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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효모 Yeast

효모 yeast
- 발효 효모
- 제빵 효모

효모는 오래 전부터 술이나 빵을 만들 때 사용한 우리와 친근한 존재이다. 하지만 효모가 알코올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특이한 현상이다.
효모는 세균이 아니다. 우리는 효모도 너무 작다고 세균과 차이를 쉽게 무시하지만, 세균은 원핵생물이고 효모는 진핵생물(세포)이다. 진핵세포는 세균보다 평균 1만 배나 크고 다세포를 이루어 고래나 공룡이 되기도 한다. 길이를 크기로 착각해 길이가 10배라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게나 부피는 가로*세로*높이이므로 크기는 1,000배 차이 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진핵생물은 크기가 차이만큼 생존의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에너지 생산인데 진핵세포는 부피의 증가에 비해 표면적의 증가가 1/10이라 세균과 전혀 다른 강력한 에너지 생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안의 소기관이 그 일을 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있으면 음식(포도당)을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연소시켜 30ATP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어, 산소나 미토콘드리아가 없을 때 보다 15배 이상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보다 15배나 많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연소) 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생명체가 세균 수준의 수준을 벗어나 거대하고 다양해진 것에는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효모는 인간과 같은 진핵생명체이다. 포도당을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태워서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그런데 효모에는 미토콘드리아가 고작 20~30개에 불과하다. 일반 진핵세포의 1/100에 불과한 것이다.
산소나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보통 포도당을 젖산으로 분해하여 2ATP를 얻다. 유산균만 젖산(유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무산소 호흡을 하면 근육에서 젖산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효모는 특이하게 젖산 대신에 알코올을 만든다. 그래서 효모가 얻는 에너지는 2 ATP에 불과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포도당을 알코올로 분해하고 또 분해해야 하는 것이다.
효모는 왜 미토콘드리아를 늘리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고, 다량의 알코올을 만들고 거기에 견디는 쪽으로 진화한 것일까? 사실 알코올은 미생물을 죽이는 강력한 살균제다. 알코올이 5%만 넘어도 많은 세균의 증식이 억제되고 70%로 희석한 알코올은 가장 유용한 살균제의 하나이다.
효모는 포도당을 빠른 속도로 분해하여 알코올을 만들고, 그 알코올로 다른 세균을 억제하고, 자신은 높은 농도의 알코올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서 영양분을 독점하는 전략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전략을 쓸 수 있는 생명체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인간은 인간에 편익에 맞기만 하면 대량으로 키우고 활용하여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흔한 존재인 것처럼 사용한다. 향신료가 매우 희귀한 작물인데, 인간의 입맛에 맞다고 대량생산하여 아주 친숙한 작물처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효모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지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239] 효모와 인간 (1)
잃어버린 효모의 기원을 찾아서

대략 150년 전까지 누구도 효모가 뭔지 몰랐다. 하지만 인류는 효모가 거기 있는 줄도 모른 채 효모에 의지해 살아왔다. 완전한 무지 아래 우리는 효모를 파트너로 삼았다. 효모가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발효과정은 기적으로 보였다.
- 아담 로저스, ‘프루프’

천변 산책을 하다보면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람이 목줄을 쥐고 있지만 산책을 주도하는 건 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가다가 멈춰 서서 냄새를 맡고 오줌을 찔끔 누고 맞은편에서 개가 오면 다가가려고 생떼를 쓴다. 그러다 똥이라도 싸면 주인은 쭈그리고 앉아 처리하기 바쁘다. 이래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나왔을까.
애초에 인류가 어떻게 늑대를 개로 길들이게 됐는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사냥 파트너로 삼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그럴듯해 보인다. 아무튼 오늘날 이런 실용적인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반려동물’ 즉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고 있다.
애초에 부려먹을 목적으로 길들인 동물로는 개 말고도 소, 말, 당나귀, 낙타가 떠오른다. 오늘날 대부분 지역에서 인류는 동물의 힘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이 줄었다. 소만이 예외적으로 개체수가 급증했는데, 개처럼 심리적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생리적 즐거움(젖과 고기)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인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생물(동물은 아니다)이 있다. 아무리 기계화 자동화가 되도 일감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에게 술과 빵을 만들어준 미생물 효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효모는 ‘합성생물학’이라는 이상한 기술을 개발한 인류에게 자신의 게놈까지 맡긴 상태다. 그 결과 이제 효모는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아르테미신(말라리아약)과 모르핀까지도 만들어내고 있다.


어쩌면 개보다도 중요할지 모를 인류의 파트너 효모의 세계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1부는 양조를 중심으로 효모와 인류의 만남을 다루고, 2부는 최근 합성생물학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효모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한다.

●실체 인정받은 지 150년밖에 안 돼

균류(fungus)의 일종인 효모는 현재까지 1500여종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모는 그 가운데 발효를 통해 에탄올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카로미세스속(Saccharomyces)의 미생물을 뜻한다. 단세포 진핵생물인 효모는 당연히 맨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미경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
그럼에도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효모를 이용해 술을 빚고 빵을 구웠다. 포도 같은 몇몇 과일에는 자연상태에서 껍질에 효모가 존재한다. 상처가 나거나 오래 방치된 과일에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액체가 생긴다는 걸 발견한 인류는 이를 더 많이 만들려고 궁리하다가 양조를 발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빵 반죽을 부풀이 폭신폭신한 빵이 얻어졌다(반죽에 효모 포자가 떨어져 당분을 먹고 내놓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어느 날 한 사람(아마도 이집트인)이 이렇게 부푼 반죽을 오븐에 넣기 전에 일부 떼어내 새 반죽에 섞으면 그 반죽도 부푼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양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거품이 일면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난다. 효모의 영어 yeast는 ‘끓는다’는 뜻의 덴마크어에서 왔다. 맥주양조과정에서 나오는 거품. - 위키피디아 제공

효모의 영어 yeast는 네덜란드어 gist에서 나왔는데 이 말은 ‘끓는다’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왔다. 술이 발효될 때 거품이 부글부글 일기 때문이다. 한편 프랑스어로는 levure, 독일어로는 Hefe인데 둘 다 어원은 ‘들어 올리다’는 뜻이다. 빵 반죽을 부풀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효모의 실체는 모호했기 때문에 세계 최초의 식품안전법이라고 할 수 있는 1516년 독일의 ‘청정법률(Reinheitsgebot)’에는 맥주의 성분을 ‘보리와 호프, 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17세기 현미경을 발명한 네덜란드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은 막 발효가 끝난 맥주 한 방울을 관찰하다 달걀 모양의 미생물을 발견했다. 그는 그림까지 그린 보고서를 런던왕립학회에 보냈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한 세기 반이 지난 1837년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은 판 레이우엔훅이 관찰한 미생물이 발효를 일으키는 주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미생물이 당분을 에탄올로 바꾼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1837년 독일의 생리학자 테오도어 슈반은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다고 제안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효모발효는 19세기 말에야 널리 인정됐다. 슈반의 모습.  - 위키피디아 제공

그의 동료 프란츠 메옌은 이 미생물에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라는 학명을 붙였는데 사카로미세스는 당곰팡이, 세레비지에는 맥주라는 뜻이다. 사카로미세스 세레지비지에는 맥주효모 또는 빵효모라고 부르는데, 어원을 보면 맥주효모가 맞지만 혼란의 여지가 있어서(뒤에 언급한다) 빵효모로 쓰겠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년이 지나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발효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야 사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파스퇴르는 1866년 ‘와인연구’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학계에서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효모가 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임이 공인됐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나온 뒤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발효가 여전히 순수한 화학적 과정이라고 주장했고 19세기 말에 가서야, 즉 이런 사람들이 다 죽고 나서야 논쟁이 끝났다.
개도 그렇지만 빵효모도 게놈이 해독된 뒤 본격적으로 인류가 길들인 과정을 재구성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참고로 빵효모의 게놈은 진핵생물로는 최초로 1996년 해독됐다. 개와는 달리 그 존재조차 몰랐지만 인류는 효모를 길들여왔다. 즉 맛과 향이 좋은 술이 나오면 그 찌꺼기를 잘 보관했다가 다음 발효를 할 때 넣어주고 안 좋은 술이 되면 버리고 통을 깨끗이 씻는 방식으로 선별을 해온 셈이다.
2005년 미국 워싱턴대의 유전학자 저스틴 페이는 인류에게 술과 빵을 선사한 빵효모는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답을 얻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빵효모 균주 81가지를 수집해 유전자를 비교한 연구결과를 학술지 ‘플로스 유전학’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220회 넘게 인용된 이 논문에 따르면 인류가 이용하는 빵효모는 약 12000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길들여졌다. 그리고 약 3800년 전 이 가운데 일부가 오늘날 사케(일본 청주) 효모로 특화됐고 약 2700년 전 와인 효모가 특화됐다는 것. 그리고 포도밭에 있는 자연의 효모는 사실 야생이 아니라 와인양조장의 효모가 ‘탈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개로 치면 들개다).

그렇다면 진정한 야생 빵효모(개로 치면 늑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페이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존재하는 것 같다. 즉 균주 81종 가운데 참나무 수액 같은 야생상태에서 수집한 종류는 유전적 다양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이 균주들이 야생 효모임을 시사하는 결과다.

●2011년에야 라거맥주 효모의 조상 찾아

앞서 필자가 사카로미세스 세레지비지에를 학명의 뜻에 맞는 맥주효모보다 빵효모로 쓰겠다고 언급한 건 맥주의 종류에 따라 쓰이는 효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맥주의 대세인 라거맥주를 만드는 효모는 사카로미세스 세레지비지에가 아니다! 빵효모는 에일맥주를 만드는데 색이 짙고 향이 풍부하지만 맥주 특유의 알싸한 느낌은 덜하다.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다는 이론이 거의 정설이 된 1882년 덴마크 칼스버그맥주의 미생물학자 에밀 크리스티안 한센은 자사 맥주의 잡냄새 원인을 밝히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 막 페트리접시에 미생물 콜로니를 배양하는 방법을 개발한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를 방문해 배양법을 익힌 뒤 이듬해 맥주 시료에서 효모 네 종을 분리해냈다. 그리고 각 효모로 맥주를 만들어 그 가운데 하나가 칼스버그맥주의 진짜 맛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칼스버그는 이 균주만 사용했다.
1908년 한센은 이 효모에 사카로미세스 칼스버겐시스(S. carlsbergensis)라는 학명을 붙였다. 이 효모의 특징이 빵효모와 많이 달라 독특한 균주가 아니라 별개의 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즉 라거맥주는 에일맥주에 비해 저온에서 발효가 잘 되고 에스테르라는 과일향기성분을 덜 만들기 때문에 달짝지근한 맛은 덜하지만 맥주 특유의 쌉쌀한 청량감은 더 높다.
또 에일맥주의 효모는 발효가 끝나도 술에 떠다니는 반면(상면발효), 라거맥주의 효모들은 서로 뭉쳐 아래 가라앉는다(하면발효). 그러나 1870년 독일의 미생물학자 막스 리스가 이미 하면발효 효모에 대해 사카로미세스 파스토리아누스(S. pastorianus)라는 학명을 지었고 훗날 둘은 같은 종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칼스버겐시스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참고로 파스토리아누스는 파스퇴르의 라틴어식 표기다.
유전자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사카로미세스 파스토리아누스가 정말 빵효모와는 다른 종인가를 조사했고 그 결과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즉 파스토리아누스는 잡종으로 게놈 절반만이 빵효모에서 온 것. 반면 나머지 절반을 제공한 효모의 실체는 모호한 상태였다.
2011년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는 파스트리아누스 게놈이 절반을 부여한 조상 효모를 찾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놀랍게도 라거맥주가 탄생한 유럽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숲에서 채집한 야생 효모였다. 이 효모의 개놈을 분석한 결과 파스트리아누스 게놈의 미지의 절반과 99% 동일했다. 사카로미세스 유바야누스(S. eubayanus)로 명명된 이 효모는 10도 내외의 저온에서도 발효를 할 수 있는 반면 맥아당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맥아당은 맥주에 많이 들어있는 당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아르헨티나의 숲 속에 있는 야생 효모가 유럽으로 날아가 빵효모와 결합해 잡종을 만들어내게 된 걸까. 2011년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신대륙발견으로 대서양무역이 시작되면서 사카로미세스 유바야누스가 유럽으로 건너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우연히 에일맥주양조장에서 빵효모와 만나 잡종이 나왔고 이걸로 발효를 해 나온 새로운 풍미의 맥주(라거)가 입맛에 맞자 잡종 효모를 길들여 오늘날 라거맥주 우위의 시대로 이어졌다는 것.
그러나 하면발효 맥주에 대한 기록은 14세기에 처음 나오기 때문에 이 가설은 설득력이 약하다. 2014년 중국 연구진들은 중국과 티벳, 몽고에서도 유바야누스가 존재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따라서 파스토리아누스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효모의 게놈연구가 진행되면서 파스토리아누스도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잡종이 일어날 때 유바야누스에서 게놈 이배체(2n)와 빵효모에서 반수체(n)를 받은 ‘이질3배체(allotriploids)’인 자츠(Saaz) 타입과, 양쪽에서 이배체를 받은 ‘이질4배체(allotetraploid)’인 프로흐버그(Frohberg) 타입이 있다. 게놈의 기여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츠 타입은 유바야누스에 더 가깝고 프로흐버그 타입은 빵효모에 더 가깝다. 1883년 한센이 칼스버그맥주에서 분리해 사카로미세스 칼스버겐시스라는 학명을 붙여준 효모가 바로 자츠 타입이다.
학술지 ‘분자생물학과 진화’ 8월 11일자에는 사카로미세스 유바야누스의 좀 더 정확한 게놈해독과 함께 길들여진 과정에 대한 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파스토리아누스의 자츠 타입과 프로흐버그 타입은 거의 비슷한 유바야누스와 서로 꽤 다른 빵효모 균주 사이에서 따로따로 만들어진 잡종이다.

●술이 향기로운 까닭은

인류가 늑대를 길들인 뒤 수백 가지 품종의 개를 만들어낸 것처럼 야생의 효모를 길들여 오늘날 다양한 특성의 균주를 얻었지만 효모의 본질적인 특성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즉 에탄올 생산 효율을 높이고 내성(에탄올 농도가 올라가면 효모도 죽는다)을 키우기는 했지만 에탄올을 만드는 능력 자체는 1억여 년 전 효모가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탄올은 다른 미생물을 죽이는 강력한 살균제다.
그러나 효모가 내는 다양한 풍미(여러 휘발성물질을 만드는 능력)에는 사람의 역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자연계에서 효모에게 이런 미적인 측면까지 요구하는 존재는 없을 테니까. 과연 그럴까.
2014년 학술지 ‘셀 리포츠’ 에는 효모가 향기 성분을 만드는 건 초파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과일껍질을 한참 두면 꼬이는 작은 파리가 바로 초파리다. 과일 표면에 사는 효모가 당분을 발효시키면서 향기성분을 내 초파리가 과일 냄새를 더 잘 맡고 찾아오기 쉽게 한다는 것. 효모는 발효과정에서 과일과 꽃향기를 내는 성분들도 만들어낸다. 즉 배 향기인 에틸아세테이트, 바나나 향기인 아이소아밀아세테이트, 꽃 향기인 페닐에틸아세테이트 등이다.
효모가 이런 성분을 만들 때 ATF1이라는 효소가 있어야 한다. 효소는 단백질 촉매로 세포 내에서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자들은 효모가 이 효소를 만들지 못하게 할 경우 초파리가 정말 덜 꼬이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당분이 있는 배양접시 두 개를 준비해 한쪽은 정상 효모를, 다른 한쪽은 ATF1 효소가 고장난 돌연변이 효모를 넣어 발효를 했다. 그 결과 둘 다 정상적으로 알코올 발효가 일어났지만 돌연변이 효모가 들어간 쪽은 향이 훨씬 약했다. 예상대로 양쪽에 각각 배양접시를 둔 뒤 초파리를 풀어주자 초파리들은 정상 효모가 발효시킨 쪽으로 몰려들었다.

효모가 발효과정에서 다양한 향기성분을 만드는 건 널리 퍼지기 위해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초파리 다리에 붙어있는 효모(녹색). -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그렇다면 왜 효모는 향기로 초파리를 불러들일까. 효모는 곰팡이의 일종이지만 포자를 만들어 이동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즉 누군가가 옮겨주지 않으면 새로운 서식처를 찾지 못한다는 말이다. 마치 꽃이 향기와 화밀을 내 꿀벌을 끌어들여 꽃가루를 몸에 묻혀 수분을 하듯이 과일 표면에 있는 효모가 향기성분을 만들어 과일을 더 향기롭게 함으로써 찾아온 초파리 몸에 묻어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과일을 찾은 초파리를 잡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다리나 더듬이에 효모가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류는 발효과정에서 에탄올을 잘 만들고 향기를 더 진하게 만들어주는 효모를 오랜 세월에 걸쳐 알게 모르게 선별해왔다. 하지만 이건 양(강도)의 문제일 뿐 인류가 애초에 에탄올과 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미생물을 이렇게 변화시킨 건 아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합성생물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부에서는 진정한 마이크로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효모에 대해서 다룬다.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면 이를 나타내는 여러 이름이 나오고 이 가운데 하나가 선택돼 널리 퍼지기 마련이다. 유전자 또는 게놈을 편집해 새로운 기능을 갖는 생명체를 만드는 분야를 요즘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라고 부른다. 합성생물학은 유전공학이나 대사공학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합성생물학이 적용된 최초의 상업화 사례는 1982년 출시된 ‘휴물린Humulin’이다.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 정보를 담은 DNA가닥을 합성한 뒤 대장균에 집어넣어 박테리아가 인간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게 만들었다. 이전까지 도살한 가축에서 인슐린을 추출해 써온 인류는 휴물린의 등장으로 당뇨병의 공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외부의 유전자를 들여와 발현시키는 소위 ‘재조합DNA기술’은 이처럼 박테리아인 대장균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연구됐다. 지금도 부탄올 같은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설계하는 대사공학 연구가 한창이다.

● 대장균과 효모의 차이

그런데 많은 합성생물학자들이 같은 단세포생물이면서도 좀 더 복잡한 효모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장균은 단순한 물질은 잘 만들지만 다소 복잡한 물질을 만드는 마이크로정밀화학공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휴물린은 유전자 번역 산물, 즉 단백질인 인슐린이 최종 산물이다. 특히 의약품의 절반을 차지하는 식물 유래 분자(식물의 2차대사물)를 미생물이 만들게 하려면 효소 유전자를 여럿 집어넣어 작동시켜야 하는데 대장균을 쓰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효모가 대장균보다 식물이 만드는 물질을 생산하는데 성공할 가능성이 큰 가장 큰 이유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진핵생물이기 때문이다.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은 단순히 세포핵이 있냐 없냐의 겉모습 차이뿐 아니라 유전자의 전사와 번역, 후가공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진핵생물의 많은 효소들은 번역으로 만들어진 단백질에 당이나 지방 분자가 붙어야 기능을 하는데, 대장균의 경우 단백질 구조를 인식해 똑같이 후가공을 하는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진핵생물의 단백질 가운데는 미토콘드리아나 소포체처럼 특정 세포소기관에서 작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세포소기관이 없는 대장균에서는 혼란이 일어난다.
계통분류학의 관점에서 효모가 대장균보다 사람이나 벼에 더 가깝다고 하면(공통조상에서 갈라진 시점이 더 최근이라는 말이다) 그건 분류학의 얘기라고 무시하고 싶지만 유전자의 발현 과정, 생체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봐도 과연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개똥쑥 유전자 3개 도입

 
2006년 말리리아 약인 아르테미시닌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7년이 지난 2013년 상업화에 성공했다. 아르테미신산 생합성 경로로, 녹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개똥쑥에서 도입한 유전자가 관여하는 부분이다.  - 네이처 제공

2006년 학술지 ‘네이처’에는 효모를 이용한 합성생물학 연구의 전환점이 되는 논문이 실렸다. 현재까지 불과 9년 동안 1500회가 넘게 인용된 이 논문은 효모에 식물 유전자 세 개를 넣어 말라리아약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artemisinic acid)을 생산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르테미시닌은 개똥쑥이라는 국화과식물이 만들어내는 2차대사물로 말라리아 특효약이다. 개똥쑥이 자라는 중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말라리아치료제로 쓰고 있다.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약도 내성 말라리아 등장으로 잘 안 듣는 상황에서 아르테미시닌은 소중한 약이지만,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쓰기에는 비싼 약이다.
아르테미신은 탄소 15개로 이뤄진(이를 세스퀴터펜이라고 부른다) 그리 크지 않은 분자이지만 구조가 꽤 복잡하다. 물론 화학자들은 1983년 이미 아르테미신 전합성(total synthesis), 즉 기본 재료에서 출발해 약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업성은 없다. 즉 개똥쑥을 키워 아르테미시닌을 추출하는 게 훨씬 싸다는 말이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공학과 제이 키슬링 교수팀은 합성생물학 기법을 써서 미생물이 아르테미시닌의 전구체인 아르테미신산을 만들게 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아르테미신산에서 아르테미시닌을 합성하는 과정, 즉 반합성(semisynthesis)은 비용이 그리 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아르테미시닌 합성의 앞부분은 미생물공장이, 뒷부분은 화학공장이 분담하면 개똥쑥에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효모를 아르테미신산 합성공장으로 바꾸는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진행했다. 먼저 FPP라는 분자를 많이 만들게 대사경로를 조작했다. FPP는 효모가 만드는 물질로 연구자들은 생합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모의 유전자 발현을 늘이고 FPP를 다른 물질로 바꾸는 유전자를 억제해 효모가 FPP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게 했다. 여기까지는 대사공학이지만 합성생물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약하다.
두 번째 단계는 FPP를 아모르파디엔(amorphadiene)이라는 분자로 바꾸는 효소인 ADS라는 개똥쑥의 유전자를 효모에 도입하는 작업이다. 개똥쑥의 아르테미시닌 생합성 과정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 첫 단계를 적용한 것. 사실 연구팀은 2003년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장균을 대상으로 이 과정에 성공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아모르파디엔에서 아르테미신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당시 개똥쑥에서 이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다양한 생명정보학 기법을 써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후보 효소 유전자를 추렸다. 연구자들은 개똥쑥의 CYP71AV1과 CPR 두 유전자가 이 반응에 관여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두 유전자를 효모에 집어넣었다. 효모는 연구자들의 의도대로 이 반응을 진행해 아르테미신산을 생산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세 번째 단계가 대장균에서 일어나기는 힘들었을 텐데, 이 효소들이 식물의 소포체 막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효모에서도 소포체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핵생물인 대장균은 소포체가 없다.
당시 생산성은 배양액 1리터에 아르테미신산 115mg으로 꽤 높은 편이었지만 아직 경쟁력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뒤 미국의 바이오벤처인 아미리스바이오테크놀로지스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에 착수했고 이렇게 만든 아르테미신산을 갖고 다국적 제약회사인 사노피가 반합성을 담당했다. 효모와 화학공장의 합작품인 아르테미시닌은 2013년 시장에 나왔고 현재 이 약물 수효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 예상보다 빨리 생합성 성공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서 나오는 유액에는 모르핀을 비롯한 약물을 들어있다.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 모르핀계 진통제 원료를 얻기 위해 정부 통제 아래 양귀비가 재배되고 있다. - 위키피디아 제공

2006년 논문을 발표할 무렵 키슬링 교수는 다음 단계의 연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물 2차 대사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르핀(morphine)의 합성생물학 프로젝트다. 모르핀은 탄소수가 17개로 그리 크지 않은 분자이지만 아르테미시닌과 마찬가지로 구조는 꽤 복잡하다. 워낙 유명한 분자이다보니 화학자들이 1952년 이미 전합성에 성공했지만 역시 수십 단계를 거쳐야 해서 상업성은 없다.

모르핀 하면 마약이 떠오르지만 사실 진통제 등 의약품으로서 수요가 높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정부의 철저한 감독 아래 양귀비를 재배하고 있다.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 상처를 내 나온 유액에서 모르핀을 비롯한 약물을 추출한다.

모르핀의 생합성 과정은 아르테미시닌보다 훨씬 복잡해서 외부 유전자 서너 개를 도입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따라서 선발주자인 키슬링 교수팀이 먼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실제로 2006년 논문에 자극을 받은 여러 연구팀이 모르핀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네이처’ 5월 21일자에는 모르핀 합성생물학 연구현황에 대한 기사와 전문가 기고문이 나란히 실렸는데 한마디로 성공이 임박하다는 내용이었다. 두 글을 읽고 상황을 주시하던 필자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지난 8월 13일 마침내 모르핀 합성생물학 레이스의 승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 주인공은 기사와 기고문에서 주로 언급한 세 팀이 아니라 미국 스탠퍼드대 크리스티나 스몰케 교수팀이었다. 알고 보니 스몰케 교수 역시 합성생물학 분야의 권위자로 모르핀 연구에서도 앞서 있었다.

학술지 ‘사이언스’의 온라인에 미리 소개된 논문을 다운받아 읽어본 필자는 그 스타일에 또 한 번 놀랐다. 보통 논문은 실험결과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내용만 건조하게 서술돼 있기 마련인데, 이 논문은 마치 기사를 합쳐놓은 듯 자신들이 성공에 이르게 된 긴박한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사이언스’ 역시 7월 1일 논문을 접수한 뒤 8월 5일 게재를 결정하고 13일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이례적인 초특급 행보를 보였다. 모르핀 레이스가 그만큼 긴박했다는 증거다. 5월 21일자 기사와 기고문, 8월 13일 온라인판 논문을 바탕으로 모르핀 합성생물학 레이스의 전말을 소개한다.

키슬링 교수팀 등 레이스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효모가 모르핀을 합성하게 하려면 유전자가 20여 가지는 필요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양귀비가 생합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계의 작업을 하는 효소를 찾지 못했다. 즉 반응의 중간쯤 생성되는 (S)-큘린(reticuline)이라는 분자가 그 거울상, 즉 광학이성질체인 (R)-레티큘린으로 바뀌는 과정은 미스터리였다.

결국 연구자들은 모르핀 생합성 단계를 모듈화해서 모듈을 하나씩 성공시킨 뒤 나중에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을 썼다. 수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올해 들어 놀라운 연구성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학술지 ‘네이처 화학생물학’ 5월 18일자 온라인판(7월호에 실림)에는 효모가 (S)-레티큘린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존 듀버 교수팀의 연구결과로 모르핀 합성의 앞 절반에 해당한다.

이보다 한 달 앞선 4월 23일 학술지 ‘플로스 원’에는 (R)-레티큘린을 주면 모르핀을 합성하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캐나다 컨커디어대 생물학과 빈센트 마틴 교수팀의 연구결과로 마틴 교수는 ‘네이처 화학생물학’에 발표한 논문에도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따라서 이 두 효모 균주를 갖고 중간에 이성질체를 만드는 과정만 화학자들이 개입하면 양귀비가 없어도 모르핀을 만들 수 있다. 균주A가 포도당을 먹고 (S)-레티큘린을 만들어내면 이를 분리해 (R)-레티큘린으로 바꾼 뒤 균주B에게 먹이로 주면 모르핀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네이처’가 기사와 기고문으로 모르핀 합성생물학을 다룬 건, 그동안 그렇게 찾아왔던 광학이성질체 변환에 관여하는 효소를 양귀비에서 규명하는데 마침내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캐나다 캘거리대 생명과학과 피터 파치니 교수의 제자인 길라움 보두앙의 박사학위 논문이 알려진 것(학술논문은 7월 1일 ‘네이처 화학생물학’ 온라인에 먼저 공개됐고 9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따라서 앞의 두 연구결과에 이 연구까지 합친 모르핀 생합성 경로를 효모에 도입하면 중간에 화학자가 개입하는 번거로움 없이도 효모 한 균주가 포도당에서 모르핀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 아래는 5월 21일자 기사의 일부분이다.

“생명공학 덕분에 모르핀이 맥주양조만큼이나 쉽게 만들어질 날도 머지않았다. 5월 18일자 ‘네이처 화학생물학’에는 단순당을 모르핀으로 바꾸는 생합성 경로의 앞 절반을 맡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자들은 다른 성과들을 합칠 경우 불과 수년-아니면 수개월일 수도 있다- 뒤 효모 단일 균주가 전 과정을 맡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효모에서 모르핀을 생합성 하는 과정의 핵심을 보여주는 도식이다. 포도당에서 (S)레티쿨린까지 앞의 절반과 (R)레티쿨린에서 모르핀까지 뒤의 절반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각각 올해 5월과 4월에 발표됐고, 결정적인 단계인 (S)레티쿨린에서 (R)레티쿨린을 만드는 효소를 밝힌 논문이 7월에 발표됐다. 그 뒤 한 달 만에 전 과정을 한 효모에 통합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 네이처 제공


● 6종에서 21개 유전자 도입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효모 균주에 외부 유전자 21개를 집어넣어 모르핀의 전구체인 테바인을 합성하는 만드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21개 유전자는 모두 6종의 생물체에서 얻었다. 위로부터 이란양귀비, (아편)양귀비, 금영화, 황련, 시궁쥐, 수도모나스 - 사이언스 제공

그리고 정말 불과 3개월 뒤 스몰케 교수팀이 성공한 것이다. 효모가 모르핀 직전 단계인 테바인(thebaine)을 만들게 하기 위해 도입한 외부 유전자는 무려 21개로 6가지 생명체에서 얻었다. 즉 양귀비 3종(이란양귀비, 양귀비, 캘리포니아양귀비(금영화)), 황련(식물), 시궁쥐(포유동물), 수도모나스(박테리아)다. 효모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유전자조합을 찾다보니 이렇게 모자이크가 된 것이다.

연구팀이 이렇게 빨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몰케 교수팀 역시 양귀비에서 모르핀 생합성에서 결정적인 단계, 즉 (S)-레티큘린을 (R)-레티큘린으로 바꾸는 효소를 파치니 교수팀과는 별개로 찾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사이언스’ 7월 17일자에는 뉴욕대 이언 그레이엄 교수팀이 같은 발견을 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수십 년 동안 실패만 거듭해오던 연구를 세 팀에서 거의 동시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스몰케 교수팀은 지난해 ‘네이처 화학생물학’ 테바인에서 모르핀을 생산할 수 있는 효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에 테바인까지만 합성하는 효모를 만든 건 논란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이 균주에 유전자 두 개를 더 넣어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모르핀계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을 합성하는 균주를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한편 아르테미신산과 마찬가지로 테바인까지만 만든 뒤 화학합성을 통해 다른 모르핀계 분자를 만드는 게 상업화에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2014년 논문에 따르면 효모가 테바인에서 모르핀을 합성하는 효율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양귀비의 유액은 주성분이 테바인으로, 이를 추출해 합성의 출발물질로 쓰고 있다.

현재 테바인 생산성은 배양액 1리터에 6.4㎍에 불과하다. 하이드로코돈의 생산성은 0.3㎍밖에 안 된다. 단계가 추가될수록 수율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수준으로는 효모가 양귀비를 대신할 가능성은 없다. 예를 들어 하이드로코돈 1회 투여량인 5mg을 얻으려면 효모를 만 리터 넘게 배양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지금보다 수율을 10만 배는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고 썼다. 그럼에도 많은 연구자들은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게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편 아르테미신산과는 달리 모르핀 합성 효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효모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쉽게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이기 때문에(포도주스를 사서 이스트(효모)를 넣고 방치(!)하면 포도주가 된다), 만일 이런 균주가 유출될 경우 마약과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리터에 모르핀 10mg을 만드는 균주가 만들어질 경우 이 효모로 맥주를 만들어 마시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런 효모에 특정한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자랄 수 없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효모가 21세기 합성생물학의 총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