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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탐산, 콜라, Flavoring

우리는 어떻게 보고, 꿈꾸고, 맛보는가

감각, 착각, 환각  

  
들어가는 글 : 맛은 환각이다

1. 후각은 모호하고, 시각은 기묘하다
  A. 어떻게 사과 향과 딸기 향을 구별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 향의 기본적인 비밀은 풀렸다
  - 하지만 아무도 사과 맛과 딸기 맛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모른다.
  - 사과 맛 성분과 딸기 맛 성분이 따로 있지 않다
  - 후각은 뇌의 0.1%에 불과지만 시각은 25%나 된다.
B. 시각은 기묘하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 꼬이고 비틀리고 겹치고 역상으로 전달된다.
  - 지능형 화이트밸런스, Dynamic range
  - 10만배의 초 고감도
  - 역광을 쉽게 극복하는 고계조, 다이나믹 밸런스
  - 울트라 슈퍼 손 떨림 방지 장치
  - 평면에서 입체가 보인다.
  - 눈은 100만 화소로 1억 화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가능하게 한다.
  - 고속으로 달리면 내가 앞으로 가지 않고 공간이 뒤로 밀린다.
  - 짐작하고 본다. 보고 싶은 것은 의미이지 정보가 아니다
C. 시각은 30개 이상의 모듈로 나뉘어서 작동한다
  - 모듈이 손상된 환자의 사례로 시각의 모듈성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 실어증은 양반이다. 실독증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다
D. 감각 채움(Fill-in), 없으면 적당히 채워 넣는다.
  - 없으면 채워 넣어 맹점이 사라진다
  - 사진으로 동영상을 본다
  - 채우기 기능이 사라지면 물 한잔 따르기도 쉽지 한다
  - 맛에서도 감각 채움이 큰 역할을 한다
  - 왜 작은 양의 소스가 요리 전체의 맛을 좌우 할까
  - 채워 넣기 기능은 사소한 착각이라기보다 본질에 가까운 현상이다

2. 꿈과 환각은 왜 있는 것일까?
A. 인간은 밤마다 뜻 모를 꿈을 꾼다.
  - 꿈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 꿈꾸는 기계를 만들려면 얼마만한 장비가 필요할까
  - 꿈은 동영상의 재생이 아니고 NG이다
  - 뇌는 가장 에너지 소비적인 기관이다
B. 환각, 일부 사람은 대낮에도 눈뜨고 꿈을 꾼다.
  - 환각은 기이하고 다양하다
  - 꿈과 환각의 차이 : 환각은 대낮보다 생생하다
  - 환각은 지각과 그렇게 차이가 많지도 않다
  - 환각도 꿈처럼 내용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 환각은 생각보다 대단히 다양한 경우에 발생하며 환후마저 있다

3. 미러 뉴런, 거울처럼 따라하며 의미를 눈치 챈다
A.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탁월한 흉내쟁이다. 그 비결은 미러 뉴런이다.
  -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다? 흉내 내기의 비결은 거울(미러) 뉴런에 있다
  - 공감, 너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 공감의 힘, 군중심리에서 감성마케팅,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 이미지트레이닝(심상훈련)이 효과를 가지는 원리
  - 자폐는 미러뉴런(공감)기능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B. 미러 뉴런 시스템, 뉴런의 매칭 시스템
- 시각과 별 차이 없다. 환각을 볼 때, 꿈을 볼 때도 눈동자가 움직인다
- 지각은 감각과 일치하는 환각이다
- 가상현실? 우리의 시각이 이미 Virtual 3D animation이다
- 효율적인 뉴로 그래픽을 위해 단순화를 추구한다
- 패턴 찾기, 불변표상 구현
- 병아리 감별사, 컴퓨터로 자동화지지 못하는 패턴 찾기도 사람은 능하다
C. 미러 뉴런의 매칭과 미스 매칭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 역상처리, 화이트밸런스, 손떨림 방지
- 감각 채움 현상
- 예측하기에 불일치는 놀람이다. 어떤 것은 무시되고 어떤 것은 섬뜩하고
- 잠을 잘 때, 뇌가 완전히 쉴 수 있을까? 뇌는 쉴 수 없다면?
- 꿈이라는 현상의 특징
- 단지 꿈을 왜 꾸는지와 잠을 왜 자야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4. 미러 뉴런 시스템의 핵심은 억제 시스템이다
A. 미러 뉴론 시스템이 만든 착각과 불일치
- 가벼운 착시, 착각은 쉽게 무시할 수 있다
- 가벼운 환각은 즐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축복일 수도 있다
- 탈억압이 천재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의미가 사라져야 디테일이 산다.
B. 불일치가 고통이 되거나 위험이 될 수 있다
- 불일치에 대한 뇌의 변명, 무시 또는 작화증
- 무시할 수 없는 불일치는 고통일 수 있다
- 공황장해, 불일치에 대한 대뇌의 혐오감
- 너무나 현실과 구분되지 않는 환각은 상당히 위험하다
- 마약은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라 억제를 푸는 물질
-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생존의 힘이고 축복인지도 모른다.
C. 억제가 쉽지 않다. 환각은 언제든지 일어난다.
- 이상이 없어도 자극만 박탈하면 환각이 일어난다.
- 환각통, 유령의 팔을 제거하다
- 뇌에는 가소성이 있다
- 신체적으로 힘들면 환각은 일어난다.
- 사실 전기 한방이면 된다.
D. 착각에 지나친 의미부여는 넌센스이다
- 우리의 기억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 억압된 기억을 찾아라?
- 예전에는 왜 그렇게 귀신이 많았을까?
- 임사체험? 결국 환각으로 끝나지 않을까?
- 나이 들면 쉽게 일어난다.

5. 환각 시스템을 알면 맛도 보이고 예술도 보인다.
A. 환각이 설명하는 맛의 매커니즘
  - 맛은 향이 지배한다.
  - 맛의 인식은 숨은 그림 찾기와도 비슷하다
  - 환후, 그래서 냄새에도 환각이 있다
  - 후각도 억압이 있다. 피로현상은 억압현상이다
  - 그런데 환후는 뇌의 어느 부분에 완성될까?
B. 터무니 없이 느린 뇌로 터무니없이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비결은?
  - 단계를 줄이는 비결은 무엇일까?
  - 보고 아는 것이 아니고, 알고 나서 본다.
  - 속도를 높이는 방법 : 계산 대신 기억(훈련)을 통해 예측
  - 예측한다. 그래서 감각 채움이 너무나 일상적인 현상이다
  - 모듈은 서브루틴, 과정은 비밀 결과만 공개
C. 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보자
  - 되먹임 구조에 주목해 보자
  - V1 영역은 신피질, 이미 시각의 연합 영역이기도 하다
  - 환각능력은 막강하다. 1초의 파노라마
  - 환각의 능력은 막강하고 가상과 현실은 별 차이 없다
  - 가상이 현상보다 가치 없는 것은 아니다

6. 환각의 즐거움
A. 예술의 바탕이 되는 쾌감이 발생하는 형태의 기본 패턴
  - 뇌는 간편함을 추구하기에 그런 자극을 좋아한다.
  - 간편화 추구의 부차적인 효과
B. 맛도 환각의 예술이다.
  - 성분은 맛의 시작일 뿐이며 실제 맛은 뇌가 창조한 환각인 셈이다
  - 맛보는 기쁨
C. 몰입에서 법열까지 의지적 탈억제의 즐거움
  - 극한의 몰입 그리고 법열
  - 법열의 깨달음이 특별한가? 아니면 몰입의 즐거움이 더 대단한 것인가
D.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 창의성이나 아이디어가 샘솟는 방법, 탈억제
   - 목표를 읽은 청춘, 방향을 잃은 학문


들어가는 글 : 감각은 환각을 통해 지각된다

내가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라는 책이었다. 저자인 조나 레러는 콜롬비아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노벨상 수상자인 유명한 뇌과학자 에릭 캔들의 실험실에서 연구하면서 요리를 좋아해서 뉴욕의 일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가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를 먹으면서 과거의 기억이 오롯이 되살리는 대목을 보고, 그것이 최근에야 신경과학이 밝혀내기 시작한 메커니즘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과거의 예술가들이  뇌에 관한 진실을 과학이 밝히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책에 예민한 관찰력으로 과학이전에 지금에야 밝혀지고 있는 뇌과학 현상을 통찰했다고 생각한 예술가 8명의 삶을 다룬다. 그 중에 한명이 위대한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이다. 그를 통해 미각과 후각 시스템을 조망한다. 나는 그 부분을 읽으며 젊은 뇌과학자가 식품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나보다 식품 현상의 본질을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 그의 이야기 중에는 ‘어떻게 복잡한 성분이 든 요리에서 전체적인 맛도 알고 부분적인 맛도 구분할 수 있는 지는 아직 잘 모르며, 앞으로도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 문구가 묘하게 나를 자극했다. 그래서 뇌과학에 관한 자료를 볼 때면 항상 그것의 힌트가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하지만 뇌과학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부분에 관한 자료는 많지만 막상 뇌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은 별로 없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뇌과학에 진화론처럼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설명하는 아름다운 이론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라마찬드란 교수의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를 읽었다. 부분보다는 그것을 단초로 전체적 의미를 찾으려하는 그의 접근 방식이 아주 좋았다.
컴퓨터는 오직 0, 1로 되어있다. 그 단순한 기본구조는 그대로인데 30년 전 장난감 같던 PC가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였고, 인터넷처럼 거대한 유기체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정교하게 연결된 것을 정말 좋아한다. 수학과 물리학에서는 단순한 수식으로 많은 현상이 설명될 때 아름답다고 한다. 식품 분야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라마찬드란 교수는 뇌 과학의 원리로 예술의 원리마저 설명하려 한다. 세상에! 인간 정신의 창조적 발산 행위인 예술마저 원리로 설명하려 하다니! 나는 그의 시도 자체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식품의 맛의 원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맛의 원리는 왜 찾으려 하지 않지? 왜 그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고 그냥 넘어가려 하지? 물론 맛의 모든 것을 원리로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노력은 해봤는지 의문이다. 그러다 얼마 전 올리버 색스의 <환각>을 읽었다. 본인이 경험한 여러 가지 환각과 그가 만난 여러 환자의 환각을 다루었는데 그중에 냄새의 환각(환후) 사례도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아! 환후로 우리가 어떻게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지 설명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사실 뇌에서 후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다. 뇌 피질에서 후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하기 때문에 중요성도 무시되고, 관심을 가져도 워낙 좁은 영역이라 마땅히 관찰한 방법도 없다. 그런데 시각에 대한 자료는 아주 풍부하다. 피질의 25%를 차지하여 후각보다 250배 넓은 면적이고, 관측도 용이하다. 그리고 후각과 시각의 기능이 다르지만 모든 감각의 모태는 후각이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기도 하다. 후각이 가장 먼저 만들어지고 다른 감각은 이때 개발된 시스템을 응용하여 발전한 것이라고 하니 나는 거꾸로 시각을 통해 후각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감각기관의 정보를 이용해 뇌는 어떻게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수단으로 미러 뉴런 시스템을 이용하고자 한다. 미런 뉴런은 거울처럼 따라 하기(흉내 내기) 기능을 하는 세포이다. 이 미러 뉴런은 인간의 탁월한 흉내 내기 능력이나 공감하는 능력을 설명하는데 활용되었지 시각이나 후각 같은 감각을 인지하는 작용과 연관하여 설명하는 경우는 없었다. <환각>을 읽다가 갑자기 시각이나 후각 등 모든 감각의 인지도 이 미러 뉴런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감각한 정보를 미러 뉴런 시스템이 만든 뉴로 그래픽과 비교하여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 보니 많은 것이 연결되어 설명이 가능해졌다. 감각, 착각, 환각, 지각이 모조리 미러 뉴런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설명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추론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같이 뇌에 관한 세부 자료만 많이 있고, 뇌 전체 시스템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이론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나의 이런 추론이 아주 의미가 없을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책으로 정리해 보았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그리고 먹을 때 느끼는 맛의 즐거움은 평생 유지되는 쾌락이며 그 쾌락은 뇌가 만든 것이다. 뇌를 아는 것이 맛을 아는 것이고 우리를 아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아는 만큼 맛과 향을 자유롭게 즐기고 다룰 수 있게 될 것 이다.
 


마무리 :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즐거움은 온전히 누리는 사람의 몫이다.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부와 몰입(flow)이 필요하다.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하였다. 일단 몰입을 하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자신이 몰입하는 대상이 더 자세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몰입대상과 하나가 된 듯 한 일체감을 가지며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 몰입은 학습과 노력을 통하여 도달할 수 있다. 자신이 몰입하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단시간에 혹은 빠르게 흡수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관심이 없거나 집중도가 떨어지는 대상에 대해서는 기억조차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몰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래서 몰입은 달인을 만든다. 남이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달인은 자신의 일에서 가치를 찾고, 그 일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사람이다. 남들보다 높은 목표를 가지고 그 일에만 집중하여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또 찾아 자신의 스킬이 증가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지 어떤 보상이나 신분적 상승을 수단으로 일하지 않는다. 일 자체를 즐기며 일의 위와 아래의 경계를 없애고, 자신의 일을 아름다움의 경지까지 끌어 올려야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에게 맞는 몰입할 주제를 잘 찾아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지름길 같다.

- 목표를 읽은 청춘, 방향을 잃은 학문  
얼마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강력한 성능의 일본 K 슈퍼컴퓨터가 단 1초간의 인간 뇌활동을 가장 근사치에 가깝게 매핑을 했다고 한다. 70만5천개의 프로세서 코어와 140만 GB의 메모리를 가진 슈퍼컴퓨터로 17억개의 뉴런과 10조개 시냅스로 이루어진 신경망을 모사하는 데 40분이 걸렸다. 그리고 인간의 뉴런은 1000억개 이다. 모든 인간은 현존하는 어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패턴 머쉰, 가상화 머쉰, 뉴로 그래픽 머쉰, 미러링 머쉰이다. 그것을 가진 기쁨을 누리고 있는가? 그것을 가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청춘은 현실에 좌절하고, 미래에 절망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풍요롭고 안전한 황금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다지 즐겁지 않을까? 그것은 단순히 성장위주의 시스템에 함몰되어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올인한 이유가 아닐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풍요가 아니라 감사인 것 같다. 가치평가만 제대로 하면 훨씬 즐거운 세상으로 살아갈텐데, 감사보다는 끊임없는 갈증과 불안감만 양산하여 행복하지 못한 것 같다. 요즘 너무나 성능은 좋아지고 흔해진 스마트 폰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까지 애플이 신제품이 내면 모두 혁신이라고 찬양하다가 요즘은 혁신이 없다고 실망하기도 한다. 진짜로 그런가? 그런데 우리 중 누구 한명이 외계로 납치되어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을 그대로 만들 때까지 무한대의 시간과 재료와 장비를 제공받는다면 얼마의 시간이 걸려야 지금과 똑같은 휴대폰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 100년, 1000년... 나는 1억년을 주어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지금 흔한 핸드폰도 불과 10년 전에는 세계 어느 갑부나 권력자도 꿈꾸지 못한 꿈의 기계이다. 불과 수십 년 전에는 신선이나 가능했던 천리안이자 만물과 소통하는 영험한 물건이다. 그런데 휴대폰에 경외감을 가지기는 커녕 진부해하고 결점만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은 수억 명의 노력과 수십 년 간의 과학기술 노하우가 총 결집한 신이라도 쉽게 만들지 못할 경이로운 물건인데도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가치를 평가하고,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능력을 상실했다. 많은 고가의 미술작품이 있다. 잭슨 폴록의 1948년 작품의 경우 1800억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아주 비싸다. 하지만 아래 그림에 비해서는 싼 편이다. 10조 이상의 비용이 투자되어 만들고자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를 찾기 위해 투자된 돈이 LHC의 건설비용만 6조 3000억 원이고 나머지 시설비용까지 추정하면 10조 원이 훨씬 넘게 투자되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음악, 미술 등을 가르친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간단한 스포츠 관람도 규칙을 알아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자연과학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CERN에서 어떤 2500명의 청춘이 힉스의 흔적을 찾아 몇 년을 인내하는 동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물리학자나 자연과학자가 될 필요도 없고, 힉스를 찾는 그 지난한 작업에도 즐거움을 느낄 정도로 몰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몰입하는 이유와 그 결과물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고 환호할 줄 아는 능력이 지금 현대인에게 필요한 교양 교육 같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교육시키려 한다. 그런데 정작 어른들은 아이만큼 공부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영어와 수학을 많이 가르치지만 과학은 그 기초적인 소양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를 잘하면 뭐 할 것인가? 우주의 역사가 137억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거나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처럼 인간이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도 전혀 뜻도 모르고 기뻐할 줄 모르는데 말이다. 예전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문자의 문맹이 있었다면 지금은 기역자는 알지만 낫은 모르는 의미의 문맹, 과학 문맹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경 복사, 예전에 TV 채널 돌릴 때 지지직 거리던 이유이다. 그 사소한 현상이 빅뱅의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가 되었고 인공위성으로 정밀한 측정이 이루어지자 우주의 나이가 밝힌 핵심 정보가 되었다. 세상에! 137억년 전에 우주가 태어났음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 사소한 현상에 담긴 심오한 뜻을 파악해 우주의 나이를 알아냈다. 우연도 알아낸 것이 아니고 수십년 간의 집요한 탐구 끝에 예측하고 확인한 것이다. 나는 우주배경복사 스펙트럼을 수식으로 풀면 우주의 탄생 연도를 알 수 있다고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그 풀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백사장의 모래 하나에 찾는 듯한 이 작은 단서에서 우주의 나이의 비밀을 풀었다. 어떤 사람은 풀고 어떤 사람은 그 풀이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비밀이 풀렸다는 것 조차 모른다. 그러고는 별 시덥지 않은 하찮은 것들에는 놀라운 비밀, 알 수 없는 신비라고 하면서 열광한다. "알 수 없는 신비, 알 수 없는 비밀?“ 이런 것은 대체로 알려고 하지 않겠다와 별 차이 없다. 알기 싫으면 조용히 침묵하면 좋을 텐데 무식을 자랑이라고 떠벌리는 것이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블랙홀 제트, 힉스, 암흑물질을 예측하고 확인하는 작금에 바로 눈앞에 있는 생명현상을 마냥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한 것은 알고 싶지 않고, 대충 자기 편할 대로 말하겠다와 별 차이 없다.

나는 인간이 창조한 가장 놀라운 예술이 자연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하고 싶다. 자연과학을 연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최고의 성과를 살짝 감상하며 즐기겠다는 것이다.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끊임없이 오류를 고쳐나가 더 많은 복잡한 현상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예측을 가능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자연과학이 매력있다. 그래서 내가 꿈꾸는 것이 매핑엔진이다. 새로운 지식의 발견이 아니라 기존에 연구된 결과를 간편하게 연결하고 시각화하여 그 의미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은 과학 자체는 이해하려 하지 않고 성과만 사용하겠다는 태도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너무나 자주 자신들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연구(지식의 파편화)에만 몰입했다. 이제는 과학의 성과물들이 서로 연결되어야 하고 인간성과도 연결할 때가 왔다.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시기를 살고 있는지 생각해볼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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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방명록      수정 2016-11-21 / 등록 2014-01-17 / 조회 : 14206 (200)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