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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 동작 인식

시각 인식 :  뇌로 본다
- 형태인식 : 얼굴 인식
- 색의 인식
- 동작 인식
- 원근 인식



영화에서 편집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우리의 시각계에 내재한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시각계는 어떤 것에는 민감하고 어떤 것에는 둔감하며, 동일한 사물에 대해서도 어떤 때는 민감하고 어떤 때는 둔감하다. 만약 인간의 시각계가 딴 일에 신경을 쓰느라 바쁠 때 은근슬쩍 화면을 편집하거나, 시각계가 탐지할 수 없는 방법을 이용하여 편집을 은폐한다면, 관객에게 편집 사실을 들키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눈이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순간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눈을 감은 순간이다. 우리는 1분에 15~30번씩 눈을 깜박이는데, 한 번 눈을 깜박일 때마다 우리는 무력 1/10초 동안이나 눈을 감고 있게 된다. 그밖에도 인간의 눈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눈을 깜박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 조건은 바로 ‘한바탕의 폭발적인 인지활동을 겪은 후’이다. 그러나 눈을 깜박이는 횟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영화에 삽입된 수많은 편집의 흔적을 은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편집이 숨어들 수 있는 간격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는 도약안구운동이다. 도약안구운동이란 우리가 시각세계를 탐구할 때 일어나는, 매우 빠르고 비약적 안구운동을 말한다. 도약안구운동은 눈깜박임보다 더 자주, 초당 3~4번 일어난다. 안구가 도약적으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의 눈은 - 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 약 1/12초 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안구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망막에서 신호가 들어와봤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므로, 우리의 뇌는 이 기간 동안 일체의 시각신호 입력을 차단한다. 따라서 눈깜박임이나 도약안구운동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는 기능적인 맹인functionally blind 상태가 되는데, 이 시간은 놀랍게도 우리가 깨어 있는 순간의 약 1/3을 차지한다




 


 

왜 24프레임인가?
잔상의 지속시간이 1/16초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촬영속도를 초당 16프레임으로 하지 않고 24프레임으로 하는 이유.
▶ 뇌의 시각계에서 운동지각을 담당하는 곳은 중측두피질middle temporal cortex(MT 또는 V5)이다. 모든 MT세포는 V1(1차시각피질)세포와 마찬가지로 시각세계의 극히 일부분과만 반응하는데, 세포가 반응하는 시각세계의 범위를 세포의 감수영역receptive field이라고 한다. 영화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면, 움직이는 물체가 MT세포의 감수영역 안에 1프레임 이상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움직임을 실제 움직임처럼 인식하려면, 초당 몇 프레임의 속도로 촬영해야 할까? MT뉴런의 감수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면 적정한 프레임 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당신의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쭉 뻗어보라. 가장 선택성이 높은 MT뉴런은 당신의 엄지손톱보다 작은 범위의 움직임에만 반응하는데, 이 뉴런들은 대부분 시야의 한복판인 중심와fovea에서 발견된다. 다른 MT뉴런들은 시야의 주변부에 있으며, 당신의 손보다 넓은 범위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움직임이 제대로 보이려면, 움직이는 윤곽이 엄지손톱만 한 감수영역 안에서 1프레임 이상 머물러야 한다(프레임당 속도로 말하면, 피사체가 1프레임당 1손톱 미만 움직여야 한다). 내가 거리의 반대편에서 어떤 사람이 걷는 모습을 촬영한다고 하자(그 사람이 걷는 속도는 초당 약 1/4 손톱이다). 내가 초당 10프레임의 속도로 영화를 촬영하여 상영한다면, 사람은 매 프레임마다 1/40 손톱씩 움직이므로, MT뉴런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시각신호를 제공하게 된다. 이번에는 카메라 앞으로 휙 지나가는 자동차를 촬영한다고 치자(자동차의 속도는 초당 12손톱이다). 내가 초당 10프레임의 속도로 영화를 촬영하여 상영한다면, 자동차는 매 프레임마다 1.2손톱씩 움직이게 되는데, 이것은 중심와에 있는 MT뉴런을 자극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그러나 내가 프레임 속도를 초당 24프레임으로 늘린다면, 자동차가 매 프레임마다 0.5손톱씩 움직이므로 영화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화를 초당 24프레임의 속도로 촬영하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받는 동작신호와 별반 다르지 않으므로, 영화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런데 프레임 속도를 초당 24프레임 이상으로 늘리면, 관객이 느끼는 화질은 얼마나 향상될까? 요시히코 쿠로키가 이끄는 소니의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움직임’과 ‘다양한 프레임 속도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참가자들에게 화질(선명도, 떨림, 3-D 영상의 원근감 등)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험 결과, 초당 24프레임 정도만 돼도 화질이 양호하고, 초당 60~120프레임이 될 때 화질이 급격히 향상되며, 그후 초당 240프레임까지는 화질이 약간씩 향상되다가, 그 이상의 프레임 속도에서는 화질이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초당 24프레임짜리 영화의 화질도 꽤 쓸만하며, 화질향상을 원하더라도 프레임 속도를 10배 이상 높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 출처: pp. 156-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