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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의 항상성 :  흡수량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 에너지 대사
- 흡수량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정재훈 2017.12.25

요즘처럼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장내 미생물은 어떻게 될까? 장 속 싶은 곳 친구들이 날씨를 감지하기는 할까? 2015년 12월 3일자 학술지 Cell에 실린 제네바 대학 연구팀의 생쥐 실험에 의하면 이는 가능한 일이다. 추운 날씨에 노출되면 인슐린 감수성이 좋아지고, 갈색지방이 증가하여 체내에 저장된 열량원을 더 많이 연소하여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결과적으로 체중이 감소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소식 같다. 날씨가 추우면 살이 빠진다는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단기적으로만 그렇다. 처음 5-10일이 지나면 추운 환경에 노출된 생쥐의 체중이 다시 늘어난다. 먹는 건 똑같이 먹고, 체열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데도 체중이 늘어난다. 장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효율이 50%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추위에 노출된 생쥐는 상온에서 사는 생쥐보다 장벽의 융털 길이가 50% 이상 길어졌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렇게 되는 것은 장내 미생물의 조성 변화와 관련된다. 추운 환경에 노출된 생쥐의 장내 미생물을 무균쥐의 장에 이식하면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지만, 이들 생쥐의 장에 다시 날씨가 추워지면 감소하는 미생물(Akkermansia muciniphila)을 이식하여주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이제 이 이야기를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미디어 정보의 해석에 응용해보자. TV에서 갈색 지방을 늘려주면 살이 빠진다는 식으로 떠드는 걸 종종 본다. 날씨가 추우면 갈색 지방이 늘어나긴 늘어난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데는 장내 미생물이 관여할 지도 모른다.(아래 각주1 참고) 하지만 먹을거리가 한정되어 있는데, 그렇게 갈색 지방이 늘어나고, 더 많은 지방을 연소하기만 해서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 소화 흡수 효율을 높여서 더 많은 영양분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갈색 지방도 늘고, 열량 소비도 늘지만, 흡수 효율도 좋아져서 장기적으로 체중은 유지된다.(그렇다. 감소가 아니라 “유지”된다. 그러니 갈색 지방 늘리겠다고 추운데 벌벌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대인의 경우에는 여기에 하나의 결정적 변수가 하나 더 있으니...바로 음식의 양이 한정되기는 커녕, 연말로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추운 겨울, 평소와 같이 먹으면 유지되겠지만,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살찌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적고 보니, 요즘 왜 내 체중이 늘었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조금 우울하다. 얼른 새해가 와야만 할 거 같다.
각주1: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없으므로, 우리의 장내 미생물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2014년에 발표된 또다른 연구 결과에서 북쪽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피르미쿠테스(Firmicutes) 세균이 많고 박테로이데스(Bacteriodes)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간에게는 쥐의 경우와 달리 이들 세균의 비율과 비만에 일관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