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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맛이난다

Food pleasure 방정식 : 맛은 종합과학
- 영양 : macro nutrient, 물, 미네랄
- 감각 : 맛, 향, 식감(통각,온도), 색, 소리, 내장감각
- 심상 : 학습, 추억, 분위기, 평판(가격), 인정

시각 : 보는 대로 맛이 난다
- 시각 : 색도 식욕을 좌우한다
- 시각 : 술잔의 형태가 술맛을 좌우한다
- 시각 : 눈으로 느끼는 포만감
- 시각 : 그릇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감의 의사결정 영향력, 시각(87%)-미각(1%). Image Credit : copy; : 차원용 외, 솔루션 비즈니스 마케팅(2002); 디자인포장센터(1990)

  오감프레임 : 로렌스 D. 로젠블룸

“이제 좀 괜찮으세요?” 레스토랑 여주인이 물었다. “이것만 다 마시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젊은 여자가 와인 잔을 들며 불안한 미소를 지었다. 여주인은 우리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매일 밤 한 번씩은 이런 일이 있어요. 대부분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만, 어쩌다 한 분 정도는 안으로 돌아가기를 두려워하죠.” 이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곳은 보통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내 친구들과 나는 칠흑처럼 캄캄한 식당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음식을 날라 오는 사람도 동석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심지어는 우리가 먹을 음식도 보이지 않을거라고 했다. 방향감각을 잃은 것은 물론, 처음에는 두려울 수도 있었다. 아까 그 젊은 여자가 와인잔을 들고 희미한 조명이 밝혀져 있는 로비로 다시 나왔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몇분만 지나면 평온을 되찾으며, 나중에는 조명이 켜진 평범한 레스토랑에서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여주인이 말했다. 나는 주의력을 흩뜨리는 시각이 없다면, 과연 음식 자체에 대한 느낌이 더 부각될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어두운 내실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특선 메뉴 중에서 음식을 골라 주문을 해야 했다. 메뉴판에는 각 요리마다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는지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다른 식당의 메뉴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살펴서 음식을 선택하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주재료를 고기와 생선, 가금류, 야채 중에서 어떤 것으로 할지만 결정한 뒤 그게 어떤 요리가 될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채로 식사를 시작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더 나아가 완벽한 모험을 원한다면, 우리 앞에 어떤 음식이 놓일지에 대해 일체 모른 채 식사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었다. 나와 함께 간 친구들은 아직도 불안하고 두려운 표정으로 와인잔을 꼭 쥐고 있는 여자를 보더니 우리가 무엇을 먹게 될지 정확하게 살펴보고 음식을 선택하는 쪽을 택했다. 나는 시험 삼아 야채요리-그게 어떤 음식이 될지는 몰라도-를 주문했다.
우리 테이블을 담당할 종업원이 와서 인사를 했다. 그녀는 이 레스토랑의 다른 종업원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이었다.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에 의존하는 그들의 경험이 집기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는 캄캄한 레스토랑 안을 쉽게 오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한 줄로 서서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우리의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테이블까지 가는 복도에는 문이 두 개나 있었고, 급하게 꺾인 모퉁이도 지나야 했는데, 이러한 구조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 빛이 조금도 새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인 것 같았다. 그 방법은 효과 만점이었다. 마침내 우리는 테이블에 도착했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돌아보아도 완벽한 암흑이었다. 태어나서 그토록 깜깜한 곳에 가보기는 처음이었고, 눈을 감으나 뜨나 시각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묘한 기분이었다.
종업원은 우리 손을 잡아 접시와 유리잔에 갖다 대주면서 우리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러 간 동안. 나와 친구들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며 흥미로운 지각상의 효과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 손을 뻗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아보았다. 막상 손을 뻗어보니,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깝게 앉아 있었다. 또한 우리 테이블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는 그저 와글거리는 소리로만 들렸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치 파티나 레스토랑 장면을 찍기 위한 영화 세트에서 엑스트라를 동원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배경음처럼 음절이 불분명한 ‘와글와글’‘웅얼웅얼’로 들렸다. 사람의 말소리가 이렇게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말하는 사람을 볼 수 없기 때문인 듯했다. 뚜렷한 지각상의 효과를 체험해 보니, 어둠이 우리의 미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졌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음식에는 왜 맛과 향이 있을까? 사실 음식은 소화기관까지 갈 수  있을 만큼만 부드럽거나, 그 정도가 되도록 씹을 수만 있으면 된다. 이 과정에 필요한 것은 단지 입술과 혀 치아를 이용해 음식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줄 촉감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먹고 삼키는 과정은 우리가 손으로 치약을 짜는 행위와 비슷하다. 치약을 짜서 입에 넣는 데 필요한 감각 정보는 촉감이 전부다.
그러나 우리의 감각은 음식으로부터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낸다. 우리가 음식으로부터 경험하는 향미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감각 경험에 대한 열정적인 욕구는 우리에게 체중과 건강상의 문제를 가져다주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향미는 음식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음식의 향미는 우리가 그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느냐 뿐만 아니라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에 대한 정보를 준다. 인류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보면, 우리의 조상들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독성이 있는 음식을 가리기 위해 향미에 대한 감각을 발달시켰다고 한다. 예컨대 인간의 혀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그리고 향이라는 근원적인 맛에 대해 민감하게 된 것은 영양가가 있는 음식들은 이러한 향미를 제공하고 독성이 있는 음식들은 이와는 다른 향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대개 과일이 주는 영양상의 이득 때문에 단맛을 좋아하고, 독버섯이나 쓴맛이 나는 식물 속에 들어있는 독 때문에 강하게 쓴맛을 싫어한다고 한다. 다른 근본적인 맛에 대한 인간의 반응 역시 이와 비슷한 적응상의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미각은 우리 몸이 상당한 수준의 신진대사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음식을 구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진화되어왔다.
영양상의 이득은 많이 주면서 독성은 적은, 그리하여 식용이 가능한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적응상의 중요성은 모든 감각들을 동원하는 향미의 메커니즘을 형성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맛을 느끼는 것은 혀와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코, 눈, 귀, 피부가 모두 개입되어 있다. 향미가 음식의 냄새, 감촉, 모양, 심지어는 소리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요리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사들은 우리의 식도락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수없이 많은 조리법의 조합과 변형을 창조하는 것이다. 미각에 대한 연구가 보여주듯이, 교차감각의 영향은 부분의 총합과는 다르면서 때로는 환상적이기도 한, 전혀 새로운 향미의 경험을 창조할 수도 있다.
양상추의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암흑 레스토랑에서 양상추를 한번 먹어보라. 양상추는 나와 친구들에게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음식을 먹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첫 번째 깨달음을 주었다. 그것은 입을 통해서 이해하는 음식의 모양에 대해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깨달음은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반면에 손에 닿은 빵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우리가 평상시에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폭신폭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어둠이 음식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 것이 분명했다. 이어서 주요리가 나왔다. 내 점시에서는 약간 이국적인 향신료 냄새가 났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나는 접시 가장자리에 포크를 가져가서 두껍고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내용물을 약간 떠냈다. 입에 넣고 보니 그 질감으로부터 밥(현미밥)과 타이식 카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접시 한가운데를 포크를 찔러보았다. 포크에 걸린 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음식이입에 닿기도 전에 날카로운 꼬챙이 같은 것이 뺨을 찔렀다. 나는 포크를 도로 물렀다가 방향을 다시 잡은 다음 내용물을 입에 넣었다. 입에 들어온 것은 껍질째 익힌 깍지콩이었다. 살짝 쪄낸 후에 밥에 얹은 것과 똑같은 카레 소스로 맛을 낸 것이었다. 깍지콩을 씹자 ‘아작’하고 씹히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리면서 바삭바삭한 질감이 더욱 부각되었다. 대단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소리가 실제의 향미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나는 함께 갔던 친구들 역시 그날 나온 음식에 대해 모두 비슷하게 느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그날 먹어본 음식들이 하나같이 밋밋하고 덤덤한 맛이었다는 데 동의했다. 물론 요리사의 잘못일 수도 있었지만, 빵과, 애피타이저, 주요리, 디저트까지 자그마치 13가지나 되는 음식들이 전부 향미가 없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좀 독특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고급에 속했던 레스토랑에서 그런 음식이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데 우리는 다시 한 번 동의했다. 여러 음식 중에서 한두 가지가 맛이 없었다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모든 음식에서 맛도 향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은 우리들 모두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각에 대한 자료들을 보았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보는대로 맛이 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입맛은 우리가 보거나 보지 못하는 것에 의해서 강한 영향을 받는다. 음식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느냐에 따라 입맛이 생기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음식의 향미를 어떻게 경험하는가에도 음식의 모양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과일주스4가지(체리, 오렌지, 라임, 포도)가 각각 든 컵이 눈앞에 있다고 하자. 이럴 때 우리는 거의 언제나 주스의 맛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주스의 색깔을 서로 바꿔놓는다면, 그 맛을 정확하게 알아맞힐 확률은 20퍼센트로 떨어진다. 주스의 냄새나 맛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해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체리주스를 오렌지색으로, 오렌지주스를 연두색으로 바꿔놓는다든가 하면 그 주스의 맛에 대한 지각도 달라진다. 오렌지색의 라임주스는 오렌지 주스의 맛으로 느껴지고, 연두색의 오렌지주스는 라임주스의 맛으로 느껴지는 식이다.
암흑레스토랑에서 얻은 깨달음중의 하나는, 음료가 가진 향미의 강도에 대한 평가 역시 그 음료의 외양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맛이 밋밋한 음료에 밝은 색을 주고, 맛이 강한 음료에 밋밋한 색을 주면, 색의 강도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음료 맛의 강도역시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향미 까지도 느끼게 할 만큼 색깔의 영향력은 막강한 것이다. 맹물에 오렌지색을 섞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물에서 오렌지 맛을 느낀다. 반대로 오렌지 맛이 강한 음료를 투명하게 만들면, 그 음료는 맛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미각은 보이는 것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늘 보이던 것이 충분히 보이지 않으면 향미는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내 친구들과 내가 암흑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그렇게 하나같이 맛이 밋밋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같은 결과가 몇몇 과일음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케이크, 쿠키, 셔벗, 커스터드, 사탕 등을 가지고 한 실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색깔만이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가시적인 질감역시 커스터드가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롭게 느껴지는가에 영향을 준다. 또한 외양은 향미가 한 가지냐 아니면 서로 다른 두 가지 향미가 섞여 있느냐를 감지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미에 미치는 시강의 영향은 진자 지각에 의한 거이어서, 외부에서 제시되는 지식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맛과 색깔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음식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에도 피실험자들은 맛에 변화를 보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눈이 음식을 ‘맛보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모두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맛에 반응하는 세포군은 음식을 눈으로 보기만 할 때에도 반응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음식을 보는 행위는 시상하부의 활동을 유발하는데, 시상하부는 먹기와 관련된 행동과 식욕을 통제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뇌 스캔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음식이 먹을 만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냄새를 맡을 때, 시각적인 자극이 없더라도 시각 중추는 자동으로 여기에 개입한다.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증거는 맛의 지각에 시각적인 정보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음악도 보는대로 ??
- 양병찬님 페이스북 번역글

나가수나, 불후의 명곡이나, K팝 스타 등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진정한 음악(성)이란 무엇인가?" 또는 "음악(예술)에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영국의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청중들은 뮤지선의 연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은연중에) 사운드보다 비주얼을 더 중시(重視)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군요. 연구 시작 전에 실시된 인터뷰에서는 "음악성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다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무의식은 평소의 생각을 반영합니다. 그렇다면, 비주얼은 음악의 일부일까요, 아니면 군더더기에 불과할까요?

▶ 오늘의 퀴즈: 다음에서 말하는 `그`는 누구인가? "그는 연주할 때 긴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휘두르고, 땀방울이 객석으로 날아드는가 하면, 여성 팬들은 흥분한 나머지 까무러치거나 속옷을 벗어 무대로 던졌다." 답은 믹 재거도, 지미 페이지도, 랑랑도 아닌 프란츠 리스트다. 그는 19세기 헝가리의 피아니스트로, 그가 극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본 로베르트 슈만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가 커튼 뒤에서 연주했다면, 그의 매력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펄쩍 뛰며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무슨 소리야? 우린 공정해. 가식적인 행동 따위에 현혹되지 않는다구. 중요한 건 음악이야!"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연주의 질(質)에 대한 평가는 청각보다는 시각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치아-정 체이 박사(심리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주 미 학술원회보(PNAS)에 기고한 논문에서, 음악애호가들을 당황시킬 만큼 쇼킹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체이 박사가 피험자들을 모집하여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이제 곧 연주실황이 담긴 음반이나 뮤지비디오를 평가하는 실험을 할 텐데,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볼 예정인가요?"라고 질문하자, 압도적 비율(약 83%)의 피험자들(훈련받지 않은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는 물론 전문 뮤지션까지도 포함됨)이 이구동성으로 `사운드`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피험자들에게 세계 10大 음악경연에서 3위 안에 든 뮤지션들의 연주실황을 들려주거나 보여준 다음," 누가 1등을 했을지 맞춰 보세요?"라고 물은 결과, 청중들의 말은 거짓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전문가와 아마추어로 이루어진 피험자들에게, 3가지 방법(오디오, 오디오 + 비디오, 비디오)으로 연주실황을 시청하게 한 결과, `오디오만 청취한 경우`와 `오디오 + 비디오를 동시에 시청한 경우`에는 적중률이 약 33%로 나타났으며, 전문가와 아마추어 사이에 차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비디오만 본 경우`에는 적중률이 46~53%로 나타났으며, 이번에도 역시 전문가나 아마추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음악이란 과연 무엇일까?"라고 반문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클래식 연주가로서, 이번 연구결과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나는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는 평가기준'과 '우리가 실제로 평가하는 기준' 사이에 커다란 갭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고 체이 박사는 말했다. (체이 박사는 심리학자인 동시에, 저명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캐나다와 오타와 대학의 빈센트 베르예론 박사(음악철학)는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공연용으로 작곡된 음악(클래식 포함)은 음향예술(sonic art)인 동시에 시각예술(visual art)이다. 따라서 음악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연구는 문제의 핵심을 찌른, 매우 우수한 연구다"라고 그는 논평했다.

"사운드가 연주자의 기교를 나타낸다면, 비주얼(행동이나 표정)은 연주자의 열정과 동기부여(motivation)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청중들, 특히 아마추어들은 비주얼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아마추어들은 전문가들보다 연주자의 열정과 동기부여를 정확히 짚어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그들이 - 전문가들과는 달리 - 세세한 사운드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체이 박사는 말했다. (사실, 아마추어들은 '연주자들이 무심결에 놓치는 음정을 잡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캐나다 맥길 대학의 대니얼 레비틴 박사(음악심리학)는 이번 연구결과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논평하며, "어떤 의미에서, 시각이 청각보다 더 원초적(primordial)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관련된 최종 문제는 "시각 정보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인가", 다시 말해서, 시각이 진정한 연주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방해가 되느냐"일 것이다.

혹자는 "우리가 '시각적 화려함'에 현혹되면, 연주자의 '음악적 깊이'를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언어에는 음성언어(spoken language)만 있는 게 아니라 신체언어(body language)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연주자의 몸짓과 표정을 연주의 일부로 간주하는 견해 역시 전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연주자의 비주얼(표정과 몸짓)은 사운드에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여 음악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준다. 많은 연주자들은 본능적으로 '시각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아마 믹 재거도, 프란츠 리스트도 그랬을 것이다"라고 체이 박사는 말했다.

※ 원문정보:
Chia-Jung Tsay, "Sight over sound in the judgment of music performance", PNAS, Published online before print August 19, 2013, doi: 10.1073/pnas.122145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