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공통성 : 모듈성

내몸 ≫ 두뇌 ≫ 기억

모듈성 : 자연과학, 생명의 공통성

모듈화 : 공동 부품의 경제성
- GPCR
- Fiber

● 이보디보 : 모듈이론

컴퓨터에서 전체를 바꾸지 않고 특정 모듈(CPU, 마더보드, 그래픽카드 등)만 바꾸어도 전체적인 변화가 유발될 수 있는 것처럼, 생명체에서도 특정 모듈(예를 들어 눈 같은 작은 부분)의 혁신에 의해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인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체는 기계와 달라 짧은 시간에 생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일반적으로 생체 각 부분이 부조화를 견디지 못해 결국에는 죽는다. 그런데 생체를 모듈로 인식하면 부조화의 대부분이 특정 모듈에 한정되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모듈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전체 생명체의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생명체 전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가 오랜 지질 시대를 겪으면서 주요 유전자에서의 돌연변이 또는 특정 신체 모듈의 변화에 의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단순한 구조에서 오늘날의 복잡한 구조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의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생동물류는 35개의 문(phylum)으로 크게 분류될 수 있는데, 진화적 개념으로 보면 매우 짧은 시간에 불과한 1천만 년 사이에 공동 조상으로부터 다양한 구조적 차이를 보이는 거의 모든 동물류의 문이 출현하였다는 것을 화석적 증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근의 진화학 관련 연구와 이론은 최초의 생명체가 지구에 출현할 수만 있었다면 오늘날의 복잡한 생명체로의 진화 과정은 가능했으리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 지구상의 생물들(미생물 포함)은 모두 한 식구다.

"효모와 인간은 지난 10억 년 전 공통의 조상에게서 분가(分家)한 후 각자 다른 경로로 진화해 왔지만, 두 가문(家門) 간에는 아직도 유전적인 유사성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400여 개의 인간 유전자를 한번에 하나씩 효모에게 삽입해 봤는데, 그중에서 무려 50% 이상이 제기능을 발휘하여 효모의 생존에 기여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매우 놀랍다. 이는 10억 년 동안의 진화적 발산(evolutionary divergence)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유전자가 동일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인디애나 대학교의 매튜 한 교수(진화생물학)는 말했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인간과 효모(빵과 맥주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미생물)가 분자적 유사성(molecular similarities)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인간의 유전체는 효모의 유전자에 대응하는 유전자들(counterpart)을 1/3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효모와 인간의 상응하는 단백질들들의 아미노산 배열을 비교해 보면 평균적으로 32%가 겹친다고 한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의 에드워드 마코트 교수(시스템 생물학)는 그중에서도 특히 몇 가지 유전자들을 언짢게 여겼다. 이유인즉, 효모는 단세포생물인 데다 혈액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척추동물이 신생혈관의 성장을 지휘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효모의 경우에는 이 유전자들이 혈관신생이 아니라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마코트 교수는 "효모와 인간의 유전자들 중에서 똑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마코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간의 유전자가 효모의 세포 속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연구진은 효모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유전자(예: 대사를 제어하는 유전자, 세포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유전자) 414개를 선별했다. 그리고는 그 유전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불활성화시키거나 제거한 다음,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유전자들을 효모에게 주입했다. 만약 특정 인간 유전자를 주입받은 효모들이 배양접시 위에서 생존한다면, 그 인간 유전자가 효모의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76개의 인간 유전자가 효모의 유전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효모에게 주입된 인간의 유전자 중 약 절반이 호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유전체 안에 공통의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마코트 교수는 말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대체가능한 유전자들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100가지 이상의 요인들(예: 유전자의 길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의 풍부함)을 평가해 봤다. 평가 결과, DNA가 유사하다고 해서 인간의 유전자가 효모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 대신, 한 무리의 유전자들이 긴밀하게 함께 움직이는 경우, 그중 대부분이 대체가능하거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DNA 복제경로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모두 대체불가능 판정을 받은 반면, 콜레스테롤 생성경로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은 거의 모두 대체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5월 21호(온라인판)에 기고했다.

"나는 인간과 효모가 그렇게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런 사실을 밝혀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베르나르 두종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유전자를 장착한 효모가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만을 증명했을 뿐,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야생형 효모들과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상이한 생명체 안에 존재하는 대응유전자들은 비슷한 기능을 갖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라고 미 국립 생명과학정보센터의 유진 쿠닌 박사(진화생물학)는 말했다.

"이번 연구는 효모를 연구에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연구할 때 주로 개별 유전자만을 효모세포에 주입해 왔다. 그러나 상호작용하는 유전자 그룹을 한꺼번에 효모에 이식하면 좀더 인간과 유사한 효모(humanlike yeast)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모는 신약개발이나 질병(특정 분자회로가 고장나서 발병하는 질병)을 연구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 원문정보: Edward M. Marcotte, "Systematic humanization of yeast genes reveals conserved functions and genetic modularity, Science 22 May 2015: Vol. 348 no. 6237 pp. 921-925, DOI: 10.1126/science.aaa0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