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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은 꽃의 전기장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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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은 꽃의 미세한 전기장도 감지한다"

오철우 2013. 02. 22 추천수 0

벌들은 꽃의 색깔, 모양, 냄새 같은 단서를 감지해 단즙 많은 꽃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꽃에서 나오는 전기장도 감지해 먹이 찾기의 단서로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생물학자인 대니얼 로버트 교수 연구팀이 밝힌 이런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이는 곤충의 전기장 감지 능력을 처음으로 보고한 논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논문과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단즙 먹이를 찾는 벌과 꽃가루를 퍼뜨리려고 꽃가루받이 곤충을 끌어들이는 꽃 사이에 전기 현상이 이용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벌은 빠른 날개짓을 하며 나는 동안에 허공의 먼지나 입자들과 마찰을 일으켜 전자를 잃고는 흔히 양전하 상태를 띠곤 한다. 또한 주변 허공의 양전하 상태 때문에 음전하가 꽃잎 쪽으로 몰려 꽃은 음전하를 띠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때문에 벌이 꽃잎에 날아오면 음전하를 띤 꽃가루가 양전하를 띤 벌 몸에 날아가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벌의 방문은 꽃잎의 전하 상태도 바꿔놓게 마련이다. 이런 발견은 1970년대에 일부 보고됐으나, 먹이 찾기 활동에서 벌들이 이런 전기 상태를 어떻게 감지하고 활용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각 꽃잎의 절반 왼쪽은 자연 상태이며, 절반 오른쪽은 꽃잎 모양에 따라 다른 전기장 차이를 보여주는 그림. 이처럼 꽃잎 모양에 따라 전기장의 모양도 달라진다. 출처/ Science

이번 연구팀은 벌과 꽃의 미세한 전기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 과연 벌이 먹이 찾기 과정에서 꽃의 전기장을 감지하는지, 그런 전기장의 변화나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전극을 연결하고 단즙을 담은 인조 꽃과 전극 연결 없이 쓴즙을 담은 인조 꽃을 만들어 뒝벌(Bombus terrestris)들이 자유롭게 먹이를 찾아가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벌들이 점차 먹이 찾기 학습을 거치면서 80퍼센트의 정확도로 전기장이 있는 인조 꽃들을 찾아갔으며, 전극 연결을 끊자 아무런 단서가 없을 때처럼 정확도가 절반 정도로 떨어져 사실상 무작위로 꽃들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는 전기장이 있는 꽃에 좋은 먹이가 있다는 식별 단서가 벌들한테서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벌들이 전기장이 있는지 여부만을 감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전기장 패턴의 변화를 식별할 수 있는지도 알아봤다. 꽃의 전기장은 꽃잎 모양에 따라 미세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팀은, 꽃의 중앙과 주변에 전압차를 둔 인조 꽃과 전압차가 없는 인조 꽃을 만들어 벌들이 이를 식별하는지 살펴보는 실험을 벌였다. 이 실험에선 벌들이 두 인조 꽃들을 서로 다르게 구분했으나, 전압차를 없애자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같은 모양과 색깔의 꽃잎에 전기장이 형성돼 있더라도 그 패턴에 차이가 있다면 벌들은 다르게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꽃의 전기장 차이는 단즙 먹이를 찾는 벌들한테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양전하를 띤 벌들이 음전하를 띤 꽃잎을 방문하고 나면 꽃잎의 전하 상태도 바뀌기 때문에, 꽃의 전기장이 미약하다면 다른 가루받이 곤충이 이미 꽃에서 단즙을 빨아먹고 다녀갔음을 뜻하게 뜻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장 패턴의 차이가 나타난다면 같은 색깔과 모양의 꽃잎들이라도 벌들은 이를 서로 구분된 먹잇감으로 기억해둘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언론매체들과 한 인터뷰에서 곤충이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라며 벌들은 꽃의 색깔, 모양, 냄새와 더불어 전기장을 여러 단서 중 하나로 활용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이 전기장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다른 곤충들도 비슷하게 전기장 감지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예전의 브라운관 텔레비전 앞에선 머리카락이 텔레비전 쪽으로 쭈뼛 일어서는 것처럼, 벌의 몸털이 꽃의 전기장에 민감한 반응을 하면서 꽃의 전기장 과 그 패턴을 감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벌들의 전기장 탐지능력 입증 연구논문(2013년) 낸 영국 연구진
오철우 2016. 06. 02

 
벌이 꽃과 주변 전기장을 감지해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유투브 동영상 갈무리. 출처/ Science, https://youtu.be/CB07Loj3K4Q

윙윙대는 빠른 날개짓으로 보통 양전하를 띤 정전기 상태가 되곤 하는 벌들은 먹이활동을 할 때 꽃과 그 주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전기장에 반응하면서 단즙 많은 꽃들을 찾아나선다. 이런 설명은 지난 2013년 영국 연구진이 실험 연구에서 벌들이 미세한 전기장에 반응해 행동한다는 것을 처음 밝힘으로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브리스틀대학 소속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 꽃과 주변의 전기장. 30 센티미터 키 식물의 꽃잎에서 생겨나는 전기장(오른쪽)과 전위차(왼쪽). 이상적 조건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모델링. 출처/ Science

“곤충들은 여러 감각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다. 꽃의 색깔이나 형태, 패턴, 휘발성물질 같은 단서를 탐지한다. 우리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감각 양식으로서 꽃의 전기장을 탐지하는 능력이 뒝벌(Bombus terrestris)에 있음을 보고한다. 이런 전기장은 꽃의 단서로 작용하는데, 그것은 자연에서 대전 상태가 되는 벌들이 꽃잎을 방문하면 영향을 받는다. 시각 단서처럼, 꽃의 전기장은 패턴과 구조 측면에서 여러 가지 차이를 보여주는데 뒝벌은 그런 차이를 식별할 수 있다. 우리 연구는 그런 전기장 정보가 꽃가루받이 곤충의 보상[먹이] 기억을 높여주는 복합적 단서들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의 전기장은 몇 초 내에 변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감각 양식은 꽃과 가루받이 곤충들 사이에서 신속하고도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2013년 논문 초록에서)

이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했던 영국 브리스틀대학 대니얼 로버트 교수 연구진은 이번에는 벌들이 미세한 자기장을 ‘어떻게’ 감지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후속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과학저널인 <미국립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낸 논문에서 뒝벌의 몸에 난 가볍고 가늘고 뻣뻣한 털들이 꽃의 미세한 전기장에 반응해 휘어지는데 이런 휘어짐이 털의 모근과 연결된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꽃의 전기장을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은 뒝벌의 더듬이와 털을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더듬이에 비해 몸털이 전기장에 훨씬 더 크게, 빠르게 반응했으며 신경 활성의 반응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비빈 풍선에 대면 사람의 머리카락이 일어서며 반응하듯이 벌들의 몸털도 꽃의 미세한 전기장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참고: 브리스틀대학 보도자료).

사람은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꽃들의 전기장은 몸집 작은 곤충들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중요할 수 있기에 뒝벌 외에도 많은 다른 곤충 종들도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는 감각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추론했다. 다음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도된 뉴스의 일부이다.

“벌들이 꽃에 10센티미터 이내 거리로 윙윙거림며 날아들 때, 풍선의 정전기와 비슷하게 전기장은 벌의 몸털을 구부려지게 한다. 이런 구러져짐은 벌의 몸털 뿌리에 있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데, 그럼으로써 곤충은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이 여구진의 연구에서 나타났다. 전기장은 10센티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감지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에, 꽃의 전기장은 우리 인간과 같은 큰 몸집 동물한테는 그리 유용하지는 않다. 그러나 작은 곤충들에게 그 정도 거리는 제몸의 수배나 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먼 거리이다. 이처럼 꽃의 전기장을 감지하는 것은 작은 동물들한테는 유용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런 능력이 다른 곤충 종들한테도 또한 중요할 것이라고 추론했다.”(<사이언스> 뉴스 보도에서) ◑

  ■ 논문 개요와 초록
출처: PNAS

▷ 논문 개요(Significance)
　육상동물(terrestrial animals)의 전기수용(electroreception)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뒝벌(bumblebee)에서, 전기장이 있을 때 나타나는 실 모양 털의 기계적(mechanical) 반응은 생태 연관적 전기장에 대한 전기감응력(electrosensitivity)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key evidence)가 된다. 절지동물에서 기계반응성 털(mechanosensory hairs)은 유체 흐름이나 음향 입자속도 수신기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왔다. 우리 연구는 떨어져 있는 대전(帶電) 물체와 기계반응성 털 간에, 전기적 쿨롱-힘(Coulomb-force, 정전기력)의 커플링이 관련되는 추가적이고 비배타적인 상관성(additional, nonexclusive functioanality)이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를 제시한다. 그러므로 감지 메커니즘은 전기역학적 커플링에 좌우되며, 그런 메커니즘에서는 가볍고 가는 여러 털들이 꽃에 다가가는 뒝벌 주변의 전기장을 탐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설명이 제시될 수 있다. 이런 연구결과는 다른 육상동물들도 전기장을 탐지하고 반응한다는 데 그런 감지성 털을 사용한다는 가능성을 할 가능성을 불러일으킨다.
　
▷ 논문 초록(Abstract)
　뒝벌(Bombus terrestris)은 주변 전기장의 정보를 사용해서 먹이활동 판단(foraging decisions)을 한다. 비전도성 매질인 공기 중의 전기수용(electroreception)은 최근에야 발견된 곤충들의 감지 능력이다. 그러나 그 감지 메커니즘은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못하다. 우리 연구진은 두 가지의 잠정적인 전기장 감각기(electric field sensors)를 연구했다. 하나는 더듬이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반응성 털(mechanosensory hairs)이다. 그 기계적 반응과 신경 반응을 살핌으로써, 우리는 전기장이 더듬이와 털 모두에 휘어짐(deflection)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털은 더듬이에 비해서 속도, 변위, 각도변위에서 더 큰 중앙값(median)을 나타내며 반응했다. 더듬이에서 얻어진 세포 외부 기록들은 이런 기계적인 휘어짐에 대해 어떠한 전기생리학적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기장에 반응하는 털의 휘어짐은 신경세포 활성을 불러일으켰다. 털과 더듬이 모두에 나타나는 기계적 휘어짐은 뒝벌이 지닌 전하와 더불어 증가했다. 이런 증거로 볼 때에 우리는 뒝벌에서 감각기인 털이 전기수용의 지점(a site of electroreception)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