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 사이비, 대체의학
카이로프랙터 책 : 환자혁명, 소소한, 뇌를 고칠수 있다
카이로프랙틱 조한경, 김지훈
- 조한경 : 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 조한경 : MSG 관련 헛소리 비판
- 카이로프랙터 톰 오브라이언
- 안병수 : 과자가 아이를 해친다고 ?
- 이영돈 : MSG가 착함의 기준이라고?
- 이후락 :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
- 사이비 의료
- 돌팔이의 어원, 역사
- 주술사, 전문의, 소망의
- 카이로프랙터가 쓴 베스트셀러
최근 서점가에 약간 특이한 현상이 있었다. ‘뇌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 책이 건강 분야 1위를 넘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머리 속에 안개가 낀 것 같다면, 오늘 당장 이 책을 읽어보라!”는 광고 문구가 묘해서 책의 저자의 소개를 확인해 ‘기능의학 전문가’라고 되어 있다. 영문판 소개를 찾아보니 DC라고 되어 있어서 ‘아하 카이로프랙터(Doctor of Chiropractic)가 쓴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저자를 ‘의사를 가르치는 의사’라고 선전하는데 책의 소개와 목차를 보니 왠지 이상했느데 카이로프랙터가 쓴 것이라고 하니 상황이 잘 이해가 되었다.
카이로프랙틱은 그리스어로 손을 뜻하는 ‘카이로(chiro)’와 치료를 뜻하는 ‘프랙틱스(praxis)’의 합성어다. 약물이나 수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형외과의 물리치료와 비슷한데 거기에 방사선과와 재활의학을 합한 개념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개원이 가능한 정식 치료사지만 국내에는 아직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카이로프랙틱을 알게 된 것은 3년 전 <환자혁명>을 쓴 조한경씨와 MSG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공방을 하면서이다. MSG에 대해서 잘 아는 신경과 의사처럼 말해서 강연내용을 찾아보니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그의 책이 나오자 그의 주장의 문제점을 한 번 제대로 써볼까 했었다. 당시 현대의학을 비판한 허현회씨와 안아키 같은 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젊은 의사들이 퇴마의학기사단이란 이름으로 16회에 걸쳐 <환자혁명, 2017, 에디터> 책 내용에 대해 비판한 컬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2019, 브론스테인>를 쓴 톰 오브라이언씨와 <소소하지만 확실한 건강이야기, 2019, 에디터>를 쓴 오경석씨 그리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활발하게 김지훈씨도 카이로프랙터이고 그들의 주장에는 나름 공통점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 카이로프랙터가 의사는 아니다
카이로프랙터는 의사와 제약산업 그리고 식품산업의 문제점을 꼬집고, 영양과 환경을 중요한다. 조한경씨는 <환자혁명>을 통해 ‘약과 병원에 의존하던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라고 한다. 제약회사가 의료계를 장악한 것이 현대의학의 가장 큰 비극이며 심지어 FDA마저 제약회사가 소유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정도로 현대의학이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위법행위를 밥 먹듯 자행하는 범죄기업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되었든, 시골 장터의 약장수가 되었든 약장수는 약장수일 뿐이다. 조직적 힘과 자금을 동원해 경쟁 관계에 있는 비타민, 미네랄, 약초와 같은 자연치료 물질들을 음해한다. 의사와 교수들을 매수하고, 환자들에게는 허위 과장 광고를 한다. 제약 회사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다. 건강을 지키기는커녕 환자들을 해치고 상하게 하고 죽게 만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 환자혁명 p26~27
조한경씨가 일하는 미국의 사정이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최소한 한국의 식약처(KFDA)가 제약회사에 매수당한 것 같지는 않고, 제약회사가 비타민, 미네랄, 약초 등을 음해하기는커녕 비타민 음료, 피로회복 음료 같이 그런 것을 이용한 제품을 너무 많이 출시해서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의사도 수많은 건강 프로그램에서 비타민, 미네랄, 그리고 온갖 식재료의 효능을 과장하지 약에 홍보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카이로프랙터의 말은 미국에는 맞을지 몰라도 한국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그를 자본의 논리에 맞서는 정의의 사도인양 신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은 의약이나 제약처럼 상업적이다. 카이로프랙틱은 100년 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카이로프랙터가 활동 중이다. 2002년 6만명이었고, 2010년이 되자 의사가 16%가 늘어나는 동안 2배가 늘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매년 3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지불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치료사로 인정을 받고 클리닉을 열어 물리치료 재활치료 거기에 엑스레이 진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키이로프랙터는 의사가 아니므로 처방약을 쓰거나 수술 할 수 없다. 그러니 의사보다 영양제와 음식 그리고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식품에 대한 주장은 우리와 맞지 않거나 엉터리인 것이 너무 많다.
- 카이로프랙터는 식품전문가도 아니다
조한경씨는 의사는 “수련과정 10년 중에 영양학에 대해서는 보통 2 시간도 배우지 않는다. 자연물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약리작용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으니 그것이 쓸데없다고 하거나 먹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인은 의사가운과 청진기를 목에 건 사진을 내세우고 ‘환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건강보험은 올바른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하며 음식과 영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확 믿음이 갈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식품으로 병을 고친다’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중에 건강이 나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는 점이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믿음 때문에 실제로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체중, 운동, 술, 담배 같은 것을 등한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 정말 건강에 좋은 음식일까. 사실 건강이라는 개념마저 200년도 안 된 근대이고 불완전한 발명품이라고 한다. 한양대 의대 신영전 교수는 조선시대에도 ‘건강’(健康)이란 단어는 없었고 미병(未病), 장수(長壽), 양생(養生) 같은 단어가 사용됐지만, 지금의 건강과 의미가 다른 것이고 ‘건강’이란 단어는 19세기 중반 네덜란드 의학을 일본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오가타 고안 등이 만들어 낸 단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 “건강이란 단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온존(well-being)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완전히’란 단어가 문제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온존한 상태’를 가진 사람은 인류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나서 쉽게 아프고 불완전하게 살다가 죽는다. 그렇다고 불완전하게 온존한 또는 90% 온존한 상태라고 할 수도 없다. 무지개가 멀리서는 선명하지만 다가가면 없어지는 것처럼 건강이란 개념도 모호하고 좋은 식품이란 개념도 모호하다.
식당마다 이 음식은 어디에 좋고 저 음식은 어디에 좋다는 설명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것을 모두 챙겨먹으면 건강할까? 일단 과식으로 몸을 상하기 쉽고, 몸에 좋다는 식재료의 좋은 성분을 골라 만든 것이 건강기능성 식품이다. 그런데 누구도 건강기능성 식품만 골라 먹는다고 건강해진다고 하지 않는다. 모두 좋은 식품을 말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하는 사람은 없다.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라고도 하지만 그 영양분은 정확히 무엇이고 이상적인 함량이 얼마인지 말하는 사람도 없다. 건강과 좋은 식품을 말하는 사람 중에 아무도 찾아보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영양권장량이기도 하다. 칼로리는 평균이 좋을까 적을수록 좋을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이상적인 비율은 얼마이고. 비타민, 미네랄은 많을수록 좋을까? 비타민과 미네랄은 영양제의 형태가 아니라 식품의 형태가 좋다고 하니 식재료 중에 가장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것만 골라 먹으면 건강할까? 사실 영양성분을 가장 이성적으로 갖춘 것이 사료이다. 식품에서 이상적인 영양만 추구하다보면 결국에는 음식은 사료의 형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확실한 기준도 없이 제각각 제 입맛대로 좋은 식품을 판단하고 말하면서 시중에는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이 넘치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 음식이 약이 되고 독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음식이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되었고, 음식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병 또한 없다고 한다. 그럼 영양학자가 최고의 의사가 되어야 할 텐데, 방송에서는 좋은 식품과 나쁜 음식의 판단은 식품과 영양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은 의사나 한의사가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카이로프랙터도 자신들이 그 분야의 최고인양 끼어들었다.
카이로프랙틱의 천국은 미국이다. 미국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는 건강식품 판매대가 따로 있을 정도이고 세상의 영양보충제의 30%가 미국에서 판매되고, 유기농의 40%가 미국에서 판매된다. 그럼에도 미국인이 그렇게 건강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주장을 따른다고 더 건강해질 것 같지는 않다. 영양이 넘치는 현대인에게는 뭘 더 챙겨먹으라는 충고보다 뭐든 적게 먹으라가 훨씬 유용한 충고이기 때문이다
- 카이로프랙터도 이윤을 추구한다
카이로프랙터는 현대의학, 제약회사, 식품회사는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고 소비자의 건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카이로프랙터라고 덜한 것은 아니다. 사이먼 싱과 에트차르트 에른스트는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 2015, 윤출판>에 소개된 내용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의삭저술가인 스티븐 배럿이 한 건강한 환자(29세 여성)을 4명의 카이로프랙터에게 보내어 진단을 받게 하였다. 첫 번째 카이로프랙터는 ‘경추 1번 아탈구’라는 진단을 내린 뒤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15년 안에 마비가 올 것이라고 했고, 두 번째 카이로프랙터는 많은 경추가 어긋나 있다고 했고, 세 번째 카이로프랙터는 목이 뻣뻣하다고 했고, 네 번째 카이로프랙터는 척추가 어긋난 모양을 봤을 때 위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 제각기 다른 진단을 하였고 그 중에 3명이 교정치료를 하였고 그 중에 한명은 지나치게 강한 힘으로 교정을 한 탓에 그 여성은 수 시간 동안 현기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p236)
그리고 카이로프랙터의 여러 가지 문제를 말하면서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받을 때는 다음과 같은 것을 주의하라고 한다.
1. 카이로프랙틱사가 절충주의자인지 확인해라
원리주의자는 척추치료를 통해 질병의 95%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카이로프랙틱의 창시자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이고 절충주의자는 허리와 목에 한정한 치료를 한다. 원리주의자는 호흡기장애, 소화기질환, 중이염, 피부병등 온갖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2. 카이로프랙터에게 6번 정도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으면 치료를 중단하고 의사의 자문을 받으라. 카이로프랙터는 오랜 기간 값비싼 치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급성목통증 치료를 받은 환자 96명을 조사한 결과 증상이 좋아지기 까지는 평균 24번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80번 이상의 치료를 받은 사례도 2건이나 있었다. 그 정도면 신체의 자연치유력이 작동한 덕분이라고 생각해야 마땅하다.
3. 카이로프랙터가 건강 유지나 예방을 목적으로 치료하고 온갖 의학 문제를 자문하는 주치의 노릇을 하게 하지 마라. 1995년 시행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카이로프랙터의 95%는 스스로 주된 의료 조언자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역할을 맡을 자격이 없다. 의사가 아니라 카이로프랙틱 과정을 이수한 치료사이다
4. 응용운동요법이니 이-미터 같은 비정통적인 진단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피해라. 이런 기법에 의지하려는 카이로프랙터는 원리주의자이다.
5. 개인적인 평판을 조사하라. 카이로프랙터가 의사보다 의료 과실을 더 자주 저지르기 때문이다. 2004년 캘리포이나에서 시행된 조사로는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의사보다 2배에 달하고, 사기행위는 의사의 9배이고, 성적 문제 발생건수는 3배였다
6. 요통을 치료하려고 카이로프랙터를 찾아가기 전에 현대의학의 고려하라. 현대의학의 치료법이 대개 척추교정보다 치료비는 싸고 효과는 엇비슷하다.
특히 미국의 카이로프랙터는 새로운 환자를 열심히 불러 모든 뒤 불필요한 치료를 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카이로프랙틱 치료원을 개업하고 운영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세미나가 곳곳에서 열리고, 환자를 모집하고 유지하는 방법이 담긴 책도 많다. 대부분 의료보다 돈을 더 강조한다. 이익추구에 집착하는 동료들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는 카이로프랙터도 적지 않다. (p232~234)
카이로프랙터는 휴대폰의 전자파도 크게 걱정하고 전자 렌지도 위험하다고 한다. 심지어 전자 렌지로 가열한 음식은 죽은 음식이라고도 한다. 살아있는 것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감염이라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그러다. 그러면서 전자파보다 비교할 수 없이 위험한 X-찰영을 병원보다 훨씬 빈번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 그들이 현대의학을 대증요법이라고 폄하할 수준 높은 것은 아니다
조한경씨는 현대의학과 약을 매우 부정적으로 말하지만 본인은 안아키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렇게 읽을까 사람들은 저자가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듣는다. 카이로프랙터들은 특히 백신에 대해서 모두 부정적인 말하는데 카이로프랙터 77명에게 백신 예방접종을 권할 것인지 물어본 결과 2명만 권유한다고 답했을 정도이다. 위험한 수준인 것이다
카이로프랙터들은 한결같이 콜레스테롤은 나쁜 물질이 아니라고 한다. 심지어 조한경씨는 뇌의 90%가 콜레스테롤로 되어 있다고 강조 한다. 아무리 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을 말하려 해도 그렇지 몸의 특정부위가 콜레스테롤로 90%가 채워졌다는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는 나도 10년 전부터 계속 말하던 내용이다. 그런데 그들은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를 풀기보다는 제약사가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통해 가장 많은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부터 콜레스테롤 저해제의 리스크를 강조하기 위해 콜레스테롤을 거론한다는 것을 알고 씁쓰레해졌다.
조한경씨는 현대의학을 치유가 아닌 치료이며 단지 관찰할 수 있는 증세만 가지고 증상만 치유하는 대증요법을 할 뿐이라고 한다. 의사들은 병이 생긴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는 곧바로 증상을 줄이는 약을 처방한다. 그래서 오히려 치유를 방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처방은 환자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회복시킨다고 한다. 진짜로 본인들이 그렇다면 의사나 약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는 정말 귀신과 같이 가성비를 알아본다. 의사와 약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그쪽으로 몰릴 것이다. 정답이 나오면 소음은 사라진다.
콩팥이 심하게 나빠지면 투석이라도 해야 한다. 현대의학과 제약산업은 콩팥은 커녕 세포하나도 다시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이식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의사는 어쩔 수 없이 투석과 같은 대증요법이나 한다. 카이로프랙터는 이런 대증요법이 아닌 치유의 기술 즉 도수치료나 영양제로 콩팥을 재생시켜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투석치료를 받는 사람은 없어지고 모든 콩팥 환자를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 노폐물을 만들지 않는 정말 좋은 식품이 있으면 콩팥에 문제가 생겨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고, 해독주스가 정말 효능이 있다면 최소한 투석의 빈도라도 낮추어줄 것이다. 많은 질병에는 효과적인 대증요법이라도 있으면 축복인 셈이다. 대증요법도 잘못하면서 대증요법을 폄하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의학은 대증요법일 뿐이고, 자신들은 자연적(natural), 전통적(traditional), 전체론(holistic)적 치료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주장이 한국인의 정서에는 잘 맞겠는 구호일 뿐 실제 실력이나 결과로 그런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의사와 카이로프랙터의 충돌은 없지만 한의사와는 충돌이 많았다. 한약을 먹고 탈이 난 사람은 한의원에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간다. 그렇다 보니 의사는 효과는 보지 못하고 부작용만 주로 보게 된다. 반대로 병원을 다녔는데도 병이 잘 낫지 않으면 한의원으로 간다. 한의사는 의사의 실패사례를 자주 보고되고 자신들의 실패사례는 보기 힘들어진다. 이미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호불신이 더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병을 못 고친 환자는 민간요법을 하는 사람을 찾게 된다. 그중에는 당연히 효과를 본 사람도 일부 나온다. 효과를 본 사람은 계속 찾게 되고 효과가 없는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떠난다. 효과를 본 사람들로 둘러싸인 민간요법사는 본인의 실력을 오해하게 된다.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칭찬거리나 뉴스가 되지 않고, 부작용만 뉴스가 된다.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어도 불만은 없고, 효과가 있으면 신비와 기적이 되는 것이다. 카이로프랙터가 좋아하는 영양제는 의료와 민간요법의 중간에 있는 것 같다.
- 카이로프랙터의 식품이야기는 단편적이다.
카이로프랙터는 좋은 식품으로 유기농을 추천한다. 그리고 밀, 유제품, 설탕 같은 것은 피하고 과일, 채소 같은 것을 더 먹으라고 한다. 그럼 셀리악병인 사람이 유기농 밀가루는 먹어도 될까,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유기농 우유는 먹어도 될까, 설탕이 비만과 염증을 일으킨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유기농설탕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유기농이 만능 해결사처럼 말하면서 불편한 부분은 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밀가루의 글루텐을 말하는 것은 좋은데 마치 모든 사람이 밀가루를 끊어야 할 것처럼 말하고 심지어 글루텐을 먹으면 설탕보다 빠르게 혈당을 높인다고 한다. 밀가루는 전분이 70%가 있으니 그것이 분해되면 혈당을 올릴 수 있겠지만 글루텐은 밀가루에서 단백질만 추출한 것인데 그것이 어떻게 혈당을 설탕보다 빨리 올릴 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식품의 기본이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말들이 많다. 글루텐으로 인한 셀리악병은 자가면역질환 중에 하나일 뿐이다, 내 몸의 면역세포가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은 알레르기로부터 류머티스, 크론병, 천식 등 70가지가 넘고,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는 무서운 질병이다.
알레르기는 딱히 글루텐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온갖 식품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은 계란, 우유, 밀, 견과류에서부터 어류, 육류, 과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글루텐의 위험성을 말하려면 왜 지난 수천 년간 먹어왔던 음식이 현대에 이르러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었는지부터 고민해봐야 할텐데 무작정 한 분자라도 위험하니 피하라는 식이다. 이런 면역질환의 증가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현재까지는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도 유력한 후보 의 하나다. 환경이 깨끗해지면서 인류가 기생충과 잡균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었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오염요인에 대처하도록 만들어진 체내의 시스템이 할 일이 없어지자 엉뚱한 물질에 과민해지면서 면역질환이 발생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실제로 유럽의 카렐리아 지역은 국경선 때문에 핀란드와 러시아로 나뉘는데, 양쪽 지역 주민들은 비슷한 양의 밀을 섭취함에도 환경이 깨끗한 핀란드 쪽 사람들이 러시아 쪽에 비해 셀리악 병을 다섯 배나 많이 앓는다. 1형 당뇨병, 알레르기, 천식 등의 다른 자가면역질환도 많다. 이런 현상을 보면 자가면역질환이 밀가루, 즉 글루텐만의 문제가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면역감각 수용체는 아주 작은 분자에 반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설탕, 소금 등의 맛 물질이나 향기 물질, 식품첨가물 같은 저분자 물질은 원인이 되기 힘들고 단백질처럼 커다란 분자의 일부가 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알레르기는 단백질이 많은 식품에서 많은데, 과일과 채소 같이 단백질이 별로 없는 식품에서도 발생한다. 키위에는 액티니딘(actinidin)이라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있는데 이 성분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살구, 바나나, 복숭아, 자두, 토마토 등에서도 과일에 포함된 특정 당 단백질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있다.
더구나 한국인은 글루텐에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셀리악병은 국가별로 발생률이 다르다. 1인당 연간 75kg의 밀을 소비하는 미국의 경우 셀리악병 환자가 약 300만 명인 데 반해, 1인당 연간 140kg의 밀을 소비하는 이탈리아의 환자 수는 17만 명에 불과하다. 이는 국가별로 셀리악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보유한 인구수가 다르기 때문인데,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HLA-DQ2 유전자를 보유한다. 국가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 중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5% 미만이다. 지금까지 의학계에 보고된 한국인 셀리악병 환자 역시 딱 1명뿐이다.
옥수수, 쌀, 밀은 인류의 압도적인 생산성을 가진 절대적인 식량원이다. 세상 어디에도 이들을 대체할 작물은 없고 이들이 없으면 우리의 식생활도 파탄이 나고 환경도 파탄이 난다.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땅을 농지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밀가루를 독극물처럼 말하고 옥수수를 천시하고 쌀을 건강의 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소화흡수가 잘되어 찌기 쉽다. 탄수화물이 없이 단백질과 지방만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힘들다. 그 만큼 나쁜 음식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많이 먹어 일어나는 죄를 마치 탄수화물의 죄인 양 뒤집어씌우는 것은 염치가 없는 짓이다.
시실 <당신은 뇌를 고칠수 있다>에 등장하는 병적인 글루텐에 대한 집착은 자신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한 홍보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차고 넘치던 글루텐이 해롭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장사가 잘되지 않을 터, 더 자극적인 것이 필요했던 저자는 글루텐을 끊어야 하는 이유로 중독성을 이야기한다. 글루텐 섭취가 마약과 같은 중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유치한 공포감 조작이다. 흔히 아편이나 마약이라고 하면 그 물질 자체에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 엄청난 쾌감과 환각을 일으키고 우리를 중독에 빠뜨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약 자체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같이 신체의 쾌감 회로를 자극하는 물질의 양을 늘릴 뿐이다. 쾌감은 원래 생존을 위한 힘든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서, 약물이나 전기를 통해 손쉽게 얻게 되면 누구나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법이다. 따라서 마약 또한 특정한 물질이라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손쉬운 쾌락 그 자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저자는 밀가루나 우유에 쾌락을 주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한다. 쾌락이나 중독 자체의 원리를 모르는 것이다.
마약 이야기로는 부족했는지 장누수증후군과 뇌누수증후군이라는 신종 개념을 끌고 오기도 한다. 이런 질환에 밀가루, 우유, 설탕이 치명적이며 그중에서도 글루텐의 독성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는 특정 제품의 마케팅을 위해 단순한 오류나 편향된 주장을 넘어서 공포를 조작하는 행위이다.
- 카이로프랙터 책의 식품이야기는 엉터리가 많다.
카이로프랙터는 한결같이 제산제가 나쁘다고 한다. 위산을 중화시키면 단백질의 소화와 칼슘의 흡수 등을 억제하므로 오히려 염산과 같은 산을 보충하라고 한다. 그런데 비타민C는 좋은데 아스코브산은 산성물질이라 내 몸을 산성화시기 때문에 나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비타민C와 아스코브산이 같은 물질이 것도 모르고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분류보다 형편없는 유사과학은 산성식품과 알칼리식품의 분류를 믿는 것이다. 세상에 위산보다 강력한 산성식품은 없다. 음식으로 먹는 산에 의해 우리 몸의 pH가 변할 정도라면 1회 식사에서 약 500~700ml가 분비되는 pH 1.0~1.5의 강력한 위산에 의해 우리 몸이 수 천번 초강산 체질로 이미 변했어야 정상이다. 알칼리성 식품이 좋다고 믿는다면 제산제야 말로 식품에는 없는 알칼리성 물질이므로 완벽한 건강 성분이라 칭송해야 한다.
카이로프랙터의 책에는 곳곳에 초보적인 내용에도 오류가 많다. 정제염은 미네랄이 없어서 나쁘다고 하면서 염화나트륨 함량이 99%인 암염은 예찬하고, 액상과당은 끈적끈적해서 치아에 잘 달라붙어 충치를 일으킨다고 하면서 생꿀은 찬양하는 식이다. 꿀은 액상과당보다 끈적인다. 물론 둘 다 물에 쉽게 녹는 것이라 치아에 달라붙지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과당이 나쁘다고 말하면서 과당이 설탕보다 6배 달다고 한다. 과당은 설탕과 맛을 견줄만한 유일한 감미료라 설탕보다 6배 달면 설탕의 사용량을 1/6으로 쉽게 줄일 수 있는 최고의 감미료인데 그렇다. 과당이 전분의 산분해로 만들어진다. 가열을 하면 미네랄이 파괴가 된다는 상식 밖의 주장이 너무 많다. 식품에 대한 진지한 지식은 없고 그냥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대충 퍼담아 나르는 식이다. 물론 그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TV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쇼닥터의 공통적이 현상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건강식품이 부침을 거듭했다. 일정 기간 유행하다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다. 진짜로 효과가 있으면 왜 유행을 탔겠는가? 사이비의 허튼소리가 대부분인 것이다. 방송에서 불량지식을 전파하는 부류는 대개 얼핏 전문가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전공도 아니면서 배운 적도, 공부한 적도 없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급조해 익히고는 아는 척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는 사실 책 제목부터가 수상하다. 책 52페이지에 “우리 몸은 끊임없이 오래되고 손상된 뉴런을 제거하고 새로운 뉴런을 생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뇌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말에 동의하는 뇌과학자는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암보다 무서운 것이 치매이고, 치매는 신경세포가 손상된 것이라 치료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뇌건강을 말하면서 뇌세포의 숫자가 p32에는 771억 개, p43에서는 2000만개, p52에서는 1천억 개, p205에서는 무려 7조개로 수시로 바뀐다. 2000만과 7조는 3만 배차이다. 그리고 핵심중의 핵심인 뇌세포의 재생여부도 페이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를 교체할 수 있고 뇌세포도 얼마든지 더 건강한 상태로 재생할 수 있다.”(p19), “모든 세포는 죽고 다시 생성되어, 7년이 흐르면 온몸 전체가 된다(p183).” 책은 시종일관 그런 식이다. 앞에서는 아가베시럽이 나쁘다고 했다가 뒤에 뒤에는 아가베를 사용한 레시피가 태반이고, 앞에서는 덱스트린이 위험하다고 했다가 뒤에는 덱스트린이 좋다고 한다. 토코페롤(비타민 E)이 나쁘다고 했다가 비타민 E를 추천하는 식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건강이야기>에는 소소한 엉터리가 너무 많다. 신경세포는 흥분하면 죽는다고 까지 한다. 신경세포가 흥분 신호을 하지 않으면 죽은 뇌인데 그렇다. MSG는 천연의 MSG와 달리 첨가물로 먹으면 혈중농도가 몇 십배 높아진다고 한다. 만약에 그렇다면 단 한 번의 혈액검사로 MSG의 유해성 논란을 영원이 끝낼 수 있는데도 그렇다. 전자렌지로 돌리면 음식은 죽게 되고 죽은 음식은 죽은 자들의 몫이라고 하고, 켐트레일(chemtrail)같은 음모론도 믿는다. 켐트레일은 비행운처럼 비행기에서 화학물질을 뿌린 것으로 그것으로 인공 비를 내려, 가뭄을 유도하고 그래서 GMO회사가 개발한 가뭄에 강한 종자가 잘 팔리게 하고, 심지어 질병을 유도하여 인구를 감축하려 한다는 음모론인데, 그런 초보적인 음모론의 허구성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고력으로 그 복잡한 식품과 건강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비행기가 날 때 생기는 비행운이 죄다 켐트레일이라는 화학물질이라면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가 전부 화물기(소방항공기)라는 주장인데, 아무리 큰 소방항공기도 그렇게 오랫동안 뭔가를 뿌릴 능력은 없다.
<환자혁명>에서 조한경씨는 MSG는 분자구조학적으로 보면 안 되고 신경의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글루탐산은 천연이든 합성이든 뇌에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이으로 나와 카이로프랙틱의 인연(?)이 시작된 것인데, 겉만 번드르하지 뿌리가 없는 겉핡기 짜깁기 지식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래도 MSG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지만 한동안 MSG 사용여부로 착한 식당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오해가 많았다. ‘화학적 합성품이다’, ‘알레르기와 갈증을 유발한다’ 등 대부분의 오해는 풀렸는데 조한경씨는 끝가지 MSG는 흥분독소라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글루탐산이 흥분독소라는 엉터리 주장은 아주 오래된 것이다. 미국의사 러셀 L. 블레이록이 쓴 흥분독소(Excitotoxins: The Taste that Kills, 1994)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은 ‘먹거리X파일’ 이란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2013년 국내에 번역 출간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만큼 MSG가 흥분독소가 아니라는 것을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책도 없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MSG는 절대 흥분독소가 될 수 없다는 증거를 모아서 <흥분독소>라고 책을 쓰고, 국내의사가 그런 책을 번역하고, 뇌신경의사라고 자칭하는 카이로프랙터가 아직도 MSG 흥분독소론을 주장하니 말이다.
책에는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용하고 글루탐산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글루탐산 수용체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NMDA 수용체이다. 대부분 포유동물 전뇌에 분포하는 시냅스의 50% 가량이 글루탐산을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한다. 이들은 뇌 속에서 매우 중요한 흥분성 역할을 한다. 즉 뇌를 활성화하고 활동할 수 있게끔 준비시킨다." p95
“뇌의 글루탐산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대부분은 뉴런을 둘러싸고 있는 성상교세포가 만든다.” ... p131
책에 신경세포는 글루탐산을 주 신경전달물질로 쓰고 글루탐산은 신경세포를 감싸고 있는 성상교세세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시냅스에 분비된 글루탐산은 성상교세포가 흡수하여 다시 사용된다. 사실 이것이 글루탐산을 신경전달물질로 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는 글루탐산이 그대로 뇌에 들어가 작동한다면 뇌는 음식의 섭취에 따라 마구 흔들릴 것이다.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는 글루탐산은 신경세포의 소낭 안에 저장되어 있다가 신호에 의해 시냅스 공간으로 분비된다. 그것이 건너편 신경세포의 글루탐산수용체에 결합하여 이온 채널이 열리면서 대량의 양이온(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신호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나트륨을 펌프를 통해 세포 밖으로 퍼내야 하고, 시냅스 사이에 존재하던 글루탐산은 성상교세포에 의해 회수되어 글루타민으로 바뀐 뒤 신경세포로 재공급된다. 이것이 신경세포의 작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림 뇌에서 글루탐산의 신경전달 경로 (재구성)
이 회로가 작동하지 않으면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데 글루탐산이 흥분독소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것에 대한 답도 그 책에 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글루탐산의 독성 효과를 입증하는 대부분의 연구는 매우 고용량의 글루탐산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 p236
"고용량이라고 할지라도 경구로 섭취한 MSG에 의한 경련발작은 관찰되지 않았다“ ...p 296
"여태까지 나는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이 뇌졸중 혹은 산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뇌세포의 손상을 입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흥분독소가 쌓이는 것은 뇌 내부에서 분비된 결과이지 음식과 함께 섭취했기 때문은 아니다“ ... p315
러셀 L. 블레이록은 음식으로 섭취한 글루탐산으로 뇌세포가 손상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뇌에 직접 MSG를 투입하거나 신경세포를 따로 배양하여 신경세포에 일상에는 없는 고용량을 직접 글루탐산을 가하는 것 말고는 신경세포의 손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때도 신경세포는 글루탐산이 아니라 칼슘에 의해 일어난다고 밝혔다.
"나트륨 이온을 모조리 없앤 상태에서는 아무리 높은 농도의 MSG를 투여해도 세포는 2시간 동안 죽지 않았다. 나트륨 이온이 없어도 2시간 후에 뉴런은 여전히 죽었다. 연구를 거듭하여 배지에서 칼슘을 제거해 보았다. 그러자 2시간이 지나고 24시간이 지나도 모든 뉴런이 멀쩡히 살아 있었다. 바로 칼슘이 진범이었다.” ... p82~83
“여러 질환과 손상 및 노화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칼슘채널이다. 암, 관절염, 각종 염증, 손상, 뇌졸중, 심정지, 신장 질환, 노화까지 인간의 복잡한 질병 발생의 한가운데에 칼슘 채널이 있다. 심지어 몇몇 독극물까지 칼슘 채널을 이용해 효과를 내는 것을 밝혀졌다.” ... p89~90
그는 책에 신경세포의 손상의 진범은 글루탐산이 아니고 칼슘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글루탐산은 우리 몸에 가장 흔한 아미노산이고, 아미노산이 뇌에서는 신경세포를 손상시기는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글루탐산은 단지 나트륨 채널을 여는 신호물질이고, 나트륨이 들어가고 나서 별도의 채널을 통해 칼슘이 과도하게 들어가야 신경세포가 손상이 된다. 사실 모든 신호의 완성은 칼슘이 한다. 그래서 포유류에서 세포안의 칼슘 농도는 0.0002mM 이하고, 세포 밖은 1.8mM로 9000배 차이가 난다. 나트륨이 들어오고 이어서 칼슘이 쏟아져 들어오면 재빨리 다시 세포 밖으로 퍼내야 한다. 칼슘은 단백질과 쉽게 결합하는 물질이라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고 많은 효소의 활성화와 비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세포 안이 오랜 시간 칼슘의 농도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카스파제(caspase) 같은 내부 분해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효소와 단백질의 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칼슘은 생명에서 정말 필수적인 미네랄이지만 그만큼 가장 치명적인 미네랄이기도 하다. 글루탐산을 흥분독소라고 하는데 글루탐산이 없으면 뇌에서 가장 중요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가바GABA도 만들 수 없다. 가바는 글루탐산에서 단 한 번의 효소작용으로 간단히 만들어진다. 뇌는 글루탐산을 신호로 만들어지는 흥분과 글루탐산에서 만들어진 가바의 억제신호의 균형으로 작동하고 조절된다.
뇌가 글루탐산을 신경전달 물질로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수이다. 우리의 뇌는 체중의 2%이지만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쓴다. 글루탐산을 1/100초 간격으로 분출과 재흡수를 반복하고 그때마다 글루탐산과 글루타민 또는 가바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평생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0.01초 단위로 계속 반복해야 우리는 뇌는 정상으로 작동한다. 우리 몸에 글루탐산보다 쉽게 잘 활용하는 아미노산은 없다. 그리고 뇌는 BBB라는 차단시스템을 통해 음식으로 섭취한 글루탐산과 뇌에서 만든 글루탐산을 완전히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음식으로 먹는 글루탐산은 뇌에서도 차단되지만 소장세포에서도 차단되고 태반에 의해서도 차단된다. 음식물의 글루탐산은 가장 먼저 소장의 상피세포로 흡수되는데 흡수된 글루탐산의 95%는 소장에서 바로 에너지원으로 소비된다. 보통 세포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소장의 세포는 포도당은 뇌를 위해 그대로 혈관으로 보내고 대신 글루탐산을 사용한다. 혈관으로 이행되는 글루탐산은 5%가 안 되는 것이라 음식이나 경구투입으로 많은 양의 글루탐산을 한꺼번에 섭취해도 뇌혈관의 글루탐산 농도는 거의 변하지 않고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이것을 내장장벽(Splanchnic Barrier)이라고도 한다. 글루탐산은 철저히 로컬인 것이다.
태반에는 또 다른 장벽(placental barrier)이 있다. 임신한 원숭이 혈관(정맥)에 직접 글루탐산을 대량 주입하여 혈액중의 글루탐산은 10~20배 증가시킨 실험도 있다. 혈액에 직접 글루탐산을 투입했지만 태반 또는 태아의 혈중 글루탐산 양은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어미의 혈관에 존재하는 글루탐산이 뇌로도 가지 않지만 태반을 통해 태아로 이동하지도 않는 것이다. 임신 중인 태아에 전달된 글루탐산도 별도로 만든 것이고, 엄마젖으로 공급되는 글루탐산도 혈중에 있는 글루탐산이 아니고 유선에서 별로도 만든 글루탐산이다. 워낙 쉽게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라 철저하게 로컬 단위로 합성과 분해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한경씨는 <환자혁명>을 통해 황당한 이론으로 글루탐산이 흥분독소라고 하면서 심지어 “글루탐산은 뇌에 존재하는 자연물질 중에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p141).”고 하고. 그래서 “심각한 문제들로는 정신분열증, 강박장애, 중독, 폭력적 성향, 자살 충동, 불안증, 우울증 등을 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글루탐산이 과다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천연물질이고, 합성이고, 인공이고, 발효이고 여부를 떠나 글루탐산 자체의 역할이 그렇다는 것이다(p142).” 라고 한다. 천연의 글루탐산은 안전한데 MSG는 화학적인 것이라 위험하다는 안병수씨의 주장 등에 비해서 나아진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LD50을 기준으로 그가 찬양하는 비타민 D가 글루탐산보다 수 백 배 독성이 강하다. 심지어 가장 안전한 편인 비타민 C보다 독성이 약하다. 또 글루탐산이 마이크로글리아 구획에 잘 담겨 있는데 교통사고, 수술, 감염, 백신, 스트레스 등을 받으면 유출되어 질병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신경전달의 기본 원리나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실제로 암세포에서 수많은 글루탐산 수용체가 발견된다.(p143)”는 주장은 정말 악의적이다. 암세포는 원래 몸 세포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능에 차이가 없다. 암세포도 뇌세포와 마찬가지로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고 물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물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주장만큼이나 유치하다.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암세포에게도 좋은 것이고, 암세포에 독이 되는 것이 우리 몸에도 독이 되기 때문에 암의 치료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 의미는 식품이 아니라 내 몸이 부여한다
“현재 우울증의 앓거나 불안감을 느낀다면, 장에서 시작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모든 세로토닌의 90%가 뇌가 아니라 장에서 분비되고 저장된다.” 카이로프랙터들이 장건강의 중요성을 말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다.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 뇌 독립적인 기관이고, 뇌가 쓰는 신경전달 물질은 전부 뇌가 만들어 쓴다. 그리고 장에서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 아니고 장 운동 호르몬이어서 과다하면 설사를 유발한다. 심지어 장에서는 역겨움의 호르몬이다. 선충 등에 위해한 음식을 제공하면 세로토닌이 과도하게 분출된다.
뇌는 혈뇌장벽에 의해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하므로 원래 역겨움의 호르몬인 세로토닌을 행복호르몬으로 쓸 수 있다. 글루탐산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니 흥분독성이 발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세로토닌이 행복호르몬이니 세로토닌을 많이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주장과 같다. 설사의 유발 가능성만 높은 것이다. 즉, 특정한 물질이 그 자체로 어떤 기능을 한다는 생각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이다.
사실 좋은 식품이란 말로는 쉽지만 실제 구체적으로 조건을 하나하나 따지고 들어가면 실체가 없는 허상이 된다. 식품은 다양한 분자의 조합일 뿐이고, 우리 몸에 소화 흡수되어 에너지원이 되거나 우리 몸을 구성하거나 대사과정의 부품이 된다. 물이 생명의 무대가 되고, 단백질의 생명활동의 구조와 엔진이 되고 탄수화물이 연료, 지방이 연료의 저장소의 역할을 한다. 음식은 단순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내 몸이 복잡한 것뿐이다. 그리고 식품의 의미와 역할은 내 몸이 부여하는 것이지 식품의 분자 자체가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 영양분이란 모자라는 사람한테는 좋은 것이지 넘치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 몸에 좋다 하니 무작정 자신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고, 좋은 것은 많이 챙겨 먹을수록 좋을 것은 위험한 착각이다. 극소량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수저로 퍼먹으면 치명적이다.
좋은 식품의 기본조건은 독이 되는 성분이 없어야 할 텐데, 독은 특히 전문가의 영역이라 첨가물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아마추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첨가물은 식품에 첨가해도 문제가 없는 물질이라 법적으로 허용된 물질이지 독이 아니다.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항산화제, 심지어 산소마저 식품에 첨가될 때는 첨가물로 관리된다.
좋은 식품과 건강이란 말이 넘칠수록 인간은 더 나약해지고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건강에 지나친 관심이 새로운 질병을 창조하고 의료비도 늘어난다. 조심은 지혜지만 불안은 인생의 낭비다. 완벽한 건강을 추구할수록 우리는 초라해지며 마침내 죽음으로 최종 실패자가 된다.
- 최소한 그들 이야기는 미국에는 몰라도 우리나라에 전혀 맞지 않다
카이로프랙터가 좋은 식품을 많이 먹으라고 하면서 과일, 채소, 생선을 더 먹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과일, 채소, 생선, 해조류의 섭취량은 세계의 평균이나 세계 상위 수준이 아니고 세계1위 수준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먹어야 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갑상샘질환을 말하면서 심지어 요오드를 더 먹으라는 주장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해조류의 섭취가 많이 요오드 섭취량이 권장량의 20배를 먹고 있어 위험한 수준이다. 요오드 측면에서는 정제염이 천일염보다 훨씬 안전한 소금인 것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과일이나 채소가 아니라 적절한 안심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식품이 가장 안전한 편이다. 식품법규도 가장 까다롭고, 소비자의 감시도 가장 활발하다. 의료보험체계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편도 아니고, 첨가물을 많이 먹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30% 정도이다.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호주, 아일랜드, 스위스 사람들이 80% 이상이 자신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서 너무 걱정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건강을 걱정하는 나라는 일본뿐이고, 일본 또한 건강 괴담이 천국인 나라이다.
대부분의 첨가물은 어떠한 사용 제한도 없을 정도로 안전한데, 소위 위험하다는 것도 사용허용량은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발현되기 시작하는 양의 1/100이하이고, 실제 사용은 허용량의 1% 정도이니 지금보다 가공식품을 10,000배를 먹기 전에는 첨가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실제 식품사고의 대부분은 천연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식중독도 그렇고 중독사고도 그렇다. 보건당국이 노력하는 나트륨 저감화와 당류 저감화도 대상이 되는 소금과 설탕은 천연물이다. 그런데 아주 엉터리 괴설로 불안을 키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카이로프랙터 들은 본인들은 기능의학 전문가라고 하고 기능의학은 현대의학보다 한 단계 진전된 형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은 전체를 보지 않아 근본적인 원인은 모른 채로 미봉책인 치료를 하다 보니 재발이 많고 본질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음식, 물, 공기, 자연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문제점을 찾은 뒤 근본적인 치료를 거치고 이후에도 질병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음으로써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전체를 고려하겠다는 목표는 정말 멋지다. 그러나 실제 책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전체를 보기는커녕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골라 제멋대로 연결한 것이 주를 이루며 식품에 관한 내용은 어느 것 하나 의미 있는 내용이 없고, 다른 내용도 나 같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편협하고 엉터리인 주장이 많다.
기능의학의 목표는 바람직한 미래의학의 모습인 것 같은데 이런 책들을 통해 기능의학의 본래 의미가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현대의학의 한계나 예방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와 같이 부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불안감을 조장하고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행위는 불안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