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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면역 이상 ≫ 알러지, 불내증 독아닌 독 : 알러지, 아토피  - 알레르기 원인 : 천연물(단백질)이 대부분이다 - 면역의 의미론 - 면역의 부작용 : 자가면역 질환, 면역을 적당히 억제해야 - 위생가설 : 기생충, 적당한 노출 - 스테로이드 : 콜레스테롤의 역할 - 아이와 알레르기 : 스테로이드 포비아 - 이후락 : 과자가 아토피의 원인?, 위험한 향? EBS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제작팀 저 | 지식채널 part 01 가나의 시골 마을에는 아토피가 없다 미치도록 가려운 아이들 밤새 피가 나도록 긁는 아이 피부를 알아야 가려움을 잡는다 아토피 때문에 겪어야 할 고통 내 아이의 아토피, 과연 유전 탓일까? 생후 3~4개월, 아토피가 생겼다! 미숙한 면역체계를강화하는 흉선 아토피는 면역과잉반응이다 아토피를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들 아토피의 습격은 아직 남아 있다 1970년대 기생충 박멸 캠페인 이후 깨끗한 환경의 역습, 위생가설 아토피 환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part 02 가려움과 스테로이드 사이에서 가려움증을 참지 못하는 이유 한번 시작하면 발작하듯 긁는 아이 피부는 제3의 뇌, 가려움을 느끼는 데 1초 가려우면 긁고 긁으면 염증이 된다 염증을 치료해야 긁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공포에는 휘둘리는 부모_ 스테로이드, 왜 쓰지 않나요? 스테로이드는 뛰어난 항염증 치료제 해열제, 진통제에도 부작용은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로 불을 꺼야 한다 일본의 10년, 우리가 배워야 할 것 1990년대,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 아토피 비즈니스 광풍이 남긴 상처 피부 미용으로는아토피가 낫지 않는다 아토피 염증 치료에는 스테로이드가 효과적이다 part 03 아토피는 몸과 마음의 병이다 아토피는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된다 친구들이 내 손을잡지 않아요 증상이 심해졌다고 아이를 탓하는가 자존감은 긍정적인 자아상이 만든다 아토피는 아이 마음의 화 가려우면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엄마가 고집하는 치료가 아이를 괴롭힌다면 두 달의 기록, 국내 최초 아토피 심리 프로젝트 다시 쓰는 아토피 치료의 원칙 아토피는 아이 마음의 화 가려우면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part 04 음식이 아이를 공격한다 무조건적인 식이 제한이 부른 화근 또래보다 20㎝나 덜 자란 아이 우유, 달걀, 고기 등 정말 피해야 할까 올바른 영양 관리가 피부 재생을 돕는다 섣부른 식이 제한보다 정확한 진단이 우선 평범한 음식물이 흉기가 되는 순간 위험 음식물을 회피할 수밖에 없다 아토피와 음식 알레르기의 경계 음식 알레르기는 면역과잉반응이다 음식 알레르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음식이 일으키는 면역과민반응들 음식 제한, 어떻게 탈출할까 part 05 아토피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만 1세, 7세에 저절로 나을 수 있다 증상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할 수 있다 아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힘을 얻는다 엄마의 표정에서 아이는 자신을 본다 아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부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라 엄마도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가져라 마라톤을 뛰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라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 장내 세균이 아토피를 치료한다 1%를 위한 노력, 선진국에서 배운다 아토피 환아를 바라보는 시선 epilogue 피부의 상처가 아닌,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라 우리나라 아이들 10명 중 2명이 앓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 과연 그 전쟁을 끝낼 방법은 무엇인가?!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아이들은 더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음식,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등 또 다른 원인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알레르기와 전쟁 중이다. 미치도록 가렵고 죽도록 긁는 아토피 피부염 아이들을 지켜보며 하루하루 눈물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계란, 우유, 땅콩 등의 알레르기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는 아이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알레르기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 본 프로그램에서는 기존의 의학 정보 중심에서 벗어나 가려움의 실체, 아이들의 정서와 심리 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 등 알레르기에 대한 다각적인 입체분석을 시도해본다. 1. 미치도록 가려운 아이들 "엄청 많이 긁거든요. 가렵다고 말하면서 계속 울고 있어요." "보고 있어도 긁어요. 하지 말라고 해도 안 되더라고요. 피가 묻을 때까지 긁어요." "긁을 때는 상윤이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가려움이 극도로 심해질 때는 넋이 나가서 거기에 몰입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고 힘도 세지고." 극심한 가려움에 피가 나도록 긁는 아이들. 매시간 매 순간, 가려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이들의 피부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아토피 아이들이 그토록 가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최근 뇌신경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통해 그동안 약한 통증이나 아픔으로 인식됐던 가려움의 실체에 접근해본다. 또, 아토피 아이들의 피부는 정상피부와 어떻게 다르고, 아기일 때 아토피가 주로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토피 아이들의 피부 특징을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그리고 아토피 아이를 둔 부모들이 엄청난 공포감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의 진실과 오해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밝혀본다. 2. 아토피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자세 "어떤 책에서 봤는데 아토피 환자의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이렇게 심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했어요." "아이들은 엄마 눈동자에 비친 자기상을 보고 '나는 이런 아이구나' 하고 자기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너무 염려하고 안쓰러운 눈으로 보면 아이도 자신에 대해서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아토피는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의 권리를 부모가 갖게 된다. 그러므로 아토피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의 아토피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부모는 아이의 피부만 보지만, 아토피로 말미암아 나빠지는 것은 피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낸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의학과 심리를 잘 조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아토피 탓에 신체 자존감이 무너진 아이들의 마음속 상처와 스테로이드 공포로 인한 갈등, 아토피 증상의 파고 속에 나타난 고민과 희망을 '아토피 치료·심리 회복 프로젝트'를 통해 알아본다. 3. 음식이 아이를 공격한다 "다른 아이한테는 도움이 되는 음식을 내 아이가 먹으면 죽을 수도 있구나.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너무 절망적인 거예요. 이런 걸로 아이가 숨을 안 쉴 수도 있구나." 몸에 이로워야 할 음식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아이들의 음식 알레르기는 세계적으로 점점 늘고 있다. 땅콩이 든 샐러드, 요구르트 세 모금, 삶은 계란 몇 조각에 생사를 오고 가는 아이들. 흔히 완전식품으로 꼽히는 우유와 달걀은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 아이의 성장 발달에 꼭 필요한 식품이지만 유·소아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식품으로 분류된다. 음식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와 깨끗한 현대 문명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새로운 학설 위생가설에 대해 알아보고, 일본 마츠모토시의 알레르기 급식현장과 미국 뉴저지 주의 땅콩 금지 구역 등을 통해 음식 알레르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정부와 학교의 노력을 살펴본다. 1990년대,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아토피피부염과의 전쟁을 겪었다. 이미 20여 년 전 아토피피부염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는데, 특히 일본인들의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감은 우리보다 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일본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대서특필됐다. ‘스테로이드는 악마의 약’ ‘스테로이드 사용 산모 여야 출산율 95%’ ‘아토피 지옥의 원흉은 스테로이드’ 당시 일본에서는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둘러싸고 대혼란이 벌어졌는데, 한 공중파 방송 앵커의 독약 발언을 시작으로 찾아온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는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졌다. 1992년 아사히TV의 앵커 구메 히로시는 아토피피부염의 심각성을 얘기하면서 “스테로이드=악마의 약”이라 언급했다. 이후 각종 매체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에 대해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고, 그 결과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가 일본 전역으로 번져갔다. 사실 일본의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가 갑작스레 도래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아토피피부염이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일본 아토피협회는 과거의 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본의 아토피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그 시작을 살펴보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2년 <아사히신문>에 처음으로 아토피피부염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 이렇게 ‘아토피여명기’를 지나 1970년대에는 ‘스테로이드 연고의 남용기’를 맞이한다. 5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가 개발되고 피부과 특효약으로 인정받으면서 일본인들 사이에는 스테로이드 연고의 염증 제어 효과에 대해 과신하고, 아토피피부염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더 큰 문제는 강한 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의 염증 제어 효과에 대해 과신하고, 아토피피부염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 더 큰 문제는 강한 단계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 없이도 일반인들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병의 원인이나 약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남용한 결과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는 ‘고뇌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처음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로 인한 소송이 제기됐는데, 이를 계기로 피부과는 안전성을 중시하게 됐고 부작용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상실한 피부과전문의들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하는 데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에는 적극적인 약물 치료보다는 엄격한 식사 제한이 유행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뉴스와 신문은 의료계를 불신하며 아토피피부염을 난치병으로 취급하기 시작했고, 뿌리를 알 수 없는 아토피피부염 환자 단체들이 난립했다. 스테로이드 연고와 관련된 집단 소송 움직임이 들끓었고, 탈스테로이드 요법을 발표한 피부과 전문의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방법은 충분한 임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멀리 확산됐고, 환자들은 각종 민간요법에 의존했다. 일본 아토피협회는 당시를 ‘탈스테로이드 미화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잡지 등 매체는 칠전팔기 끝에 아토피피부염을 이겨냈다는 사람을 영웅시하며 탈스테로이드 요법을 미화시키는 데 한몫했지만,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도 부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중증 아토피로 번져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오사카 후립병원 호흡기, 알레르기의료센터의 가타오카 요코 교수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1990년대는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였습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환자가 연고의 사용을 꺼렸기 때문이 우리 병원에서도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도입했죠. 오랫동안 스테로이드 연고를 멀리했지만, 환자들의 아토피피부염은 낫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일찌감치 스테로이드 연고의 효과를 경험해놓고도 이렇게 혼란을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피부알레르기학회의 가와시마 마코토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당시 사회 전체가 의료계에 등을 돌리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강했습니다. 의사들이 너무 안심했던 게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전신에 어떠한 부작용도 없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약의 의미에 대해, 또 올바른 사용법이나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환자들은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면서 스테로이드 연고는 무서운 약 이라고 오해하게 됐죠. 다행인 것은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논쟁이 피부과학회로 번져가면서 의사들이 반성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지금 일본에서는 스테로이드 포비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물론 우리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교환하는 환자들이 있지만, 15년 전과 비교한다면 훨씬 좋아진 상태라고 한다. 아토피 비즈니스 광풍이 남긴 상처 여기서 굳이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자세히 쏟아내는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이 겪어온 혼란과정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이 번지고 아토피에 좋다는 각종 제품들이 판을 치는 현상은 일본의 15년 전 상황을 보는 듯 하다. 일본의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스테로이드 공포시대, 의사들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일본에서는 아토피 환자들을 돈벌이에 이용하는 ‘아토피 비즈니스’ 광풍이 몰아쳤다. 특히 쑥이나 보리 어린잎 등을 이용하라거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완치시키는 방법 등 탈스테로이드 요법과 관련된 도서들이 넘쳐났는데, 문제는 이런 책들이 전문의가 아닌 사람들이 집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가와시마 마코토 이사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서점에 가면 이걸로 아토피를 완치했다고 말하는 책이 아주 많았습니다. 모두 이 물이 좋다. 온천이 좋다. 이 기름이 좋다. 이 식초가 좋다 하는 식이었죠. 그래서 아토피 비즈니스가 더 성행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특수한 치료, 일명 사기 치료도 유행했죠. 일본의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는 아토피 비즈니스의 범람으로 더 확산됐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아토피협회는 아토피 비즈니스 업체들이 스테로이드 독약설을 유포했다며, ‘아토피 비즈니스의 3대 기업’을 꼬집어 비난하기도 한다. 협회 측에 따르면 O사의 완벽한 마케팅, C사의 교묘한 루머 작전, T병원 N의사의 부적절한 정보가 악덕 상술의 피해를 야기했다고 한다. 업체들은 아토피가 곧 돈벌이가 된다고 생각했고, 의료 시설 이외에 허가 받지 않은 곳에서의 불법 치료도 늘어났다. 심지어 고가의 중국 한방 투어까지 등장했고, 피부 관리실에서 우리 돈으로 2천만 원이나 사기 당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온천수 요법도 크게 유행했는데, 온천에 가는 것뿐이 아니라 온천수를 택배로 보내주는 일도 많았다. 여러 가지 온천수를 섞거나 심지어 콜라와 섞은 온천수까지 등장했다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게다가 대부분 온천수를 사용할 때는 샴푸와 비누는 이것을 써야 한다며 묶음 상품으로 판매했고, 집에서 온천수를 사용하기 위해 수도공사를 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 아토피협회 고토다 야스히로 이사장은 “파는 사람들은 좋은 점만 말하고 절대 나쁜 부분을 말하지 않는다”며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상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그 물건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효과가 없는 상품을 말로 포장해서 구입을 강요하는 것을 아토피 비즈니스라고 합니다. 1990년대에는 여기에 빠지는 분들이 많았죠. 2000년에 협회에서 아토피 비즈니스 실태 조사를 했는데 스킨헤어용품을 사용하는 사례도 많았고, 온천수나 피부 관리실 등에 자동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을 사기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을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주고 구입한 사례가 많더군요. 그래서 ‘아토피의 달인’들도 많이 늘었죠, 지금까지 많은 돈을 쓰면서 ‘달관’한 사람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낫게 할 수 있으면 어디 해봐’하는 식으로 정부나 의사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토피 비즈니스 광풍이 남긴 결과는 참혹했다. 증상이 약화된 환자들이 속출한 것이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고 회사나 학교에 갈 수 없는 등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진 환자가 점점 늘어났다. ‘의사 쇼핑’풍조도 만연했다. 치료를 받아도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이 의사 저 의사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는 오히려 정확한 진료와 치료를 방해할 뿐이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극도의 식이 제한으로 피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 당시 일본 부모들은 먹을거리가 아토피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 제한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동시에 경제적인 부담까지 안겨줬다. 유기농 식품 등 안전하다고 하는 것만 먹이니 돈이 많이 드는 건 당연한 일.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러한 10년간의 대혼란을 어떻게 잠재웠을까. 피부 미용으로는 아토피가 낫지 않는다 여덣 살인 우와야 타쿠미와 세 살인 우와야 주운 남매는 어릴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다. 아기 때는 피가 나도록 긁어서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았고 매일 밤 손에 장갑을 끼워줘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두 아이 모두 피부에 아토피 흔적은 거의 없다. 엄마는 남매를 목욕시킨 후에는 항상 약한 스테로이드 연고와 보습제를 섞어 온몸에 발라준다. 그리고 염증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한다. 병원 처방에 따라 손, 다리, 목 등 부위별로 다른 연고를 사용한다. 남매의 엄마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가 없어 보인다. “아이가 가려워서 심하게 긁으면 안쓰러워 보이죠. 이럴 땐 스테로이드 연고를 조금씩 발라서 가려움을 억제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이 피부 상태에 따라 부위별로 다른 연고를 사용하고 있죠” 타쿠미와 주운 남매 엄마뿐이 아니다. 일본 아토피 환자들의 인식은 과거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와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이제 아토피피부염이 면역질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10년간 계속된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논란, 이를 잠재운 것은 의사나 병원이 아니라 최대규모의 아토피 환자 모임인 일본 아토피협회다. 스테로이드 공포 시대 이후 아토피 환자들이 겪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피부미용 관리로는 절대 아토피가 낫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기피와 아토피 비즈니스》 등의 소책자를 마련해 스테로이드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노력했다. 또 아토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의사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전화 상담을 하거나 환자들이 취직할 때 혹은 유치원에 들어갈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돕는 것도 이들의 역할. 다음은 일본 아토피협회 고토다 야스히로 이사장의 얘기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한 후 피부뿐 아니라 전신 부작용이 발생하는 환자가 많아지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의사들과 함께 스테로이드 연고를 올바르게 쓰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아토피피부염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나왔고 2008년에 약간 수정됐는데, 일본의 대부분의 의사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아직도 민간요법과 스테로이드 포비아가 남아있긴 하지만, 가이드라인 덕에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논란과 공포가 점점 잠잠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 마침내 일본 후생상과 피부 알레르기학회는 ‘아토피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는 “아토피 피부의 염증을 빠르고 확실히 완화시켜주는 약물로, 의학적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것은 스테로이드 연고가 유일하다”며 스테로이드 연고를 직접 언급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올바른 사용법을 담은 이 가이드라인은 바르는 횟수나 양뿐 아니라 연고 끊는 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스테로이드 공포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 가이드라인은 아토피 환자들에게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이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제작팀은 오사카 후립병원 호흡기,알레르기 의료센터를 찾았다. 아토피피부염의 원인과 특성부터 치료법, 생활 관리법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특히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법과 관련해서는 직접 자신의 피부에 발라보며 실전에 대비한 연습까지 받았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직접 몸에 발라주며 바르는 양과 방법을 설명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옷을 벗겨 전체의 증상을 살펴본 다음에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데도 시간을 들인다고 한다. 처음 진료하는 환자의 경우 40~50분이 걸릴 정도. 과거에는 환자 교육이라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스테로이드 연고를 어디에 얼마나 발라야 하는지 잘 몰랐고, 좋지 않은 결과가 생겼죠. 교육을 통해 환자들이 올바른 지식을 갖게 해야만 악순환 없이 치료에 의욕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도 처음 교육했을 때와 네 번의 교육이 끝난 후 엄마들의 반응이 많이 달랐습니다. 10년 전에 있었던 일본의 혼란이 한국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병원 가타오카 요코 교수의 말이다. 우리는 지금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주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이 이 혼란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이다. 아토피 염증 치료에는 스테로이드가 효과적이다 가타오카 요코 교수의 말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연고의 첫 번째 목적은 지금 일어난 피부염증을 될 수 있는 한 빨리 없애는 것이다. 그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염증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간혹 연고를 발라도 소용이 없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바르는 방법이 정확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테로이드 연고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를 볼 수도, 증상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강도에 따라 5~7단계로 나뉜다. 이는 일반적으로 혈관 수축 정도를 기초로 정해진 것으로서, 가장 강한 클래스1의 연고는 클래스7의 연고와 비교해 1800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단계의 연고를 사용하느냐는 환자의 나이와 부위, 염증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문의가 판단해야 한다. ‘지난번보다 심해졌으니 강한 연고가 필요하다’고 엄마가 임의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아주 약한 강도는 어린아이의 얼굴에 사용해도 되지만, 어린아이는 강한 강도의 제품을 3주 이상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낮은 강도의 연고를 사용하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염증이 심할 때는 비교적 높은 연고를 사용해야 한다. 보통 증상이 약화된 첫 일주일간은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강한 연고를 하루 1~2회 바르는데, 증상이 호전되면 곧바로 낮은 강도로 바꾸고 횟수도 줄여야 한다. 또 증상에 따라 연고를 써야 할 때도 있지만 크림이나 로션에 섞어서 바르는 게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일반인은 이를 판단할 수 없으니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를 것. 스테로이드 연고는 또 신체부위에 따라 흡수율이 다르므로 부위에 따라 다른 강도를 선택해야 한다. 눈꺼풀이나 생식기처럼 흡수율이 높은 부위는 가장 약한 강도의 연고를 사용하고 바르는 양 역시 최소로 해야 한다. 몸통과 팔다리는 중증도의 연고를, 손과 발 그리고 태선화 병변에는 강한 연고를 바른다. 하지만 이 역시 일반인이 판단할 수 없으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특히 얼굴에 바를 때는 눈은 피하고 지시된 부위만 발라야 안전하다. 바르는 양도 중요한데, 확실한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주 적은 양보다는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은 튜브로 되어 있어 짰을 때 보통 5mm굵기로 나오는 연고를 성인 손바닥 한 마디만큼 채웠을 때의 양을 1단위로 정하는 것이다. 이를 1FTU, 즉 Finger Tip Unit이라 하는데 이 정도를 어른이 두 손으로 펼쳤을 때의 면적만큼 바르는 것이 기본이다. 이 정도를 바르면 그 부위에 휴지를 올렸을 때 흔들어도 휴지가 떨어지지 않으며, 빛에 비춰보면 약간 반짝이는 정도다. 성인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5~10g 이하의 양을 3개월 이하로 발라야 한다. 바르는 횟수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 목욕 후에 바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경우에 따라 1일 1~4회, 주 2~3회가 될 수 있으니 의사의 지시에 따른다. 또 전문의의 지시 없이 약을 바른 부위를 천이나 반창고 등으로 덮어씌우면 안 되며, 환부를 감추기 위해 스킨케어등 다른 피부 외용제를 덧발라서도 안 된다. 특히 어린아이는 연고를 바른 부위를 기저귀나 팬티로 꽉 조이면 약물이 지나치게 흡수되어 전신 작용을 나타낼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스테로이드 연고를 중단할 때는 갑자기 끊지 말고 서서히 강도와 양을 줄여야 한다. 앞서 설명했지만 체내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리듬이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알레르기 환자 등록 : 2018.06.19 04:40 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hoioi@hankookilbo.com “사내자식이 이런 것도 못 먹어? 그래서 비실비실한 거 아닌가.”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승준(35)씨는 얼마 전 고대했던 예비 장인과의 첫 대면에서 내내 꾸지람에 시달렸다.고등어나 꽁치 같은 일반 생선뿐 아니라 갑각류, 어패류, 연체류 등을 조금만 먹어도 온 몸이 벌겋게 부어 오르고 두드러기가 나는 ‘해산물 알레르기’를 가진 이씨가 고향이 전남 목포인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다가 장인어른이 권하는 산낙지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먹다 보면 괜찮다’고 강권하는 통에 이씨는 눈을 딱 감고 낙지를 꿀떡 삼켰지만, 그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서울 집에 돌아와 새벽에 갑자기 열이 오르고 숨 쉬기조차 힘들어 결국 응급실에 실려갔다. 요즘 그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픈 것도 문제지만, 예비 장인이 이 문제로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걱정이에요.”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는 것인데 ‘유별나다’ ‘편식한다’ ‘예민하다’.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사실 알레르기(Allergy)라는 단어 자체가 ‘과민 반응’이란 뜻에서 왔다. 알레르기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공격해야 하는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해롭지 않은 물질을 유해요소(항원)로 잘못 인식하면서 피부가 부풀어오르고 발열이나 기침, 설사, 구토, 가려움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항원을 몸에서 내쫓기 위한 정상적인 면역과정이지만, 심한 경우엔 기도가 붓고 호흡곤란이 오거나, 급격한 증상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아나필락시스’까지 겪을 수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주거형태 발전과 위생 상태의 발달 등으로 알레르기 질환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무려 1,496만명에 달한다. 국민 3,4명 중 1명 꼴이다. 그러나 흔한 질병이다보니 오히려 이를 가벼운 ‘경증 질환’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거지에게는 알레르기가 없다’는 말처럼 알레르기가 문명에 의한 병이다보니 “배부른 소리”라며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식품부터 특이 알레르기까지… 원인은 천차만별 식품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은 “먹으면 낫는다”라는 잘못된 미신으로 인한 밥상머리 교육에 시달리곤 한다. 몸에 좋다고 여겨지는 우유와 생선, 계란 등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질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우유 알레르기’ 환자인 유지안(27)씨는 “초등학교 때 우유 급식이 나오면 늘 짝꿍한테 미뤄두거나 가방에 몰래 넣어가곤 했다”며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당장 우유 한 팩을 다 마시라고 강요당했다가 반 아이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토했던 기억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2013년에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초등학생 A군이 학교 급식에서 우유가 든 카레를 먹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 사고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학교 급식에서 알레르기 유발 식품 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급식법 개정안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 개정보다 시급한 것은 사회의 인식 변화다. 식품 알레르기는 현재로선 뚜렷한 예방책이 없어 진단을 받으면 해당 음식뿐만 아니라 비슷한 성분의 음식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해당 식품을 직접 섭취하지 않고 알레르기 유발 음식과 함께 조리한 음식을 먹는 ‘간접 섭취’만으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지(41)씨는 “생과일 주스를 판매하는 카페에서 딸기 주스를 주문했는데, 직전에 토마토를 갈았던 믹서기를 사용한 탓에 입 주변에 두드러기가 난 적이 있다”며 “음료나 음식을 주문할 때 마다 냄비나 조리도구를 깨끗이 씻어달라고 부탁하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아쉬워했다.옆 사람이 흘린 커피가 몸에 튄 바람에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는 17개월 된 아이가 응급실로 실려간 사례도 있다. 아이 엄마 신윤정(31)씨는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다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기분”이라고 했다. 식품 알레르기만 있는 건 아니다. 이제는 익숙한 꽃가루 알레르기부터 화장품이나 약물, 햇빛, 땀, 귀금속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은 도처에 널려있다. ‘선크림 알레르기’를 가진 탓에 매년 찾아오는 여름이 두렵다는 사람들도 있다. 임용희(30)씨는 살갗이 유난히 햇살에 약해 바깥을 5분만 돌아다녀도 피부가 벌겋게 올라오지만, 자외선 차단을 해줄 선크림을 바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선크림을 바르기만 하면 모기에 물린 것처럼 온 얼굴에 빨갛게 오돌도돌한 발진이 생기기 때문이다. 임씨는 “선크림은 성분이 수십 가지도 넘는데다가 그 중 어떤 성분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며 “게다가 시중에 나온 제품들이 대부분 성분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고 있어 일단 발라보고 이 제품은 괜찮기를 기도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어린이집 입소 거부에, 직장 내 차별까지 알레르기 환자들에 대한 부족한 배려는 사회적 차별로도 이어진다. 어린이들의 경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이유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거부하는 사례도 흔하다.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가진 윤새롬(34)씨는 주변 어린이집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 보육을 시작했다. 윤씨는 “우리 동네뿐 아니라 차로 통원이 가능한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까지 10곳이 넘는 곳에 문의했으나 병원도 아닌데 아이의 식사를 일일이 신경 써 줄 수 없다고 모두 입소를 거부했다”며 “결국 아이의 건강은 엄마가 집에서 알아서 오롯이 책임지라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일산의 이모(32)씨는 아이의 점심과 간식을 집에서 준비해서 들려 보내는 조건으로 겨우 유치원 입학을 허락 받았다. 이씨는 “평소엔 그나마 괜찮지만 유치원에서 소풍이나 견학이라도 가는 날엔 걱정이 태산”이라며 “그런 날엔 유치원 측에서 넌지시 ‘등원 말고 집에서 쉬게 하라’고 해오는데, 시무룩해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알레르기로 인한 차별은 이어진다. 알레르기 때문에 화장을 할 수 없는 여성 직장인 윤모(32)씨는 이를 이유로 부당한 전보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회사 로비에서 안내를 맡았는데, 어느 날 고위 임원이 보고 ‘화장도 안 한 사람을 회사의 얼굴로 세워둬도 되겠냐’고 한 후로 내부에서 하는 일을 맡게 됐다”고 했다. 그는 “화장품 알레르기 때문에 화장을 못한다고 수 백 번 말했지만 ‘좀 꾸미고 다녀라’ ‘회사에 나오는데 예의가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 때문에 넌덜머리가 난다”고 호소했다. 남들은 다 가는 외국여행도 이들에겐 어렵다. 복숭아나 자두 같은 과일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대학생 이슬아(22)씨는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도 해봤는데, 외국엔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한 쇼크가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사회로부터 강요된 체념 알레르기의 유일한 치료이자 예방법은 식품을 포함한 유발 요인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지만, 환자 본인 역시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화를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안모(33)씨는 경기 화성의 한 중식당에서 짜장면을 주문하며 “알레르기가 있으니 새우를 넣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안씨의 짜장면에는 새우가 들어가있었고, 손톱 크기 정도의 새우 살이 씹혔으나 안 씨는 이를 뱉어내고 계속 식사를 했다. 그는 이후 목이 붓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목소리에 문제가 생겨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워졌다. 통역사인 안씨에게는 치명적이라 그는 해당 중식당을 상대로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식당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안씨는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음을 스스로 알았고 음식에 새우가 들어있다는 점을 발견하고도 계속 음식을 먹었다"며 그의 잘못도 있다고 봐 배상액을 6,790만원만 인정했다. 다만 이런 체념이 사회로부터 강요됐다는 항변도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리 식품에 계란과 우유, 토마토, 호두처럼 알레르기를 잘 유발하는 식품 18종이 들어가면 반드시 표시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표시 의무가 있는 곳은 버거킹과 도미노피자, 파리바게뜨 등을 포함해 30개 업체 1만5,000여개 매장뿐이다. 빵과 디저트 류 등을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이나 소규모 음식점들은 의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음식점에서 일일이 식품 성분을 확인하려다간 무시당하거나 면박을 당하기 일쑤다. 강현종(30)씨는 “메밀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메밀을 삶았던 냄비를 사용한 음식만으로도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 음식점에 가면 먼저 메밀이 들어간 메뉴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며 “자세히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걸 왜 물어보냐’고 귀찮은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많아 음식점에 갈 때 마다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메밀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 중에서도 급성쇼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장 식품이지만,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강씨는 “워낙 유별난 사람 취급을 하니 나중에 탈이 날 걸 감수하고도 그냥 먹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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