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코, 전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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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코, 전자혀

 








6가지 나노 金입자로 구성… 빛의 세기로 단백질 종류 파악
햅쌀·묵은쌀 정확히 가려내고 석유 냄새 맡는 유전 탐사용까지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머지않아 집에서 의사와 전화통화만 하면 암 진단이 끝날지도 모른다. 전화기 안에 들어있는 전자(電子) 코가 호흡을 분석해 암세포가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 가짜 식품을 가려내기 위해 개발된 전자 코가 이제 암세포가 내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게 진화하고 있다. 개는 사람보다 100만 배 예민한 후각을 갖고 있어 암세포가 내는 냄새까지 구별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암 전문병원에서 실시된 실험에서 개는 사람이 내뱉은 숨 냄새를 맡고 폐암환자를 99% 정확도로 맞혔을 정도.
미 매사추세츠대 빈센트 로텔로 박사 연구팀은 동물의 후각을 모방해 암 진단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 코를 개발,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인터넷판 22일자에 발표했다.

◆ 빛 세기로 단백질 종류 분석

전자 코는 이전에도 많이 개발됐다. 보통 전자 코는 전류가 흐르는 센서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분자가 닿을 때 전기저항이 변화하는 성질을 이용한다. 또 냄새 분자와 결합하면 색이 변하는 물질을 센서로 이용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환자의 날숨을 분석해 폐암을 진단하는 전자 코가 개발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크기가 작은 휘발성 분자가 아닌 훨씬 크고 복잡한 단백질을 구별해낸 전자 코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텔로 박사팀의 전자 코는 6가지 나노 금(金) 입자로 구성돼 있다. 지름 2나노미터(5억 분의 1m)인 금 입자에는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을 붙잡는 물질들이 각각 다르게 코팅돼 있다. 평소에 금 입자는 형광물질과 결합해 있다. 금 입자에 단백질이 달라붙으면 원래 있던 형광물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빛을 내게 된다.
하나의 단백질이 6가지 금 입자와 만나면 결합하는 정도가 각각 다르게 된다. 어떤 금 입자에는 완전히 결합해 밝은 빛이 나오고, 다른 금 입자에는 부분적으로 결합해 빛이 덜 나온다. 또 아예 결합하지 않아 빛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는 이러한 빛의 분포를 분석해 단백질의 종류를 파악해낸다.

◆ 사람 후각과 같은 원리

나노 금 입자로 만든 시스템은 공기 중의 휘발성 분자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액체상태인데다 역시 액체 상태의 단백질을 분석하므로 전자 코보다는 전자 혀라고 부르는 게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 코, 또는 ‘나노 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냄새를 맡는 것과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자 코는 이른바 ‘열쇠-자물쇠’ 원리를 이용한다. 센서 표면에 자물쇠 격인 물질을 코팅해 놓으면 열쇠 격인 휘발성 분자가 결합하게 된다. 열쇠와 자물쇠가 들어맞으면 전기적 성질이 바뀌어 센서가 감지해낼 수 있다.
반면 사람이나 동물의 코에 있는 냄새 수용체는 하나의 냄새 분자에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다. 냄새 수용체는 수많은 물질과 각각 다르게 결합하는데, 뇌는 이러한 결합 패턴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하나의 냄새를 파악해낸다. 로텔로 박사팀의 나노 금 입자 역시 단백질들과 조금씩 다르게 결합하며, 컴퓨터는 전체적인 결합 패턴을 분석해 단백질의 종류를 알아낸다.
덕분에 기존 전자 코처럼 농도가 달라지면 같은 분자라도 다르게 인식하는 단점이 사라졌다. 농도가 달라도 나노 금 입자와 결합하는 패턴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56종의 단백질을 대상으로 농도를 달리하면서 분석한 결과 96%의 적중률을 보였다.
연구팀은 전자 코가 질병 진단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동물 실험에서 병에 걸렸을 때 혈액의 구성 성분이 달라지는 것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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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혀를 대신하는 전자혀

인간의 혀 대신 맛 판별하는 전자혀(electronic tongue)가 최근 개발되어 화제다. 서로 다른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 3종과 레드와인 3종을 대상으로 전자혀를 실험한 결과 6가지 와인을 1백% 판별해 냈다. 앞으로 음료나 주류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를 판별해 식품 생산에 활용하게 될 것이라 한다.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변수가 있는 인간의 혀와 달리 오차 없이 일정한 성분에 언제나 정확히 반응하는 전자혀의 상용화에  상당수의 식품 업체들이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맛을 느끼는 과정은 이렇다. 혀를 내밀어 보면 입자 모양의 돌기가 보이는데, 그 입자 속에 미각을 느끼는 감각기인 미관구가 있다. 미관구의 미세포에서 맛을 캐치한다. 미세포는 럭비공처럼 생겼는데 여기서는 맛의 정보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미각신경으로 전해지고 연수, 시상을 경유해서 대뇌 피질의 미각중추에 도달한다.
즉 음식과 혀의 맛세포에 포함되어 있는 맛수용체의 전기 화학 반응 결과가 전기적 신호의 형태로 인간의 신경망을 통해 뇌에 전달되며, 뇌에서는 기존의 맛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연상 작용을 통해 맛을 인식한다. 따라서 인간의 미각 메커니즘은 맛을 인식할 수 있는 감지부와 감지부로부터 획득한 음식간의 반응 결과를 분석하는 인식부로 나뉜다.
그렇다면 전자혀 장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맛을 느끼는 화학적 센서에 있다. 여러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뤄진 마이크로 센서를 하나의 실리콘웨이퍼 위에 얹어 인간의 혀 모양처럼 디자인한 것이다. 이러한 미각 시스템 구조를 본뜬 맛 평가 시스템으로서 전자혀(electronic tongue 또는 taste sensor)라는 개념이 제안되었다. 전자혀는 인간 미각 시스템의 각 구성에 대응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센서 부위(sensor array)는 혀에 있는 다양한 맛 수용체의 집합에 해당되고, 또한 컴퓨터에 구현되는 데이터는 소프트웨어로 인간의 두뇌에 해당한다.
전자혀가 사람의 혀보다 기능적으로 뛰어난 점은 일정한 성분에 언제나 정확히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식품의 맛을 정량화하고 객관화하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요구르트나 간장 등 식품 고유의 맛을 객관화된 수치로 표현함으로써 소비자의 맛에 대한 세부적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 맛 차이를 평가하는 데도 전자혀를 활용할 수 있다. 식품의 제조 공정에서 원료 및 제조 방법의 변경에 따른 맛의 차이를 신속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혀가 맛을 시험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물질에도 전자혀가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농도를 분석한다거나 소변 내의 코카인 성분을 검출할 때 전자혀는 특히 유용하다. 앞으로 전자혀는 더욱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식음료 업체들을 비롯해 상당수의 업체들이 전자혀의 상용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장)

맛은 음식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우리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혀에 있는 작은 돌기의 표면에 노출된 '미뢰'라는 감각기관 덕분이다. 미뢰 세포의 표면에 노출된 독특한 구조의 G-단백질결합 수용체가 음식에 들어 있는 분자의 종류와 농도를 알아낸다. 맛을 내는 특별한 분자가 미뢰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수용체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화학적 신호가 세포의 내부에서 전기 신호로 바뀌어서 뇌로 전달된다.

본래 우리 혀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알아내는 미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단맛은 우리 몸의 세포가 요구하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포도당 분자의 맛이고, 짠맛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금(염화나트륨)의 맛이다. 신맛은 음식이 부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산의 독특한 맛이고, 쓴맛은 독성을 가진 음식의 대표적인 맛이다. 2002년에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알아내는 미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지방의 기름진 맛을 알아내는 미뢰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맛을 알아내는 전자 혀가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다. 맛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과일의 당도를 '브릭스'라는 단위로 나타내는 당도계나 소금물의 염도를 측정하는 염도계는 대부분 과즙이나 소금물의 밀도(비중)를 이용한다. 엄밀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전자 혀에 사용되는 분석기술은 다양하다. 맛을 내는 분자가 센서에 결합할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 색깔의 변화, 수소이온 농도의 변화 등이 모두 활용된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 혀의 성능은 놀라운 정도라고 한다. 서울대의 전자 혀는 쓴맛을 내는 분자에 대해서만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페닐싸이오카바마이드, 프로필싸이오유라실, 고이트린, 아이소싸이오시안산염와 같은 분자와 결합할 때에만 전기 신호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맛을 내는 분자가 혼합된 경우에도 쓴맛을 내는 분자만을 선택적으로 알아낸다는 뜻이다. 물 1L에 들어 있는 쓴맛을 내는 분자의 양이 1천조 분의 1몰(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이 들어 있는 경우에도 신호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즉, 사람의 혀보다 1억 배나 더 민감한 놀라운 성능이다.

전자 혀는 식품산업의 품질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제품의 맛을 확인하는 '감미사'들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 포도주나 위스키의 경우에는 전문 감미사에 의한 품질 평가에서 합격해야만 상품으로 판매하게 된다. 전문 감미사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기는 하지만 사람의 입맛은 건강 상태나 환경에 따라 변할 수도 있어서 문제가 된다.

전자 혀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혀가 가진 감성적인 기능까지 흉내 낼 수는 없다. 우리는 기분에 따라서 같은 단맛이라도 다르게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계는 역시 기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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