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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에 대한 나의 생각

GM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주장
- GMO 안전성 검증 절차
- 몬산토 제조제 논란
- 육종은 안전하고 GM만 위험하다고?
- GMO도 육종의 한 방법이다
- 이론적으로 안전하다. 그리고 미지의 위험에 대해 20년간 검증했다
- 전분당이나 식용유에  GMO 표시를 해달라는 것은 천하에 바보같은 짓이다
- 내가 GMO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 아니다
- 그래도 유전공학이 희망이다


 

(이 내용은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 7장 GMO편의 샘플북 내용임)


SECTION1. GMO는 판도라의 상자인가

A. GMO에도 합리적인 생각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몬산토 사는 자사의 제초제인 ‘라운드업’ 때문에 곤란에 빠졌다. 제초제의 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osate가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동안 라운드업이 세상의 어떤 제초제보다 안전하며 심지어 커피의 카페인보다 독성이 적어서 마셔도 안전하다고 자랑했는데 발암성 의심을 받게 되었으니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단지 몬산토의 제초제라는 이유로 그것이 마치 GM 작물자체의 문제인양 호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리포세이트는 아주 단순한 구조의 분자(제초제)이고 유전자 재조합 작물GMO은 그것과 비교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생명체이다.
GMO는 수만개의 유전자 중에 겨우 1~2개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작물인데 그 유전자가 전혀 다른 출처에서 구한 것이라 시끄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GMO를 재배되지 않지만 1996년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재배량이 계속 늘고 있다. 콩, 옥수수, 목화, 유채가 대표적인 작물이다. 이 GMO 작물에 대한 논란과 불안감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쪽은 GMO가 어떤 위험을 미칠지 전혀 알지 못하므로 소비자가 실험용 기니피그와 마찬가지 신세라고 하고, 다른 편은 GMO는 이미 철저히 검증되어 안전하고, 전통적인 육종 방식과 안전성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어느 쪽이 사실일까?

 

나는 새로운 GM작물을 개발하는 것에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얻게 될 편익보다 안전성의 이슈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고, 인간의 욕망을 줄이지 않는 한 식량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통해 인구의 급증이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 경고했는데, 지금까지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 덕분에 잘 넘겨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라 생각한다. 식량뿐 아니라 모든 자원이 지구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M이 연착륙의 수단이면 몰라도 억지스러운 연명책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GMO에 대해 불안감이 합리적인 수준인지이지 GMO의 필요성이나 가치는 전혀 아니다.

참고 : 글리포세이트


B. 지난 20년간 위해성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도 그동안 GMO의 위험성을 경고한 글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 주장들은 첨가물에 대한 엉터리 위험성의 주장과 너무나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 그 간단한 MSG라는 물질 하나를 가지고 40년 동안 엉터리 유해성 논란을 펼치고 알레르기, 소화불량, 뇌세포 파괴, 미각 파괴, 심지어 암까지 일으킨다는 주장을 봤는데, 이에 비하면 GMO에 대한 모든 위험성 주장은 오히려 약소한 편이라 할 것이다
GM 기술은 가장 최신의 기술인만큼 안정성도 가장 엄격하게 심사된다. 알레르기성, 항생제 내성, 독성 등 검토 항목만 나열해도 엄청나다. 도입하려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기존에 알려진 독성 물질, 영양 저해 인자, 알레르기 유발 물질 등과 구조적으로 비슷한 점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조리와 가공 과정에서 가열 처리나 인공 위액과 장액에서 신속히 분해되는 등의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그래서인지 GMO가 상업화된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의혹제기는 많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위험이 드러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흔히 말하는 GM 감자의 면역성 논란, 해충저항성 GMO Bt 단백질의 안전성 논란, GM 옥수수의 독성 논란, GM 콩의 발육저해 논란, GM 면화의 독성 논란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 난 것들이다. 그래서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등이 각 국가에서 재승인 되어 계속 재배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는 90%가 GM 품종이다. 미국은 GMO를 재래종과 동등하다고 인정해 미국에서는 아무런 표시 없이 계속 먹고 있다. (최근에야 GMO 표시를 주장하는 지역이 늘고 있음) 그럼에도 아직 이상 반응을 보인 사람이 없다.

참고 : 그 동안의 유해성 논란
참고 : 세라리니교수의 발암성 실험이 엉터리인 이유


C. 아무리 안전성을 증명해도 ‘잠재적 대재앙’에 대한 걱정은 요지부동하다

GMO를 잘 정리한 책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미 GMO는 위험하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고, GMO에 대한 위험성 실험이나 주장의 오류를 지적해봐야, 언젠가 진짜로 위험성에 관한 구체적 증거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설득될 가능성은 없다. 100만 번의 실험으로 안전성을 주장해봐야 100만 1번째의 실험에서는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이 학자와 소비자의 가장 큰 괴리일 것이다. 학자는 그 정도면 충분히 확인되고 검증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완벽함을 요구한다. 과학은 언제든지 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극렬한 GM 반대 운동가에서 지지자로 입장을 완전히 바꾼 영국의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가 2014년에 방한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입장을 바꾼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과학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고 말했다. 과학이 아니고서는 안데스 산맥에서 빙하가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 논문을 읽고, 기본적 통계를 이해하고, 해양학에서 지질시대 기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른 분야의 과학을 공부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GM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체적 구조와 맥락을 이해한 후 그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그는 “예전에는 GM을 위험한 것이라고 여겼으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전통 육종보다 더 안전하고 정밀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GM은 단지 일부 유전자만을 움직이지만 전통 육종은 전체 유전자를 조작한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또 “우리는 더 이상 GM이 안전한지 아닌지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년 동안 GMO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GMO 성분이 함유된 식사를 2조兆 번 혹은 3조 번이나 했지만 피해 사례는 전무하다. 하지만 유기농 식품을 먹고 해를 입은 경우는 있다. 그 예가 2011년 독일에서 발생한 ‘유기농 콩나물 식중독 사고’이다. 이 사고로 50명이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심각한 증상을 겪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소행성 충돌 사건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GMO 식품을 먹고 해를 입을 확률은 소행성에 의해 다칠 확률보다 훨씬 적다”라고 말한다.
서울대 이일하 교수는 『생물학 산책』을 통해 현대 생물학이 밝힌 생명의 비밀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GMO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로서 명예를 걸고 말할 수 있다. GMO 작물은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전통의 육종에 의한 개량과 차이가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듣고 싶은 사람만 듣기 때문에 대중의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D. 합리적인 생각법,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그동안 여러 책에서 첨가물이나 가공식품에 대한 온갖 오해와 편견에 대하여 말해왔지만 GMO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워낙 복잡한 문제라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과 미리 알고 있어야할 지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GMO의 안전성 논란은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해결된 가능성이 없다. MSG나 최근의 천일염 논란처럼 그렇게 간단하고 단일 성분의 논란마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그런 실력으로 미지의 요인이 가득한 GMO 논란이 해결할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만 커지지 안심이 증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쓰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나는 GMO 전문가가 아니고 그것을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단지 그동안 식품의 온갖 이슈를 분석해보면서 대부분의 답은 식품 자체에 있지 않고 주변의 자연과학에 있음을 알았고, GMO에도 그 방법이 유효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GMO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전자와 생명 현상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전체적 맥락, 생명 현상과 진화의 현상의 큰 틀에서 GMO를 바라보면 오히려 개별적인 실험결과나 논쟁을 따져 보는 것보다 안전과 위험의 경계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쉽다.



SECTION. 2 유전자를 알아야 GMO를 알 수 있다

A. 유전자는 가장 소중한 생명의 설계도이다

예전에 유럽인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있고, 일반 토마토에는 유전자가 없다는 말이 사실일까요?”라는 설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체의 41%만이 이 질문에 거짓이라고 답을 했다. 유전자는 모든 생명의 기본 설계도이다. 이 설계도가 없이 살아가는 생체는 없다. 하지만 이 설계도에 대한 이해는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1663년에 현미경의 도움으로 세포라는 생명의 기본 단위가 확인되었고, 1859년에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었고, 1865년에는 멘델에 의해 유전학의 과학적 탐구가 시작되었다. 1870년부터 본격적인 품종 개량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몰랐고 1944년에야 DNA라는 물질이 유전정보를 옮김이 증명되었다. 그리고 1953년 왓슨과 크릭에 의해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새로운 분자생물학과 생명공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품종의 개량은 여전히 전통적인 육종의 힘이었다. 1970년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자르는 제한효소가 발견되면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1977년 최초로 인간의 유전자를 세균에서 발현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인슐린과 인간의 성장호르몬과 같은 치료약의 생산도 가능해졌다. 이후 간염 백신이나 인테페론 같은 항암치료제가 가능해지면서 유전공학은 IT기술과 함께 인간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신기술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유전공학 기술은 생각보다 더디게 발전하였고, 점차 찬사는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화학, 기술, 가공 등에 대한 두려움과 결합하여 유전자가 변화된 식품을 먹으면 내 몸의 유전자가 변형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진 것이다.

참고 : GMO, 생명과학의 역사



B. 유전자를 생각보다 대단히 동적이다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되어 있고, 세포 안에는 A아데닌, T티아민, G구아닌, C시토신까지 4종류의 염기로 정보가 코딩된 DNA가 있어서 이 정보에 따라 생명이 만들어지고 작동한다. 이 유전자는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한 것이고, 유전자의 이상은 곧 커다란 장애가 발생할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GM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유전자는 금고 속에 담겨 평생 안전하게 단단히 지켜질 것으로 믿기 쉽다. 하지만 여러 가지 방어책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손상이되고 변이가 된다
2015년 노벨 화학상은 DNA 복원시스템을 연구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수상자 중 한 명인 토마스 린달은 1960년대 말 “DNA가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시 과학계에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는 매우 안정적이다’라는 통념이 지배하고 있었다.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돌연변이는 있지만 그 복잡한 다세포생물이 생존하려면 유전정보가 매우 안정적으로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린달은 RNA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RNA가 이렇게 쉽게 분해된다면, DNA도 생각보다 불안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니, DNA는 매일 수천 번씩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복잡한 생명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고심 끝에, 그는 DNA의 결함을 수리하는 분자시스템이 있음에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린달은 ‘DNA 회복메커니즘’이라는 전혀 새로운 연구 분야의 원조가 되었다. 이런 회복의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변이는 꾸준히 일어나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진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C. 유전자를 온전히 지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참고 : 노화와 돌연변이 축적원

300개의 아미노산으로 된 1개의 단백질이 온전히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900개의 염기쌍이 그 순서를 정확히 지정하여야 한다. 우연히 그 순서가 맞추어질 확률은 1/4×1/4×……. 이것이 900개 이어진 순서이다. 주사위 굴리기 식으로 한다면 이 우주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해도 불가능한 확률이다. 그래서 어렵게 확보된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중나선 구조를 감싸고 감싸서 핵막 안에 보호한다. 그 정보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RNA 사본을 사용하고 원본을 꺼내주지 않는다. 수많은 복원 메커니즘에 의해 손상을 복구한다. 하지만 손상은 필연이다.
세포 당 매일 50만 회 DNA 손상이 일어난다. DNA 복구 시스템이 없으면 세포는 순식간에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강한 세포란 충분한 수준의 복원이 된 세포이지 손상이 전혀 없는 세포가 아는 것이다. 손상의 정도가 너무 크면 세포자살을 통해 그 세포를 제거하고 좀 더 안전한 곳에서 보관하던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다시 만들어낸다. 우리 몸의 노화와 질병은 그렇게 최선을 다한 결과이지, 방치된 결과가 전혀 아니다. 우리 몸은 자연 그대로 가만히 두면 퇴화하는 시스템이지 저절로 진화하는 시스템이 전혀 아닌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보다 여러 가지 손상의 원인에 의해 더 퇴화한 유전자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다시 후손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압력을 버티고 진화해온 것일까? 그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무엇일까? 나는 아직 그런 제대로 된 질문을 보지 못했다.

 

D. 번식(유전자의 전달)에 반드시 암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참고 : 성(sxe)의 기원

히드라가 번식을 하고자 하면 배우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홀로 무성 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세균은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다. 애초에 암수의 구분 자체가 없이 몸집을 키우고 분열하여 2개로 나뉘면 끝이다. 이런 행위는 아주 작은 미생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큰 동물도 가능하다. 그것을 ‘처녀생식’이라고 한다. 2007년에는 짝짓기를 하지 않은 코모도 왕도마뱀이 처녀생식을 통해 새끼 5마리를 낳았다. 한 마리 뿐 이었으므로 아무도 새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건강한 새끼들을 5마리나 낳은 것이다. 뱀과 도마뱀 등 약 70여 종의 파충류는 처녀생식으로도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 상어, 칠면조 등에서도 처녀생식이 관찰된 바 있다.
우리는 암수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에게 암수의 전환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일어난다. 새우, 오징어, 붕어는 몸이 커지면서 저절로 성이 뒤바뀔 수 있는 동물이다. 어떤 동물은 몸 크기에 따라, 어떤 동물은 부화 온도에 따라 암수가 바뀐다. 심지어 일부 물고기는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성을 전환하는 능력이 있다. 청소놀래기의 경우 평소 수컷 한 마리가 대장 노릇을 하며 암컷 여러 마리를 이끌고 다니는데, 수컷이 죽으면 암컷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개체가 수컷으로 변한다. 심지어 암수가 한 몸에 같이 있는 자웅동체의 동물도 있다. 달팽이는 정소와 난소를 모두 갖고 있어서 두 마리의 달팽이가 만나면 생식공을 서로 대고 함께 사정을 하고, 둘 다 임신을 한다. 미생물은 성이 없지만 접합 conjugation과 같은 방법을 통해 유전자를 교환한다.
이처럼 번식은 꼭 암수가 필요하지 않고 생각보다 다양하고 기괴한 방식이 있다. 넓게 정의한다면, 성이란 한 개 이상의 출처로부터 유전자를 받아서 이를 재조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암수가 아니라 유전자 교환 및 재조합인 것이다. 도대체 왜 모든 생명은 유전자 교환이 반드시 필요할까? 이것이 진정 의미 있는 질문인 것이다.  

 

E. 암수의 진정한 의미는 해로운 돌연변이 정화에 의한 퇴화의 억제이다

우리는 종족보존을 위해서는 암수를 너무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 자연은 무성에서 다성 또는 자웅동체 등 너무나 다양하고 기괴한 형태가 있다. 더구나 유성생식은 리스크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왜 모두다 섹스를 통한 유전자 교환을 하는 것일까? 나름 여러 설명이 있지만 내가 가장 공감하는 이론은 해로운 유전자를 제거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태어날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도 있고,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유전자 결함도 있다. 돌연변이는 1:200의 비율로 이로운 쪽보다 해로운 쪽으로 작용하기 쉬운데, 살아가면서 활성산소 등에 인한 변이는 필연이다. 따라서 그 유전자를 계속 복제한다면 부모보다 유전적으로 결함이 적은 자식이 태어날 확률이 없다. 그래서 암수 또는 유전자 교환이 있는 유성생식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친혼처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끼리는 이 효과가 없지만, 전체의 결함의 숫자는 같더라도, 서로 다른 위치에 결함이 있는 두 개체가 유전자를 교환하여 자식을 생산한다면 어떤 자식은 운 좋게 유전자 결함이 없는 쪽만 취합하여 태어날 수 있다. 엔진 일부에 손상을 받은 자동차와 기어 일부가 망가진 자동차의 부품을 합해서 말짱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셈이다.
같은 부모가 나은 자식도 유전자의 조합에 따라 부모의 좋은 점만 취한 쪽, 부모와 별 차이 없는 쪽, 그리고 부모보다 나빠진 쪽도 생긴다. 그 사이에 돌연변이가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는 잘해야 본전이고 오히려 나빠진 쪽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유전자를 섞는다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아니고 양친보다 많은 자손을 낳는다와 여기에 자연선택이 개입하여 적합한 개체 위주로 살아남게 되는 것이 추가 되어야 비로써 유전자 재조합을 통한 해로운 돌연변이(유전자)의 억제 기능이 완성된다.  
여러 버전의 사본을 많이 만들어 적합자가 보다 많이 생존하고 번식하여 유전자의 열화가 억제되고 환경에 따라 차별화나 진보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 성Sex은 유전자 교환이 가능한 종끼리 무작위 유전자 조합을 하고 그 중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 조합을 가진 자녀가 자연선택에 의해 좀 더 생존하여 해로운 돌연변이를 ‘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인 것이다.

 


F. 결국 종의 경계는 효과적인 유전자 교환의 경계이다

만약 종의 범위가 너무 좁으면 근친혼처럼 유전자의 차이가 너무 작아 섞으나 안 섞으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또 종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유전자의 차이가 너무 커서 두 가지를 섞었을 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새와 물고기의 유전자가 섞여 새에 아가미가 생기고 물고기에 깃털이 생기면 정말 곤란해지는 것이다. 결국 너무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은 범위의 유전자 교환이 종족의 유지에 최상이고 그게 바로 종의 경계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GMO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미도 모르고 종의 경계가 무너진다고 걱정한다.
지금 우리 인간은 2명의 부모가 2명의 자식만 낳는 시스템이다. 누구나 자식을 낳고 제 수명을 누릴 수 있는 공평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공평함에 숨겨진 재앙이 있다. 돌연변이는 항상 1:200의 비율로 해로운 쪽으로 일어나고, 누구나 제 수명을 누리고 후세를 이어감으로 그것을 정화시킬 기회가 없어졌다. 그래서 이대로라면 갈수록 유전자 결함이 누적된 아이가 태어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언젠가 해로운 유전자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축적되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먹고 사는 문제에 GM 작물이 필요 없을 수는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GM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고 유전자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SECTION. 3 왜 슈퍼박테리아는 지구를 정복하지 못할까?


A. 알고 보면 지구의 주인은 세균이다

유전자의 기본적인 역할을 알아보았으면 GMO를 말하기에 앞서 유전자의 교환및 증식이 가장 왕성한 세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무시하지만 눈에 띄는 모든 생명체의 양보다 많다. 그 대부분은 인간에게 무해하지만 워낙에 종류도 많고 숫자도 많다 보니 식품에서 최대 문제인 식중독의 주범이 된다. 이 세균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GMO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의 신체 안팎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는 대략 1만여 종이다. 그 숫자는 100조 정도로 우리 몸의 체세포 숫자보다 많다. 흙 1g 속에도 중국 인구보다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또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의 생명체 무게를 합산하면 미생물이 총무게의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더구나 증식속도도 너무 빠르다. 불과 20분마다 한 번, 24시간이면 72번 분열한다. 한 개의 무게는 불과 10^-12g.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2^72번 분열하여 4,000톤의 양이 된다. 만약 이 속도로 하루를 더 자란다면 4000톤 2^72=6X10^21톤이 되어 지구보다 커지게 되는 것이다.

B. 어마어마한 능력의 세균이 많다

세균은 종류도 숫자도 많고, 자라는 속도마저 엄청나게 빠르며 그 능력마저 대단하다. 지상 최강의 맹독성 물질을 만드는 것도 세균이며 이 보튤리늄균이 만든 독소는 청산가리의 20만~3천만 배나 강하다. 그리고 100℃ 이상에서 증식하는 균도 있다. 반대로 남극의 소금호수에 사는 균은 영하 12℃에서도 증식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pH 1.0 이라는 상상하기도 힘든 극도의 산성조건에서 티오바실러스라는 균도 있다. 지구 공기압보다 몇백 배 높은 압력, 물이 없는 사막, 지하 1,600m 암석 속, 화학적으로 생명체를 녹여버리는 환경, 심지어 핵폭발로 방사능이 누출된 지역 같은 극한의 상황과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끈질긴 세균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세균은 항생제에 죽지 않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감염 사례는 2011년에 2만 2,928건에서 2012년 4만 4,174건, 2013년에 8만 95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만약 극한 조건에 살아가는 세균과 강력한 독을 만드는 세균과 항생제에 죽지 않는 세균이 만나서 기능을 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데 실제로 세균 간에는 유전자 교환이 수시로 일어난다.

C. 모든 세균은 끊임없이 유전자를 교환한다

세균학자들이 미생물 사이에 유전물질을 자유롭게 전달한다는 것은 유전자DNA가 발견되기 전부터 알았다. 1928년에 프레드릭 그리피스가 폐렴균이 다른 종의 폐렴균(비록 그 균이 죽은 것이더라도)으로부터 유전물질을 획득하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세균이 유전물질의 일부를 서로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이야기이다. 우리 몸에 유전자는 23,000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내 몸안의 세균의 종류는 1만 종이다. 간단한 세균도 4,000가지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1만 종이 각자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내 몸 유전자의 1,700여 배에 해당하고 중복을 제외해도 인간의 360배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내 몸 속의 세균에게 있다. 그런데 세균들 간에 유전자를 자유롭게 이동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 항생제의 내성을 제공하는 유전자는 항생제가 만들어진 이후에 발명된 것이 아니고, 이미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던 것인데 그것이 옮겨와 내성균이 된다고 한다. 대장균에서 몸 밖으로 항생제를 뿜어내는 펌프 중 일부는 다른 세균이 신호 전달 분자를 방출하기 위한 펌프에서 빌려 온 것이고, 페니실린을 분해하여 내성을 갖는 능력도 토양 속 미생물의 유전자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균이 유전자를 교환하고, 변신을 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보편적인 예가 ‘바이오 필름’이다. 세균은 일정 수가 증가하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역할 분담을 하여 생태계를 이룬다. 각자 무작정 증식하는 균보다는 일정 숫자가 되면 서로 군집체를 만드는 게 유리했다는 것이다. 군집하여 연결망을 형성하면 서로 단백질이나 다른 분자들을 교환하여 먹이를 공유하고, 방어수단을 갖고 어려운 환경의 변화를 견뎠다. 필름 즉, 바깥쪽 세균의 희생으로 안쪽의 세균은 혹독한 조건을 버틴 것이다. 미생물 한 마리 한 마리의 힘은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숫자가 커지면 전혀 새로운 능력이 출현하게 된다. 이처럼 세균은 집단으로 행동하고 서로 영양이나 유전자를 교환하는데 왜 항상 그 정도 수준이고 진정한 모든 것을 다 갖춘 슈퍼박테리아는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D. 크기가 기능을 제한하고, 기능이 크기를 제한한다

세균은 크기가 정말 작다. 그리고 그 크기의 벽을 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원핵세균이 진핵세균으로 진화한 사건은 10억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대사건이며 세균이 진핵세포가 되었다는 것은 직경이 10배 이상 커졌다는 의미이다. 직경이 10배이면 크기는 10×10×10배가 된다. 진핵세포는 세균의 1,000배 이상의 유전자와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진핵생명은 5~20배의 유전자를 가지고 전혀 다른 삶을 산다. 다세포로 묶여서 식물, 동물은 온갖 거대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원핵세균이 단순히 부피를 부풀려 직경을 10배로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균은 이미 자신의 구조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완전히 구조를 변신해야 직경이 10배로 커질 수 있다. 키가 1.7m인 사람이 2.7m만 되어도 온갖 장기와 뼈에 무리가 생겨 장수하기 힘들다. 세균이 진핵세포가 되었다는 것은 1.7m의 키인 사람이 17m가 되었다는 뜻이라 전혀 다른 방식의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세균은 항상 2um 이하의 작은 크기를 가진다. 따라서 세균이 가질 수 있는 유전자는 극히 제한적이다. 생존을 유지하는 데 절실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지 불필요한 유전자를 많이 가지는 것은 다른 세균에 밀려서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세균은 생각보다 독립적이지 못하고 세균간의 협력으로 살아간다. 더구나 세균은 세포핵 구조가 없다. 자유로운 유전자의 이동 즉 가변성을 얻었으나 그 가변성의 희생물이 되어 일정한 방향성으로 안정적인 진화는 불가능하다.

E. 진화가 아니고 퇴화가 기본이다

우리는 생명이 진화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생명은 진보보다 퇴화가 기본모드이다. 퇴화를 막기 위해 암수가 존재하고 유전자 교환하고 재조합하고 자연선택을 통해 꾸준히 해로운 유전자를 정화시킨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슈퍼균이 등장하지 않고 항상 그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고 내성균도 이내 사라진다. 암세포 가운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세포를 따로 분리한 뒤 일정 시간 동안 관찰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성을 잃는다. 때로는 항암제 농도가 치료 조건보다 100배 높은 환경에서 살아남은 돌연변이 세포들도 있는데 이것도 한동안 약물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 기능을 잃는다. 우리가 보튤리늄 독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강력한 내열성과 독성을 가졌음에도 번식력이 강하지 못해서 다른 세균과의 먹이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도 항생제로 다른 세균의 번식을 억제했을 때나 번창할 수 있는 것이지, 야생에서 다른 세균과 경쟁하면 밀려서 도태된다.
세상의 기본원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다. 즉 축적과 진화가 아니라 분해와 퇴화이다. 그래서 세균은 유전자를 주고받으면서 겨우 현상을 유지하지 그렇지 않으면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점차 무질서해지고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세균은 기존의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꾸준한 도태의 정화기능에 의하여 겨우 평균적으로 비슷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
그래서 슈퍼박테리아 생긴지 40년이 되었고 매년 국내에서만 수만건의 슈퍼균 감염사례가 발생하지만 항상 그 수준인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이들 세균이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다른 세균에 밀려 영향을 주지 못한다.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처럼 항생제는 많이 쓰고 면역 능력이 거의 바닥상태인 환자들에게 치명적이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노출되어도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슈퍼괴물 세균이 태어날 것을 걱정하고 GMO 작물이 슈퍼 재앙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SECTION. 4 인간의 의도적인 유전자 변이 역사는 길다


A. 지금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대부분 200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참고 : 식물의 육종은 기괴한 결과물도 좋다고 한다
참고 : 육종에 의한 유전자의 변화가 극심하다
참고 : 육종에 의한 잔인하고, 비자연적인 결과물이 많다

모든 생명은 어렵게 확보한 귀중한 유전자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한 보존이란 불가능하고 시간에 따라 점점 손상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Sex이라는 수단으로 유전자를 교환하여 더 온전해지거나 더 변형된 개체를 얻는다. 결국 모든 생명의 DNA는 미세하게나마 꾸준히 변형되고, 이런 유전자 변형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환경이다. 다른 자연환경의 변화와 먹이 환경, 경쟁 포식자 환경은 계속 변화하였고, 그 환경(자연)에 가장 적합한 객체가 살아남도록 압력을 가하는 자연선택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1만 년 전부터 일부 작물이나 가축은 조금 특이한 방향으로 유전자의 변형이 이루어졌다. 인간의 선택에 의한 변화였다. 인간이 농사와 축산을 시작하자 자연선택 대신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계속 종자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목적에 맞는 탁월한 품종을 만들어냈다. 농사의 역사가 1만 년이라면 최소한 매년 10개 중에 1개 씨를 고르는 식으로 1%만 개선했다고 하더라도 10,000%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농산물은 자연과 완전히 달라진 생명체이다. 이런 인위적인 선택에 의한 개선을 ‘분리육종’이라고 한다. 자연의 유전자변이 중에서 가장 유리한 쪽만 계속 선택하여 완전히 달라진 품종을 획득한 것이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식물은 옥수수이다. GM 옥수수를 인위적으로 조작된 위험한 작물이라고 하는데, GMO를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옥수수는 이미 완전히 인위적인 작물이었다. 원래는 한 줄에 고작 몇 개의 열매가 맺혔다가 익으면 톡톡 사방에 튀어 번식하는 종이었다. 그러다 익어도 씨앗이 튀어나가지 않는 돌변변이 종으로 개량을 거듭하여 이제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이 되었다.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쌀과 밀도 야생종과는 생산성은 물론 외형마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식물이다. 대부분의 과일도 마찬가지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 바나나인데 원래 바나나는 너무 작고 씨가 많아서 뿌리를 캐먹던 식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크기는 커지고 씨는 거의 사라졌다. 인간이 접목으로 만들어낸 공산품인 셈이다. 다른 대부분의 과일도 야생 그대로라면 지금의 입맛으로는 도저히 먹기 힘든 것들이다. 맛도 그렇고 크기도 작고 딱딱한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개량하고 개량한 후 지금은 접목이라는 형태로 다른 나무의 몸통을 댕강 잘라내고 다른 몸통을 붙여 뿌리와 몸통이 전혀 다른 나무를 만들어냈다. Franken wood의 산물인 셈이다.
우리에게 딸기만큼 친숙한 과일도 없다. 다른 모든 식용 베리류 생산량을 합한 것의 두 배나 생산한다. 하지만 사실 경작을 시작한 지 250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 인간이 교잡하여 만든 작물이다. 채소도 마찬가지이다. 야생 양배추브라시아 올레라케아는 매우 쓰고 섬유질은 매우 질겨서 좋아하기 힘든 작물인데, 인간이 개량을 거듭하여 콜라비, 케일, 브로콜리, 브뤼셀 스프라우트, 양배추, 콜리플라워를 만들어 냈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식물처럼 보이는데 이들 모두가 한 형제이며,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B. 인공선택에 추가하여 인공교잡이 실시되었다

단지 좋은 씨를 선발하는 것 말고, 좋은 씨가 만들어지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유전자를 교환시키는 방법이 근세에 개발되었다. 그것을 ‘교배육종’ 또는 ‘교잡육종’이라고 한다. 작물 육종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이 인위적인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일 것이다. 멘델의 유전법칙 이래 유전의 특성을 이해한 덕분에 자연에서는 얻기 힘든 특성을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얻어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일벼를 통한 녹색혁명이 대표적이다. 식물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이런 인공교배가 많이 시도되었다. 지금의 애완견은 대부분 200년 이내에 인위적 교배와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2년 안에 당신이 원하는 어떠한 비둘기라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성행했던 당시 육종의 붐이 있었는지 모른다. 육종에 의한 변이의 정도는 외형 자체마저 완전히 달라지는 거의 인공 생물의 창조기술이었다. 200년 전에 서구에서 일어난 원예와 동물에서의 육종의 시도는 사실 잔혹한 측면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상력도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의 육종은 극한의 생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유전학자 노먼 볼로그는 생산성이 특출하게 높으면서도 길이가 짧고 단단해 이삭이 커도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왜소종 밀’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으로 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이 왜소종 밀은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밀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1961년부터 1999년까지 중국의 밀 수확량을 여덟 배나 증가시켰다. 이런 품종 개선이 북미 농장의 평균 수확량을 1세기 전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1만 년 전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밀은 아주 천천히 진화해왔다. 그런 모든 변화를 능가하는 변화가 최근 50년 만에 일어난 것이다.
다른 작물도 그렇게 생산성을 높인 것이 많다. 닭도 그렇고 소도 그렇고 우유와 달걀도 개량의 산물이다. 달걀도 생산량을 3배로 늘린 품종에서 나온 것이다. 보통 사료를 10kg 이상 먹어야 고기 1kg이 되는데, 닭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여 불과 3kg의 사료로 1kg의 체중이 된다. 인간이 평생 체중의 1,000배의 음식을 먹는 것에 비하면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개량인 것이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단일 품종으로 개량된 닭은 야생 조류는 걸리지 않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몰살당하기도 한다. 인간의 GM 기술은 이런 육종의 성과에 비하면 말만 시끄럽지, 결과는 매우 초라하다. 야생 옥수수에서 현재의 옥수수로 육종한 기적에 비하면 아직은 유치한 수준이다.

C. 정말 무차별적인 알 수 없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육종도 있다

교배육종으로 인위적인 유전자 조합을 하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한 인류는 좀 더 지독한 개선을 꿈꾸었다. 1942년 뮬러가 초파리에 X-선을 쪼이면 유전자에 인위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방사선이나 화학약품을 이용하여 무차별적으로 돌연변이를 시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무차별 돌연변이는 1:200 정도로 해로운 결과가 나왔고, 인간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려면 그런 우연이 수십 개가 동시에 발생하여야 가능한 것이라 전혀 가망성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확률을 모르고 그저 우연히 획기적인 생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다. 그런 생각은 단지 수많은 괴물이 등장하는 SF 영화가 탄생하는 모티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SF 영화가 주는 불안감을 언제든지 현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로 착각한다.
어떤 이들은 자외선, 화학변이제를 통해 정말 알 수 없는 돌연변이를 시킨 작물들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일부를 담당한다고 한다. 이런 돌연변이는 별로 탁월한 성능이 없지만 그것과 다른 품종을 교잡시키면 뛰어난 성능의 품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이렇게 난폭한 유전자 조작을 하는 식물에 이미 노출되어 있다. 단지 그것이 아직 큰 사건을 저지르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의 산물에는 관심조차 없으면서 가장 온순한 유전자 변이인 GMO에 대해서만 의구심을 가지는 것은 별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한 성능 개선은 가능성이 없고, 육종에 의한 거의 최종적인 종자 개량은 ‘잡종강세육종’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종을 교배한 잡종 F1이 각각의 양친보다 생활력이나 생육량 등에서 훨씬 우수한 특성을 이용한 품종개량이다. 이것의 단점은 말과 당나귀를 교배시키면 노새가 나오지만 노새는 번식이 안 되는 것처럼 한번 만들어진 씨앗이 계속 그 특성이 유지되지 않고 금방 퇴화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종자용 양친을 따로 키우다 교잡시켜 지속적으로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계속 씨앗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점이 종자회사가 탄생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이다.
사실 잡종강세만큼 지독한 유전자 변형도 별로 없다. 하지만 거기에는 교배라는 한계가 있어 종의 경계를 넘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반딧불과 배추는 교배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의 측면에서는 반딧불이의 발광유전자인 ‘루시퍼라제’를 누에 등 다른 곤충에 이식하여 빛을 내게 하거나 식물에 이식하여 불을 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이미 실험에 성공했다. 이런 놀라운 과학적 성취에는 관심도 불안감도 없다가 먹거리에 관련된 문제가 되자 그렇게 걱정거리가 된 것이다.

 


SECTION. 5 GM도 육종의 한 기술이다


A. GM은 육종보다 DNA의 변형 자체는 적다

전통의 교배육종은 유전자 전체가 섞인 것이다. 정말 많은 양의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미생물은 수천 개의 유전자, 식물은 수만 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그 유전자가 통째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와 만나서 랜덤하게 나누어 갖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GM은 특정 유전자 한두 개를 옮기는 것이므로 유전자의 변화량은 수천 배 적다.
그래서 GMO 작물 여부의 검사가 가능하다. 인간의 GM작물은 인간이 의도한 특정 유전자를 넣었기 때문에 그 유전자의 존재 여부로 GMO 여부를 판단 가능하다. 그런데 자연의 GMO는 어떤 유전자가 추가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검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옥수수를 검사한다고 하면 전체 230만 유전자 중에 실제로 발현되는 33,000종의 유전자를 전부 검사하여 그 중에 옥수수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유전자가 무엇이 있는지를 검사하여야 한다. 예전에는 한 생명체의 전체 유전자를 파악하는 데 몇 년씩 걸렸다. 인간이 추가한 유전자를 가진 작물인지 아닌지는 판단이 가능해도 전체적으로 유전자의 변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판단하는 기술은 아직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GMO 검사는 생물 전체에 걸쳐서 일어난 유전자 변형 정도의 검사가 아니고 단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의 검사이다. 2만개의 유전자를 가진 2배체의 작물을 4배체로 육종하면 유전자가 4만개로 2배로 증가한다. 자연의 돌연변이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외부 유전자 수십개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런 것은 관심의 대상도 분석의 대상도 아니다. 옥수수에 수십 개의 외부 유전자가 삽입되어도 그것은 전통의 옥수수이고 인간이 추가한 딱 한 가지 유전자만 있어도 완벽한 유전자 변형식품이라고 판정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사람들은 수만 개의 전체 유전자에 어떤 변이가 있어왔는지는 아무 관심이 없고, 단지 인간이 삽입한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에만 온통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심이 그나마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 유전자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생물에서 온 것이 아니므로 전혀 다르게 작동하거나 유전자를 이식하는 과정에서 다른 유전자에 알 수 없는 작용을 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별로 의미 없는 걱정 같다.

 


B. GM은 인간의 신기술이 전혀 아니다

우리는 주로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는 수직적 유전자 이동만을 알고 있다. 사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이 주로 그런 식으로 유전자를 물려받아 정체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소위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도 있다. 그래서 전혀 교잡할 수 없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경우가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통해 강제로 유전자를 전달받은 것이다.
인간의 창의적이라고 믿는 GM 기술은 사실 그런 자연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 이다. 바이러스 중에는 다른 숙주세포에 들어가 숙주의 유전자 속에 잠입하는 종류도 많다. 그런 바이러스를 통해 다양한 외래 유전자가 숙주세포 속에 이식되며 이런 일은 거의 모든 생명에서 일어난다. 30년 전에 담배 식물에서 세균의 유전자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생물에서 이런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우리 인간의 유전자의 상당량(무려 8%)도 이런 바이러스에 의해 전달받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 자체가 이미 전혀 다른 생명의 유전자를 이식 받은 천연의 GMO인 셈이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가장 작아 지구상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다. 이 중에서 숙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바이러스를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라고 하며, 이들에 의해 전달받은 유전자는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진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태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유전자도 이렇게 유입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 중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을 모두 제거하면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인간은 부분적으로 바이러스의 후손인 셈이고, 지금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GM 기술은 바이러스가 원조인 셈이다.
이런 자연의 GMO와 인간이 만든 GMO는 기술적 차이가 별로 없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천연 GMO는 무작위로 무차별 유전자가 삽입되지만, 인간의 GMO는 인간이 의도한 유전자만을 넣고 목적하는 식물이 만들어질 때까지 실시한다는 차이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GMO는 성공 확률도 정말 낮고,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을 확률도 정말 낮다. 그럼에도 자연에 무수히 많은 생명에서 수많은 외래 유전자가 발견되니 자연의 GMO는 도대체 얼마만큼 많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기 힘들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바다 속에 있는 바이러스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새로운 숙주로 전이시키는 횟수가 1초에 1,000조 회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인간이 모르는 GM 생물이 바다에서만 매초 1,000조 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월이 수십억 년이 지났다. 인간의 DNA 조작은 이제 고작 수십 년이고 그 횟수도 미미하니 인간이 아무리 열심히 GM 작물을 만들어 본다고 한들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해오던 GMO 조작의 1초 분량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오로지 인간이 만든  GMO만 걱정한다.



SECTION. 6 GMO은 원래 자연의 기술이다


A. 고구마는 천연 GMO 작물이다

참고 : 고구마는 천연 GMO
참고 : 자발적 GMO : 담륜충

사실 우리는 이미 수백~수천년 전부터 천연의 GM작물을 먹고 있었다. 바로 고구마이다. 겐트대학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과 근연종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는 원래 별로 쓸모없는 작물이었는데 박테리아(아그로박테리움으로 추정)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바람에 재배하기 쉽고, 먹기 좋은 작물이 되었다고 한다. 고구마는 자연적 진화가 아니라 세균의 GM(유전자의 수평적 이동) 기술에  의해 창조된 작물인 셈이다.
자연은 고구마처럼 항상 유리한 GMO만 만들지 않는다. 자연은 오히려 인간보다 훨씬 무자비하고 난폭하고 유전자 조작을 하고 있고 해로운 GMO도 많이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치명적인 병원성 대장균(O157:H7)의 경우이다. 평범한 대장균에서 이런 무서운 병원균이 만들어진 것은 약 55,000년 전이라고 한다. 바이러스의 감염(천연의 GM 기술)을 통해 독소를 만드는 외부 유전자가 온순한 대장균에 추가되어 만들어진 균이다. 보툴리누스균은 지상 최강의 독소를 만드는 세균이다. 그런데 이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도 세균 고유의 유전자가 아니라 프로파지가 유입시킨 외부 유전자이다. 암 바이러스도 정상적인 세포에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바이러스이다. 심지어 세균의 항생제 내성도 바이러스가 외부 유전자에 삽입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자연은 이처럼 해로운 유전자 유익한 유전자의 구분이 없이 마구잡이로 GMO을 만들지만 인간은 인간에게 해로운 유전자의 이식은 꿈도 꾸지 않는다.

 

B. 유전자 수평적 이동이야말로 진화의 핵심이다

자연의 난폭한 GM을 알면 그것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진화의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진화를 나뭇가지처럼 한 줄기에서 차례차례 분리되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작은 혼동 그 자체였다. 유전자의 마구잡이 이합집산이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심이 많고 일단 세포가 생기면 진핵세포의 탄생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지기만, 최초의 생명의 탄생보다 훨씬 힘든 기적이 바로 ‘진핵세포의 탄생’이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는 단순히 핵이 핵막에 감싸있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진핵과 원핵세포의 크기의 차이는 직경의 차이가 10배 이상이다. 부피로 치면 최소 1,000배이다. 이것은 진핵세포인간세포 1개에 원핵세포세균이 1,000~10,000개 이상 들어간다는 뜻이다. 기능과 구조가 행글라이더와 보잉747 이상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대도약의 배경에도 유전자의 대규모 이동이 있었다.
원핵세포 내로 산소를 이용하는 세균이 침입하여 대규모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에 의해 미토콘드리아로 변형되면서 비로소 진핵세포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전대미문의 대사건이고, 모든 고등생명의 탄생의 기반을 만든 대도약이다. 그런데 식물은 여기에 또 한 번의 대도약을 한다. 바로 광합성 세균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이 진핵세포로 침입하여 한 차례 대규모 유전자 이동을 하여 ‘엽록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식물은 동물보다 유전자도 많고 동물이 하지 못하는 온갖 물질의 합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진핵세포가 연합하여 다세포 동물이 된 이후에도 수시로 일어났다. 사실 진화는 DNA의 변화로 이루어지는데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한 진화보다는 다른 생명에서 만들어진 유전자 세트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통해 전달되고, 이것을 이리저리 변형하고 활용해서 이루어지는 유전자 변화가 오히려 진화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에 의한 유전자의 수평 이동이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바이러스 진화설’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C. 자연이 훨씬 난폭하다

자연은 바이러스 등에 의해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대량으로, 유용한 유전자와 독성 유전자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일어나지만, 인간의 GM은 인간에게 위험한 유전자 이동은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실제 GM의 위험성을 말하는 사람도 이동시킨 유전자 그 자체의 위험성보다는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말한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사실상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자연의 GMO이다. 자연에서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많이 일어났지만 그런 놀라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의 GMO는 이론적으로는 굳이 안전성 검토 실험을 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다. 그럼에도 최신의 기술이라 아직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안전성을 평가한다. 그리고 우리는 20년 정도의 섭취 경험마저 있다. 그런데 훨씬 위험한 천연의 GM은 아예 관심조차 없고, 그 횟수도 너무나 미약하고, 특정 목표만을 지향하고, 충분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인간의 GM만을 그렇게 두려워한다. 인간의 GMO에 대한 의문보다는 “천연의 GM이 정말 다양한 온갖 유전자가 온갖 위치에 무차별 삽입되는데 그런 생물에서는 왜 아직껏 에일리언 같은 괴물이 탄생하지 않았을까?”와 같은 질문이 훨씬 의미 있을 것이다. 크기가 기능을 제한하는 것이고, 기능이 크기를 제한한다는 물리 또는 생물학적 기본 법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SECTION. 7 인간의 GMO만 잠재적 대재앙이라고?


A. GM 기술의 첫 번째 희생양(?)은 대장균이었다

GM 기술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종주국답게 GM 작물은 기존의 작물과 동등한 안정성을 가졌다고 판단하고 일반 작물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이 처음부터 GM을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GM 기술로 처음 산업화에 성공한 것이 대장균을 이용한 인슐린의 생산이다. 1982년에 FDA는 유전자 조작을 거친 대장균을 통해 생산된 인슐린의 판매를 허가했다. 그런데 처음에는 대장균을 통한 유전자 조작의 연구에 반대가 대단했다고 한다. 대장균은 인간의 대장에서 살아가는 세균이다. 그 세균을 조작하다가 무서운 변종이 만들어지고, 그 균이 유출되어 인간에게 감염되면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중보건 관점에서 보면 이 박테리아는 최악의 선택이다. 대장균은 인간의 소화관 속에 살 수 있으며 입이나 코를 통해 인체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인간 몸 안에 들어온 대장균은 증식하고 영구적으로 몸 안에 머물 수도 있다. 따라서 대장균의 재조합을 연구하는 모든 실험실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은 위험한 재조합 대장균을 전 세계로 퍼뜨릴 수 있는 잠재적 보균자들이다.”   -『마이크로코즘: 생명과학의 핵 대장균의 모든 것』 칼 짐머

70~80년대는 유전자 기술에 대한 광풍이 불었던 시기에 수많은 생물학 관련 학자들이 유전자 기술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은 놀랍게도 항생제 내성균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대장균에 새로운 유전자를 넣으려고 할 때 그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삽입되었는지 알기가 어려웠는데, 목적하는 유전자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동시에 집어넣고, 일단 항생제가 도포된 배지에서 키우면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삽입된 대장균만 살아남는데, 그 중에서 목적 유전자도 같이 삽입된 균이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윤리적인 측면의 반대도 심했다. 30년 전에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행위 그 중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넣는 행위는 자연과 신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대장균을 가지고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것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인간의 유전자를 포함한 수백 종의 유전자를 대장균에 주입하는 실험이 마구 실시되고 있고, 실험이 끝난 대장균은 마구 방치하거나 폐기한다. 대장균이 굶주리고 고통을 겪으면 생존을 위하여 또 다른 변신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다. 과학자들은 대장균에 대한 엄청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면서, 대장균이 무섭게 변하여 감염될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우주복 같은 실험복을 입거나 하지 않는다. 아무리 인위적인 조작을 해봐도 진정한 슈퍼 대장균을 만드는 데 모두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장균의 무결성을 존중하여 대장균은 고유의 유전자만 가지고 있도록 요구하지 않고, 인간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하여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 냈다고 인간성의 존엄성을 떨어뜨렸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유전자 조작의 산물인 인슐린이나 혈액 희석제를 잠재적 독성물질이라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두려움과 경계는 이처럼 변덕스러운 것이다.

B. 육종이라고 무조건 안전하지 않다

2013년 6월, 대형마트를 통해 유통된 신품종 ‘잣버섯’을 먹은 사람들이 구토와 설사를 하여 응급실에 실려 갔던 사건이 있었다. 모 농업기술원에서 신품종을 개발하여 통상의 육종이라 인체에 유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시험재배를 맡겼는데 농가에서 마트에 납품을 하자 안전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육종은 전통적인 방법이라 무조건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한 사건이었다.
건강전도사들은 식물은 매우 복잡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그 중에는 식물에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발현되지 않고 있던 독소 유전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주변에 GM 유전자가 삽입되거나 염색체의 재배열이 일어나 이 독성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삽입된 위치가 무작위적이어서 기존 유전자의 구조를 혼란시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대재앙이라고 주장한다. 역시 한 번 의심을 시작하면 그 끝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일반 식물에서도 트랜스포존과 같은 변이는 자주 일어난다. 옥수수 중에 군데군데 검붉은 색을 띠는 옥수수 낱알들이나 꽃에서 특이하게 변한 색 등이 그런 현상의 결과물이다. 그런 트랜스포존에 의한 변이 등 다이내믹한 유전자의 표현은 항상 일어나는데, 왜 그것이 육종 중에서 가장 적은 숫자의 유전자만 변하는 GM에만 나타나는 현상인 것처럼 호도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심각한 편견은 그런 변이가 꼭 나쁜 쪽으로만 발현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유전자 중에는 발현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발현되지 않는 부분에 나쁜 부분만이 아니라 좋은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숨겨진 기능이 발현된다면 오히려 좋아질 가능성도 똑같이 있는 것인데, 건강전도사는 반드시 나쁜 부분만 발현될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이보다 황당한 편견은 이와 반대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논리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GMO는 특정 기능을 하는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래의 유전자를 추가하는 대신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사과를 깎고 시간이 지나면 갈변효소 때문에 금방 색이 변해서 기호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봉쇄시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이른바 ‘유전자 침묵 기술’이다. 이 사과에는 당연히 외래 유전자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 더구나 이 봉쇄역할을 하는 RNA도 다른 종류의 사과에서 추출한 것이라 외래의 물질도 아니며 ‘완전히’ 안전하다. 그러면 이 유전자 봉쇄 GM 사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시비를 걸지 않아야 하지만 이것 역시도 시비를 건다. 유전자를 봉쇄하는 과정에서 갈변효소만 침묵시키는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다른 유용한 물질을 만드는 유전자도 같이 침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말 일방적으로 인간의 기술만을 두려워하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

C. GMO의 잠재적 독성은 비현실적인 상상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 내려섰는데 갑자기 내 몸이 말짱한 방바닥을 그대로 통과하여 아래층으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하겠지만, 양자역학에서는 내 몸이 멀쩡한 벽을 그냥 통과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단지 그 확률이 내가 이 우주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계속 시도해도 그 사이에는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확률이 충분히 낮을 뿐이다. 그럼 소위 식품의 잠재적 대재앙이라는 첨가물의 복합작용, GMO의 잠재적 독성은 어느 정도의 확률로 발생할까? 우연히 멀쩡한 벽을 통과해 지나갈 만큼보다는 높겠지만, 평생 살아가는 동안에 단 한 번 마주칠 가능성조차 없다. 우리는 좀 합리적으로 걱정을 할 필요가 있다. 천연식품에도 수많은 흠결이 있다. 위험 성분이 없어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위험 성분의 함량이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수준으로 적어서 허용되고 있을 뿐이다. GM이 이런 천연식품보다 위험하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GM 작물은 육종이나 천연의 GMO에 비해 이론적으로 안전하고, 역사상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친 작물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섭취해온 많은 식품들 중에서 이만큼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시험되는 작물은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기도 하지만, 높아진 안전의식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운 ‘만에 하나’의 위험성까지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험성 제로’보다는 지금까지 문제없이 먹어 온 기존의 작물과 안전성에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만족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전분당과 식용유에 대한 표시사항은 의미 없다

- 표시사항이 늘면 안심이 늘까? 전혀 아니다

A. GMO를 먹으면 몸 안에 들어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고?

GMO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GM 작물이 아닌 경우에는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아는 사람부터, 유전자 재조합 식품을 먹으면 우리 몸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질병이 걸리고 암에 걸리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조금이라도 생리학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피식 웃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많다. ‘새를 잡아먹으면 날개가 생기고, 물고기를 먹으면 아가미가 난다’는 것만큼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식품원료는 원래는 생명이었고, 그 생명 안에는 유전자가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외래 유전자를 섭취하는 것이다. 식물, 동물, 세균, 심지어 바이러스의 유전자까지 세상의 모든 유전자가 내 몸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 식물의 유전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GM 작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식재료는 살아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음식이 되면 분자화학물질일 뿐이다. 철저히 분자 단위로 해체되어 흡수된다. 모든 전분은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유전자는 5가지의 핵산으로 분해된다. 그리고 이들 분자는 어떤 생명이든 완벽하게 같은 분자이다. 세상에 그 분자를 보고 원래 어떤 생명이 만들어낸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도 기술도 없다. 우리는 외부 분자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영양의 흡수라고 하고, 외부 생명이 내 몸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감염이라고 한다. 감염은 피해야 할 현상이다.
그리고 유전자 기술은 유전자 작물을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비타민이나 효소,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예컨대 치즈 제조에 필요한 응고제인 ‘응유효소’는 예전에는 송아지 위장에서만 얻을 수 있었지만, 미생물에서 생산한 유전자 재조합 응유효소가 개발돼 1990년부터 상업화되었다. 현재 유전자 재조합 응유효소는 영국,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치즈의 80~90%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식물 섬유소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셀룰라아제라는 효소는 포도주, 주스는 물론이고, 섬유가공, 제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만 5종 이상의 셀룰라아제가 GM 미생물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효소를 이용하며 만든 여러 가지 식품을 먹는다.
세상에 수많은 생물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대장균이 쓰는 포도당이나 집채만 한 고래가 쓰는 포도당은 완벽하게 같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완벽하게 같고, 지방산도 완벽하게 같고, 관여하는 유전자와 효소도 같다. 그래서 대장균의 연구를 통해 코끼리의 대사를 똑같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우리의 몸에 대해 알게 된 지식은 대부분 대장균, 초파리, 아기장대와 같은 몇 가지 생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작물에 어떤 외래의 유전자를 도입해도 그 유전자로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 하나가 달라지는 것이지 포도당전분, 지방산지방 같은 구성 분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것마저 너무 심하게 의심한다.


B. 전분당의 출처를 따지는 것은 블랙코미디이다

전분은 그냥 포도당의 사슬구조일 뿐이다. 어떤 GMO도 포도당의 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일부러 포도당의 구조에 변화를 주는 GMO를 만들려 해도 그것은 인간의 기술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포도당은 정말 생명의 기본 분자여서 관련된 대사 및 효소만 600개가 넘는다. 포도당은 너무나 간단한 구조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변형이라도 있으려면 여기에 관련된 600개 이상의 효소도 동시에 바꾸어주고 연관된 효소도 잘 조정해주어야 한다. 한 개의 유전자의 발현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겨우 성공할까 말까 한데, 동시에 600개 이상의 유전자를 바꾸는 조작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도 의심스럽다면 그냥 포도당 구조를 검사해보면 그만이다.
포도당이 사슬로 이어진 것이 전분이다. 따라서 어떠한 전분이든 분해하면 결과물은 똑같다. 전분당포도당이 되는 것이다. 전분당에는 다른 어떤 성분도 없다. GMO를 포함한 어떠한 유전자나 유전자 산물도 포함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포도당이 혹시 GMO 산물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지, 그래서 내 건강을 해치지 않는지 걱정하는 것은 ‘옛날에 사약을 만들 때 쓰인 물이 바다로 흘러가 빗물이 되어 다시 내려와 샘물이 된 후 지금 내가 마시는 물에 몇 분자가 포함되어 내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유치하다.

C. 지방의 출처를 따지는 것 또한 블랙코미디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GM 작물을 생산하고 또 가장 많이 소비한다. 이에 비해 유럽은 매우 까다롭게 관리하고 우리는 그 중간 정도 수준이다. GM 표시가 소비자의 알 권리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권리를 존중한다. 그래서 식물을 통째로 먹거나 단백질을 포함한 상태의 경우에는 GM 표시를 하겠다는 데 불만이 없고,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불만이 없다. 이미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법규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 하나 추가한다고 감당하지 못할 나라도 아니다. 나는 단지 전분당이나 지방에 GM 여부 표시를 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만 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지방은 순수한 지방이다. 식물마다 구성하는 지방산의 비율, 포화/ 불포화/ 다가불포화의 적절한 비율이 달라지는 것이지, 세상에 없는 지방산이 만들어지거나 지방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포화/ 불포화 비율이 적합하고 산패가 적은 기름을 섭취하면 되는 것이지 무작정 포화지방이 나쁜 것도, 불포화지방이 좋은 것도 아니다. GMO의 흔적조차 없는 지방을 가지고 그 출처가 GM 작물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따지겠다는 생각은 과학을 부정하고 다시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과 아무 차이가 없다. 전분당이나 지방의 경우 유전자조작 식품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출처에 관계없이 완벽하게 같은 물질이라는 뜻인데 그것이 마치 그 위험을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다.




SECTION. 9 GM 식품은 몰라도 GM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A. 알 수 없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BT 기술은 IT 기술에 비하려 아직까지는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우리의 생명에 대한 지식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동안 나름 많은 발전을 하였고 앞으로는 더욱 발전해야 할 분야이다. 그런데 지금의 GM에 대한 너무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면 과연 향후에 어떤 BT 기술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과학자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할 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적 산물이 등장할 때에 GM보다 안전성에 관해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 것은 없었다. 자동차도, 항공기도, 컴퓨터도, 의약품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눈높이가 높아져 신기술인 GM은 가장 까다로운 검증을 거치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불안해한다. 그래서 GM을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첨단 BT 기술로 받아들일지 인간을 위험과 불행으로 추락하게 할 기술일지 판단하는 것은 과학보다는 감성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B. GM 기술은 식량보다 질병의 치료 기술에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요즘은 GM 기술 개발은 제초제 내성, 해충 저항성 같은 기존의 목적 이외에 비타민 함량 강화, 가뭄에 내성, 곰팡이 내성, 바이오 연료 생산, 중금속 오염물질 제거용 식물, 의약품 생산용 작물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GM 작물의 수입을 금지하던 유럽도 2005년부터 점차 수용 자세로 바뀌고 있으며 기업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년 3월에는 산업용 GM 감자의 재배를 유럽연합이 승인하는 등 GMO의 종류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농업생명공학 기술개발을 통한 식량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교황청도 지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비타민 A가 강화된 골든 라이스와 같은 기능성 GM 작물에 대해서는 그린피스에서도 지지를 표명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GM을 찬성하는 사람 중에는 앞으로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에서 GM이 기존의 육종만큼 놀라운 성과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측면에서 GM 기술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힐블롬 노화생물학 센터의 신시아 케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선충의 수명을 6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선충은 수명이 유난히 짧아 10일이면 노화 증세를 보이고 2주 내에 늙어 죽는데 연구팀은 단 하나의 유전자Daf-2를 조작해 84일, 인간으로 치면 480년을 살게 한 것이다. 인간의 경우도 이와 약간 유사한 유전자가 발견되었는데 1998년 일본 다나카 마사시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DNA에 한 가지 독특한 변이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80대에 이르면 이로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 갈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유전적 변이가 없는 사람에게 유전자를 교정해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효과 높은 의약품을 개발한 셈이 되는 것이다.
사실 유전자의 교정 기술은 가장 저렴하면서 확실하게 노년의 질병을 막아줄 수단이다. 하지만 적절한 유전자 조작 기술이 없으면 이런 연구 결과는 그림의 떡이다. 유전자의 교정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 연장하는 방법을 발견하여도 그것을 실현시킬 GM 기술의 발전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C. 새로운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의 발견과 같은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GM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을 발견되었다. 크리스퍼는 세균에서 염기서열이 짧게 반복되는 DNA 조각을 뜻한다. 1980년대 일본 오사카대학 연구진이 그 존재를 찾아냈는데 최근 이것이 미래를 바꿀 신기술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 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유전자 하나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리던 일이 이제는 며칠이면 된다. 이 기술을 작물에 응용하면 기존에 왜래 유전자의 도입 없이 작물 내부의 유전자원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새 작물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에는 크리스퍼 2.0이라고 할 만한 좀 더 효과적인 유전자 가위가 발견되었다. 이것은 세균의 면역계를 탐사하다 발견된 것인데, 이 발견은 세균계에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효과적인 유전자 가위가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미 농무부는 CRISPR로 편집한 버섯(Agaricus bisporus)은 GMO로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기존의 GMO 기술보다 훨씬 정교한 유전자 교정의 기술을 사용했지만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외래 유전자가 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GMO 검사는 생물 전체에 걸쳐서 일어난 유전자 변형 정도의 검사가 아니고 단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의 검사이기 때문에 이런 작물이 나오면 자연적으로 교정된 것인지, 인위적으로 교정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우리가 GMO를 혐오하기만 하는 이 순간에도 유전자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GM 작물이 전혀 필요 없다고 해도, 유전자 기술은 앞으로 증가할 유전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해와 두려움만 많을 뿐이다.

D. 거꾸로 알고 있는 것이라도 바로 알자!

생명의 문제는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연결)의 문제이다. 우리는 연결의 문제를 개체의 선악의 문제로 파악하여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너무 많다. 특효약을 해결할 만한 지엽적인 과제의 해결은 대부분 끝났고, 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한두 가지 요소만 작용하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간단히 보이는 비만의 문제도 관련 인자가 3,000개가 넘는 생명현상 그 자체인데, 다이어트 등 뭔가 기발한 방법만 꿈꾼다. 그래서 100년간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암, 노화 등의 문제도 시스템의 문제인데 우리는 항상 한 방에 해결할 비법을 꿈꾼다.
우리가 해결을 꿈꾸는 주요한 과제의 마지막 수단은 유전자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비만, 암, 노화, 질병, GMO, 슈퍼균 모두 DNA(유전자)의 문제이다. 인간의 놀라움은 유전자의 수에 있지 않고, 제한된 숫자의 유전자를 놀랍도록 정교히 활용하는 데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를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제 겨우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 정도만 알게 되었다. 즉 물감의 종류만 파악한 것이다. 그 물감을 가지고 어떻게 예술적인 작품을 그리는지 물감(유전자)의 활용 기술을 이해하는 데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대가 오면 정말 인간이 원하는 어떤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도전할 것도 많은데, 유전자의 기술은 모두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시대가 되었다. 도전하라고 부추겨도 그 고난의 길로 들어가기 쉽지 않을 텐데, 오히려 비난하는 환경이니 너무나 난감하다. GMO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판단능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SUMMERY

참고 : 복스 : GMO의 모든 것

-GMO는 인간이 최근에 개발한 독창적 기술이다? 전혀 아니다
GM의 원천 기술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다. 태곳적부터 무차별 다량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진화와 다양성 확보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GMO는 암, 알레르기 등의 질병을 유발한다? 전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지만 예상치 못했던 과정을 통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수많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것들이다.

-GMO는 인간의 급진적 기술이다? 전혀 아니다
현존 식용작물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위적인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상태라고 봐도 한다. 인간의 GM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고 특정 타겟을 가지고 특정 유전자만 실시하지만, 자연의 GM은 무차별적이고 대량이다. GMO는 전통 육종법의 정확도를 높인 기술로 보는 게 타당하다.

-GMO의 유해성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 아니다
GMO 작물이 처음 실험실에 등장한 것은 30여 년 전이며, 1994년에 최초의 상품이 출시됐다. 이후 안전성에 대한 1,700건 이상의 리뷰가 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는 못하겠지만 작물중에는 역사상 가장 철저한 검증이 있었다.  

- GMO 연구는 모두 거대 농업기업들의 자금으로 이뤄진다? 아니다
유전자 공학의 잠재적인 위험을 망라한 제네라(GENERA, Genetic Engineering Risk Atlas) 프로젝트에는 유전자 재조합 식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연구 1천여 건이 등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약 1/3은 독립적으로 자금을 마련해 진행된 연구라고 한다.
이런 독립적인 연구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등 국제적 의학 과학단체 등이 포함돼있다. 그리고 계속 독립적인 연구를 하는 새로운 연구기관이 늘고 있다.

- GMO 종자라서 대를 이어 심을 수 없다? 아니다. 잡종강세라 성능이 떨어져서 그렇다
육종된 씨앗도 종자회사에서 구입하여 사용한다. 가장 성능이 좋은 단계로 잡종강세가 이루어진 품종이라 그 씨앗은 다음 대에서 원하는 특성이 발현되지 못한다. GM 목화나 콩의 경우 대를 이어 심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농부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작물의 품질이 떨어지고, 병충해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 GMO 때문에 내성 해충이나 잡초가 등장할 것이다? 아니다. 모든 농사에 공통현상이다
어떤 방식이든 항생제 사용이 내성균을 만들었듯이 내성 해충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이는 GMO와 상관없이 어떤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든지 마찬가지이다.

- GMO 작물이 야생으로 퍼져 생태계가 교란된다? 가능성이 별로 없다
기존 농산 작물이나 GM 작물은 모두 인간의 관리와 보호 없이는 야생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작물을 재배할 때 유전자가 부근의 야생 근연종으로 유전자가 제한적으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성공률이 워낙 낮고, 우연히 교배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품종이 우위를 차지할 확률은 별로 없다. 항생제 내성균이 항생제의 보호가 없으면 다른 균에 밀리는 원리와 같다.

-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창출되는 이윤은 누가 다 가져가나요?
누가 이윤을 얼마만큼 가져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2010년 한 연구를 보면 이윤과 효용을 1로 놓았을 때, 대략 1/3은 종자를 개발하는 회사에, 나머지 1/3은 미국 농부들이, 그리고 나머지 1/3은 소비자들에게 간다고 한다.

- 전 세계가 한 품종으로 통일될 것이다? 그것은 GM이 아닌 욕망의 탓이다
육종으로 만들어진 품종은 그 극한까지 개량된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 방치하면 무조건 퇴화된다. 한 품종이 전 세계를 장악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농작물의 품종을 단일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무한한 가격경쟁이지 GM 기술이 아니다. 워낙에 가격 경쟁이 심하여 이익은 최소화되니 농부는 무조건 가장 경제성이 좋은 작물만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가장 경제성이 있는 품목만 재배해도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현실에서 품종 단순화의 원인을 GM에서 찾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상품이 단순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이 치열한 가격경쟁이 있다. GM 기술 자체는 사라진 생물체를 다시 복원하는 등 다양성의 확보 방법도 있다. 가장 많은 품종을 만들고, 종자를 보관한 곳은 종묘회사이다.

- 거대 종묘회사의 음모? 불신에 의한 비용도 한 몫 한다.
GMO는 쉬운 기술이 아니다. 수천 가지를 개발해도 그중에 하나라도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많지 않다. 실험실 단계로 완성된 것은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간이 4~5년이 걸리고, 비용은 품목별로 평균 1억 4,000만 불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안전성이 확인되어 재배를 하여도 수출하려면 수입국에서 안전성 평가를 받는데 3~5년이 걸린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에 어지간한 기업은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다. 안전성을 의심하는 만큼 안전성의 평가에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고, 그 대기업은 그 개발비용을 보존하기 위해 종자의 특허권 확보와 종자 판매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

-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전자 재조합 식품이 꼭 필요하나요?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가 96억 명이 될 것이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릴려면 GMO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옥수수나 콩의 수확이 늘어난 건 GMO 기술보다는 육종과 영농 기법을 현대화였는데, 그만큼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이다. 살충제 소비 감소, 화석연료 사용에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환경운동가들도 역시 인정하는 혜택이고 몇몇 GM 작물은 영양적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보다 큰 의미는 앞으로 인간의 질병의 치료에 더 필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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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올리기            방명록           수정 2016-12-23 / 등록 2016-04-18 / 조회수 : 24322 (383)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