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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은 문화다

식품은 문화이다
- 자본주의는 이익으로 돌아간다
- 공짜 점심은 없다,  조미료 육수
- 문화이다 = 이유가 있다
- 무엇이 전통식품인가 ?
- 한국 차문화가 중국에 밀리는 이유
- 음식에서 다양성의 의미

인간은 때로는 악취나는 음식과 역겨운 음식도 기꺼이 먹는다. 일부 음식 냄새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을 만큼 심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특산 스트뢰밍이 있다. 스트뢰밍은 발효시킨 청어로, 그 나라 최고의 진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끔찍한 악취를 풍긴다. 스칸디나비아에는 루터피스크가 있다. 루터피스크는 자연 건조시킨 대구를 며칠 동안 물에 담갔다가 다시 이틀 동안 양잿물에 재우고 다시 며칠 동안 맹물에 널어서 만든다. 숨 막히게 할 만큼 역한 냄새를 풍기는 불쾌한 젤라틴 덩어리라는 평도 있지만 자신이 진정한 크누트의 자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1년에 최소 한 번은 이 루터피스크를 먹는다. 그들도 루터피스크 냄새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냄새를 특별히 면제해 주었다. 그걸 소속의 상징으로 만든 것이다. 두부를 발효시킨 취두부를 먹지 않으면 진정한 타이완 사람이 아니다. 삭힌 상어 고기인 하르칼을 먹지 않으면 진정한 아이슬란드 사람이 아니다. 일본인은 납두(청국장), 우리에게는 홍어가 있다.
따지고 보면 더러운 제비집 요리가 인기가 있고, 목숨을 걸고 먹는 복요리도 있다. 요즘은 커피가 대세인데  커피처럼 기묘한 것도 드물다. 코피 루왁은 최고급 명품 커피로 인정받는데 말레이사향고양이가 커피 과육을 먹고 속씨를 배설한 것을 주워서 잘 씻고 말린 후 로스팅해 만든 것이다. 밤이나 호두처럼 겉이 단단한 씨앗은 속에 독이 적고, 살구, 복숭아처럼 속씨가 있는 열매는 겉의 과육만 먹고 속씨는 먹지 말고 퍼트려 달라고 독이 있다. 커피도 겉의 과육만 먹고 속씨는 먹지 말라고 만들어진 열매다. 우리는 과육은 버리고 속씨를 가장 위험한 요리법인 굽기(로스팅)을 통해 향을 만들어 먹는다. 향기 속 화학물질만 1000종이 넘고, 독성물질양은 우리가 1년간 섭취하는 잔류농약의 양보다 많다고 한다. 커피의 카페인은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커피는 건강에 좋다는 놀라운 적응의 동물이 인간이다. 그러면서 사소한 것 따지느라 시간만 낭비한다.

 

전문가들 기능성만 강조, 선택기준 왜곡, 음식에 담긴 한국의 전통문화 발굴해야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

프랑스 음식이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다거나 몸에 좋기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음식에 대해 ‘나와 이웃이 인생에서 가장 기념할만한 일을 같이 즐기는 전통이 담긴 음식’이라고 표현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음식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다
서울은 유네스코에 디자인 창의도시로, 전주가 유네스코에 음식 창의도시로 최근 지정됐다. 전주 음식 중 3가지가 유네스코에 거론되고 있다. 전주 한정식은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음식 전통이 담겨 있고 콩나물 국밥은 개운하고 상큼한 맛이 있고 전주비빔밥은 20여 가지의 재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 이유이다. 전주 음식이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유는 건강, 생리 효과가 아니라 전통이 담겨 있고 맛이 훌륭하고 조화와 균형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이 중요한 것이지 몸에 좋아서가 아니다. 식품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소양이 반드시 필요하며 음식을 기능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음식을 진정으로 세계화하려면 ‘불고기가 건강에 좋다’라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한국의 문화를 찾아 이를 강조해야 한다.
내가 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는 식품은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안심하라는 위로를 전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이 이야기 ‘식품은 문화다’라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문화는 만들기 나름이며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피자는 이탈리아의 오랜 전통식품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50년에 불과하다. 모차렐라치즈가 피자에 처음 사용된 건 공식적으론 1889년부터다. 일부 지역에서 유명해 졌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피자의 팔자가 바뀐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었다. 이탈리아에 상륙한 미군 병사들은 피자에 열광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간 병사들은 미국에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만들어 먹는 피자집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들이 먹으면서 피자가 미국 사회 전반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찾은 미국인 관광객들이 피자를 찾자 피자집이 이탈리아 전역에 들어섰다. 피자 먹는 미국인을 보면서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도 피자를 알게 되었다. 특히 미국 문화를 선망하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피자를 먹기 시작하여, 1960~70년대부터 이탈리아에서 피자가 본격적으로 소비됐다. 피자가 이탈리아의 국민 음식이 된 것은 50년 정도에 불과하고 피자를 알아봐준 사람은 외국인이다.
일식하면 생각나는 초밥도 현대와 같은 형태는 냉장·냉동기술이 보편화된 1950~60년대 이후에 나왔다. 이전까지는 갓 잡은 생선을 도시에서 먹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선어(鮮魚)와 활어는 1950년 가공·냉동시설을 갖춘 저인망 어선 등장, 1956년 컨테이너 발명, 1960년 저온냉장 화학기술 이용 저온 유통체계가 구축되는 등 기술적 발전 이후 가능해졌다. 신선한 날생선을 사용하는 초밥가게가 도쿄에 퍼진 건 1960년대 이후라고 하니 실제 역사는 50년도 안된다. 사실 초밥이야 말로 인스턴트 식품의 하일라이트가 아닐까? 미리 준비한 밥에 고추냉이와 생선을 올려놓으면 끝이다. 이처럼 빨리 만들어지는 식품이 어디 있을까.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통음식들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우리가 전통한식이라고 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만들어진 지 100여 년에 불과하다. 김치라고 하면 보통 통배추 김치를 떠올린다. 배추는 오래되었지만 요즘 먹는 배추는 1906년 외국으로부터 품질이 우수한 배추 품종을 도입하여 육종 연구가 시작한 이후의 결과물이다. 김치소의 형태도 불과 50여 년 전에야 현재의 맛과 모양을 갖추었다.  삼계탕은 어떨까. 조선시대 닭을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은 백숙(白熟)이다. 간장, 된장 등 장류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귀한 인삼을 썼을 리는 없고 오늘날 같이 수삼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삼계탕은 1960년대를 넘기면서 나타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때의 삼계탕은 "인삼을 넣고 푹 고은 닭백숙"이었다. 제법 자란 닭이라야 살이나 뼈에 맛이 드는데 지금은 영계만 사용되니 지금의 삼계탕은 현대식 음식인 것이다.

음식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대에 맞춰 재해석·재창조되지 못하면 외면당한다. 변형과 외국의 것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어떤 식재료건 가공(요리)법이건 한국 사람이 주체적으로 수용하면 한식(韓食)이고 한세대 이상 먹어서 속이 편하면 그것이 전통식품이 아닐까. 오늘도 수많은 한국 전통식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전통식품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최신제품이었다. 창의적인 식품 연구원, 요리사에 의해서 만들어진 식품을 감사하며 가볍게 즐기면 충분하지 않을까 ?

식품에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위생도, 안전도, 영양도 아닌 감각의 문제다. 그리고 감각은 나의 뇌가 만든 것이다. 불 끄면 사라지는 색도 실재하지 않는 것이고, 살을 에는 통증도, 참을 수 없는 냄새의 유혹도 모두 나의 뇌가 만든 환상일 뿐이다. 세상에는 단지 화학물질만 있다. 우리의 몸이 수용체를 만들어 그중의 일부를 감지하고 우리 몸에 유용한 것에는 뇌에서 쾌감의 신경물질을, 불리한 것에는 통증의 신경물질을 분비할 뿐이다. 너무 밖에서 답을 찾지 말자. 답은 내 안에 있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 현대인에게 더 이상 영양이 중요하다 우기지 말자. 지금 현대인에게 이상적 식품은 적은 양으로 포만감과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하는 음식이다. 적게 먹고도 만족할 수 있다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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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시론] 유네스코 창의도시 `전주`의 비결 (한국경제, 2012.05.18)
음식의 전통·조화 높은 평가…어설픈 과학보다 문화가 중요
    이덕환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회장 duckhwan@sogang.ac.kr>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하고 풍성해진 식탁을 마주하는 우리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식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식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등장한 식품회사는 소비자의 안전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과학으로 식탁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정부와 전문가의 호언장담도 믿기 어렵고,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오히려 불안을 부추긴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가득 채워져 버렸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과학’을 강조한다. 식품의 과학적 특성과 식품 가공에 쓰이는 첨가물에 대한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결정된 1일 섭취 허용량(ADI)만 지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명백한 과학은 외면하고, 근거 없는 소문이나 선정적 보도에 빠져드는 소비자들을 원망스럽기도 한다.
식품 과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천연’ 물질과 ‘인공’ 물질의 임의적인 구분도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완벽한 안전성은 불가능하고,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적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식품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가공식품의 표식에 빼곡하게 인쇄된 성분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 정보가 언제나 정확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문가와 정부가 과학을 핑계로 자신들의 관심은 애써 외면하면서 식품회사를 편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학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정형화된 설명도 문제다. 화학 성분과 그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다. 불포화 지방이 많은 오리 고기와 등푸른 생선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레시틴과 알파토코페롤이 풍부한 두부가 어린이의 성장, 두뇌 발육, 치매 예방에 좋다는 식이다. 모두 최근 언론에 소개된 영양학자들의 발언이다. 동의보감의 효능을 들먹이는 한의사도 흔하다.
화학 성분과 애매한 효능을 연결시켜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을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식품위생법의 허위·과장 광고 금지 조항을 넘나드는 위험한 설명이 소비자들에게 식품과 의약품을 혼동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도 잘못된 식품 과학과 무관하지 않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은 전주 음식의 과학성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전통’, 개운한 국물의 ‘맛’, 그리고 식자재의 ‘조화와 균형’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역시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개인과 이웃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에 좋은 문화적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식품은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다. 우리 조상들이 발효의 과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하고, 어설픈 과학 용어를 앞세워 애매한 기능성을 강조하고, 과학적인 1일 섭취 허용 기준이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 진정한 식품 과학일 수는 없다. 식품과 과학의 이성적인 만남이 필요하다.


일식은 세계문화유산 되는데…
박영철 주간조선 차장 입력 : 2013.07.09 03:05

프랑스 파리에 1㎢당 4.1곳이나 있는 아시아 음식 식당 있다는데…
이달 2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대학 교수가 쓴 칼럼성 글인데, 제목이 ‘세계유산이 될 것인가 일식(日食), 바른 일식이란?’입니다.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UNESCO)에 일식(日食)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해놓은 모양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에 신청했더군요. 이 칼럼에 따르면 지금까지 음식 분야에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4건으로 프랑스의 미식술(美食術), 지중해요리, 멕시코 전통요리, 터키의 케시케키 요리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글을 잠시 인용합니다. 출전은 ‘파야지의 서바이벌 블로그(ppayaji‘s Survival Blog)’입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지만 ‘사회적 습관’ ‘자국의 정체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요건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 요리’는 7000년전부터 대대로 구성돼온 전통이 반영된 요리로, 옥수수와 콩 그리고 고추를 음식재료로 이용해 환경과의 공생과 지역사회의 유대 그리고 자국의 정체성에 있어서 커다란 의미를 인정받았다.

터키 요리는 ‘케시케키’라는 제례(祭禮)시 준비되는 요리로, 음식문화뿐만 아니라 제례라고 하는 전통적인 관습의 한 부분이라는 점도 높이 평가 받는다. 일본의 이번 제안에 가장 가까운 것은 2010년에 세계무형문화유산 등록이 인정된 프랑스의 ‘gastronomie(미식술)’. ‘집단이나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때를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이므로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판단됐다.”
일본의 세계유산등록 정식 명칭도 ‘와쇼쿠(和食·일식을 일본에서는 이렇게 호칭);일본인의 전통적인 식문화’입니다.
등록의 가부(可否) 여부는 오는 12월에 발표됩니다. 일본은 지난달 후지산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한껏 기분이 고양돼 있는데 이번에 일식까지 세계유산이 되면 겹경사인 셈입니다.
일식은 요즘 글로벌 무대에서 대세(大勢)가 됐습니다. 값비싼 고급 식문화를 자랑하는 미식가(美食家)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도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일식이 확산 중입니다. 특히 일식 레스토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대다수는 생선초밥(스시)을 메인 요리의 하나로 하는 가게입니다. 이 칼럼의 필자인 후쿠다 이쿠히로(福田育弘) 와세다대 교수는 한 논문을 인용, 파리에는 2010년 시점에 430여곳의 생선초밥을 제공하는 일식 레스토랑이 있고, 이것을 파리 면적으로 나누면 1㎢에 4.1곳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의 일본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쿄 23개 구에는 4442곳의 생선초밥집이 있어서 얼핏 보면 몹시 많아 보입니다. 다만 그것은 도쿄 23개 구의 면적이 파리의 약 6배나 되기 때문에 1㎢당으로 환산하면 약 7.1곳입니다.
파리를 능가하는 밀도이지만, 도쿄도(東京都) 전체로 계산하면 약 2.5곳이 돼서 도쿄 보다 파리가 더 많습니다. 인구비율로도 사정은 거의 비슷합니다. 파리의 생선초밥 레스토랑 숫자가 도쿄와 비슷한 밀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일식의 인기가 해외와 일본 국내에선 사정이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한식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점점 쇠퇴하는 것처럼, 일본의 일식도 그런 듯 합니다.

도쿄에서도, 일본 전체에서도 생선초밥집은 감소하는 경향입니다. 2006년부터 2010년에 걸쳐서 도쿄도에서는 생선초밥가게 수가 14%나 줄었습니다. 한편 파리에서는 일식 레스토랑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런 가게에서는 생선초밥이 메뉴에 올라와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생선초밥은 바야흐로 일본보다 해외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생선초밥 외에도 일본요리는 일본인의 생활 속에서도 희소한 존재가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카레와 햄버거에 눌리고, 외식에서는 프렌치와 이탈리안에 뒤처지고 있으며, 중국요리와 야키니쿠(고기구이)에도 인기를 양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쿠다 교수가 인용한 논문은 프랑스 소르본대학 지리학과 대학원 학생이 쓴 석사논문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석사 2년째에 필드 워크가 의무입니다. 이 학생은 일본에서 2개월간 필드 워크를 했습니다. 일본 식문화 열풍은 벌써 대학 차원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시대 흐름도 일본 음식에 유리합니다. 고기와 지방을 기본으로 한 프랑스 요리에 비해, 일식은 저(低)칼로리라서 건강식이고 맛도 좋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광우병, AI 등 고기파동이 여러 번 발생한 것도 일식에는 플러스 요인입니다.

일본 정부와 민간, 대대적인 日食 세계화 노력… 非일본인 日食 애호가 훨씬 더 많아

일본 정부는 일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열심입니다. 올해 3월에는 프랑스 주재 일본대사관과 소르본대학의 공동 주최로 일본 식문화에 관한 프랑스·일본의 국제 심포지엄이 소르본 대학에서 열렸습니다. 일본의 요리와 음식물을 소개하는 관련 이벤트도 개최됐습니다. 이 행사는 예상 이상으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일식의 세계유산등록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힘듭니다. 다만 일식이 세계유산이 되면 요리 대국을 자처하는 중국과, 한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한국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음식은 그 나라 문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합니다. 터키는 사실상 유럽권 나라이므로 일식이 세계유산에 선정되면 일식이 한식과 중식을 제치고 ‘아시아 대표 음식’으로 공인(公認) 받는 셈입니다.
일식이 이 정도로 큰 것은 일본 정부의 공(功)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일식을 국책(國策)사업 수준으로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일식당의 위치와 인테리어를 A급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본 기업인들도 거래처 손님들을 일식당에서 대접하는 식으로 정부 시책에 적극 호응했습니다. 이같은 민·관 합동방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놀라운 성과를 낳았습니다. 어느샌가 해외에서 일식은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됐고 이런 이미지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5년에는 ‘일식 인구 배증(倍增)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2010년까지 일식 애호가를 12억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일식을 프랑스·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2007년에는 해외의 일식당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증제를 도입했고, 일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일본레스토랑 해외보급 추진기구(JRO·Japan Restaurant Popularization and Promotion Organization)’까지 발족시켰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한식을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봐도 한식이 일식보다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외 한식당과 국내 한식당을 아우르는 '한식당 인증제'를 시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프랑스가 와인 등급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프랑스와인이 이탈리아와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각광 받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음식 분야의 등급제는 음식을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한식(韓食)을 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도 있습니다. 한식을 조리법과 맛과 건강 등 좁은 분야에만 치중해서 보지 말고 세계유산 등록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 습관 등도 감안해서 같이 봐야 할 것입니다. 음식은 문화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요.


식품과 의약품은 다르다

서강대학교 이덕환 교수
전문가도 식품 기능성 강조 ··· 선택기준 왜곡
음식은 생리 효능이 아닌 문화의 산물

식품과 의약품은 모두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식품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의약품은 생리작용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식품은 저독성･비특이성이지만, 의약품은 고독성･특이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식품과 의약품이 항상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은 아니지만 식품 중에는 의약품과 비슷한 생리효능을 가진 것도 있고 의약품 중에도 생리효능 이외에 영양 공급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것도 있다.
식이요법은 생리효능을 가진 식품을 이용해서 건강을 지키려는 방법으로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의 식이요법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기대하는 효능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식이요법에 사용하는 천연물의 재료가 되는 식물이나 동물의 생태적 특징이나 개인의 제한적인 경험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효능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다처(一夫多妻)의 물개는 남성의 정력을 상징하고, 석류처럼 많은 씨앗을 만들어내는 식물은 여성의 다산(多産)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식품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일반화되면서 식이요법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재료의 생태적 특성이나 제한적인 경험만으로는 생리효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아직도 근거가 빈약한 주장에 현혹돼 소중한 건강과 재산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환자들에게는 그런 유혹을 외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전통이나 비법(秘法)을 앞세운 엉터리 식이요법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식이요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이요법의 필요성과 가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삶의 질이 개선되고, 건강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면서 식이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적절하고 합리적인 식이요법이 건강 유지, 특히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잘못된 식사 습관이 비만, 당뇨,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대 과학의 발전이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학을 앞세운 식이요법이 과연 상징성을 앞세운 전통적 식이요법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그렇다. 겉으로는 ‘과학’을 강조하고, 과학적 용어와 표현을 동원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재료의 생태적 상징성을 근거로 했던 과거의 전통적인 주장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는 경우도 많다. 등푸른 생선의 ‘불포화 지방’과 ‘오메가-3’, 갑자가 유행하게 된 흑미(黑米)와 검은콩의 ‘항산화 성분’ 등이 그렇다. 물개의 일부다처와 석류의 수많은 열매가 낯선 과학 용어로 대체된 것을 빼고 나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늘날 우리 언론이 식품을 소개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획일화･정형화 돼 있다. 우선 지역의 특산물은 모두 ‘임금님이 드시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표현은 굶주림이 일상적이었던 시절, 식품이 신분차별의 중요한 수단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설명이 오늘날 우리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그런 식품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식품이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식품의 소개에서도 역사와 과학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요즘의 식품 소개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화학 성분과 그 기능에 대한 소개다. 두부에는 ‘레시틴’이 들어있고, 바지락에는 ‘베타인’이 풍부하고, 양파에는 ‘케르시틴’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런 성분들을 소개하는 이유도 황당하다. 영양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레시틴은 ‘어린이의 두뇌 발육에 좋고’, ‘베타인은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주고’, 케르시틴은 ‘체내의 니코틴 성분을 배출시켜 준다’는 것이다. 모두가 공영방송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최근 소개된 내용이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내용이다.
식품과학 전문가들의 정치적 민감성도 문제가 된다. 주곡(主穀)인 쌀 생산이 부족했던 1970년대까지는 녹말이 대부분인 쌀은 영양학적으로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다. 혼식과 분식은 쌀의 영양학적 단점을 보완해주는 현명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있다. 이제 쌀은 비만과 알레르기를 해결해주는 ‘기적의 식품’이라는 것이다. 쌀의 영양학적 가치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
식품의 과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식품의 기능성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음식문화가 과학이나 기능성에 의해 발전해온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의 전통 음식 중에는 현대 과학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도 많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소금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간장, 된장, 김치는 절대 좋은 식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식품에서도 생리효능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생리효능이 식품을 소개하는 핵심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음식은 문화의 산물이고, 식품의 소개에서도 그런 사실이 강조돼야만 한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불안감과 식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Uneasy Feeling on Food Additives and Social Perception on Food

이덕환 (Lee, Duckhwan)  [식품위생안전성학회 Safe Food, 7, 10-15, 2012.06]


1. 서론

우리 소비자들이 식품첨가물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 모두 건강에 좋지 않은 위험 물질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인체에 해로운 식품첨가물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우리가 식품첨가물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하지 않다. 식품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생활환경의 변화, 식품 전문가와 정부의 자세, 언론의 보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가공식품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가공식품을 완전히 외면한 삶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 가공을 단순히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다. 오늘날 우리가 비교적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형편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어렵게 생산한 식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인류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식품첨가물을 이용한 식품의 가공이 식품 소비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2. 식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품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식품 생산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그런 환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식품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더욱이 자연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리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자연을 의도적으로 훼손하지 않으면 자연은 우리에게 충분한 양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식품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런 환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자연산 식품, 전통적인 토종 식품, 식물에서 유래된 식품일수록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물론 현실과는 정반대의 아무 근거가 없는 환상이고 착각이다. 인류는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생존해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런 환상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우리는 자연을 우리에게 안전한 곳이고, 자연의 생태계도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우리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다른 짐승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대규모로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 육지의 12%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우리 인류의 문명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지구상의 인구 증가는 우리의 식량 생산 기술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이 다른 짐승과 다름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시기에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의 1%에 불과한 7천만 명 수준이었다. 자연의 동물을 사육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육종(育種)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대규모의 사회를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1만 2천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이후 18세기 말의 산업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 인구의 10%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전통적인 농경과 목축의 생산성이 더 이상의 인구를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구가 70억을 넘어서게 된 것은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기계 문명과 화학비료, 농약, 육종, 농기계를 기반으로 이룩된 1960년대의 ‘녹색혁명’에 의한 식량 증산 덕분이었다. 녹색혁명으로 우리의 식량 생산량은 6배 이상 늘어났다.

오늘날 우리의 식량 사정이 넉넉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스스로 충분한 양의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30여 년 사이의 놀라운 경제 성장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품을 충분히 수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식량을 함부로 낭비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어렵게 생산한 식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소비하는 것은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의무이고 책임이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인구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식품의 저장성과 소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3. 식품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상식

일반인들은 식품첨가물을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이라고 인식한다.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물질을 현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인공적으로 생산하여 식품에 첨가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식품가공업체가 소비자를 현혹해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고, 우리 정부가 그런 기업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인식이 확산된 이유는 매우 복잡하다. 가장 심각한 것이 소비자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다. 전문성과 사명감이 부족한 언론이 그런 소문을 증폭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역할도 충분하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정부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낯선 화학물질의 이름과 효능을 직접 연결시키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오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1) 식품의 기능성에 대한 오해
식품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오해는 전문가들이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식품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인체에 대한 독성이 낮고, 주변의 식물이나 동물에서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을 식품으로 활용한다. 물론 그런 식품 중에는 독특한 생리적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식품은 강한 생리 효능을 가진 ‘의약품’과는 분명하게 구별해야만 한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약품은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독성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우리는 식품의 생리적 기능을 함부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용 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약효를 강조하면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식품 분야의 전문가들은 언론이나 연구를 통해 식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일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식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식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식품의 소비자에게는 불필요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과학 정보가 과도하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과학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식품 관련 과학 정보 때문에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엉터리 과학 정보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실제로 우리 소비자들은 ‘화학적 첨가물’, ‘알칼리’, ‘효소’, ‘항산화’, ‘이온’, ‘수소 이온’ 등의 간단한 과학 용어에 대해서도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각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2) 과학적 사실의 의도적 왜곡
과학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알칼리’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알칼리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과학의 탈을 쓰고 확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알칼리수(水)’라는 엉터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었다. 알칼리를 이용해 아들과 딸을 마음대로 가려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본래 '알칼리'는 나트륨(소듐)이나 칼륨(포타슘)이 들어 있는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희랍어다. 비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우리 조상이 쓰던 잿물을 만들던 ‘재’가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요즘의 알칼리는 조금 더 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알칼리족’이라고 하는 리튬･나트륨･칼륨과 같은 금속을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수산화물을 뜻한다. 칼슘･스트론튬･바륨 등의 알칼리 토금속의 수산화물도 알칼리라고 부른다. ‘가성소다’나 ‘양잿물’이라고 부르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알칼리는 건조한 사막의 침출액이나 나무나 해초를 태운 재에서 얻었던 귀한 물질이었다. 요즘에는 광산이나 사막에서 채취하는 천연 소다회(탄산소다)를 변환시키거나 19세기 말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다. 보통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흰색 고체이고 금속이나 유기물을 부식시킬 정도로 반응성이 크다. 알칼리는 유리, 비누, 세제, 레이온, 셀로판, 종이, 펄프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산업 원료다.
대부분의 광고에서 '알칼리'는 수산화이온의 농도가 수소이온의 농도보다 큰 상태를 나타내는 '염기성'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의 체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는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 그렇지 않다면 링거액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수혈할 때 혈액형을 꼼꼼하게 따지는 병원에서도 링거액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을 사용한다. 실제로 우리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 지수(pH)는 누구나 7.4이고, 그 값이 0.2만 달라지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식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런 구분은 식품이 완전연소됐을 때의 부산물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알칼리 금속이나 질소 화합물이 많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우리가 섭취한 식품이 몸속에서 모두 '연소'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화학적으로 산성인 것이 분명한 식초를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우기는 것은 정말 기막힌 일이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화학적으로는 중성에 가까워야 한다. 정부에서 정한 마시는 물의 수질 기준에서도 수소이온 농도 지수는 5.8에서 8.5 사이가 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너무 심하게 산성이거나 염기성(알칼리성)인 물은 맛도 나쁘고, 실제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칼리 이온 음료’라는 광고는 ‘나트륨 양이온’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나트륨 양이온은 조금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이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린 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나트륨 이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만 먹으면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알칼리 이온 음료는 그런 소금물에 단맛을 내는 성분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 알칼리 이온 음료는 화학적으로 산성이다.
알칼리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어감이 낯선 과학 용어로 신비감을 불러일으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그런 상술에 속아 넘어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고, 귀중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3) 기업의 윤리성
기업의 전문성과 윤리성도 문제가 식품에 대한 상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천연물인 글루탐산 나트륨(MSG)이 ‘화학조미료’ 또는 ‘인공조미료’로 낙인이 찍혀 버린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된다. 1970년대에 시작된 조미료 생산 회사들 사이의 치열한 광고 경쟁의 결과였다. 생산 기술의 차이에서 시작된 과도한 광고 전쟁이 결국에는 ‘천연’과 ‘인공’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고, 결국에는 조미료 생산 산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퇴출되어 버리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MSG가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으로 MSG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조미료를 제3세계 국가의 소비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공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전문가들의 용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식약청에서 식품첨가물 분류에 사용하는 ‘화학적 첨가물’과 ‘천연 첨가물’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톨루엔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사카린’은 화학적 합성품이다. 그러나 천연 식품에서 간단한 분리 공정을 거쳐서 생산한 글루탐산 나트륨과 카제인 나트륨을 ‘화학적 합성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용어는 글루탐산이나 카제인을 화학적으로 합성했을 경우에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식품첨가제의 경우에도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정보와 함께 그런 첨가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함께 밝혀주어야 한다. 사카린의 경우에는 산업폐기물인 콜타르에서 분리한 톨루엔으로 합성을 한 식품첨가제이기는 하지만 단 것을 전혀 먹을 수 없는 당뇨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5) 위험성에 대한 인식
위험 성분의 ‘허용기준’에 대한 인식도 혼란스럽다. 식약청에서 제시하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소비자를 위한 사회적 합의일 뿐이지 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정부가 ADI를 비롯한 허용기준을 정하는 것은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만약 허용기준이 실제 위험을 나타내는 기준이라면 인종이나 국가별로 허용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위험 성분에 노출되었을 때의 반응이 다르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국가별로 허용기준을 다르게 결정하는 이유는 국가별로 위험에 대한 허용 수준이 달라서가 아니라 식품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은 식품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경우의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당초 의도처럼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고속도로의 속도제한과의 비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4. 소비자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식품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대부분 ‘정확한 정보의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와 정부가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없이 다양한 식품과 위험 성분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충분하게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도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모든 가공식품에 법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표시제도’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오늘날 가공식품에는 법적 요구에 따라 적지 않은 정보가 표시된다. 대부분 식품의 성분과 함량에 대한 정보와 특이 체질에 대한 경고가 표시된다. 그러나 과연 그런 정보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게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식품의 포장에 표시되는 내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통의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 중에서 정작 소비자가 알고 싶은 정보를 찾아내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식약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나 소비자 단체가 제공해주는 정보의 가치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충분한 양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노력은 1970년대 ‘과학대중화’ 분야에서 경험했던 ‘결핍모형’(deficit model)의 한계를 무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도 경험에서 비롯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그런 경험과 능력을 무시한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아무 효과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만 한다. 그렇다고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된 과학 상식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목적을 위해 정확한 과학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근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두려워한다는 사실 자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거나 상관없이 자신들의 두려움을 공감해주지 않는 전문가들의 노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정체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소비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식품첨가물의 정체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식품첨가물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양념’이나 ‘향료’를 뜻하는 새로운 용어다. 대부분의 식품첨가물은 영양학적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특별한 생리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사카린의 경우처럼 우리가 음식과 함께 섭취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식품의 가공 과정에서 저장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이 낮은 식품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품질이 낮은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다.

5. 식품의 문화적 가치

식품에 대한 과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과학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괴담’ 수준의 소문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학이 식품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다. 인류가 과학 지식을 축적하기 전부터 생존을 위해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해왔다. 그런 식품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런 설명의 설득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학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의 정형화된 설명은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불포화 지방이 많은 오리 고기와 등푸른 생선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레시틴과 알파토코페롤이 풍부한 두부가 어린이의 성장, 두뇌 발육, 치매 예방에 좋다는 식의 주장은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화학 성분과 생리작용을 들먹이는 설명은 식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심어줄 뿐이다.
식품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전주가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로 지정된 것은 전주 음식의 과학성 때문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전통’, 개운한 국물의 ‘맛’, 그리고 식자재의 ‘조화와 균형’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음식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역시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개인과 이웃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에 좋은 문화적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식품은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다. 간장, 된장, 김치를 개발한 우리 조상들이 발효의 과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요구르트를 개발했던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나 치즈를 개발했던 유럽의 백인들도 유산균이나 단백질의 과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역사 해석이다.

대부분의 전통 식품과 요리법은 자연 환경이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프랑스의 식품역사학자 마귈론 투생-사마의 ｢먹거리의 역사｣(이덕환 역, 까치, 2002)가 그런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주어진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새로운 식품과 요리법의 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식품에는 거의 대부분 인류 문명의 발생과 관련된 다양한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식품이나 요리법의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무시하고 기능성만을 강조하는 자세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4. 결론

식품첨가물을 포함한 가공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만 한다.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 기능성만 강조하는 전문가, 안전성에만 집착하는 정부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 식품과 요리법이 과학의 산물이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출발점을 삼을 필요가 있다. 식품의 기능성과 과학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우리의 경우처럼 식품의 기능성을 앞세우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식품 원료의 생산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식품이나 요리법이 어떤 문화적 환경에서 등장하게 되었고, 우리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모든 식품이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식품이 위험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식품첨가물을 ‘천연’이나 ‘인공’으로 분류하는 것은 식품의 위험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천연 식품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고, 인공 첨가물이라고 모두 위험한 것도 아니다. 식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화학 성분은 그것이 무엇이거나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반드시 생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법이다.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적극적이 노력도 중요하다. 허용기준의 의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용기준은 소비자의 안전보다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의 과정을 법률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허용기준을 넘었다고 곧바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허용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다. 허용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서 100% 안전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콩, 복송아, 새우를 많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누구나 먹어도 되는 땅콩이나 복숭아를 먹고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 과학적 가치보다는 문화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식품에 대한 낯선 과학적 설명이 소비자들을 긴장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술이나 젓갈은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Group 1)으로 분류되는 발암물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술이나 젓갈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지 않은 것은 문화적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술이나 젓갈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어받은 먹거리라는 사실이 우리는 안심하도록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음식문화와 사회적 소통

이덕환 교수


식품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는 식품과 음식점 음식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량으로 생산해서 유통되는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나쁘다. 설상가상으로 끊임없이 등장하는 불량식품과 광우병이나 구제역처럼 식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소비자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식품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가 늘어나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품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에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소통의 단절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품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소통도 원활하지 못하고, 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해줄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와 전문가들도 충분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언론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근거를 알 수 없는 괴담 수준의 정보가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과연 정보 제공만으로 소통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여기서는 음식문화의 다양한 면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우리 사회가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식품 분야의 소통 단절의 현실과 해결책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이 글에서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한 것’을 뜻하는 ‘음식’(飮食, cuisine)과 ‘사람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해당하는 ‘식품’(食品, food)이나 ‘먹거리’를 애써 구별하지 않고 사용할 것이다.

1. 음식문화의 다양한 측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기능적 가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음식에는 단순한 기능적 의미를 넘어서 사회･역사･종교･환경적으로 훨씬 더 복잡한 함축을 가지고 있다. 음식에 우리 사회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음식문화는 시대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1) 음식의 기능적 측면

음식의 일차적 기능은 우리의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탄소의 화합물이 핵심이다. 물론 비타민, 철, 황, 소듐(나트륨) 등의 미량 영양소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음식을 통해서 섭취한 화합물은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화학적으로 적당한 수준으로 분해되는 대사과정을 거친 후에 몸 밖으로 배설된다.
물론 영양 섭취를 위해 소비하는 음식에서도 질병이 생겼을 때 먹는 의약품과 비슷한 생리적 효능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과 의약품은 생리활성과 독성의 정도에 따라 구분하다. 이론적으로 볼 때, 식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저독성(低毒性)의 물질이고, 의약품은 특별한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최소한의 양만을 섭취해야 하는 고독성(高毒性)의 물질이다. 그래서 ‘독약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옛말과 달리 약방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의약품은 독약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식품의 건강 증진 효과나 치유 효과가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고 있다. 거의 모든 식품 전문가들이 식품에 들어있는 특정 화학물질과 생리적 효능을 강조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래서 김치의 유산균, 적포도주의 타닌, 등푸른 생선의 오메가-3가 신비의 성분인 것처럼 소개된다. 노화 방지, 정력, 미용, 두뇌 발육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이 넘쳐나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모든 식품이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개되기도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의약품과 구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건강보조식품’도 넘쳐나고 있다. 새로운 재료나 첨단 가공기술을 이용해서 개발하는 첨단 가공식품의 경우에는 기능성을 강조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식품 전문가들에게는 특별한 효능을 가진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식품공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언론도 기능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설명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실제로 음식의 치유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로 ‘식이요법’(다이어트)이 그런 경우다. 본래 전통적인 식이요법에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편식보다는 다양한 영양분을 고르게 섭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식생활을 강조한다. 그런 식이요법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식이요법만으로 심각한 질병을 고칠 수 있다거나, 신비스러운 건강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신비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2) 음식의 경제･환경적 측면

우리가 음식으로 활용하는 물질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에서 살고 있는 생물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 식물과 동물은 물론이고, 우리 눈으로 직접 보기도 어려운 미생물(박테리아)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이 이용된다. 물론 자연에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안전한 곳이고, 자연 생태계도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우리의 순진한 생각은 현실과는 전혀 다른 환상일 뿐이다. 우리 인간도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적자생존(適者生存)을 기본으로 하는 생태계의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 인류는 안정적으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지금처럼 번성하게 되었다. 인간이 다른 짐승과 다름없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던 시기에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의 1%에 불과한 7천만 명 수준이었다. 자연의 동물을 사육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육종(育種)기술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대규모의 사회를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1만 2천 년 전의 일이었다. 그 이후 18세기 말의 산업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지구상의 인구는 지금 인구의 10%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전통적인 농경과 목축의 생산성이 더 이상의 인구를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구가 70억을 넘어서게 된 것은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기계 문명과 화학비료, 농약, 육종, 농기계를 기반으로 이룩된 1960년대의 ‘녹색혁명’에 의한 식량 증산 덕분이었다. 녹색혁명으로 우리의 식량 생산량은 6배 이상 늘어났다.
오늘날 우리의 식량 사정이 과거보다 훨씬 더 넉넉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식량의 자급자족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30여 년 사이의 놀라운 경제 성장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품을 충분히 수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식량을 함부로 낭비할 수 있는 형편이 된 것은 절대 아니다. 어렵게 생산한 식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소비하는 것은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의무이고 책임이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인구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앞으로도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식품의 저장성과 소비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3) 음식의 문화적 측면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사회･역사･ 종교적 특성도 진하게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음식에 사용하는 재료, 재료를 확보하는 방법, 음식을 조리 방법, 심지어 음식을 먹는 방법이 모두 그렇다. 우리 사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계급 사회에서는 음식문화가 그 사회의 정체성이나 개인의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기도 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서 어떻게 먹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문화적･종교적 신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음식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음식에 사용하는 새로운 재료가 인기를 얻기도 하고, 이국적인 조리법이 도입되기도 한다. 음식문화의 변화를 추적하는 일은 언어의 변화를 밝혀내는 일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렵다.
오늘날 세계화의 물결에 따라 고유한 음식문화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낯선 외국의 음식문화와 마구 뒤섞이고 있다. 이질적인 음식문화를 혼합하는 ‘퓨전’이 미래지향적 음식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문화는 여전히 사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실제로 프랑스 음식이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는 프랑스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이 있다거나 몸에 좋기 때문이 아니었다. 프랑스 음식이 선정된 이유는 ‘개인과 이웃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 기념하기에 좋은 문화적 전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전주가 유네스코의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경우도 비슷하다. 전주 한정식은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의 음식 전통이 담겨 있고, 콩나물 국밥은 개운하고 상큼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고, 전주비빔밥은 20여 가지의 재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 선정 이유였다. 전주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거나 생리 효과가 뛰어나다는 주장은 우리에게나 설득력이 있는 옹색한 변명일 뿐이다. 전주 음식에는 전통이 담겨 있고, 한국인의 입맛이 반영되어 있고, 조화와 균형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음식의 기능적 특성보다는 문화적 특성이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2. 식품의 안전성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품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식품 생산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그런 환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왜곡되어 있다. 우선 식품은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더욱이 자연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자연을 의도적으로 훼손하지 않으면 자연은 우리에게 충분한 양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식품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런 환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자연산 식품, 전통적인 토종 식품, 식물에서 유래된 식품일수록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물론 그런 믿음은 아무 근거가 없는 환상이고 착각이다. 자연의 모든 식물이나 동물은 우리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치명적인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복어의 테트로도톡신, 감자 싹의 솔라닌, 독버섯의 무스카린이나 팔로이딘이 모두 천적을 퇴치하기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화학무기들이다. 약재를 달인 물을 천연 농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안전한 것으로 믿고 식품으로 활용하는 과일이나 채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코코아나 후추의 사프롤, 시금치의 옥살산, 버섯의 히드라진, 당근이나 샐러리의 미리스티신이 모두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독성 물질이다.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천연 식품도 많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식품이 우리에게 무해하다는 인식은 일반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다. 산길에서 천연 버섯이나 열매를 마구 따먹으면 안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독성 물질이 포함된 과일이나 채소를 식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리 방법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경험적으로 알아낸 방법을 이용한 조리법을 이용한다. 독성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복어의 내장과 체액을 제거하거나 보라색으로 변한 감자의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독성을 제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속의 면역체계를 믿고 독성물질이 포함된 자연산 식품을 그냥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균형적인 식이요법도 음식에 포함된 독성물질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적은 양의 독성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집중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면역 체계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독성 물질로 분류되지 않는 성분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땅콩이 대표적인 경우가 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리놀렌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지 않도록 해주는 효능을 가진 땅콩은 훌륭한 식품임에 틀림이 없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예방은 물론 치료제로도 효과가 있고, 인, 마그네슘, 포타슘과 같은 미네랄도 많고, 비타민도 풍부하다고 한다.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런 땅콩이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땅콩에 극미량으로 들어있는 화학물질을 항원으로 잘못 인식해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기침,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 콧물 정도의 가벼운 알레르기성 증세를 나타내지만, 심한 천식이 나타나기도 하고,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식품에 과민 반응을 나타낼 것인지를 미리 알아낼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들어있는 어떤 화학성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아내기도 어렵다.
독특한 맛과 향기 때문에 독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새우젓과 같이 염도가 높은 젓갈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수산물을 소금에 절인 젓갈은 동아시아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통식품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에 따르면, 지나치게 짠 젓갈은 술, 담배와 함께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1군’(Group 1)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다. 그렇다고 해서 젓갈을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독성 음식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적어도 우리나라, 중국, 베트남 등의 나라에서는 그렇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름기가 많은 육류나 생선을 숯불에 직접 굽는 경우에는 벤조피렌을 포함한 발암물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뜨거운 연기를 이용해서 훈제를 하는 경우에도 벤조피렌이 만들어진다. 라면 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도 스프의 원료로 사용했던 훈제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훈제 가다랑어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가열 온도를 지나치게 높여서 생긴 일이었다. 숯불에 굽거나 훈제를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독특한 맛과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벤조피렌의 위험성을 기꺼이 감수한다. 음식의 맛과 향기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이 건강에 대한 우려보다 훨씬 더 중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3.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

식품에 대한 사회적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에 따른 식품 생산의 소비의 분리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던 농업 사회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소비하는 식품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생산 과정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고, 심지어 우리 땅에서 생산되지 않는 낯선 이국적인 식품도 많아졌다. 식품의 생산은 물론이고 가공과 유통의 과정도 복잡해졌다. 식품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푸드 마일리지’가 늘어나면서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낯선 소비자에 대해 느끼는 윤리적 부담도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식품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도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 안전에 대한 논란에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소통의 단절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는 식품 안전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들의 안전을 무시하는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물론이고 식품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와 식품 전문가를 원망한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가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확한 과학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괴담 수준의 소문을 무책임하게 확산시키는 언론의 선정성도 식품 안전에 대한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식품의 성분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식품의 안전 관리는 사회적 리스크(risk) 관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작년 여름 독일에서 불거진 장출혈성 대장균이 유럽 사회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아무 잘못이 없었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유기농 단지가 문제의 원인으로 잘못 지목되면서 심각한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8년 우리 사회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던 광우병 소동의 경우도 현대 사회에서 식품의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음식과 관련된 소통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식품 안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제시된다. 그래서 모든 가공식품에 법적으로 ‘표시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가공식품에는 법적 요구에 따라 적지 않은 분량의 정보가 표시된다. 대부분 식품의 성분과 함량에 대한 정보와 특이 체질에 대한 경고도 함께 제공된다. 음식점에서도 사용하는 재료의 원산지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 정보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식품의 포장에 표시되는 내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통의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 중에서 정작 소비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일도 쉽지 않고, 그런 정보가 충분한 설득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식약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이나 소비자 단체가 제공해주는 정보의 가치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충분한 양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노력은 1970년대 ‘과학대중화’ 분야에서 경험했던 ‘결핍모형’(deficit model)의 실패 경험을 무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관심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전문가들의 비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도 경험에서 비롯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그런 경험과 능력을 무시한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아무 효과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4.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소통의 장애 요소

음식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식품의 정체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공식품의 포장지와 다양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적지 않은 양의 정보가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일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생산자, 정부, 전문가, 소비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음식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효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1) 음식의 기능성에 대한 인식

전문가들이 앞장서서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관행이다. 식품의 일차적인 목적이 영양 공급이라는 사실과 균형 잡힌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음식의 문화적 가치도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는 식품의 생리적 기능을 함부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을 받은 경우가 아닌 일반 식품의 경우에는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표시 광고를 금지한다’는 식품위생법 제13조가 적용된다. 실제로 순진한 생각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약효를 강조하던 특용 작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식품위생법에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식품 전문가들은 언론이나 어설픈 연구논문을 통해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주장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식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을 분명하게 구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낮은 수준의 생리 효과를 가지고 있는 식품의 기능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식품의 소비자에게는 불필요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과학 정보가 과도하게 제공되고, 과학 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식품 관련 과학 정보 때문에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된다. 더욱이 식품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기능성 관련 정보는 매우 어설픈 것이 사실이다. 식품 전문가들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이나 건강과 관련된 의학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엉터리 과학 정보를 이용해서 부당한 상업적 이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비윤리적인 기업들이 어설픈 전문가의 흉내를 내면서 엉터리 과학용어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화학적 첨가물’, ‘알칼리’, ‘효소’, ‘항산화’, ‘이온’, ‘수소 이온’ 등의 간단한 과학 용어에 대해서도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각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

2) 식품첨가물에 대한 인식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첨가물을 현대 과학기술의 산물이라고 인식한다.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물질을 현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인공적으로 생산하여 식품에 첨가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식품가공업체가 소비자를 현혹해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고, 우리 정부가 그런 기업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식이 확산된 이유는 매우 복잡하다. 전문성과 사명감이 부족한 언론이 그런 소문을 증폭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역할도 충분하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정부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낯선 화학물질의 이름과 효능을 직접 연결시키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오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가공식품이나 음식점의 음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오늘날 가공식품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가공식품을 완전히 외면한 삶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식품의 가공을 단순히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기 때뭔이다. 오늘날 우리가 비교적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형편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어렵게 생산한 식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할 수 없는 막중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식품첨가물을 이용한 식품의 가공이 식품 소비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강조되어야만 한다.

3) ‘천연’과 ‘인공’의 구분

우리 사회에서는 글루탐산 나트륨(MSG)을 비롯한 아미노산 계열의 식품첨가제가 ‘화학조미료’ 또는 ‘인공조미료’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1970년대에 시작된 조미료 생산 회사들 사이의 치열한 광고 경쟁과 정부의 잘못된 분류가 문제의 원인이었다. 생산 기술의 차이에서 시작된 과도한 광고 전쟁이 결국에는 ‘천연’과 ‘인공’에 대한 논쟁으로 번졌고, 결국에는 우리 사회에서 조미료 생산 산업 자체가 사라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MSG가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오늘날 동남아시아에서 대량으로 MSG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조미료를 제3세계 국가의 소비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공급을 하고 있고, 역수입한 MSG가 은밀한 방법으로 엄청나게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MSG와 다른 점이 없는 아미노산계 조미료를 사용하면서도 ‘무(無)MSG’를 앞세우는 비양심적인 기업도 있다.
식약청에서 식품첨가물 분류에 사용하는 ‘화학적 첨가물’과 ‘천연 첨가물’의 구분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톨루엔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사카린’은 화학적 합성품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천연 식품에서 간단한 분리 공정을 거쳐서 생산한 글루탐산 나트륨과 카제인 나트륨을 ‘화학적 합성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용어는 글루탐산이나 카제인을 화학적으로 합성했을 경우에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식품첨가제의 경우에도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정보와 함께 그런 첨가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함께 밝혀주어야 한다. 사카린의 경우에는 산업폐기물인 콜타르에서 분리한 톨루엔으로 합성을 한 식품첨가제이기는 하지만 단 것을 전혀 먹을 수 없는 당뇨 환자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천연’과 ‘합성’의 대립은 식품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한 합성 염료와 합성 의약품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한 문제다. 합성 염료, 의약품, 식품에 대한 거부감의 원인은 의외로 복잡하다. 물론 합성 물질이 천연 물질보다 강한 독성이나 부작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그런 이유 때문에 합성 물질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합성 물질에 대한 거부감이 천연 물질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천연’ 또는 ‘자연산’에 대한 관심이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천연 물질에 대한 집착은 단순히 자연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천연 물질의 희소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양식 기술이 보급되면서 ‘광어’와 ‘도다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기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경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식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이 광어가 도다리보다 훨씬 더 맛이 좋은 것으로 평가를 했었다. 그러나 양식 광어가 쏟아져 나오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소비자들의 입맛도 ‘천연’과 ‘인공’의 구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식품을 천연과 합성으로 구분하는 일이 언제나 가능한 것도 아니다. 식약청에서는 가수분해 이상의 공정을 사용한 식품첨가물은 모두 ‘합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합성이 불가능한 글루탐산과 같은 아미노산이나 카제인과 같은 단백질을 염(鹽 )을 합성첨가물로 분류하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옳지 않다.

4) 과학적 상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과학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 식품 광고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알칼리’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알칼리성 식품이 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과학의 탈을 쓰고 확산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알칼리수(水)’라는 엉터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었다. 알칼리를 이용해 아들과 딸을 마음대로 가려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본래 '알칼리'는 나트륨(소듐)이나 칼륨(포타슘)이 들어 있는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희랍어다. 비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 우리 조상이 쓰던 잿물을 만들던 ‘재’가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요즘의 알칼리는 조금 더 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알칼리족’이라고 하는 리튬･나트륨･칼륨과 같은 금속을 물에 넣으면 만들어지는 수산화물을 뜻한다. 칼슘･스트론튬･바륨 등의 알칼리 토금속의 수산화물도 알칼리라고 부른다. ‘가성소다’나 ‘양잿물’이라고 부르는 수산화나트륨(NaOH)이 대표적인 알칼리인 셈이다.
알칼리는 건조한 사막의 침출액이나 나무나 해초를 태운 재에서 얻었던 귀한 물질이었다. 요즘에는 광산이나 사막에서 채취하는 천연 소다회(탄산소다)를 변환시키거나 19세기 말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한다. 보통 알칼리는 물에 잘 녹는 흰색 고체이고 금속이나 유기물을 부식시킬 정도로 반응성이 크다. 알칼리는 유리, 비누, 세제, 레이온, 셀로판, 종이, 펄프 등의 제조에 꼭 필요한 산업 원료다.
그런데 대부분의 식품 광고에서 '알칼리'는 수산화이온의 농도가 수소이온의 농도보다 큰 상태를 나타내는 '염기성'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사람의 체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는 인종,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똑같다. 그렇지 않다면 링거액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수혈할 때 혈액형을 꼼꼼하게 따지는 병원에서도 링거액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것을 사용한다. 실제로 우리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 지수(pH)는 누구나 7.4이고, 그 값이 0.2만 달라지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식품을 산성과 알칼리성으로 구분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런 구분은 식품이 완전 연소됐을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알칼리 금속이나 질소 화합물이 많으면 알칼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섭취한 식품이 몸속에서 모두 '연소'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화학적으로 산성인 것이 분명한 식초를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우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화학적으로는 중성에 가까워야 한다. 정부에서 정한 마시는 물의 수질 기준에서도 수소이온 농도 지수는 5.8에서 8.5 사이가 돼야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너무 심하게 산성이거나 염기성(알칼리성)인 물은 맛도 나쁘고, 실제로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칼리 이온 음료’라는 광고는 ‘나트륨 양이온’이 녹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나트륨 양이온은 조금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이 생긴다. 땀을 많이 흘린 뒤 물을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나트륨 이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만 먹으면 갈증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알칼리 이온 음료는 그런 소금물에 단맛을 내는 성분을 넣은 것이다. 실제로 알칼리 이온 음료는 화학적으로 산성이다.
알칼리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어감이 낯선 과학 용어로 신비감을 불러일으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그런 상술에 속아 넘어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고, 귀중한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5) 허용 기준에 대한 인식

유해 성분의 ‘허용기준’에 대한 인식도 혼란스럽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허용기준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청에서 제시하는 ‘일일섭취허용량’(ADI)은 소비자를 위해 통계를 기반으로 정해놓은 사회적 합의일 뿐이지 실제 개인에게 나타날 위험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정부가 ADI를 비롯한 허용기준을 정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만약 허용기준이 실제 위험을 나타내는 기준이라면 인종이나 국가별로 허용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위험 성분에 노출되었을 때의 반응이 다르다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국가별로 허용기준을 다르게 결정하는 이유는 국가별로 위험에 대한 유해성 수준이 달라서가 아니라 식품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사회적 규제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은 식품이 생산되거나 유통되는 경우의 문제는 정부의 규제가 당초 의도처럼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고속도로의 속도제한과의 비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허용기준을 넘었다고 곧바로 소비자의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허용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다. 허용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서 100% 안전하다는 주장도 사실과 크게 다르다. 허용기준이 통계적 개념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소비자 개인의 생리적 특성에 따라서 유해성이 매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콩, 복송아, 새우를 많이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누구나 먹어도 되는 땅콩이나 복숭아를 먹고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의 생리적 다양성을 완전히 무시해버리고 모든 소비자에 대해 100%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유해성에 대한 정보가 통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전문가들의 주장도 무책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5. 원활한 소통을 위한 노력

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만 한다. 물론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못된 과학 상식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목적을 위해 정확한 과학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만 한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근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음식의 유해성에 대해 심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거나 상관없이 자신들의 두려움을 공감해주지 않는 전문가들의 노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평가해줄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소비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정체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소비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식품첨가물의 정체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식품첨가물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양념’이나 ‘향료’를 뜻하는 새로운 용어다. 대부분의 식품첨가물은 영양학적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특별한 생리 효과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사카린의 경우처럼 우리가 음식과 함께 섭취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몸속으로 흡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식품의 가공 과정에서 저장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이 낮은 식품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식품첨가물의 분류 체계를 확실하게 개선해야 하고, 정부나 전문가들이 비양심적인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 서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 기능성만 강조하는 전문가, 안전성에만 집착하는 정부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 식품과 요리법이 과학의 산물이 아니라 문화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출발점을 삼을 필요가 있다. 식품의 기능성과 과학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우리의 경우처럼 식품의 기능성을 앞세우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식품 원료의 생산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식품이나 요리법이 어떤 문화적 환경에서 등장하게 되었고, 우리의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모든 식품이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식품이 위험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식품첨가물을 ‘천연’이나 ‘인공’으로 분류하는 것은 식품의 위험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천연 식품이라고 모두 안전한 것도 아니고, 인공 첨가물이라고 모두 위험한 것도 아니다. 식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화학 성분은 그것이 무엇이거나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반드시 생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