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 진화, Network

확률적으로 안전해도 운명적으로 불안해 한다

확률과 운명
- 암에 안 걸릴 확률, 이물 확률
- 확률적으로 안전해도 운명적으로 불안해 한다

식품에 대해 실제보다 불안한 이유
- 모순 : 식품이 안전해 질수록 소비자는 불안해 한다
- 개인에게는 아무리 안전한 확률도 운명에 따라
- 불안 증폭 사회 : 불량공포 : Franken fear
- 신뢰와 소통의 부족
-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의 차이


식품은 가장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식품은 몸으로 섭취하는 것이고, 아무리 확률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해도, 그 확률이 나일 가능성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아이는 그 확률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 그 자식을 돌봐줄 하나밖에 없는 부모, 일가친척도, 고향도 없어진 시대라 그래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 자기 자신의 몸 말고는 믿을 것이 없어진 사회

1960년대,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인 공동체 로제토(Roseto) 마을 있었다. 이 마을 주민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아주 신기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유달리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다는 점다. 이것이 놀라웠던 이유는 로제토 사람들이 술과 담배를 즐기고, 비만한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심장병 위험인자가 가득한 지역에서, 실제 심장병 사망은 적게 발생했으니 놀라울 수밖에. 더구나 불과 1마일 떨어져 있고, 같은 식수원으로 물을 공급받고,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또 다른 이탈리아 이민자 마을인 방고(Bangor)는 로제토 주민들 보다 심장병 사망률이 2배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온갖 지표를 살피고 그들의 삶을 관찰했다. 하지만 어떠한 의학지식으로도 로제토 마을의 낮은 심장병 사망률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의학 논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구절로 사람들의 생활을 묘사한 보고서를 남겼다.
“로제토 마을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사람들이 삶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그들의 삶은 즐거웠고, 활기가 넘쳤으며 꾸밈이 없었다. 부유한 사람들도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과 비슷하게 옷을 입고 비슷하게 행동했다. 로제토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 공동체는 계층이 없는 소박한 사회였으며, 따뜻하고 아주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신뢰하였으며 서로를 도와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있었지만, 진정한 가난은 없었다.”
이 마을의 이런 특별함은 니스코(Father de Nisco) 신부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문화이다.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죽으면, 죽음을 함께 애도했으며, 부모가 사망하면 그 집의 아이들을 함께 돌봐주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식량과 돈을 받을 수 있었고, 가족이 경제적으로 파산했을 때 그 가족을 돕는 것은 공동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1992년, 50년 동안(1935-1985)연구 결과를 정리한 최종 결론도 심장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위험인자 분포에는 아무 차이가 없었으나, 최소 30년 간 심장병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고, 인간관계(사회적 인자)가 심장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였다.
삶의 의미가 삶의 큰 힘이라는 여러 증거가 있다. 여러 장수촌의 비결에도 등장하고 심지어 여자들이 오래 사는 이유의 설명중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한다. 동물은 폐경이 올 때 쯤이면 수명을 다한다. 그런데 사람은 폐경이후에도 꽤 오래 산다. 이것을 설명하는 가설이 ‘할머니 가설’을 세웠다. 엄마로만은 부족하고 할머니까지 동원되어 자식을 돌보는 것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 자신의 건강이나 미래에 건강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회

예전에는 일가친척이 많은 고향에서 대가족을 형성하고 어릴 적 친구와 같이 살았다. 가진 것이 별로 없었어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았다. 너무나 가난해도 요즘처럼 결혼이나 자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짚신도 제W짝이 있다면서 당연히 결혼했고, 결혼하면 제 먹을 숟가락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며 걱정말고 아이를 낳아라가 기본 마인드였다. 터무니없는 난관주의였지만 별 탈 없이 잘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진 세대이다. 삼포시대를 지나 출산까지 포기한 세대인 것이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아무도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것 같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런 자유도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주변에 아픈 사람은 많았고, 항상 골골대는 사람을 주변에서 보면서 자신의 사소한 아픔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던 시대이다. 지금은 아프면 의사 말고는 물어볼 사람도 없다. 의사와 별로 친하지 않아 무성의 하게 들리고, 예전에 주변에 이웃이나 친구, 선배가 '나도 그 나이에는 그랬어' 한마디에 끝날 고민도 불면의 밤을 보내야할 심각한 불안으로 작동한다. 의사는 많지만 주치의 제도도 없어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위로 Care 받을 사람도 없어진 시대이다. 미래에 자신감이 없을수록 내 몸을 지켜야할 당위성은 커지고, 자연스럽게 건강정보에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습득한 정보는 불안장사꾼의 선동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혹하면 남편도 과학도 아무 소용이 없는 진리의 말씀으로 통용된다. 신념을 넘어 종교의 수준이 된 사람도 많다고 한다.

 

- 미래는 불안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

몰랐다! 왜 몰랐느냐? 너만 몰랐다! 쏟아지는 건강정보가 워낙 현란하고 풍부하여 만약에 아이가 아프면 그것은 모두 부주의한 무관심한 부모의 잘못인양 죄책감을 느끼기에 딱 좋은 시대이다. 아이의 몸에 독이 쌓인다는 책도 있고, 온갖 좋은 식품, 피해야 하는 식품의 정보가 넘치는데 그런 공부하여 아이들 돌보지 않으면 무책임한 엄마, 나쁜 엄마가 되기에 딱 좋은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자주 아프다. 아플 때 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해서, 뭐를 몰라서, 뭐를 잘못 먹여서 그런 것이 아닌지 미안하고, 불안하고, 죄책감이 들기 딱 좋다. 더구나 주변에 누구는 그러저러한 정보를 모두 꿰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만 너무 게으른 엄마가 아닌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자기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스트레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직장의 안정성이 많이 떨어져 버렸다. 예전에는 서울대가 인기였는데 지금은 의대만 인기학과라고 한다. 다른 학과는 나이가 들어 직업이 불안정해 졌는데 그래도 의사와 공무원만이 나이가 들어도 안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다. 더구나 인공지능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숙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갈수록 이익은 사라지고 각박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데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인간의 일을 잘 해낼 것이라는 전망에 우리는 아무도 그런 미래를 짐작조차 못하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시대를 버티려면 몸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더욱 건강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