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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 pH와 미네랄 용해도, 논벼, 밭벼, 화전

- 과일 : 산도 pH
- 유기물은 (-) pH가 낮아지면 용해도도 낮아진다
- 미네랄은 (+) pH가 낮아지면 용해도는 높아진다
- 생산성 : pH와 미네랄 용해도, 논벼, 밭벼, 화전

미네랄 흡수 기작은 복잡하다
- 제형에 따른 미네랄의 흡수율 차이
- 마그네슘 Mg 흡수 기작
- 칼슘 Ca  : 급원, 흡수요인
- 세균 속 금속 농도 조절하는 단백질 발견


■산성화를 저지하는 시스템
이번에는 살짝 방식을 바꿔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여보자. 화전농업은 산성토양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숲을 베어내고 태워서 만든 식물의 재를 비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재는 칼슘이나 칼륨 등의 알칼리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흙의 산성 물질을 중화하는 중화제가 된다. 화전농업은 인간이 산성토양에 적응하는 방법 혹은 기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165p)
식물의 재는 당장 효과를 내는 중화제이지만, 비에 녹아 유실되기 쉽기 때문에 유효 기간이 짧은 편이다. 2년째 이후로는 작물 재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1년간 붙어서 조사한 결과, 화전농업에는 또 하나의 ‘중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165p)
화전농업에 숨어 있는 중화 효과는, 농지로 개간되기 전의 숲에서 유래한다. 열대림에서는 나무들이나 낙엽이 지표면을 보호한다. 게다가 나무들이나 낙엽에 직사광선이 차단되기 때문에 밭과 비교하면 훨씬 시원하다. 이 때문에 숲에서는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억제되어 흙에 유기물이 축적된다. 폭신폭신한 유기물은 밭으로 바뀐 후에 양분 공급원이 되어 작물이 뿌리를 뻗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준다. 즉,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유기물이 토양의 산성도에 관한 열쇠를 쥐고 있다. (166p)
하지만 화전을 통해 숲을 밭으로 일구면, 흙의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되고 만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화전농업은 토양 열화의 원흉으로 간주되었다. 유기물이 분해되면 질소도 대량으로 방출된다. 그 질소가 전부 식물로 흡수되면 좋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질소가 방출되기 때문에 식물이 다 흡수할 수가 없다. 그 결과, 남은 질산이 칼슘이온 등과 함께 유출되면서 흙을 산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그다지 좋을 게 없어 보이는 결과다. (166p)
하지만 내가 조사한 바는 조금 달랐다. 밭에 있는 유기물은 분해되기 직전에는 마이너스 전하를 띠고 있어서, 수소이온을 하나 소비한 다음 분해되어 없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숲이었을 때 축적된 흙의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산성 물질을 중화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이 토양의 산성화를 저지하는 화전의 저력이었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그런 원리를 알지 못했지만, 수천 년 동안 이 법칙을 이용해왔던 셈이다. (166p)
하지만 내 어림짐작으로는 숲 유기물의 ‘중화제’ 효과도 고작 몇 년이 한계다. 실제로 2년, 3년 동안 계속 밭벼를 재배하면 산성화를 저지하던 유기물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다. 토양 침식도 일어난다. 유기물이 없어지면 흙도 척박해진다. 잡초도 늘어나고 수확량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몇 년 정도 지나면 경작 장소를 옮긴다. 경작했던 장소는 잠시 쉬게 해서 숲이나 풀밭으로 되돌아가 양분을 회복하도록 놔둔 뒤, 5년에서 10년 후에 돌아와 다시 태워서 밭으로 쓴다. 화전은 숲의 유기질 비료를 이용해 산성토양을 중화하며 숲-밭-숲의 사이클을 반복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167p)

■화전농업의 규칙
둑으로 둘러싸서 물을 대는 평지의 논과는 달리, 산비탈에서의 벼 재배는 전적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하고 있다. 수확량은 논벼의 절반 이하다. 게다가 논벼는 매년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밭벼는 대략 5년에 한 번만 재배할 수 있다. 10년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수확량이 무려 10배나 차이가 난다. 집약적 근대 농업과 비교해 ‘어설프다’며 비웃는 경우가 많은데, 화학비료와 농약의 투입이 적은 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물자가 부족한 탓도 있다. (167p)
주된 산업이 없는 열대의 농촌에서는, 화전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열대림을 태우는 측면만 두고 환경 문제를 거론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몬족은 원래부터 화전을 일구면서 유랑생활을 하는 소수 민족인데, 그러한 생활 방식 때문에 종종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왔다. 하지만 화전도 충분히 넓은 숲만 존재한다면, 안정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전통 농업이다. 밭벼만 하더라도 생산효율은 낮지만, 적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충분했다. (168p)
화전농업이 때때로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문제의 바탕에는 바로 인구 증가가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토지가 화전으로 부양할 수 있는 인구 수준을 넘어서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경우, 거기에는 반드시 정치나 경제가 엮여 있다. (168p)
내가 조사한 마을은 1980년대에 난민이 된 몬족과 하류 지역에서 온 타이족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늘었다고 한다. 몬족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민족이 반으로 갈렸는데, 미국에 협력한 몬족은 박해를 받고 도망가 태국으로 유입되었다. 그렇게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정된 토지에는 더 많은 부하가 걸리게 되었다. 타이족도 몬족도 할당된 구역 이외의 토지를 불법 점거하여 화전을 일구었다. 1992년에 멀리서 마을을 찍은 사진을 보면, 산의 정상까지 화전이 확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9p)
휴한기가 짧아지면, 식물과 토양 양분이 회복할 기간도 짧아지게 된다. 회복을 제대로 못하면 식물의 재와 유기물도 적어져 흙이 산성으로 변하기 쉽다.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수확량이 떨어지면 인간들은 또다시 밭을 늘린다. 그 결과, 밭을 숲으로 되돌려 쉬게 하는 휴한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169p)
화전농업 그 자체는 산성토양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전략이며, 생태학적으로도 이치에 맞는 합리적인 구조다. 그러나 모든 농업에는 법칙이 있고,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한계가 있다. 환경파괴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많은 경우 외적 요인이다. (169p)

■태국 북부의 화전농업
다시 습윤지대의 산성토양 이야기로 돌아가자. 고대 농경문명은 반건조지대에서 발달했고, 습윤지대에서는 화전농업이 발달했다. 동남아시아에는 본래 열대림 아래로 풍화가 진행된 산성토양이 펼쳐져 있었다. 건조지대에 적응해온 약한 작물을 재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면서 발달한 것이 화전에서의 벼 재배이다. 비가 많은 아시아에서 태어난 벼는 산성에도 강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열대림과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162p)
지금도 태국 북부의 산골짜기 농촌에는 화전이 펼쳐져 있는 풍경이 남아 있다. 태국 북부의 대도시 치앙라이에서 자동차로 라오스 국경을 향해 세 시간 정도 달리면 화전이 펼쳐져 있는 마을이 나온다. 그 마을에서 일본과 태국의 연구자가 수십 년을 함께 농촌의 변화를 되짚어봤다. (163p)
태국 북부의 산악 지역에는 수많은 소수 민족이 생활하고 있다. 겨우 입에 풀칠하는 생활이 화전농업이다. 몬족은 열대림이었던 산비탈을 통째로 밭으로 만들어 찹쌀 벼를 재배한다. 평평한 논에 익숙한 우리가 보기엔 상당히 희한한 풍경이다. 산악 지역의 벼 재배는 원래 논벼가 아니라, 밭벼 재배로 시작되었다. (164p)
한마디로 말하자면, 화전농업은 매우 터프하다. 화전의 1년을 살펴보자. 불을 놓는다는 게 말이 쉽지, 사실상 거의 산불에 가깝다. 며칠 동안 기관지가 따끔거릴 정도로 재가 엄청나게 날아다닌다. 파종 뒤에도 풀 뽑기나 병충해 구제 등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밭이 먼 곳에 있기라도 하면 달아오른 뜨거운 땅을 왕복 20킬로미터나 걸어야 한다. 안내를 해준 마을 장로가 부리나케 걸어가는데, 쫓아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돌아와도 목욕을 할 수 없고 그냥 물을 끼얹는 게 전부다. 열대라고는 해도 일본인에게는 춥게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도 우기가 끝나는 10월의, 이삭이 달리는 계절의 풍요로운 느낌과 평화로운 풍경은 일본과 똑같다. 회전에서 자란 밭벼로 지은 찹쌀밥은 구수하고 무척 맛있었다. (166p)


여러 번 말하지만, 화전은 적은 인구밖에 부양할 수 없는 농업 시스템이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산성토양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토양은 산성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높은 인구 밀도를 유지해왔다. 이 산성토양을 극복한 비결은 바로 논농사에 있다. (173p)
많은 곡물은 반건조지대에서 재배되어왔지만, 벼농사만큼은 예외적으로 습윤한 아열대 몬순아시아에서 발달했다. 몬순 해풍은 우기를 불러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신다. 그러다 보니 ‘흙’이라고 하면 ‘진흙’을 상상하게 되고, ‘식사’와 ‘쌀’은 서서히 같은 의미가 되었다.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태국의 ‘카오’, 인도네시아어의 ‘나시’는 모두 ‘쌀’과 ‘식사’를 동시에 뜻하는 단어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은 바로 몬순아시아다. (174p)
태국 북부 농촌에 가서 밭벼를 재배하는 화전으로 이루어진 산을 내려오다 보면 평지에 논이 펼쳐진다. 일본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도 1 헥타르당 수확량은 5톤에 달한다. 밭벼의 무려 5배다. 심지어 매년 똑같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꿈 같은 이야기다. (174p)
논의 인구 부양력은 화전의 10배에 이른다. 벼 종류가 달라서가 아니다. 화전의 밭벼도 논의 논벼도 일본과 똑같은 자포니카 종이다. 평야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인디카 종(안남미)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똑같은 품종인데도 불구하고 왜 논벼는 이토록 인구 부양력이 높은 걸까? (174p)

■논의 흙은 카멜레온
그 대답은 논의 땅 속에 있는 푸른 흙에 있다. ~ (174p)
논농사의 생산력의 비결을 파헤치기 위해 일본의 논을 다시 살펴보자. 일본의 농촌에서는 봄이 오면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가 시작된다. 그러면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논의 흙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점점 흙 속의 산화철이 녹기 시작하는 것이다. 원래 붉은색이나 노란색이었던 산화철은 녹으면, 2기가이온(Fe^2+)으로 변한다. 이렇게 흙속으로 녹아들어간 철이 흙을 파랗게 물들인다. 그리고 검정, 갈색, 흰색의 다른 성분이나 모래도 섞여 흙이 청회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175p)
변하는 것은 흙만이 아니다. 산화철 환원 반응은 전자뿐 아니라 수소이온을 3개나 소비하기 때문에 산성토양을 중성으로 변화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게다가 pH가 올라가면서 산성 환경에서는 녹지 않았던 인이 물에 녹기 쉬워진다. 이런 과정 덕분에 벼의 뿌리에 인이 전달된다. 논에 물을 대면 이런 효과가 있다. 수면 아래의 흙과 주고받는 관계 덕분에 벼는 산성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는 것이다. (175p)
하지만 논에서 물을 빼면 흙은 바로 황량한 산성토양으로 되돌아간다. 진흙이 불과 몇 시간만 공기에 접촉해도, 철이 2가이온에서 산화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한정된 계절에만 볼 수 있는 파란 흙이 논의 높은 생산성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논농사는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중국 남부의 장강 중하류 지역에서 시작되어 몬순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176p)
흙의 시간 /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 염혜은 옮김 /눌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