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 즐거움 ≫ 의미

맛은 개인적인 현상이자 사회적이 현상이다

Food pleasure 방정식 : 맛은 종합과학
- 영양 : macro nutrient, 물, 미네랄
- 감각 : 맛, 향, 식감(통각,온도), 색, 소리, 내장감각
- 심상 : 학습, 추억, 이미지, 분위기, 평판(가격), 인정-

- 처음 먹을 때는 이상한 것이 많다
- 역겨움은 학습에 의한 것
- 맛은 학습, 이해하는 만큼 느낀다

포카리스웨트, 평양냉면

커피는 쓰기만 하지 맛이 없는 음료다
누군가 맛있다고 세뇌를 시켜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세뇌 때문에 매년 6조원이 넘는 돈이 소비된다

소주도 쓰기만 하지 맛이 없는 음료다
누군가 맛있다고 세뇌를 시켜서 좋다고 그렇게 퍼 마신다
그 세뇌 때문에 엄청난 돈과 건강이 파괴된다

소금은 짜기만 하지 진짜 맛없는 광물질이다
누군가 맛있다고 세뇌를 시킨 바람에
그렇게 줄이라해도 음식에 넣고 또 넣는다

회는 물컹거리기나 하지 맛없는 음식이다
일본에 세뇌되어 맛있다고 느낀다
낚시꾼 바다나가면 회보다 고기나 라면 찾는다

우유는 닝닝하고 비리고 소화 잘 안되는 맛없는 음식이었다
체격좋고 장신인 서양인에 열등감 느낀 박대통령이
몸에 좋은 거라 세뇌시켜 먹기 시작한 음식이다

요구르트는 쉰내나고 토한 맛이라고 싫어하던 음식이다
매치니코프가 유산균이 몸에 좋다고 세뇌하는 바람에
억지로 먹다보니 길들여저 먹는 음식이다

굴은 흐물거리고 비리고 냄새나는 음식이다
카사노바가 좋아하던 정력식품이란 말에 혹해서
먹다보니 맛있다고 하는 음식이다

묵은 배고플때나 마지못해 먹던 구황식품이다
먹다보니 친숙해져 별미라고 먹는다

예전에 서영인에게는 쌀밥도 참 맛없는 음식이고
김치도 마늘내나고 미생물 버글거리는 혐오식품이었다
최근에는 세뇌 당한 서양인이 많다

커피, 소주, 생선회가 맛없다고 한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어서
애꿋은 음식들을 끌여 들여 봤는다
전어, 아구, 랍스터, 전복등 지금은 인기여도
한때 천대 받았던 음식이다

----------------
세뇌도 소용없다

일단 떡볶이는 ‘살아남은 음식’에 속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사라져간 ‘유소년 시절 노스탤지어 자극 음식’들은 수도 없다. 당장 소라가 사라졌고 오방떡도 그렇다. 엿은 이제 수능일 시험장 교문에 붙여놓는 용도로 주로 이용된다. 그밖에 소위 B급 구루메 메뉴들 중에서 사라진 음식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떡볶이는 살아남았고, 나아가 각종 프랜차이즈들을 통해 그 소비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떡볶이만 저 ‘처음 느꼈던 맛’ 중에서 살아남았다면 떡볶이를 특이하게 바라보며 해석할 필요가 생긴다
떡볶이보다 수만 배 이상 민족적 상징으로서 떠받들어지는 김치만 해도, 이미 지난 40여 년 간 그 소비량은 1/4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펩시, 맥콜, 식혜음료, 막걸리, 국산콜라, 건강지향 스낵 시리즈, 무설탕 초콜릿, 우리밀, 쌀국수, 다이어트 콘, .

----------
최초로 문어를 먹은 녀석은 뭘 생각한 거야?
http://naridy.egloos.com/4557085


1
최초로 문어를 먹은 녀석은 뭘 생각한 거야?
그 녀석 인생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데
3
해삼 먹은 놈이 더 이상하지
4
게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레벨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성게도 그렇다
13
복어 처음으로 먹은 녀석은 죽었으려나?
21
버섯류도 성분을 분석해 독버섯으로 분류하게 된 것보단
먹어보고 분류해낸 독버섯이 더 많다고 하니깐
42
그런 걸로 치면 밥도 대단하지 않아?
벼를 쪄서 먹는다고? 찌다니
44
새우는 어디를 봐도 벌레인데......
50
젓갈을 생각해낸 놈은 미친 게 틀림없어. 맛있지만
71
메뚜기 (웃음)
메뚜기는 논을 망치니까 열받아서 씹어먹었겠지
76
해파리 조리방법 생각한 녀석은 얼마나 해파리를 처먹은 거야
77
우유는 아마도 인기 없는 남자가 야한 기분이 들어 소의 젖을 빨다가 먹기 시작한 게 시작
95
그보다 처음 낫토를 먹은 놈이야말로 미친 놈이지
제정신인 사람이 썩은 음식을 먹나?
기아 상태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그 중에서도 그렇게 냄새 썩는 걸......
188
모기 눈알 수프
제비의 똥을 씻어서 채집하는 거 같은데
너무 바보 같아서 천재다
251
빵을 생각한 놈은 뭐 하는 놈이야 ㅋㅋㅋ
보리 건조시켜서 모은다
다음은 빻는다
그대로 구우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
이스트균이라는 걸로 발효시킨다
가스를 빼낸다
굽는다
졸라 귀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37
어떤 식재료든 처음 먹어본 녀석은 정말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해

-------
문정훈 교수

30년전 스시와 지금의 스시간에 어떤 맛의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인들에게 30년 전 스시는 익히지 않은 날 생선을 그것도 쌀위에 올린 기괴한 형태의 혐오 음식이었다. 지금의 스시는 '팬시함'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이고, 내가 아는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스시집은 수개월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도 없는 식당이되었다. 이를 넘어서서 진짜 스시를 맛보러 일본에 가는 서양 친구들도 많다. 포크와 나이프를 주로 쓰는 서양친구들이지만 요즘은 젓가락질 제대로 못하면 '촌스러운'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었다. 고작 10년 이내의 일이다.
떡볶이를 먹어 보라고 일반 서양친구들에게 내밀면 100중 98명은 그 시뻘건 색과 기괴하게 버무려진 모습에 섭취를 거부하거나, 입에 넣었다가 '언제 삼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며 냅킨에 뱉아낸다. 똑같은 떡볶이인데 한국인의 100명 중 98명은 그 떡볶이를 아마 너무나 맛있게 먹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을 떠난지 오래인 한국인이라면 '고향의 맛'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먹을지도. 똑같은 음식인데 왜 한쪽은 맛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맛있다고 할까?
경영학의 입장에서 음식은 '문화적인 상품'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음식은 '문화적 학습'을 통해 익숙해 진다. 이를 황교익 선생께서는 '사회적 세뇌'라고 하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했으나 설명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세뇌'라는 표현 자체가 썩 좋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음식 칼럼니스트로, 또 예능 방송의 재미를 위해 저 정도 표현을 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3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어릴 때부터 스파게티에 대한 '사회적 세뇌'가 되어 있지 않은 한국인들은 스파게티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TV와 미디어, 또 이탈리아의 축구, 또 주위 사람들의 스파게티 수용에 따른 Normative Isomorphism (Pressure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친에 의한 Coersive Isomorphism 등을 통해 '문화적 학습'이 일어나고 주위 사람들처럼 스파게티를 수용하게 된다. 스파게티가 바뀌었나, 내가 바뀌었나.
혐오스러웠던 스시도 이런 방식에 의해 서양인들은 수용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일본'이라는 나라의 선진성과 매력에서 오게되는 Halo Effect가 가장 컸을 것이다. 90년대 초반 토요타 차를 구입한 미국인이라면 자신의 구매 행동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일부러 스시를 더 찾아 먹었을는지도 모른다.
다시 떡볶이로 돌아와보자. 외극인들, 특히 일반적인 서양인들의 98%가 싫어하는 떡볶이지만, 한류를 즐기는 특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노출이 된, 외국인들에게 떡볶이를 제시하면 사뭇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들에게 떡볶이는 동경의 대상이다. (이에 관련된 대략적인 데이터를 서울대 푸드비즈니스 랩에서 분석을 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떡볶이를 제시하면 어쨌든 입에 넣어 보려고 하고,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심지어는 한국에 와서 진짜 한국 떡볶이를 먹어 보고자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떡볶이는 매우 문화적인 음식이고, 학습에 의해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먹는 것을 따라해야겠다고 느끼는 Mimetic Pressure, 매워서 힘들지만 '야..이 정도는 먹을 줄 알야지'라고 하던 주변 분위에서 오는 Coersive Pressure, 한국인이라면 무릇 떡볶이는 좋아해야지..라는 압력 Normative Pressure에 의해 떡볶이를 먹게 되고, 좋아하게 되고, 중독된다. 한국인의 떡볶이에 대한 사랑을 이런 제도화 이론으로 몇 % 설명할 수 있는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쨌든 상당부분 설명가능하다는 가설은 충분히 세울 수 있고, 그에 대해 누구나 말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사회과학이라는 것은 이렇게 접근하고 논의해 나가며 현상의 본질에 접근해 간다. 그리고 데이터로 검증해 간다. 그런데 왜 양성희 위원은 '황교익은 틀렸으니 입닫아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가? 황교익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해야 논의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래 첨부글을 읽어 보면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는지에 대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있지 않다. 그냥 내가 떡볶이 좋아하는데, 황교익선생이 '사회적 세뇌'라고 표현하는 게 싫은 거다. '내가 맛있다는데 왜 니가 토를달아?'라는 게 아래 논설의 한줄 요약이다.
음식에 대한 연구를 하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재밌는 현상이, 많은 사람들이 '나도 음식을 먹을만큼 먹어 봤으니 내가 제일 잘 안다.'이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재밌게 이야기하다가도 그런 반응이 나오면 나는 입을 딱 닫게 된다. 그런 분위기에서 '근데 Mimetic이 어쩌고 Isomorphism 현상이 어떻고.. 구강기 시절이 어쩌고, mere exposure가 어떻고 저떻고'이런 이야길 하면 '내가 맛있다는데, 혹은 내가 맛없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 웬 강요? 재수 없는 놈'이라는 반응이 튀어나온다. 음식에 대해서는 모두가 자신이 전문가라믿는다. '나의 선호는 언제나 옳은 것, 정의.'라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
황경수님이 문정훈님의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음식은 문화적인 상품’이라는 건 논할 가치도 없을 만큼 자명한 사실이다. 소재를 조금 바꿔보면 인간은 대체로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낯선 것을 배척한다. 그건 그 옛날 우리의 조상이 생존을 위해 DNA에 새겨둔 것인지도 모른다. 스시를 처음 접한 서양인들의 반응이나 스파게티를 처음 접한 한국인들의 반응 역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음식이 문화적인 상품이란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회적 세뇌’는 이런 의미와는 너무 동떨어진 말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 스시를 좋아하는 서양인들은 모두 ‘사회적 세뇌’ 때문에 그 음식들을 맛있다고 느낄 뿐이다. (황교익 씨의 표현을 빌리면) 실제로 스파게티와 스시는 맛이 없다. 이 논리를 조금 확장시키면 모든 음식에 적용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은 문화적인 상품이고,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건 ‘사회적 세뇌’ 때문이니까. 결국 세상이 맛있는 음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애초 황교익 씨가 내게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면 대중들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거니까. 하지만 황교익 씨는 떡볶이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평가를 객관화하기 위해 ‘사회적 세뇌’라는 말을 끌어들였다. 무리수는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음식이 문화적인 상품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황교익 씨의 주장은 하나마한 이야기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음식이든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건 ‘사회적 세뇌’에 의한 일이니까. 굳이 떡볶이만 그런 이유로 맛이 없다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황교익 씨가 이야기한 ‘사회적 세뇌’는 문정훈 씨가 이야기하는 ‘음식은 문화적인 상품’이라는 말과 맥락이 다르며 당연히 의미도 다르다.

----------
집단미식 - 이해림

24만9천원을 벌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누군가에게는 상사의 분탕질을 당한 일급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며칠, 몇 주 취재해서 고심하며 원고를 써야 벌 수 있는 돈일 수 있다. 1kg에 30원 하는 폐지로 따지면 무려 8톤 하고도 300kg을 모아야 된다. 전국을 공분시킨 ‘미미쿠키’ 사태가 시작된 네이버 카페 ‘농산물 수산물 직거래 장터나라’(이하 ‘농라’)에서 진행 중인 미미쿠키 구매 건 환불 신청 목록 중 최고액이 24만9천원이다. 이 카페는 미미쿠키에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며 자체적으로 구매 회원들에게 환불을 진행 중이다.
환불액과 변호사 수임료를 합한 총액이 11일 현재 1천9백84만 4천1백50원이며, 환불을 신청한 회원은 3백55명이다. 3백55명은 힘들게 번 돈을 어이없이 써버린 바보였을까? 3백55명뿐이 아니다. “진짜 가격 대비 싸고 맛있나 보네”라고 생각했던 직접적, 잠재적 미미쿠키 피해자들은 모두 바보였을까. 미미쿠키의 사기 및 불법 행위가 이 카페에서 발각되기 훨씬 이전, 3년여간 업체의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미쿠키 구매 대열에 달려들었던 수많은 선지적 구매자들은 모두 바보였을까? 그리고 “돈이 필요했다”고 한 미미쿠키는 세상을 바보 취급했던 걸까. 전자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고, 후자에 대한 답은 “예”이다. 36만7천1백42명이 회원으로 있는 농라는 활발한 상행위가 이뤄지는 대형 카페다. 목소리 큰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 ‘인싸(인사이더)’와 침묵하는 다수 ‘아싸(아웃사이더)’가 나뉘어 폐쇄적인 생태계를 형성한다. 인싸에 의해 하나의 상품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기세는 거침이 없다. 버즈를 일으키는 움직임은 적극적이지만,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다수 아싸는 소극적인 침묵으로 일관하며 별반 관심이 없거나,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비판은 없다. ‘다 맛있다 하는데 나만 맛없다 하는 것도 이상하고, 나만 유별난 것 같고, 내 후기가 남의 장사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사진만 보고도, 한 입 먹어보고도 ‘그 정도는 아닌데?’ 의문을 품었던 이들은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나곤 한다. 배타적인 동질감 밖으로 겉돌기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미미쿠키는 알고 있었다. 좋다고 하는 사람이 계속 더 시끄럽게 좋다고 하면, 나쁘다고 하는 사람을 쭉 침묵하도록 하면 폐쇄 집단 안에서 평판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미미쿠키가 얼마나 주도면밀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으나, 미미쿠키까지 손수 나서서 평판 관리를 열심히 할 필요도 딱히 없었을 것이다. 한정된 우물 속의 버즈는 궤도에만 오르면 무한 동력으로 공명한다. 내가 좋다고 한 것을 남이 나쁘다고 했을 때,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모멸감을 느껴 반사적으로 악평을 공격하고, 한 번 좋다고 한 것은 더 시끄럽게 좋다고 해주는 팬덤이 알아서 벽돌 같은 실드를 쳐주고, 심지어 눈덩이처럼 과장을 부풀려간다. 아싸들은 그럴수록 더 굳게 입을 다물게 되어 있다.
한편, 유기농 재료로 만든 수제 제과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수입 제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들떴던 입맛을 타박할 일이 아니다. ‘맛은 주관적’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명제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맛에 대한 감수성은 전적으로 경험에 의거한다. 맛에 대한 주관적인 취향은 완성도에 대한 판단 이후에 거론할 수 있는 문제다. 이는 특히 나와 같은 푸드 칼럼니스트에게는 직업 윤리에 해당하는데, 완성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을 포함한 경험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 완성도를 평가할 때까지만 푸드 칼럼니스트이고, 완성도와 관계없이 취향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블로거나 다름없게 된다. 맛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대개 일반인은 쉽게 “맛있다”고 한다. 이 말은 평가이기보다 감상이다. “맛있다”는 감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 객관적인 평가라 여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이 얼마나 아는지도 모른다. 또한 대개 일반인은 “맛있다”는 감상을 평가로 받아들인다. 이 흥미로운 심리 트릭은 인지의 착시이고, 집단 미식의 맹점이 비롯되는 틈새다. 미미쿠키는, 이 메커니즘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과감한 일탈을 저질렀다.
문제는 누가 말하는가에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한 돼지국밥집은 오픈 전부터 SNS에서 활발한 버즈를 일으켰다. 유력한 인플루언서들과 예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던 그 식당은 단 몇십 명이 일으킨 나비 효과 같은 버즈 덕택에 일약 줄 서는 ‘맛집’으로 시작을 끊었다. 좋은 재료로 잘 조리한 훌륭한 음식이었고, 단단히 준비된 외식업 종사자였으니 인싸들의 요란한 호평은 그에게 일약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집단 미식의 긍정적인 면모다.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춘 식당을 금세 발굴해준다. 하지만 맹목적인 인싸들의 찬양은 독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집단 미식의 착시에 빠져서 때로 속곤 하는데, ‘완벽한 토렴’이라는 찬양이 문제였다. ‘완벽한’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토렴이라니! 토렴을 알고 말할 법한 발화자의 평이었기에, 믿었다. 그리고 그 완벽한 토렴이라는 것을 줄 서서 경험해봤더니, 역시나 기대 이하였다. 밥은 차게 뭉쳐 있었고, 밥에서 나온 전분도 기준 이상으로 맑은 육수에 탁하게 풀려 있었다. ‘이렇게 국에 밥을 만 수준인 것을 완벽한 토렴이라고 했단 말인가?’ 배신감이 들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에게도 어느새 뇌내 망상이 자리 잡은 것이었다. 후에 토렴의 연유를 알게 됐다. 완벽에 가까운 토렴을 추구한 그 식당의 문제가 아닌, 시킨 대로 토렴을 하지 않은 직원 개인의 일탈이 문제였다. 조심스레 두 번 내리라고 한 것을 우악스럽게 빨리빨리 들이부어버렸던 것이다. 그럴 수 있다. 매뉴얼은 추구하는 것이지, 완벽하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괴물은 누가 키웠는가. 집단 미식에 눈먼 우리다. 그렇다면 괴물이 되지 않는 것은 누구인가. 자신을 객관화하고 맹목적인 상찬을 되레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부류다. 그 돼지국밥집이 극찬을 마다하고 “우리는 완벽한 토렴을 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경계했던 것처럼, 맛에 대한 평가와 감상을 구분할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이들만이 자신을 정확히 평가하고 호들갑스러운 과장으로부터 몸을 뗄 줄도 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말로 완벽에 가까워지도록 발전해나가기도 한다. 사람은 딱 아는 만큼만 객관적일 수 있다. 맛에 있어서는, 특히나 그렇다. 미미쿠키는 알고 있었을까? 아마 몰랐을 것이다. 자꾸 좋다고 하니까, 누가 좋다고 하는지를 가리려 하지 않고,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를 알려 하지 않고, 정말로 좋은 줄 알다가, 그에 취해 고삐 풀린 괴물이 되고야 말았을 것이다. 부부가 아이의 태명으로 상호를 정했다는 미미쿠키는 식품위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기, 탈세 혐의 등으로 전방위 고발, 입건되어 현재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