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 자연

사람들은 실제 자연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완의 쾌락 vs 긴장의 쾌락  
- 익숙한 것이 맛이 있다
- 재현성(=일관성)이 품질의 기본
- 새로움은 기대와 설레임
- 새로움 : 주의, 놀람, 기억
- 자연스럽다는 익숙하다는 뜻

- 모기와 날파리... 자연을 좋아 한다고

- 호랑이  뱀이 넘치는 ... 자연을 좋아한다고

 

- 자연의 맛을 좋아한다고

자연스럽다 = 익숙하다
-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여러 관행도 원래는 '부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예컨대 옷을 입는다든지, 몸을 씻는다든지 하는 일이 그러하다. 옷을 입기 전까지 인간은 분명 추운 기후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예방 접종은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반발을 샀다.
- 불에 익힌 음식을 먹는 것도, 집에 난방을 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다.
- 문명의 모든 진보는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부자연스럽다고 비난받기 마련이다.
-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추출기라고 생각하는 것도 1938년 아킬레 가치아가 특허를 낸 것이며, 너무 복잡한 나머지 당시에는 급진적이라는 취급을 받은 기계다.



- 나홀로 미식수업, 후쿠다 가즈야

예를 들어 자연은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것은 아름다우며 숭고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정교한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라는 말리 지나치다고 느껴지셨다면 생각해보십시오. 위의 말의 전제에는 자연이 인간에 의해 정복되었을 때, 아니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충분히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영향 아래에 있을 때입니다. 그제야 인간은 비로소 자연을 즐기고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어느 맑게 갠 날, 당신이 눈에 쌓인 산 정상에 올라서서 시원하게 펼쳐진 산등성이를 본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분명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산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을까요? 집에서부터 쭉 걸어가셨나요? 우리가 산을 사랑하는 배경에는 어마어마한 근대 기술의 발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학사 또는 미학사에서 대자연을 찬미하고 그 웅대함을 사랑하는 감성은 대개 18세기 말 낭만주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루소, 괴테, 실러, 베토벤, 슈베르트, 터너의 시대입니다. 여기에서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낭만주의 시대는 유럽 교통망이 대대적으로 확충되던 시기입니다. 유럽 각지에서 길이 정비되고 기찻길도 점점 늘었습니다. 여행객들이 웅대한 알프스의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18세기 말부터입니다. 그리고 산과 들이 시와 그림의 테마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 이전, 즉 산과 들이 개발되기 전 예술에서 자연이란 전원이나 정원을 말했습니다. 인간의 손길이 닿고 인간에 의해 디자인 된 것이 풍경이자 환경이었던 셈입니다. 그런 한정된 자연관이 넓어진 것은 바로 산과 들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이 커진 덕분입니다. 다시 말해 산이나 들을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은 결코 우리 마음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효과와 연출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각된 것입니다. 우리가 의심할 나위 없이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다고 생각한 대자연에 대한 감탄은 오히려 자연이 아니라 문화에 속합니다. 음식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세기 말의 시인인 오스카 와일드는 ‘천연은 인공을 모방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정반대로 말한 것이 아니야 하겠지만 와일드의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의 말은 치명적인 진실이고,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허를 찌르는 진리입니다.
근대 이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정보를 접합니다. 알프스 산맥에 가기 전에 영화, TV, 그림, 문학작품 등을 통해 미리 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니 알프스를 보게 되면 이미 가지고 있는 알프스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알프스를 보게 됩니다. 천연이 인공을 모방한다는 말은 우리가 인공적인 작품들로 먼저 자연을 접하는 사태를 지적합니다. 이것은 다른 모든 것에도 적용이 됩니다.
사람들은 연애를 할 때도 실제 연애를 경험하기 전에 이미 소설이나 만화를 통해 먼저 접합니다. 질투, 애달픔 같은 감정을 이미 인공적인 미디어를 통해 체험합니다. 일찍이 19세기 중반에도 소설가 스탕달은 도시의 여성들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없다고 개탄했습니다.
미디어가 범람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에서든 인공이 빠진 천연은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공적인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고, 모든 인공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연적이고 꾸밈없는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말만큼 안이하고 악랄한 주장은 없습니다. 그런 주장에 따라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자신’이야말로 가장 인공적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