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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품, 슬로우푸드

발효식품
- 숙성(분해)를 해야 맛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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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푸드 :슈퍼푸드는 없다

[알수록 +] '발효'와 '부패', 같은 듯 다른 듯
입력2020.11.22. 오전 7:01  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21)

대중들이 참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천연', '자연', '발효', '미네랄', '비타민' 등이다. 다 아는 말이지만 이 중에 특히 좀 고상해 보이면서도 설명이 어려운 게 바로 발효라는 단어이다. 뭔가 알 듯 한데도 설명하자니 말문이 막힌다는 거. 미생물 전문가를 자처하는 필자에게도 그렇다. 부끄럽지만(?) 아직 발효의 정확한 정의는 물론 부패와의 구별도 명확히 설명이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왜 그런지 변명 겸 그 내막을 따져보자.

요즘 발효(醱酵)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도 통상적으로 쓰인다. 아마도 영어단어 fermentation을 일본에서 번역해 쓰던 것을 우리가 차용한 듯하다. 순수 우리말로는 '띄운다'로 대신하는 게 제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비슷하게는 '삭히다' '숙성하다'라는 말도 있다. 따라서 발효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한자로 쓰면 술괼 발(醱) 삭힐 효(酵),즉, 술을 삭힌다는 뜻이 되나 실제 술은 삭혀서 만드는 것이 아니며 또 이 단어가 술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서다. 발효라는 말은 간장, 된장, 젓갈, 유기산, 아미노산, 조미료, 의약품 등의 생산에 폭넓게 쓰인다. 더구나 식품 중에는 어떤 것이 '발효(띄운)'인지, '삭힌 것'인지, '숙성'인지 구별이 안 되고 또 어느 쪽에 넣어야 할지가 헷갈리는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발효란 무엇인지 정의부터 해보자. 발효의 전통적인(고전적인) 정의는 '미생물이 무산소 조건에서 사람에게 유용한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되어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효모균의 '알코올 발효'와 젖산균의 '젖산 발효'이다. 가장 먼저 인류가 찾아낸 발효가 무산소 상태인지라 이런 풀이가 나온듯하다. 그러나 현대식 정의는 좀 다르다. '어떤 먹거리나 유기물이 미생물 혹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사람이 의도한 대로 유용하게 바뀌는 것'을 발효라 한다. 이때 반드시 무산소(혐기성)일 필요는 없다. 호기성발효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또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효소에 의한 물질변화는 발효라 하지 않고 화학반응으로 본다. 이런 정의에는 필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다소 섞여있어 토를 달 사람도 있을 것 같으나, 대의에서는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 미생물에 의해 인간이 의도한 대로 변화하지 않으면 무엇인가. 이게 바로 '부패'라는 것이다. 가령 술을 만드는 목적으로 발효를 했는데 식초가 만들어졌다면 이는 여지없이 부패에 해당된다. 애초에 식초 발효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식초를 만드는 의도였다면 이것은 훌륭한 발효가 된다.

그렇다면, 과연 발효와 부패는 어떤 점이 다른가. 목적에 따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는 거, 즉, 조작과 과정이 같아도 목적에 따라 발효도 될 수 있고 부패도 될 수 있으며 민족의 식문화나 식습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이 된장을 싫어하고 한국 사람이 곰팡이 썬 치즈를 싫어하는 것, 냄새 지독한 삭힌 홍어가 지방과 기호에 따라 평가가 달리되는 것도 발효와 부패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누구에게는 훌륭한 발효식품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악취 나는 부패식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 발효에 넣기에 애매한 것이 있다. 우선 젓갈이다. 생선 등에 소금을 쳐 장기간 삭히는 것을 발효라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젓갈에는 소금이 20~30% 들어간다. 극단적인 호염균을 제외하고는 미생물이 자라지 못한다. 오래 두면 아미노산 등 정미성분이 나와 맛이 좋아지는 것은 미생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장 등에 있던 단백질분해효소가 자가소화를 시켜 아미노산 등을 유리한 결과이다. 물론 초호염·내염성 미생물도 있긴 하나 맛을 좋게 하는 데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칫 소금을 적게 넣으면 부패취도 동반한다. 간혹 젓갈을 발효에 넣는 전문가도 있긴 하지만 아직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런 식의 '삭힌다'는 말은 다른 데도 쓴다. 식해(食醢)를 만들 때다. 가자미식해, 오징어식해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방법은 정해져 있다. 생선을 토막 내고 엿기름가루와 밥 혹은 여타 곡류(차조 등)를 섞어 고춧가루와 버무려 재워두면 엿기름의 아밀라아제가 곡물의 전분에 작용하여 감미가 나오고 정미성분이 나와 맛이 좋아진다. 이때는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발효라고 볼 수 없다. 식혜(단술, 감주)도 마찬가지. 엿기름효소로 쌀 전분을 분해하여 감미를 높인 것이니 발효가 아니라는 것이다.

'띄운다'는 말이 발효에 가장 가깝다고 했다. 누룩과 메주, 청국장, 비지를 띄우는 것은 훌륭한 발효에 해당된다. 누룩곰팡이나 고초균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숙성(熟成)은 발효에 넣지 않는 게 맞다. 예로 발효의 산물인 포도주나 위스키를 참나무통에 넣어 후숙(後熟)시키는 것은 미생물과는 관계가 없으니 발효라 하지 않는다. 고기나 과일을 숙성시켜 맛을 좋게 하는 것도 발효에 넣진 않는다.

더 애매한 것이 있다. 메주를 띄우는 것은 발효라 할 수 있겠지만 이를 소금물에 침지하여 오랜 기간 콩으로부터 아미노산 등을 누룩곰팡이의 효소로 용출시키는 작업을 발효라 할지 숙성이라 할지는 필자에게도 헷갈린다. 물론 이 때 내염성 혹은 호염성균이 간장의 풍미에 다소 관여하므로 발효에 넣는 것이 옳을 것 같기는 하지만 유권해석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간장 속 메주를 걸러내고 액만을 끓여 오래 저장하는 것은 숙성으로 보는 게 맞다. 가열에 죽지 않았거나 재 오염(?)된 내염성미생물이 숙성 중 맛과 향에 다소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또 부패로 볼지 발효로 볼지 극명하게 갈리는 사례가 있다. 세계 5대 악취식품이라는 거, 지독한 냄새의 ‘세계악취식품올림픽’이라 이름을 붙일만한 것이다. 1위가 스웨덴의 청어통조림인 '수르스트뢰밍', 2번째의 영광(?)은 우리의 '홍어'가 차지했다. 3위는 뉴질랜드 '에피큐어치즈', 4위는 바다표범의 배속에 뇌조라는 바닷새를 통째로 넣어 썩힌(?) '키비악', 5위가 생선에 소금을 쳐 삭힌 일본의 '쿠사야'다. 이 순위는 그냥 막연하게 정한 것이 아니라 악취측정기로 정밀하게 잰 수치다. 1등인 수르스트뢰밍이 무려 8070Au가 나왔다. 하루 종일 신고 다닌 남자의 구두 속 악취가 187Au이고, 경기를 마친 야구선수의 운동 양말이 420Au이라니 가히 짐작이 간다. 우리의 홍어는 6230Au이었다. 그런데 두부를 썩힌(?) 중국의 취두부가 이 순위에서 빠진 게 좀 이상하지 않나. 이들에 비하면 족탈불급인가. 이들 모두가 필자에게는 먹을 수 없는 부패 식품이지만 그들에게는 다 훌륭한 발효식품이라는 사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처음 접하는 젓갈, 홍어, 된장을 보고 '이런 부패한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며 기겁을 한다. 그들도 한국의 식문화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음식을 맛 좋게 느끼고 서서히 친숙해진다. 발효와 부패를 구분 짓는 데 있어 식문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썩은 음식과 발효음식은 종이 한 장 차이, 다를 수도 같을 수도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요즘 발효라는 단어가 사회적 트렌드가 됐다. 이 단어가 들어가면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만사형통이다. 이에 편승하여 시중에는 미생물이 자라지 못하게(썩지 않게) 설탕으로 당절임(糖藏)을 해 놓고는 발효를 시켰다고 하거나 혹은 효소액(산야초 효소 등)이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다. 또는 각종 곡물에 누룩(황국) 곰팡이를 번식시켜 메주나 누룩 같은 제품을 만들어 '발효효소' 혹은 '곡물발효효소'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마치 명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개중에는 이속 차리기에 혈안이 되어 사기행각에 버금가는 허위문구를 동원하기도 한다.

한편, 발효라는 단어가 엉뚱하게도 화장품이나 천연염색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과연 그것이 타당한 이름인지가 의문이다. 혹은 한약방에서는 한약재를 발효하여 효과를 증대시켰다면서 고가에 팔기도 한다. 이런 경우 어떤 미생물이 어떤 성분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효과가 증대됐는지 알 수도 없고, 또 의도나 목적도 확실치 않은데도 발효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혹여 유해한 미생물에 의해 예기치 않은 엉뚱한 성분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오히려 위험하기조차 하다.

발효흑마늘이라는 것도 있다. 이는 생마늘을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갈변(褐變)시켜 만든다. 이때의 흑색은 주로 마이야르(maillard)반응이나 혹은 효소반응(?)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온도에서는 미생물이 자랄 수 없어 발효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발효 소금이라는 것도 있다. 소금에 미생물이 자랄 수 없으니 당연 발효가 아니다.

혹시 눈치챘는가? 엉터리들이 발효하고는 관계없는 것을 발효 또는 효소라는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를 들먹이며 소비자를 기만해 왔다는 사실을. 발효제품이란 약이 아니라 단지 식재료의 이용성을 높인 하나의 식품일 뿐이다. 몸에 특별히 좋거나 신비할 것도 없다. 이들이 약효를 둘러댄다면 대부분 사기에 가깝다.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발효라는 단어를 쓰지 마라! 다음 주제는 천하의 몹쓸 식품으로 매도(?)당한 'MSG'에 대해서다.


페이스북       방명록      수정 2020-12-20 / 등록 2020-11-24 / 조회 : 300 (39)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