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먹임 : 피드백 루프,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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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인식 : 되먹임 구조

되먹임 : 인지, 상호작용
- 되먹임 : 슬퍼서 울까? 울어서 슬플까

경계는 없다
- 몸과 마음의 경계도 없다
- 피부도 기억한다
- 장기도 기억한다
- 단순화의 함정 : 하지만 그 경계는 너무나 모호하다
- 정상과 비정상, 그 모호한 경계
- 감각의 경계? 코로 빛을, 맛으로 색을, 소리를 보고 빛을 듣는다


"의식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변수(온도, 시간, 공간, 타인과의 관계 등)로 이루어진 다중 피드백회로를 이용하여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 마음의 미래, 미치오 카쿠


뇌는 주로 되먹임 구조로 되어있다.

출처 :  <감각, 착각, 환각> 예문당, 최낙언

우리는 단계적 처리에 익숙해져서 뇌의 되먹임 구조에 별로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생물학적 현상은 우연히 있는 것이 드물다. 뇌의 신경망 연결은 기본적으로 되먹임 구조로 되어있다고 하니 우선 되먹임 구조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뇌의 기능은 하드웨어적 즉 신경세포의 배선에 의한 것이지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말 다양하게 배선된 시냅스망의 범주에서 선택이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냄새의 피로현상, 감각 채움 현상 등이 뇌 안에 무슨 또 다른 지능체(의식)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신경세포의 시냅스의 연결을 통해 행해진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나름 체계도 있고 일관성도 있어서 뇌의 중앙에 책임을 맡고 통제하는 요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지만 사실상 책임을 지는 중앙 장치는 없고 분산되어 있다. 오히려 인터넷의 작동과 비슷하다. 여러 모듈이 있고 지켜야할 기본 규칙만 지키면 하나의 유기체처럼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세계적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은 감각질 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즉 뇌의 한가운데 앉아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난쟁이(homunculus)’같은 의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사람들은 흔히 감각 입력들이 모이고 통합되고 상영되는 내적 자아의 공간이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는 실제 뇌에는 그런 장소가 없으며, 의식은 뇌의 정보가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분산적으로 처리되고, 연속적으로 생성·편집되는 이야기들의 흐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스스로를 ‘단일한 의식을 가진 행위자’라고 느낀다. 데닛의 설명에 따르면 그런 착각에 빠지는 이유가 뇌에서 수많은 원고(또는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만 채택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드라마 제작은 한 편의 에피소드를 위해 여러 명의 작가가 각자의 스토리로 경쟁하고 경합을 통해 최고의 스토리가 선정되면, 나머지 모든 작가가 합류해 세련되게 다듬는다고 한다. 우리의 뇌도 무수한 선택이 가능하지만 기억이 만든 뇌의 회로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대로 흐른다. 딱히 통합의 주체가 없고 매번 스토리가 편집되고 달라지지만 적절히 인과관계가 추적되므로 우리는 마치 단일한 의식 즉 내부에 모든 것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작은 난장이가 있는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착각하지만 경험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시냅스 경로 가운데 한 가지가 선택된 것이다. 뇌는 철저히 하드웨어인 생물학적 기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의미를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생물학적 실제이지만 별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되먹임 구조’이다. 시각의 모든 모듈은 되먹임 구조로 되어있다. 그중 가장 놀라운 되먹임은 외측 슬상핵(LGN)에 되먹임이다. 각막의 화소수는 1억 2,600만 화소지만 126:1로 축소되어 실제 뇌로 전달되는 것은 불과 100만 화소이다. 백만 화소로 레티나 화질을 구사하는 증강 시각인 것이다. 정말 놀랍지 않는가? 지금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이 선명한 세상이 800만 화소의 휴대폰 카메라의 해상력보다 훨씬 형편없는 화소수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다. 눈에 시신경이 1억 2,000만 개가 있지만 실제 시각영역으로 전달되는 것이 100만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생리학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전혀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기는 하다. 그런데 LGN에는 눈에서 온 정보 외에 시각피질에서 오는 정보가 무려 400만이 추가된다고 한다. 눈에서 오는 정보 100만 화소에 시각피질에서 오는 400만 화소를 추가하여 500만 화소 정보를 다시 1차 시각 피질에 보낸다는 것이다. (E. Bruce Goldstein이 저술한 감각과 지각의 기준이고 에릭 킨달의 신경과학의 원리에는 5배가 아니라 10배라고 되어 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사건인가? 눈에서 오는 신호는 고작 20%이고, 80%는 뇌에서 온 신호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각의 인식이 시작된다니 말이다. 정말 놀라운 피드백이다. 이런 피드 루프는 뇌의 어디에나 있다. 맛에서도 그렇다.

후각은 후각 망울에서 편도체, 편도체에서 다시 선조체로 연결되고, 선조체에서 다시 전두엽 피질로 이어진 신호가 쾌감중추와 심지어 후각 망울까지 다시 이어진다. 수많은 되먹임 루프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서 놀라운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편도체와 해마에서 전달된 포만감을 알리는 호르몬 신호가 음식 냄새와 결합하면서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필요하면 뇌는 강하게 냄새를 느끼고 필요하지 않으면 냄새를 약하거나 무관심하게 느끼는 것이 피드백 회로에 의해 하드웨어적으로 뇌에 배선되어 있다는 것이다. 입력이 결과이고 결과가 입력을 제어하는 관계인 셈이다.


감각은 뇌의 통제를 받는다

출처 :  <맛이야기, 행성B잎새, 최낙언>


우리가 느끼는 냄새는 순수한 감각 그대로의 결과물이 아니고 뇌가 적당히 재구성한 변조된 결과물입니다. 시각이 눈으로 본 것 그대로가 아니라 눈에 들어온 정보와 일치하도록 만들어진 뇌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의 가장 간명한 증거는 시각의 맹점 채움입니다. 또한 후각이 코로 맡은 것이 아니라 코로 맡은 정보에 기초해 뇌가 그린 그림이라는 것의 가장 간명한 증거는 소위 ‘후각 순응’이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후각 순응, 또는 후각 피로라는 현상은 동일한 냄새가 지속되면 매초 2.5퍼센트씩 민감성이 감퇴되어 １분 이내에 70퍼센트가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하게 후각세포가 냄새를 맡다가 피곤해져서 쉬는 현상이라 여기면 정말 곤란합니다. 이것은 뇌의 놀라운 조절 작용에 의한 것이지 단순한 피로나 우연에 의한 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감각이 감각세포에서 뇌로 일방적으로 흐른다고 생각하지만 감각 정보는 루프를 형성해 돌고 돌지요. 뇌에서 감각기관으로 내려오는 것이 감각 자체 영향을 주는 것이고, 후각세포의 신호가 첫 번째로 모여서 상호작용하는 사구체에는 뇌의 내려오는 신호(억압, 통제) 체계가 있습니다. 코가 냄새를 맡는 감각의 단계부터 뇌가 원하는 대로 정보를 얻기 위한 통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통제의 결과가 아니라면 후각세포의 수명이 60일인데, 1분 만에 후각의 70퍼센트가 변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후각의 순응은 생존을 위해 절실한 능력입니다.
익숙한 냄새에 둔감해져 새로운 냄새에 대한 식별이 가능해지는 기능입니다. 우리가 항구에 가면 비린내가 코를 찔러 다른 냄새를 맡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린내는 줄어들고 다른 냄새를 생생하게 맡을 수 있게 됩니다. 뇌의 통제력 덕분이죠. 이런 선택적 순응보다 기가 막힌 순응이 습관적 순응입니다. 습관적 순응은 특정 장소를 자주 방문하면 그 장소의 냄새에 둔해지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사실 우리는 냄새 물질에 포위되어 살죠. 완전한 무취 상태를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각자 특유의 체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체취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또한 익숙한 건물에 가면 그 건물에 간다는 사실을 의식하기도 전에 그곳의 특유 냄새를 느끼지 못하도록 후각을 조정합니다. 가령, 향료회사 직원은 외부 손님들이 느끼는 강한 냄새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건물로 다가가려는 순간 뇌가 코의 신호체계를 조정해 배경 냄새를 맡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죠. 이런 조절은 부지불식간에 순식간에 이루어지는데 우연한 현상일 리가 없습니다.

똑같은 와인에 싼 가격과 비싼 가격을 붙이면 우리는 비싼 와인을 더 맛있다고 느낍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속물근성 때문이 아닙니다. 뇌가 맛 정보와 가격 정보를 따로 받아들인 후 맛의 정보에 가격정보를 반영해 비싼 것이 더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는 가격 정보를 보자마자 입과 코를 개조하는 것이죠. 비싼 와인은 맛있고, 싼 와인은 맛이 덜하게 느껴지도록 감각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감각이 생존을 위해 절대적인 감각 대신에 재구성된 상대적 감각을 선택했기 때문에 한편으로 자신이 잃어버린 절대적 감각을 동경하기도 합니다.  


시각의 되먹임 구조

- 시각 메커니즘 : 수용체, 경로
- 시각 인식 :  뇌로 본다






후각의 되먹임 구조

- 후각 피로현상
- 향료의 인식 기작
- 감각의 통합

 

나도 처음에는 가격이 맛의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알게 된 것은 판단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감각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감각은 목적(생존)지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객관적 세상의 파악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감각의 결과가 여러 경로를 통해 안와전두피질과 전전두엽에 도달하여 맛의 판단이 이루어지지만, 되먹임 구조에 의해 감각 자체가 이들의 통제를 받는대로 감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판단과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격을 정보는 이들을 최초의 감각 기관에 영향을 준다. 즉 감각단계가 가격정보에서 따라 다르게 감각하기에 가격의 영향을 배제할 수 가 없는 것이다.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의 뇌가 그딴 식으로 설계되었는데, 가격의 때문에 맛이 영향을 받는다고 어리석다 함은 그 자체가 더 어리석은 생각인 것이다


  손가락 끝에는 작은 뇌(腦)가 있다?

인간의 손가락 끝은 그냥 예민하기만 한 것이 아니랍니다.
그것은 감각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수동적 역할만을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한 뉴런을 내장하고 있어서'언제' '어떤 강도로' 물건을 만질 것이며,
사물의 형태가 어떤지까지도 계산해 낸다고 합니다.

Andrew Pruszynski’s lab. Photo Credit: Mattias Pettersson
A fundamental characteristic of neurons that extend into the skin and record touch, so-called first-order neurons in the tactile system, is that they branch in the skin so that each neuron reports touch from many highly-sensitive zones on the skin.
According to researchers at the Department of Integrative Medical Biology, IMB, Umea University, this branching allows first-order tactile neurons not only to send signals to the brain that something has touched the skin, but also process geometric data about the object touching the skin.
“Our work has shown that two types of first-order tactile neurons that supply the sensitive skin at our fingertips not only signal information about when and how intensely an object is touched, but also information about the touched object’s shape” says Andrew Pruszynski, who is one of the researchers behind the study.
The study also shows that the sensitivity of individual neurons to the shape of an object depends on the layout of the neuron’s highly-sensitive zones in the skin.
“Perhaps the most surprising result of our study is that these peripheral neurons, which are engaged when a fingertip examines an object, perform the same type of calculations done by neurons in the cerebral cortex. Somewhat simplified, it means that our touch experiences are already processed by neurons in the skin before they reach the brain for further processing” says Andrew Pruszynski.

후각 순응 현상들을 잘 살펴보면 이 주장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나의 목소리가 나의 감정에 끼치는 영향은..


기쁨이 담긴 내 목소리는 나를 더욱 기쁘게 만든다?

오철우 2016. 01. 13

말하는 동안에 들리는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말하는 이의 감정 상태에 알게모르게 영향을 준다는 이색적인 주제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대학과 프랑스 파리6대학(UPMC) 등 소속 연구진은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변조하는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을 개발해 실험해보니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말하는 동안에 들리는 자기 목소리의 감정을 경험하며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약간씩 기쁨, 슬픔, 두려움으로 바꾸는 디지털 오디오 플랫폼을 개발하고, 피실험자들이 헤드셋을 쓰고서 말하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변조된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단편소설 등을 낭독하면서 헤드셋으로 느끼는 자기 목소리 감정의 경험이 피실험자들의 감정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폈다. 음성의 감정 변조는 음의 고저와 긴장감을 조절해 원래 목소리에 없던 기쁨, 슬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실험에선 몇 가지 눈에 띄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먼저, 100여 명이 참여한 실험에서 피실험자 대부분은 자기 목소리가 약간씩 변조된 것을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는 흔히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세심하게 살피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다른 결과였다. 피실험자들은 변조된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2-7분 뒤부터는 변조 음성의 감정에 자기 감정 상태을 맞춰가는 변화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표현하는 감정이, 자기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는 감정의 경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풀이했다.[참조: 스웨덴 룬드대학교 보도자료]
이런 연구결과는 자기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경험이 말하는 이를 더 즐겁게, 더 우울하게, 더 긴장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걸까? 한번의 실험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표출하는 내 목소리의 감정이 말하는 나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실험결과와 해석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소개한 디지털 오디오 변조 프로그램을 인터넷 웹에 공개해 누구나 사용해볼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성 변조 기법이 심리치료 등 분야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슬퍼서 우는걸까? 울어서 슬픈걸까?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대해서도, 심리학자들은 수십 년간 무엇이 진실인지 찾기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와 덴마크의 생리학자인 칼 랑게Carl Lange가 감정에 대한 학설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감정이 먼저며,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은 그에 뒤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와 랑게는 그 반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이 먼저이고 이후에 그것을 지각한 것이 감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시골길을 걷다가 뱀을 만났을 때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등 신체적이고 생리적인 변화가 먼저 생기고, 이것을 지각했을 때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생긴다고 본 것이죠. 제임스-랑게 이론에 따르면 우니까 슬픈 것이 되겠네요.
[출처] 조영은 임상심리학자가 전하는 ‘처음 시작하는 심리학’

독일에 한 철학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두사람을 각기 볼펜을 물고 책을 읽으라고했는데,  한사람은 볼펜을 이로 물게했고 한사람은 입술로 물게 한거야.
책을 다 읽고나서 재미여부를 물었어. 펜을 이로 물고 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서 웃는 표정이 된거야. 그사람은 책을 정말 재미있다고 표현했지.
다른 한사람은 입술로 펜을 물었기때문에 표정 자체가 심각했어. 그사람은 책이 그닥 재미없었다는거지. 고로 그 철학자가 얘기하는건 슬퍼서 우는것보다 울고있어서 슬프다는거지


감정의 상처는 다른 감정으로 극복해야 한다

스피노자의 뇌  : 안토니오 다마지오 저

책의 본론(2~5장)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용어에 있다. 정서, 느낌, 감정 같은 일상용어는 사실 혼용되는데 저자는 책에서 이들을 구분해 쓰기 때문이다. 즉 정서(emotion)는 감정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생리)이고, 느낌은 사적으로 남아있는 부분(심리)이라는 것. 반면 스피노자는 이 모두를 감정(affect)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번거롭게 이런 구분을 한 건 우리 몸에서 감정이 처리되는 과정이 정서를 거쳐 느낌으로 간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 슬프다는 느낌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게 아니라 얼굴을 찌푸리기 때문에 슬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좀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저자는 어느 날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뇌간이 도파민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운동신경장애가 생기는 파킨슨병은 뇌간에 전극을 심어 자극을 주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데, 한 환자가 뇌간의 자극을 받으면 갑자기 슬퍼하는 현상을 발견한다. 흐느껴 울던 환자는 신세 한탄을 늘어놓으며 “제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저를 위해 이런 수고를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전류를 끊고 5분이 지나자 쾌활한 모습을 되찾았다고.
이 현상에 주목한 다마지오 교수는 그 뒤 비슷한 사례를 여럿 찾았고 결국 정서가 느낌보다 우선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해석을 진화론에서 찾았다. 즉 뇌가 없는 하등동물도 어떤 자극에 대한 정서반응은 존재하는데, 여기서 뇌가 발달하고 복잡해지면서 그런 정서반응을 의식할 수 있는 ‘느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서는 왜 존재할까. 저자에 따르면 생명체는 어떤 자극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데, 그 적절한 반응이라는 게 정서다. 연체동물인 군소(바다에 사는 연체동물로 육지에 사는 껍질이 없는 민달팽이와 유사하게 생겼다고 해서 ‘바다의 달팽이’라고도 함)를 살짝 건드리면 몸이 움츠러드는데 이때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고 한다. 우리가 공포를 느낄 때와 같은 생리반응이다. 다만 군소는 생리반응(정서)는 있지만 이를 공포라는 감정으로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 여기서 저자는 스피노자와 만난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각 존재가 자신을 보존하기 위하여 기울이는 가차없는 노력을 ‘코나투스(conatus)’라고 불렀는데, “각각의 개체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경우에 자신의 존재를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한다.”며 “각각의 개체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개체의 본질”이라고 쓰고 있다. 즉 군소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기쁨과 슬픔 같은 감정도 결국은 코나투스와 관련돼 있다는 게 스피노자의 주장이다. 즉 기쁨은 자신의 기능이 ‘보다 완전한 상태’가 됐을 때 느끼는 감정이고, 슬픔은 그 반대일 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영역도 이런 감정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떤 일로 슬픔을 느낄 때는 이성으로 극복하기보다는 다른 일에서 기쁨을 찾는 게 낫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