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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맛 & 맛의 왜곡

본연의 맛 & 맛의 왜곡?
- 감각은 심리적 현상(환각)이다
- 사과에 사과맛은 없다. 사과향만 있다
- 맛은 학습에 의한 것이다
- 익숙한 것이 맛이 있다
- 재현성(=일관성)이 품질의 기본
- 맛의 획일화? , 나쁜 맛을 감춘다?
- 민감화, 둔감화 : 손실에 민감하다

재현성 : 맛의 표준을 만들어 식별력을 키운다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템플레이트(template)의 형성이 필요하다
친구 아들 중에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중학교 때부터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닌 젊은 친구가 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프랑스 부르고뉴의 디종 지방에 사는 이탈리아계 여성과 사귀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족을 매우 중시해서, 연애할 때도 마치 가족의 일원처럼 대접받으면서 여자 친구의 집에 자주 놀러갔던 모양이다. 마침 여자친구의 가족은 부르고뉴에 작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다른 지방의 와인은 거들떠보지도, 입에 대지도 않았다고 한다. 여자친구 덕분에 약 3년 동안 부르고뉴 와인만 마셔온 그 젊은이는, 나중에 다른 지방의 와인을 마시면 쉽게 맛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막연하게 맛이 다르다고 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기와 여운, 밸런스, 색의 차이까지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템플레이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54쪽) 홍성태 조수용의 '나음보다 다름' 중에서(북스톤)

- 감각은 차이 식별에 능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비슷해서 잘 구별이 안간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는 외국인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예전에는 정말 그랬다. 우리에게는 여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자주 보면서 갖게 된 템플레이트, 즉 '전형적인 형태'가 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을 만나도 원래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템플레이트가 있기 때문에, 그 템플레이트와의 차이점만 파악해 어렵지 않게 그 사람을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보지 못한 외국인의 경우 그런 템플레이트가 없기 때문에 구별히 힘들다. 일단 한분야라도 집중하여 전형적인 형태를 체화하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학습 특성에 적합한 것이다

인간은 패턴 & 차이식별 머신이다 <감각, 착각, 환각>

인간은 패턴 찾기에 정말 능하다. 그래서 병아리 감별이나 위폐 감별에 기계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병아리 암수 감별의 키포인트는 항문 쪽에 있는 생식돌기다. 이 생식돌기의 광택·모양·각도 등을 살펴 색이 선명하고 모양과 각이 분명하면 수평아리, 그 반대면 암평아리라고 판정한다. 그런데 새의 97%는 외부 생식기가 없는 상태이고 더구나 갖 태어난 병아리는 그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병아리의 감별에 프로 감별사의 성공률은 99% 정도라고 한다. 수작업을 대체할 감별기를 개발한 적도 있지만, 성공률과 효율성면에서 사람에 비해 월등히 떨어져 사장되고 말았다고 한다.
기계로는 힘든 병아리 감별이 인간이 가능한 이유는 패턴화 능력이 뇌의 궁극적 기능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오랜 생존 투쟁에서 산물인 것이다. 생명과 기계의 가장 큰 차이는 생명은 복잡한 환경에 대처하고 생존한다는 것이다. 복잡함에 대응 능력에 패턴화 능력이 크게 한 몫 한다. 패턴화 능력은 유사한 특징을 그룹화하거나 분리하는 능력이다. 생존에 중요한 것이 먹이를 쉽게 찾고, 사나운 맹수의 위장을 빨리 눈치 채는 것이다. 숲에 숨은 사자의 부분적 모습에서 재빨리 사자 전체 모습을 유추해내야 한다.
세상에는 일정한 형태, 유형, 양식 등이 일정한 주기로 배열되는 것이 아주 많다. 반복, 대칭, 순환구조를 가지는 것은 모두가 패턴이다. 목욕탕의 타일이나 벽지도 패턴이고,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는 좌우 대칭의 패턴이다. 순환의 의미로는 계절에 따라 날씨가 변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패턴이 많다. 한 분야에 대가를 이룬 사람들은 복잡한 사안들을 몇 가지 단순한 패턴으로 이해한다. 어떤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문제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어떤 패턴을 찾는 것이다. 자연이든, 사회든 복잡한 현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진 구조’를 찾자는 것이 패턴적 사고이다. 패턴 찾기는 학습 자체이기도 하다.
피아제는 아동의 사고는 동화(assimilation)와 조절(accomodation)의 두 가지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엄마와 길을 가다가 자전거를 보고 엄마에게 "엄마, 저게 뭐야?"라고 묻고, 엄마가 "자전거란다"하고 대답해주면 아이는 '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 가는 것은 자전거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전거라는 패턴이 형성된 것이다. 다음날, 그 아이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야! 자전거다”라고 말하면 그것이 바로 동화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전거라는 패턴으로 오토바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저건 자전거가 아니라 오토바이란다" 라고 말하면 아이는 혼동이 일기 시작한다. '분명 바퀴가 두 개이고 그 위에 사람이 타고 있는데 왜 자전거가 아니지?' 아이는 어제 본 자전거와 지금 본 오토바이와 비교하고 차이점을 찾기 시작한다. 아이는 "바퀴가 두 개이고, 사람이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고, 혼자서 쌩쌩 달려가면 오토바이구나"라고 패턴을 추가한다. 이것이 조절된 학습이다. 여기서 또 다른 패턴을 만나면 아이는 다시 고민하고 개념을 세워나간다. 결국 패턴의 발견과 정리가 학습인 셈이다.
우리는 한 가지 물건이라도 정확히 똑같이 보는 경우는 드물다. 동일한 책상 위의 스탬프라도 약간만 돌려도, 놓는 위치가 달라져도, 책상에 앉은 자세가 달라도, 조명이 달라도 모두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똑같다고 느낀다. 그 물건에 대한 불변 표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컴퓨터로 인식시키면 모두 다르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불변표상 능력 때문에 쉽게 모두 한 형태의 다양한 변형(표현)인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 즉 패턴을 잘 보는 사람을 천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눈앞에 보이는 나무에 집착하다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천재들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이도 다양한 조합을 통해 패턴을 찾아낸다. 물론 이런 천재도 연습과 집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일단 머릿속에 억지로라도 패턴을 기억하고 만들기를 반복하면 패턴들이 스스로 반복되고 복제되면서 새로운 패턴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일에 익숙해지면 아무런 공통점도 없이 완전히 달라 보이던 두 사물에서도 어떤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한 현상도 결국은 여러 패턴의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어떤 패턴을 찾을 수 있다면 예측이 가능하고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불변표상을 만들어 세상을 쉽게 판단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익숙해져야 표준 패턴이 생기고, 표준이 생겨야 제대로 평가가 가능하다

익숙함은 나름 표준을 만든다. 표준이 비교와 소통의 기준이 되고 익숙함과 친숙함 그래서 결국 시장의 크기를 낳는다. 스포츠나 게임의 룰이 통일되어야 시장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맛에 표준이 있다고 하면 조금 의아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마니아의 세계에는 표준이 있다. 예를 들어 냉면의 경우 상당히 단순한 구성이라 면발, 육수, 고명하나 하나가 나름 표준이 있고 서로 비교하면서 우열을 가리기도 하고 자신에게 최고인 것은 ‘이러저러한 조건을 갖춘 어디 식당의 냉면이다’라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이야기 한다. 라면은 맛이 가장 일정한 음식이다. 그래서 항상 기대에 부합하는 맛이고 oo 보다 맵고 oo 보다는 순하다는 식으로 비교와 소통이 가능하다.
커피에 많은 메뉴가 있다. 맛은 다르지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같으면 소비자들이 머릿속에서 그리는 기본적인 그림이 있고 그 그림으로 맛을 평가하고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처럼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표준이 없다고 할 것이다. 커피와 비슷한 기능의 음료가 녹차일 것이다. 그런데 녹차에는 마땅한 표준이 없다. 그래서 어떤 녹차가 좋은 녹차인지 말하기도 힘들고 서로 동의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관심을 받기 힘든 것이다. 와인 시장이 크다. 시장이 커서 전문 감별사인 소믈리에가 있다고 할 수 있고, 소믈리에가 표준을 잡아주기에 시장이 커졌다고 할 수도 있다. 막걸리에는 충분히 표준이 있을까? 시장에 파는 농산물도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시장은 항상 일정한 등급을 갖추고 표준이 있어야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차는 표준이 있기 때문에 맛과 색과 향과 잎의 모양에 따라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차 생산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표준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차 생산 농가들은 지역 단위로 이 표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표준을 만드는 것은 차의 이름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차가 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지와 같은 것으로 차 생산자들의 목표가 된다. 한국의 차가 다원의 녹차와 선방의 녹차가 다르고, 해마다 녹차 맛이 다르고, 다원마다 다르다. 그 다양성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장점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보증된 명품으로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연의 맛?

흔히 '재료의 본연의 맛'을 잘 살렸다고 하는데, 이 본연의 맛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맛? 사실 인간이 키운 농작물과 축산물은 인간의 입맛에 딱 맛는 작물을 육종을 거듭하여 개량한 것이라 자연의 맛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인간의 기교가 적게 들어간 것이라고 치더라고 우리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추가적인 조리과정을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좋은 재료에는 단순한 조리가 가장 좋다'라는 명제가 있어서 인지 간을 최소로, 조리도 최소로, 이런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요리를 자연 그대로 맛 또는 본연의 맛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공하지 않는 것 같은 생선회에도 많은 인위적인 행위가 상당히 있다. 일단 횟감의 재료가 아무런 생선을 쓰는 것은 아니고 횟감에 적합한 것을 쓰며, 보관조건과 기간에도 규칙이 있다. 그리고 생선을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껍질과 뼈를 발라내고 먹기 좋게 회를 떠서 먹는다. 그래도 그 정도는 자연의 방식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아무도 순수하게 회만 먹지는 않는다. 반드시 초장이나 와사비, 간장 등에 찍어 먹는다. 또한 다른 반찬과 같이 먹는다.
가장 단순한 요리도 사실은 그것만으로는 맛있는 맛이 아닌 것이다. 예전에 외국인이 생선을 가열하지 않고 회로 먹는 것에 대하여 심한 거부감이 있었다. 본연의 맛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고기를 육회로 먹기도 하지만 요즘은 정반대로 드라이에지징을 해서 먹는다. 정반대의 개념인데 둘 중에 어는 것이 본연의 맛이고, 어느 것이 본연의 맛에서 가장 벗어난 것인지 말하기 애매하다


과연 인간이 키운 농작물과 축산물을 그대로 먹는 것이 본연의 맛일까? 


본연의 맛은 가상의 맛, 이데아적인 맛과 비슷하다


생감자를 감자 본연의 맛이라고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자로서 구현 가능한 맛 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맛 또는 이상적인 맛을 본연의 맛이라고 하는 셈이다.
바나나도 실제 바나나가 아니라 여러 바나나를 먹어본 기억이 머리 속에 만들어 놓은 가상의 표준 제품이 있고, 이 표준 제품에서 좋아하는 방향이 좀 더 강조된 맛을 본연의 맛이 잘 구현된 제품이라고 칭송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연의 맛은 가장 이상적인 맛, 가상의 맛, 이데아적인 맛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맛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실 소금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사소한 현상이 아니다. 나는 세상에서 단일 성분으로 가장 강력한 맛 성분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소금을 꼽을 것이다. 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데아적인 맛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주변에 소금이 너무 흔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육수를 뽑아도 소금이 빠지면 그저 밍밍한 국물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흔한 상차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들어간 음식의 조합이고, 단지 그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미니멀리즘을 통해 본연의 맛은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재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각 재료의 미묘한 차이를 좋은 방향으로 모으고, 손을 안댄 듯한 자연스러움을 내야 하니 재료의 준비에서 완성까지 많은 노고의 산물이 것이다. 문제는 궁국의 맛, 이데아적인 맛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뇌에서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표상이라, 멀리서는 어렴풋이 짐작이 되지만 구체적으로 다가가면 흐릿해지는 존재이다. 그래서 맛은 항상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MSG가 맛을 왜곡한다고?   

육식, 잡식 동물들은 피를 먹어서 염분을 보충할 수 있지만 초식 동물들은 피로 염분을 보충할 수 없고 주식인 풀의 칼륨이 염분을 더욱 먹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소금을 보면 본능적으로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 주로 암염 등을 통해 보충하기 때문에 때로는 염분이 있는 돌을 깨먹는 동물도 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 죄수를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염소에게 소금을 바른 죄수의 발을 핥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니 동물의 피를 통해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정도이고, 음식에 소금을 별도로 추가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식물 중에는 소량의 나트륨이 있다. 어떤 식물은 소금이 좀 더 많은 것도 있다. 그래서 아마존의 여인은 소금을 얻기위해 소금을 많이 특별한 식물을 채취한 후  태워서 어렵게 소금을 구한다. 퉁퉁마디(함초)는 바닷가 개펄이나 내륙 염분지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식물이다.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가공해서 소금 대용으로 쓸 수 있으며, 갈아서 즙을 짜면 간장과 비슷해서 함초 간장이라고 부르며 간장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외에 다른 해초를 가공해 소금을 얻을 수도 있다
음식물에 소금이 부족하면 이처럼 소금기가 많은 식물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거나 그런 식물에서 소금기를 추출하여 사용하여야지 정제염이나 천일염처럼 별로도 소금을 넣어 너무나 간편하게 음식 맛을 내는 것은 정성이 부족하고, 맛을 너무 쉽게 왜곡하는 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이런 논리가 감칠맛에는 만연하다. 감칠맛은 원래 글루탐산(=단백질 =고기)의 맛이다. 고기를 먹을 때나 느껴야 하는 맛이다.
발효로 만든 글루탐산(MSG)를 넣는 것이 맛의 왜곡이면, 정식 고기가 아닌 뼈와 짜투리 고기 등을 푸욱 고아 육수를 만드는 것도 약간의 맛의 왜곡이다. 원래는 인간은 먹지 않고 바다소 같은 해양 동물이 먹었던 해초인 다시마를 통해 고기 맛(글루탐산)을 뽑아내 쓰는 것도 맛의 왜곡인 것이다.
MSG는 화학조미료라 무조건 위험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최근 일련의 방송 프로그램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천연 그대로의 글루탐산임이 밝혀지자 ‘MSG는 그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나쁜 재료의 흠을 감추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주장한다.
닝닝하고 맛도 없는 MSG를 음식에 넣으면 맛이 확 나는 것은 첨가물의 마술이라고? 전혀 아니다. 그것이 맛의 근본 원리이다. 음식에 소금을 넣으면 짜지는가? 전혀 아니다. 향도 풍부해지고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아진다. 혹시 음식에서 짠맛이 느껴지면 그것은 소금을 넣어도 너무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짜기만한 소금을 넣었는데 짠맛이 나지 않고 맛이 좋아졌다고 요술이라고 하거나 불만을 가지지도 않고, 소금으로 인하여 나쁜 재료의 흠집이 감추어졌다고 욕하지 않는다. MSG를 넣으면 갑자기 맛이 좋아지는 현상은 소금을 넣었을 때 맛이 좋아지는 현상과 완벽하게 같은 현상이다. MSG 자체는 닝닝하지만 뇌에는 안와전두피질(OFC)이라는 맛의 매력을 판단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은 미각과 후각이 연합될 뿐 아니라 시각, 촉각, 청각의 정보도 반영된다. 더 중요한 것은 쾌감도 연합이 된다는 것과 맛은 수용체에서 최종감각의 연합으로 한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루프를 형성하여 돌고 돈다는 것이다. 즉 최종적인 맛의 판단이 다시 감각의 입력 단계에 영향을 미쳐 그 감각을 더욱 강하게 하기도 하고 둔화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음식의 맛을 보는 것은 결국 먹을 것이냐(쾌감) 아니면 먹지 말 것이냐(불쾌감)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지 단맛이 나는지 짠맛이 나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몸에 유용한 성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몸에 유용하다는 최종판단이 뇌의 안와전두피질에서 일어나면 그것이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도파민은 그 감각을 더욱 증폭시킨다. 즉 더 맛있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이 음식이 수상해! 몸에 나빠! 하는 정보를 받으면 그 음식의 맛이 뚝 떨어지는 메커니즘도 제공한다.
단맛(탄수화물), 짠맛(필수 미네랄), 감칠맛(단백질)은 몸에 너무나 소중한 영양이라서 이들 있으면 안와전두피질은 나머지 모든 것도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첨가하는 소량의 소금, MSG, 설탕이 그렇게 강력한 맛의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맛은 결국 종합점수가 기준선을 넘으면 엄청난 가산점(쾌감)을 받아 더욱 점수가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평범했던 맛이 몇가지 배합비를 조정하여 황금비율을 맞추면 그렇게 맛이 좋아지는 이유이다.

맛은 뇌가 만든 환각이다

나에게 본연의 맛하면 떠오르는 것이 중국요리다
예전에는 중국 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죄다 기름에 볶은 요리들이 었다
채소조차 생 것이 없었고, 물마저 생수대신 뜨거운 차뿐이였다
그런 중국의 요리는 재료 고유의 맛에 충실한 요리일까?
아니면 튀기면 무조건 맛있다고 느끼는
우리의 천박(?)한 입맛을 이용한 맛의 기만일까?

기름에 튀기면 모든 것이 맛있어지고
소금넣고 간을 좀 맞추면 맛이 놀랍게 좋진다
설탕을 넣으면 맛이 기가막혀지는 것이 많다
참기름 넣으면 먹을만 해지는 채소요리가 많았다
고추가루 넣고 얼큰해지면 무조건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맛은 뇌가 만든 착각이기 때문에 그렇다



요리의 복합성 “Complexity”

박무현 페이스북 글

대부분의 셰프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요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것은 요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재료가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데 집중한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퀴진은 보통 조리법이 매우 단순한 경우가 많다. 왜냐면 복합적인 쿠킹 프로세스는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반대로 이 재료가 어떤 복합적인 조리과정을 통해 어떤 특별한 맛과 질감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한가지 예로 토마토를 들 수 있다. 내 토마토 요리는 토마토 본연의 맛을 살리려 노력하지 않는다. 토마토라는 식 재료로 어디까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 토마토 주스로 젤리를 만들고, 토마토를 말리고, 토마토를 피클하고, 토마토를 꽁피하고, 토마토로 튀일을 만들고, 토마토로 소르베를 만든다.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완성된 다양한 토마토의 향과 맛, 텍스처와 온도들은 최상의 밸런스를 고려한 뒤 한 접시 위에서 하나의 메뉴로 완성된다. 각각의 식 재료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집중한다.
다른 예로 예전에 사용했던 셀러리악이 있다. 이 셀러리악은 허브소금에 큐어한 후 훈연하고 이어서 수비드한 후 팬에 구워서 사용했다. 허브소금의 세이보리향이 가득한 짭조롬한 간에 은은하게 베여든 스모킹 향, 거기에 속은 수비드로 인해 부드러우면서 겉은 센불에 구워 이중의 질감을 표현한 이 셀러리악은 매우 훌륭했다. 이는 다시 말해 “Layers of Flavor”이다. Simple is Best를 추구하는 셰프가 있는 반면 나처럼 Complexity를 추구하는 셰프도 존재한다.

무엇이 맞냐고? 당연히 요리는 정답이 없다.
그저 내가 추구하는 요리를 하면 된다.
그 요리가 맛이 좋고 가치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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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프랑스 식습관에는 형식, 내용면에서 모두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전 반세기에는 앙리 4세의 요리장 라바렌의 출현과 후 반세기에는 루이 14세 덕분이었다. 루이 14세는 맛있는 요리를 좋아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차린 식탁으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 절정에 이른 절대 군주제와 중앙 집권제라는 정치적 테두리 안에서 프랑스 요리는 실질적인 진정한 도약을 하게 되고 극적으로 연출되는 성대한 식사가 절대 군주의 영광을 보여주는 한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왕의 강건함을 보여 주어야 했기 때문에 왕 혼자 잔뜩 차려 놓은 상에서 밥을 먹고, 다른 귀족들은 그 모습을 구경해야만 했다. 요리사들은 배가 부르지 않으면서 왕의 혀와 눈을 즐겁게 해 줄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초대된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평가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했다. 음식을 중심으로 하는 식탁에서의 대화술이 중시되고, 식사가 교제와 정치적 결속을 위한 자리가 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러다 17세기 중반부터 음식의 맛이 조리로 가려져서는 안 되고 단순하면서도 자연적인 조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버터는 역사가 대단히 오래된 식품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가축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등장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개발한 후 주변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는데 소, 염소, 양, 야크 등의 젖에서 얻어낸 지방질을 허공에 걸어둔 가죽 주머니에 넣어 수평으로 저어서 버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오래된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널리 사용되지는 않았다.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23~79)가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한 것을 보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당시에는 우유 대신 염소와 양의 젖을 사용했다(소는 염소와 양을 가축화한 후, 몇 천 년이 지나서야 가축화된다). 다만 따뜻하고 습한 지방에서는 치즈보다 보존성이 나쁘기 때문에 지중해 근처에서는 그다지 발전되지 않았고, 로마인들은 북쪽 야만인들이나 먹는 저질 음식으로 비하했지만 의료용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보았다. 당시에 스칸디나비아나 게르만 지역에서는 버터를 많이 사용한 반면 지중해 지역에서는 올리브유가 최상의 음식 재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