 생물은 세포분열을 하면서 말단소체가 점차 짧아지는데 그 길이에 따라 수명이 다르다. 같은 연령이라도 사람마다 노화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도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텔로머라아제 효소는 생물이 세포분열을 한 뒤 염색체의 말단부가 짧아지는 것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서 텔로머라아제는 난자가 수정된 직후인 배아기 단계까지만 존재한다. 배아기 세포가 성장해 뇌세포나 심장세포와 같이 분화된 후에는 텔로머라아제의 생산이 중단된다. 단 생산세포로 분화된 세포만 예외적으로 이 효소를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런데 앞서 말한 해파리나 멍게, 불가사리, 히드라 등의 무성생물은 스스로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해 노화를 억제하거나 방지한다. 현재 스웨덴 고텐부르크 대학 연구팀은 인간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무성생식하는 동물을 연구하는 중이다. 특히 인간과 유전자의 유사성이 있는 멍게, 불가사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불로장생, 인류의 영원한 숙제
대다수 사람은 오래 살고 싶어하고, 또 가끔은 영원히 사는 꿈을 꾸어 보기도 합니다. 그것은 타당성 이전의 열망이고, 삶의 질과도 별개인 본능적 욕구라 할 것입니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를 꺼낼 것도 없이, 불로장생은 인류의 끊임없는 관심거리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언젠가 의학기술이 노화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다시 깨어나 더 살 수 있을 지 모른다면서, 엄청난 비용을 받고 시신을 냉동 보관해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겠습니까?
지난 20세기 동안, 공중보건 및 생활환경의 변화와 과학적 의학의 진보로 인해 인류의 수명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수명 연장은 사람들에게 만족보다는 더욱 많은 삶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한편으로 보자면,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획기적인 과학 발달이 그 기대를 충분히 현실로 만들어 주리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현재 100세 이상인 노인이 약 5만 명(우리 나라 통계청 자료로는 2000년 기준 총 934명으로, 남자 82명, 여자 852명)이며, 2050년 경에는 8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21세기 말에 5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놀라운 예측도 있습니다. 소위 항노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언젠가 수십 년 내지 수백 년을 더 생존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1
그러나, 20세기에 인류가 찾아낸 수명 연장의 수단들이 앞으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 노화 연구가들은 대개 회의적입니다. 그 동안 영아 사망이나 전염병 등 현대 의학의 발달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진 건강 문제들이 인류의 생존 통계에 주된 영향을 미쳤지만, 노화와는 무관한 요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즉, 20세기의 성과는 평균수명의 연장이었을 뿐 잠재적 최대수명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향후 인류의 수명이 20세기처럼 획기적으로 늘어나려면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수단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헤이플릭(Leonard Hayflick) 교수는 "노화는 질병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질병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어떤 지식도 얻을 수 없다"면서, "만일 현재의 주된 사망 원인들이 해결되어 15년까지는 늘어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 이상 수명을 연장시키려면 노화에 대한 기초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2
더구나 인간의 불사(不死, immortality)는 모든 노화 관련 사망원인들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실현될 것 같지 않습니다. 사고와 타살, 자살, 생물학적 노화 과정은 나름대로 계속 사망자를 만들어낼 것입니다.3
2. 노화의 정의와 노화 이론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노화(aging)는 '유기체를 노쇠한 상태로 이끄는 점진적인 생리 변화, 또는 대사 스트레스에 대한 유기체의 적응 능력과 생체기능의 감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노화의 현상적 규정일 뿐입니다. 보다 정확한 설명을 위해서 노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아직 노화의 근본 과정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로선, 인간 노화에 대한 영향 요인을 전체적으로 유전 요인이 30% 정도, 나머지는 환경 및 행동(생활방식) 요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1 노화가 진행되는 원인 혹은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은 크게 예정설과 마모설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예정설은 세월이 흐르면 사람이 늙게 되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노화가 진행되도록 애초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사람마다 노화 속도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마모설은 사람의 세포, 조직, 기관도 기계처럼 오래 쓰면 닳아 없어진다는 이론입니다. 마모설을 근거로 다양한 "항노화 치료"들이 주장되고 있습니다.
이 둘을 기본으로, 지금까지 아주 다양한 노화 이론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어떤 내, 외의 인자가 개체의 세포 구조 또는 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는 것도 있고, 특정 요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생체 시스템 전체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도 있습니다.
1) 신체의 온기와 습기 - 역사적 이론
역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있어온 노화 이론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노화가 타고난 신체의 열(생명열, vital heat)을 점차 상실해가는 과정이라는 주장에, 다른 하나는 신체의 습기를 상실해가는 과정이라는 주장에 근거한 것들입니다. 그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몸이 차가워지는 것이고, 죽는 것은 건조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타고난 열과 습기를 보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장수의 중요한 수단으로 받아들였던 칼로리 제한은 생명열의 소모를 줄여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4
2) 세포 노화 모델
인간과 동물에서 분리된 섬유아세포(fibroblast)는 세포배양에서 계속 자라지 못하고 제한된 횟수만큼 분열한 후 성장이 정지되는데, 이를 생체 외(in vitro) 세포복제 노화(replicative senescence)라 합니다. 생체 외에서 노화한 섬유아세포는 생체 내에서 노화한 섬유아세포와 같은 특성을 보인다고 알려졌으며, 유전자의 발현 양상도 유사한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이러한 관찰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유기체는 구성하는 각 세포가 노화하기 때문에 노화해 간다는 주장이 이 이론입니다. 헤이플리크(Leonard Hayflick)가 제안한 이 모델의 핵심은 모든 세포들이 정해진 횟수만큼 자연적으로 분열하며, 분열이 최대 한도에 도달하면 세포가 노화하여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화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단점입니다.5
3) 신경내분비 이론 (Neuroendocrine theory)
딜만(Vladimir Dilman)에 의해 제시된 이론으로, 특히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주관하는 신경 기능과 내분비 기능의 변화가 세포의 노화를 조절(pacemaker)한다는 것입니다. 호르몬에 의해 신체기능이 회복, 조절되는데, 시상하부의 변화로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면서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노화가 진행된다고 주장합니다. 이 이론이 성장호르몬, 성호르몬(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 멜라토닌, DHEA 등을 노화 치료에 이용하는 근거가 됩니다.
4) 활성산소 이론 (Free-radical theory)
이 이론을 도입한 하만(Denham Harman)의 정의에 의하면, 노화는 '유기체의 나이가 증가하면서 여러 부정적인 생리 변화들이 축적됨으로써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과정'입니다.6
활성산소는, 흔히 볼 수 있는 산소보다 한두 개의 전자를 더 가지고 있어 반응성이 매우 강한 산소(free radicals)와, 일반 산소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된 단일상태 산소(singlet oxygen)를 포함합니다. 이 활성산소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강하여, 단백질, 당, 지방산, DNA와 같은 다른 생체분자들을 쉽게 산화시킵니다. 그러한 손상이 DNA와, 세포막,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리소좀(lysosome), 혈관벽 등의 구성 성분에 일어나 노화가 진행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기반으로, 항산화 기능이 있는 몇몇 비타민, 미네랄, 조효소 Q-10 등이 노화방지제로 권장됩니다.6
5) 신뢰성 이론 (Reliability theory)
유기체(시스템)를 구성하는 치환 불가능한 신체 요소들의 리던던시(redundancy, 잉여 또는 중복)에 의해 노화 자체 또는 노화의 속도가 정해진다는 이론입니다. 리던던시가 많은 시스템은 유기체로서의 생명을 존속할 가능성(신뢰성)이 크며, 설사 노화하지 않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한 노화 현상을 보이고, 리던던시가 없는 시스템은 신체 요소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노화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생존이 지속되어 노년기에 리던던시 소진(redundancy exhaustion)에 이를 때, 같은 종 안의 상이한 집단들간에 사망률이 서로 비슷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유기체는 발달 초기단계의 조건에 의한 ‘손상의 짐(burden of damage)’에 의해 수명과 노화 양상들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7
6) 유전자 관련 이론들
인간의 수명과 관련된 유전적 요소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들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10여년간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와 해당 과정들에 대한 지식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의 목표는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노화를 충분히 이해하여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있어야 한다"1는 데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노화 유전자
유전자 속에 노화를 지시하는 정보가 들어 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노화 유전자는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무생물인 기계가 닳는 데 청사진 속의 지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동물의 노화에 유전자의 지침이 필요하지 않다"3는 것입니다. 또 진화론적으로,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번식을 저해하는 요인이므로 그것을 가진 개체는 자연도태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1 따라서, 수명은 유전자에 의해 단지 간접적으로 조절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노화는 진화론적 방기(진화 관점에서의 가치가 없어지면서 결과된)의 산물이지, 진화론적 의도(진화 관점에서 개체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3
(2) 텔로미어(telomere) 가설
반복된 염기서열 형태로 염색체 끝에 달려 있으면서 세포의 염색체를 안정화시키는 텔로미어가 세포분열 때마다 조금씩 짧아져, 특정 길이 이하가 되면 세포분열이 끝나고 노화가 시작된다는 주장입니다. 엄격한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상의 인간 섬유아세포(fibroblasts)와 일부 다른 정상 세포들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세포 수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렇더라도,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세포 수명을 제한하는 기능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근거는 없습니다.3
이 이론을 근거로,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가 분비되면 세포분열에도 불구하고 텔로미어가 복구되어 길이가 줄지 않고 분열을 계속하며, 이 효소를 이용하면 세포 수명이 연장되어 결과적으로 노화가 억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합니다.8 그러나 그 주장이 맞다면, 세포의 분열 가능 횟수가 증가하면서 세포들이 암을 형성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은 그런 해석 아래 암 세포의 무한성장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근거로 암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3) 장수 유전자 (Longevity gene)
동물 모델을 통한 장수 유전자 확인 과정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진전과,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성공, 유전자 및 유전체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서도 장수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100세 이상 생존하는 장수자들은, 젊은 시기에 노화 관련 질환들을 일으킬 유전자 변이가 없다는 의미에서 '이상적인 유전체(genome)'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1
장수한 사람들의 염색체를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인간의 장수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특정 염색체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9 하지만, 장수 유전자가 있다면,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기보다는 예외적인 장수(즉, 돌연변이에 의한 결과)의 이유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인간의 노화 전반에 일반화될 수 있는 이론은 아닙니다.
3. 노화 문제에서 과학적 과정
소위 "항노화 치료" 주장들을 보면, 최신의 과학지식처럼 보이는 내용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자칫 그것만으로 과학적인 치료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주장들을 접할 때는 과학의 원론적 의미를 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은, 어떤 과학이론이나 과학기술에 의한 결과 자체를 의미하기보다는, 그러한 이론 또는 결과를 만들어가는 '논리적인 과정'을 지칭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가 바로 통계입니다. 항노화 치료가 아무리 최신의 과학적 이론을 동원하고 있더라도, 궁극적으로 통계에 의해 지지되지 않는 한 비과학적 방법으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노화와 수명에 관련된 연구에서 통계에 의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극복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수명이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고, 따라서 어떤 중재 연구가 통계적 판단에 이르기까지는 아주 긴 기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제한점 때문에, 이 분야 연구들은 대개 체세포나 미생물, 선충류, 또는 생쥐 같은 수명이 짧은 포유류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화나 수명 관련 지식들 대부분은 그러한 방식으로 얻어진 것이어서, 인간에게 바로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언급된 것처럼, 불로장생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추구는 타당한 근거 확보를 위해 필요한 기간만큼 충분히 기다려 주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여기에 노화 연구나 "항노화 치료"와 관련된 여러 현실적 함정들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4. 노화와 수명에 대한 효과가 주장되는 것들
인간의 긴 수명이 노화 연구에서 인과관계의 확인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노화나 장수에 관한 이야기들에서 불분명한 근거로 온갖 것들이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되는 일이 흔히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 백세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존재했다. 백세인들은 채소를 물에 데친 뒤 나물 형태로 만들어 먹었으며, 풋고추를 제외하고 생채소를 그냥 섭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 교수는 '데쳐 먹으면 조리 과정에서 나쁜 물질도 빠져나가고 채소 섭취량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세인들은 또 삶은 돼지고기를 즐겨먹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적 장수지역인 제주도와 오키나와의 백세인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돼지고기를 삶으면 몸에 나쁜 지방이 상당부분 제거된다'고 말했다. 삶는 조리법은 굽는 것에 비해 발암물질 및 노화물질의 발생을 줄여 준다. 조리 온도가 150도를 넘으면 발암물질이 생기기 시작한다."10
대학의 한 연구소와 신문사가 150여 명의 100세 이상 노인들을 직접 면담하여 작성한 보고서를 소개한 기사로, 아주 구체적이고 명쾌하게 장수 식사법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각각이 타당한 근거가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이 식사 요인들만 조사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으려 해도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요인과 노화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은, 연구자들이 실제의 결과들을 해석하여 발표하고 일반인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객관성이 유지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다음도 앞의 기사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 실제 본 연구소가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700여 종의 상용 식품을 대상으로 항산화, 항돌연변이, 항암, 면역기능 증진 등의 효능을 비교한 결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섭취하는 음식들이 가장 우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의 전통 식단이 바로 장수 식단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장수 식품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실제 이 주장이 맞을 지 모르지만, 과학적 사실을 보고하는 내용에 이데올로기(민족주의)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신뢰감이 덜합니다. '전통 식단이 장수 식단'이라는 주장이 맞으려면, 최소한 우리 나라의 100세 이상 생존자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된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나라 단위 인구 당 100세 이상 생존자가 거의 미국의 1/10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다소 장황한 예를 인용했지만, 그것은 노화와 장수에 대한 주장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과 인간의 본능적 기대가 초래할지 모를 인식의 오류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 때문입니다. 그러한 개연성이 다음에 열거된 것들, 특히 항노화 치료와 연관된 주장과 수용의 과정에 은연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의 각 요인에서 주장되는 효과의 기전은 서로 중복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분류 자체로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1) 칼로리 제한 (Caloric restriction)
노화가 원래부터 타고난 신체의 열(생명열)이 소모되면서 진행된다는 오래된 이론이 밑바탕을 이루고,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금욕적인 생활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이야기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오고 있습니다.
고대 철학자와 수행자들의 장수에 크게 기여했다는 '피타고라스 다이어트'로부터 [식품영양 정책의 의학적 측면에 관한 위원회(the Committee on Medical Aspects of Food and Nutrition Policy, COMA)]의 최근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장수에 관한 전문가의 조언들 중 음식 섭취 제한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칼로리 제한이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동물(생쥐) 연구에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1 하지만, 구체적으로 분자 수준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칼로리 제한이 수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면, 삶의 질을 크게 저해할 만큼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3 따라서, 칼로리 제한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간접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직접 인간의 수명 연장수단으로 이용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칼로리 제한이 시르투인(sirtuins)이라는 항산화 효소를 통해 수명 연장 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굶주림의 고통이 없이 시르투인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폴리페놀(polyphenols) 계의 알약을 복용함으로써, 칼로리 제한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11
2) 생활방식의 변화 (Life style modification)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입증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등은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함으로써 수명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들이 노화 과정 자체를 변화시켜 수명을 증가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3
3) 슈나미티즘 (Shunamitism)
남자 노인이 젊은 여성과 접촉함으로써 온기와 체액을 받아 회춘할 수 있다는 것이 슈나미티즘입니다. 이는, 놀랍게도 성서시대부터 19세기까지 노인을 회춘시키는 방법으로서 의학적 인정을 받아 왔습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 과학적인 의사들(Thomas Sydenham, Hermann Boerhaave)에 의해 처방되었으며, 그보다 훨씬 후까지 노인들에게 계속 유행했습니다.4 아직도 일반 사람들 의식 속에는 그 잔재가 속설의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여러 호르몬과 관련 물질
임상 연구들을 통해,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여러 호르몬이 인간의 노화와 관련된 생리적 변화를 호전시킨다는 주장이 있어 왔습니다. 일부 호르몬 보충제가 실제로 일부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화를 느리게 하거나 멈추게 하거나 반전시킬 수 있다고 증명된 호르몬은 아직 없습니다. 일부 호르몬 제품들에 대해 부작용 사례들이 관찰되었으며, 최근의 동물 연구들은 성장호르몬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3
(1) 성장호르몬 (Growth hormone)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파동 양상으로 분비되는데, 남녀 모두에서 연령이 많아질수록 혈중농도 파동의 최고점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12 성장호르몬 농도가 나이에 따라 감소하기 때문에, 연령에 따른 변화가 생리적 노화의 유용한 표식자일 수 있다는 것은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호르몬 보충이 신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주장은 인간이나 동물에서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14
성장호르몬이 노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은, 1990년 러드먼(Rudman)이 <저널> 지에 인간 성장호르몬(HGH)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연구는, 정상의 젊은 남자보다 낮은 IGF-1 (insulin-like growth factor I, 인슐린양 성장인자. 성장호르몬의 자극으로 간 등에서 만들어져 작용을 매개하며, 성장호르몬 혈중 농도를 반영) 농도를 가진 건강한 노인 12명에게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지방제외 체중(lean body mass)은 증가하고, 지방이 감소했으며, 요추 골밀도가 증가하고, 수축기 혈압과 공복 혈당이 의미 있게 상승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연구는 이중맹 조사가 아니었고, 근육강도와 운동 지구력, 삶의 질에 대한 평가를 병행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연구들에서, 성장호르몬 투여 시 신체구성(체형)의 변화는 있지만 근육강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12,13, 실제적인 근육기능의 향상은 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러드먼의 논문은, 성장호르몬이 노화를 차단 또는 반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선전하는 "항노화" 크리닉과 비전문 서적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성장호르몬의 노화에 대한 효과 여부와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장기투여에 의한 문제입니다. 노인에서 성장호르몬 장기투여가 해로울 수 있는지, 특히 노령이 암 발생률 증가와 관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암 발생 위험과 관계가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IGF-1의 혈청농도가 높은 사람들에서 전립선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일부 보고도 있습니다.13 체액 저류(부기), 관절통, 고혈압과 같은 확인된 부작용 문제도 있습니다.14
다음으로, 건강비용의 낭비나 오용 문제입니다. 국내에서 노화 방지의 목적으로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는 경우, 주사약과 검사, 기타 보조 치료들을 합하여 1년에 1,5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5 앞에 언급된 효과만을 위해 그 만큼의 비용을 들이는 것은 분명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시술자들이 노화 방지와 같은 입증되지 않은 효과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 결과로 볼 때, 성장호르몬을 이용한 항노화 치료의 효과와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2)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 감소가 기력과 성욕 감퇴 같은 노화 과정의 흔한 문제들과 연관지어 생각되어 왔습니다. 항노화 치료 지지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을 사용하면(대개는 정상 범위를 넘어선 양을 투여), 힘과 건강한 느낌, 혈색, 성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들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또, 고용량을 사용하면, 전립선 질환, 콜레스테롤 상승, 불임 문제 등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14
여성에서, 호르몬 보충은 골 소실을 늦추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예방해 주고, 질의 윤활성을 회복시켜 주며, 피부의 탄력성을 유지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노화 과정 자체를 개선하여 그런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 호르몬 치료는 혈전증, 심장질환, 유방암의 위험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14
(3) DHEA (Dehydroepiandrosterone)
DHEA는 몸 안에서 성호르몬(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으로 바뀝니다. DHEA 혈중 농도는 나이가 들면서 감소합니다.
DHEA가 노화를 느리게 하고, 근육과 뼈를 강화시키고, 지방을 태우고, 인지능을 향상시키며, 면역능을 강화하고, 여러 만성 질환들을 막아 준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확인된 근거가 없습니다. 생쥐 실험에서 더 젊어진 것처럼 행동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그것이 사람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해로운 부작용 가능성입니다. 잠깐만 복용해도, 기존의 간 질환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암과 원하지 않은 안면 발모를 일으킬 수 있고 고혈압 위험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14
(4) 멜라토닌 (Melatonin)
멜라토닌은 뇌(송과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입니다. 수면 조절에 관여하며, 불면증과 시차증에 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멜라토닌이 항산화제로 작용하여 노화를 느리게 하거나 반전시키고 암에 효과가 있고 성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주장들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대개 가게에서 팔리는 건강보조식품들은 몸에서 만들어지는 양보다 여러 배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하게 사용할 때, 멜라토닌은 수면주기를 와해시킬 수 있습니다.14
5) 항산화제 (Antioxidants)
활성산소는 단백질과 세포막, DNA와 같은 중요한 세포 성분들에 산화적 손상을 일으킵니다. 이러한 손상이 노화 및 암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과학적으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이 활성산소 이론(free-radical theory)에 따라, 비타민, 미네랄, 효소, 호르몬, 폴리페놀 등 항산화제로 불리는 것들이 활성산소 분자를 중화시켜 세포 손상을 막아 준다면서 팔리고 있습니다.
(1) 비타민
베타 카로틴(beta carotene)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데, 심장혈관 질환의 예방효과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연자가 베타 카로틴을 복용하면, 폐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A나 베타 카로틴 섭취를 더 많이 하고 싶다면, 건강보조식품보다는 적황색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나치게 복용할 경우는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합니다.14
연구들을 통해, 오렌지 등 감귤류 과일에 주로 들어 있는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암과 심장질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비타민 C 제품을 먹는 것이 같은 효과가 있을 지는 불확실합니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보다는 감귤류 과일과 주스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입니다.14 비타민 C가 당화(glycosylation)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으며, 그것을 근거로 만성 질환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비타민 E는 암, 불임,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고, 알쯔하이머 병의 진행을 늦출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14
비타민 B6, B12와 엽산(folic acid)은, 몸 안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면서 과다할 때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아미노산인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의 혈중 농도를 떨어뜨리는 데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떨어뜨리면 심장마비, 뇌졸중 등의 위험이 낮아지는가에 대해서는 연구 중에 있습니다.14
(2) 미네랄 (셀레늄)
항산화 기능을 가진 일부 효소들은 반응 과정에 금속이온을 필요로 합니다. 가장 흔한 항산화 효소인 SOD(superoxide dismutase. 유해 활성산소를 분해하여 물과 과산화수소로 변화시킴)는 망간, 구리 등의 금속이온이 필요하지만, 이들 금속이온은 생체 내에서 쉽게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몇 다른 항산화 효소들의 반응에 참여하는 셀레늄은 쉽게 취할 수 없는 미네랄이어서, 특별히 항산화 기능과 관련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셀레늄은 해산물과 간에 많이 존재하며, 적절한 양을 복용하면, 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량 섭취는 모발과 손발톱 소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물질입니다.14
(3) 효소
조효소(coenzyme) Q-10은 몸에서 만들어지는 항산화 효소입니다. 육류와 해산물 등 여러 식품에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노화를 느리게 한다거나 암의 확산을 막는다는 주장은 증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부전증의 치료로서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14
(4) 폴리페놀 (Polyphenols)
적포도주에서 발견되는 물질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폴리페놀의 일종인데, 세포 안에서 활성을 보이는 항노화 효소(sirtuins)를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활성화된 항노화 효소는 보통 세포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여 세포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것입니다.11 이 효과는 칼로리 제한에 의한 효과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한 것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내면서 과다한 칼로리 섭취와 알코올 중독을 피할 수 있는 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도록 권장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분야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심장질환이나 암, 알쯔하이머 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막아 오래 살게 해 주면서 알코올도 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알약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생쥐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나타난다면, 30% 정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16 아직 보다 분명한 연구결과들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6) 유전공학 (Genetic engineering)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발표된 후, 유전자를 조작해 노화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리라는 주장들이 있어 왔습니다. 분자 유전학의 발전으로 머지 않아 유전 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들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노화 과정을 직접 일으키는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전공학적 방법이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가축이나 경작식물의 품종개량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처럼, 생물학적 특성들을 개선하려는 유전공학적 노력이 초기 삶의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부분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아주 실제적인 위험도 있습니다.3
7) 장기 치환 (Replacing body parts)
신체의 모든 부분을 보다 젊은 것으로 완전히 바꾸면 수명이 길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이 생명을 연장시키는 실제적인 방법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클로닝(체세포 복제)과 배아줄기세포 기술의 발달이 조직과 장기의 치환을 가능하게 하고, 앞으로 노화 관련 질환과 장해의 치료에 중요한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우리가 각 개체를 구별하는 요체로 알고 있는 뇌를 치환하고 재프로그래밍 한다는 것은, 미래에 성취될 수 있는 과학적 사실로서보다는 과학 소설의 주제로나 받아들여져야 할 것입니다.3
5. 항노화 치료의 허와 실
타당성과 관계 없이, "항노화 의학"은 불로장생을 염원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 때문에 이미 충분한 잠재수요가 있는 영역이라 하겠습니다.
항노화 의학이 현대의학의 노인학과 구별되는 것은, 노화를 생리적 자연현상으로보다는 개선될 수 있는 하나의 질병으로 규정하는 점입니다. 항노화 의학은 개별적인 항노화 프로그램의 설계에 이용할 잘 확인된 "생체표식자(biomarkers)"가 있다고 믿습니다.17 몸에서 어떤 요소가 부족하다거나 해로운 요인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노화가 발생한 것이고, 항산화 상태 개선이나 성장호르몬, 테스토스테론, DHEA, 멜라토닌 투여로 해로운 것을 제거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면 노화가 지연, 방지, 심지어 반전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비슷한 주장들은 수천 년 동안 있어 왔으며,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거짓말입니다.3
대개,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지나친 주장을 하거나 대체요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을 항노화 치료 지지자들에게서도 거의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많은 경우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최근의 전문적인 주장들(따라서, 획기적이고 더 타당해 보이면서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뒷받침하는 이론들 중에는 동물실험을 통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도 있고, 미래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아직까지 노화를 늦추거나 멈추게 하거나 다시 젊게 해 준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항노화 치료들은 가설 수준이거나 신빙성이 없는 이론들을 실제 상황에 함부로 적용하고 있는 부적절한 시도들인 것입니다. 노화의 "생체표식자"를 검사할 수 있다면서 그 결과로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는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의사가 아닙니다.17
또, 항노화 치료를 권하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유리한 소수의 긍정적인 연구결과들만을 부풀려 인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사람들로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부정적인 연구들이 많이 있어도 무시하고 계속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속이거나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일차적 기반을 과학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두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와 함께 심각하게 우려되는 바는, 항노화 치료자들이 인정될 수 없는 자료들을 근거로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을 이미 찾았다고 주장하면서 대중을 대상으로 선전할 때, 그것이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노화에 대한 과학연구 노력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3
항노화 치료 이용자 쪽을 볼 때, 늙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로 근거 없는 치료들을 이용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엉뚱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 선택입니다. 효과가 불확실한 만큼 부작용도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항노화 치료란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지금으로서, 건강과 장수는 어떤 한 가지 약이나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건강하고 오래 살고자 한다면, 이미 과학적으로 효과가 밝혀진 방법들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다음은 우리가 하나하나 익히 알고 있는, 메이요 클리닉이 제안하는 무병장수 전략입니다.14
(1) 정신을 단련한다.
(2) 신체를 단련한다.
(3) 건강한 식생활을 따른다.
(4) 건강한 체중을 유지한다.
(5) 다치지 않도록 조심한다.
(6) 아프거나 다쳤을 때 빨리 치료 받는다.
(7) 햇볕차단제를 사용한다.
(8)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9) 간접흡연을 피한다.
6. 생로병사, 그리고 인류의 미래
과학은 속성 상 노화를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갈 것입니다. 그 결과, 현재 추구하고 있는 방향에서든 아니면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든, 실질적인 장수의 수단이 개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그 노력의 한계가 어디쯤일 지, 그러한 진전으로 인한 부수적인 성과나 부작용들은 무엇일지 현재로서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적 노력과는 무관하게, 늙지 않고 가능하면 영원히 살겠다는 각자의 추구는 인류 전체로 볼 때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소수가 독점하든 대다수가 이용할 수 있게 되든, 불로장생의 수단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문제들을 양산할 것이고, 새로 태어날 후손들의 자리를 빼앗음으로써 인류, 나아가 생태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헤이플릭 교수는 노화에 대한 바람직한 접근 방향을 제시하면서, "노화 연구는 인간의 생명 연장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제한 없이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을 찾는 데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2고 주장했습니다.
무병장수에 대한 인간의 염원은 끊임없이 철학적 질문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6세기 철학자 몽테뉴(Michel de Motaigne)의 다음과 같은 말은 지금도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조건에 수반되는 법칙들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의학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태어나서 늙고 허약해지고 병이 들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4
이것이 진부하게 들린다면, 몽테뉴의 20세기 계승자인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가 <의사의 딜레마(The Doctor's Dilemma)> 서문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이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다음의 지적을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육신을 벗는 순간까지 당신의 건강을 이용하라. 그것이 당신의 건강이 존재하는 이유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죽기 전에 소비할 것이며, 당신이 살아야 할 그 이상으로 살지 마라. 영원히 살려고 하지 마라. 당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