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료 : 소르빈산 Sorbic acid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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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빈산 Sorbic acid 작용기작

- 출처 :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 소르빈산 : 소르빈산 작용기작

  이번에는 원래 세포 내에 존재할 이유가 없는 소르브산이 우연히 출현했다고 칩시다. 소르브산은 젖산과 살짝 비슷하고 사과산하고도 약간 비슷합니다. 하지만 -COOH라는 부분만 비슷할 뿐 나머지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쌍하게도 젖산탈수소효소도 그렇고 사과산탈수소효소도 그렇고 소르브산을 ‘먹이’로 알고 덥석 먹어 치웁니다.
  만약 그게 제대로 된 먹이라면 한입 베어 물면 다음 물질로 변환되어야 하는데 소르브산에는 다른 먹이에는 없는 지그재그 형태의 이상한 구조가 달라붙어 있어서 이것이 자신들을 잡아먹는 팩맨의 목에 생선가시처럼 걸리고 말죠, 소르브산이 미끼였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맙니다. 어떻게든 토해내려고 해 보지만 가시는 좀처럼 빠질 생각을 안 합니다. 만약 소르브산의 양이 많다면 상당수의 팩맨들이 함정에 빠지고 말겠지요.
  대사 반응의 촉매 역할을 행 할 팩맨들은 소르브산이 목에 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본업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즉 그 경로의 반응이 차단되고 마는 것이죠. 젖산을 피루브산으로, 사과산을 옥살아세트산으로 변환시키는 경로가 막혀버리는 것입니다. 대사 경로의 중요 부분이 차단되면 교통망 전체의 흐름이 더뎌지겠지요. 소르브산은 이런 식으로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소르브산의 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때문에 많든 적든 앞서 언급한 여러 종류의 OO산이라는 세포내 영양물질과 비슷하고 그 물질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차단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죠.
  이렇게 미생물의 효소에 붙어 그들의 대사 반응을 차단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르브산을 음식 속에 투입하면 부패의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소르브산은 미생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육 활동을 방해하는 독인 셈이지요.

인체에는 무해하다?

자, 이제 어떤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혹시 이런 소르브산이 인체의 세포에도 독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당연한 의문 말입니다.   다행히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정도의 농도가 인체의 세포에 독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사람과 미생물은 대사 경로나 그것을 관장하는 효소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진화 과정에서 팩맨의 형태는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그리고 소르브산처럼 원래 대사에 방해가 되는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해독 시스템 역시 미생물보다 사람 쪽이 훨씬 더 뛰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르브산이 식품첨가물로서 인가를 받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사슬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구요? 글쎄요, 이 주장이 성립되는 논리를 대라는 건 가장 회의적인 지성인 것 같군요. 자, 그럼 과학자가 안전성을 판정하는 방법을 설명해 볼까요? 사람을 직접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 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마우스 같은  실험용 동물을 이용해 독성을 확인합니다. 소르브산의 경우에는 소르브산을 먹인 다음 이상이 발생하는지 어떤지를 관찰하죠. 아무리 언전한 물질도 다량으로 섭취하면 이상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용량을 조금씩 증가시켜가며 상태를 살핍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이란 급성 독성입니다. 섭취 후 수 시간 내에, 길어도 하루나 이틀 안에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죠. 실험용 쥐는 보통 무게가 200그램 정도 되는데 그 쥐에 양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소르브산을 먹입니다. 실험 동물도 개체 차가 있기 때문에 여러 마리의 동물을 사용합니다. 열 마리의 쥐에 소르브산을 1.47그램씩 먹인 시점에서 다섯 마리가 죽습니다. 이것을 50퍼센트 치사량이라 부르는데 그 양을 섭취하면 반수가 죽는 복용량이죠, 50퍼센트 치사량은 체중에 비례합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독이 몸 안에 퍼지기 위한 양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간도 크고 그만큼 해독 능력이 크다는 사실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자, 다음은 이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해 봅시다. 동물 실험에 대한 결과가 그대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단언 할 수 는 없지만 과학자들은 소르브산처럼 물에 잘 녹는 화학물질 독성의 경우는 대부분 사람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쥐와 사람은 같은 포유류이며 영양소의 대사 시스템이나 해독 방법도 같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미생물과 사람보다는 쥐와 사람의 간이 훨씬 더 비슷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 성인의 체중을 50킬로그램이라 치면 소르브산의 사람에 대한 50퍼센트 치사량은 약 368그램 정도 됩니다. 이를 보고 과학자들은 아주 안전한 물질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만약 소르브산 0.3퍼센트 함유된 치즈를 통해 368그램의 소르브산을 섭취하려면 치즈를 한꺼번에 123킬로그램이나 먹어야하는데 이런 일은 불가능하겠지요? 아무리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번에 1킬로그램도 못 먹을 겁니다. 설령 먹었다손 치더라도 소르브산의 섭취량은 50퍼센트 치사량의 100분의 1이하입니다. 이 정도면 간이 즉각 해독해 줄 겁니다.
  급성독성 외에 만성독성 검사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어떤 물질을 일정량 장기간에 걸쳐 먹었을 때 어떤 이상이 일어나지는 않는가, 혹은 자손에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는가를 조사하는 검사입니다. 만성독성은 특히, 물에 잘 녹지 않는(대신 기름에 잘 녹는)물질, 혹은 중금속 같은 물질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체의 지방 등에 축적되기 쉽고 장기간에 걸쳐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르브산처럼 수용성이 높은 물질은 오히려 금방 분해, 해독되어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되기 때문에 만성독성의 위험은 낮다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소르브산에 만성독성이 있다는 데이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인비트로 실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아직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겠죠? 상대의 말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이런 행위 역시 전형적인 회의적 지성이라 할 만합니다. 분명 급성독성이나 만성독성 테스트에서 식품에 첨가된 정도의 소르브산은 아무런 해도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독성 테스트에서 관찰되는 것은 죽느냐 아니냐 혹은 이상행동이나 질병이 유발되느냐 등 눈으로 확인되는 그야말로 과격한 유해 작용들입니다. 소르브산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좀 더 미세한 차원, 예를 들면 세포단위에서 어떤 은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개체 단위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좀더 마이크로적인 곳에서 뭔가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다른 도구도 치밀하게 준비해 두었습니다. 마이크로적인 세계로 파고들어 연구할 수 있는 도구. 과학자들은 보통 이를 인비트로(in vitro, 세포밖)실험이라 부릅니다. ‘비드로를 부는 여인’라는 유명한 우키요에(목판화를 주로 하는 14-19세기 일본 풍속화의 일종)도 있는데 비트로(vitro)란 비드로(vidro, 포르트갈어)와 마찬가지로 ‘유리’라는 뜻입니다. 즉 인(in) 비트로는 시험관 안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을 의미하지요. 하지만 요즘 실험실 에서는 거의 유리 제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일회용 플라스틱 기구로 대체되었는데 그 편이 더 편리하고 위생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여러 개의 샬레를 준비해뒀습니다. 샬레는 둥근 뚜껑과 몸체로 이루어진 지름 8센치미터 정도의 투명한 용기입니다. 이 안에서 식품을 부패시키는 미생물을 배양할 수 있죠. 미생물의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를 듬뿍 함유한 배양액을 준비한 다음 거기에 한천 가루를 약간 섞어 가열 살균 합니다. 한천은 열에 녹아 배양액과 섞이게 되는데 그걸 샬레 안에 신속하게 조금만 흘려 넣어야 합니다. 뚜껑을 퍼고 잠깐 동안 식히면 샬레 안의 한천이 굳습니다. 꼭 ‘묵’처럼 보이죠? 배양액과 한천 모두 가열 살균 되어있고 청결한 실험실 안에서 숙련된 손에 의해 신속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에 샬레 안은 무균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대로 방치해 두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한천 위에 이 액체를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끝이 둥근 깨끗한 유리막대로 액체를 얇게 펴 바르도록 하죠. 이 액체가 뭐냐구요? 이 안에는 미생물이 희석되어 있습니다. 식품을 상하게 하는 대장균이나 황색포도구균같은 미생물이 녹아있는 용액인 거죠, 물론 미생물은 너무 작아 아무리 뚫어지게 쳐다봐도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한천이 마르지 않도록 샬레 뚜껑을 덮고 하룻밤만 기다려 볼까요?
강의를 하면서 하룻밤을 지새울 수는 없으니까 여기 이렇게 미리 하룻밤 재워둔 샬레를 이용합시다. 정말 놀랍게도 샬레 안의 한천 표면은 하얀 점들로 가득합니다. 지름 1밀리미터 혹은 2밀리미터 정도의 원형들이 봉긋하게 도드라져 있네요. 이 하얀 점 하나하나가 미생물 덩어리랍니다. 어제 여기에 떨어뜨릴 당시에는 전혀 보이지도 않았던 미생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여 제각각 대집단을 이룬 것입니다.
자 이번에는 이 샬레를 봐주세요. 이한천의 표면은 깨끗하네요. 이 샬레 역시 방금전의 하얀 점들이 박혀있던 그 샬레처럼 어제 미생물이 녹아있는 용액을 한 방울 떨어뜨린 다음 유리막대로 얇게 펴놓았는데 미생물이 전혀 증식을 하지 않았군요, 하얀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이 한천에 떨어뜨린 배양액에는 소르브산이 0.3퍼센트 첨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르브산 덕에 대사 경로를 차단당한 미생물들은 생육을 방해 받아 증식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 샬레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 보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세포로 실험하다

여기까지는 사실 별반 특이할 것도 없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얘기는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입니다. 이 실험과 똑같은 실험을 사람의 세포로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세포는 인체에서 분리하여 샬레로 옮기면 대부분 사멸하고 밥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샬레 안에서 건강하게 잘 증식하는 세포도 있답니다. 피부 세포나 간 세포처럼 분열 능력이 뛰어난 세포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세포 중에는 샬레에 영양소가 함유된 따뜻한 액체와 충분한 양의 효소가 공급되면 샬레 바닥에 딱 달라붙어 무한 분열을 통해 증식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물론 미생물처럼 한 시간에 한 번이나 고속 분열하는 것은 아니고 고작해야 열 시간에 한 번, 아니면 이보다 더 느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세포를 ‘인비트로’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여러 물질의 작용을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됩니다. 액 안에 소르브산을 원하는 양만큼 첨가한 다음 시간 경과에 따라 현미경으로 세포의 형태에 변화가 없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세포는 미생물보다는 크지만 그렇더라도 지름이 0.03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을 사용하면 수백 배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요, 샬레를 현미경 재물대 위에 올려놓으면 그 바닥에 붙어 있는 사람의 세포를 살아있는 채로 관찰할 수 있답니다.
망약 소르브산의 유해 작용이 있다면 그것은 세포의 형태가 미세하게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상적인 세포라면 별 모양의 깔끔한 형태를 하고 있겠지만 일그러져 있거나 뭉쳐져 있거나 혹은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샬레 바닥에 달라붙지 못하고 위로 떠오르는 세포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생물의 생육을 저지할 만한 농도의 소르브산은 인체 세포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습니다.
인비트로 실험의 장점은 현미경 관찰 뿐 만 아니라 사람의 세포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다양한 생화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포의 일부를 채취해 각종 효소의 역할을 측정하거나 호흡의 정도와 에너지대사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혹은 DNA에 이상이 있지는 않은지 세포분열이 시작되면 DNA가 알맞은 속도로 복제되고 있는지 등도 간단히 정밀 관찰 할 수 있지요.
  소르브산은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정도의 농도로는 어떤 매개 변수에 대해서도 사람의 세포에 유해 작용을 한다는 데이터를 발견 할 수 없었습니다. 즉 정밀한 인비트로 실험을 통해서도 소르브산의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죠, 안심입니다. 다행이에요.

장내세균과 인간의 공생

  이제는 정말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이즈음에서 나는 부분과 전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분명 소르브산이 미생물에는 독으로 작용하지만 사람의 세포에 대해서는 독이 되지 않습니다. 인비트로로 행해진 인체세포에 대한 직접적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인 시야에 근거한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사실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윤리적인 차원에서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생물학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면서 상호 작용을 통해 살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를 모두 세어보면 대략 60조 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소화기관 내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장내 세균은 무려 120조~180조 마리로 추정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세배나 많은 생명과 공생하고 있는 셈이죠. 그 활동량 또한 보통이 아닙니다. 우리의 대변은, 그러니까 단순히 미처 소화되지 못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가 아닌 것입니다. 대변의 대부분은 장내 세균의 사체와 그들의 보금자리였던 소화기관 상피세포물의 탈락물, 그리고 우리 몸의 분해 산물의 혼합체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화기관을 미시적으로 보면 사실 어디부터가 우리 몸이고 어디부터가 미생물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엄청난 양의 분자가 엄청난 속도로 시시각각 교환되고 있는 극 경계면은 사실 애매하며 지극히 동적이랍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그야말로 이 불분명한 경계면에서 소르브산은 장내세균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간접적으로 인체에 유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감기에 걸렸을 때 우리는 항생제를 먹습니다. 항생물질은 미생물의 대사를 강력하게 저해하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감염증을 유발하는 미생물(병원세균)을 억제합니다. 하지만 항생 물질을 복용하면 변비나 설사 같은 불가피한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항생물질을 먹으면 일단 소화기관 내에서 장내 세균총에 억압적으로 작용해 집단이 와해되면서 정장 작용에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소르브산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소르브산이나 항생물질 모두 미생물의 대사를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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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축적성 없고, 인체 무해
유일한 가능성이 장내 세균에 대한 지나친 억제 작용일 것인데,  이정도로 많은 소르빈산의 섭취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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