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 식물 ≫ 과일, 채소

과일이 익기까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들 가운데 과일은 먹을 수 없는 것에서 맛있는 것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채소와 고기, 동물들은 덜 자란 것, 어린 것이 가장 연하고 맛이 섬세하다. 그러나 덜 자란 과일은 보통 전혀 입맛을 당기지 못한다. 물론 초록색의 토마토, 초록색의 파파야, 초록색의 망고 따위를 먹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채소로 취급해서 잘게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절여서 먹는다. 채소 상태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파일은 반드시 익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그 교유한 특징이 창조된다.

익기 전: 성장과 팽창
과일은 꽃, 그 가운데서도 꽃의 암컷 조직인 씨방에서 발달하는 독특한 기관이다. 나중에 이 씨방은 그 식물의 성숙한 씨앗을 담게 된다. 대부분의 과일들은 단순히 두꺼워진 씨방 벽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인접한 조직들을 아우른 것이다. 예를 들면, 사과와 배는 주로 꽃 부분들이 자라는 줄기 말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과일은 3개의 독특한 층으로 발달하는 데, 보호막 구실을 하는 얇은 껍질, 중앙의 씨앗 덩어리를 둘러싸고 있는 내부의 얇은 보호막, 그 사이의 두텁고 즙이 많고 맛있는 층이 그것이다.
과일은 네 단계의 발달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 단계는 일반적인 경우로 수컷 꽃가루에 의한 암컷 밑 씨의 수정이다. 꽃가루는 성장 촉진 호르몬의 생성을 촉발시키며, 꽃의 씨방 벽의 팽창을 이끈다. 바나나, 네이블오렌지, 일부 포도 품종을 비롯한 몇몇 씨 없는 과일들은 수정 없이 발달한다. 두 번째는 비교적 짧은 단계로 씨방 벽 세포들의 증식이다. 토마토의 경우, 이 단계는 수정 순간에 사실상 완결된다.
과일의 발달 과정에서 대부분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세 번째 단계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저장세포의 팽창이다. 이 성장은 참으로 놀랍다. 가장 활동적인 시점의 멜론은 하루에 80세제곱 센티미터 이상씩 커진다. 이러한 팽창은 대체로 세포 내 액포의 수액이 축적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다자란 과일의 저장세포들은 식물 왕국에서 가장 덩치 큰 세포들이다. 수박의 경우 직경이 1밀리미터에 이른다. 이 성장 단계 동안 탄수화물들은 당의 형태, 또는 좀 더 단단한 전분 알갱이의 형태로 세포 액포에 저장된다. 감염과 포식을 단념시키기 위한 방어용 화합물들인 독성 알칼로이드와 떫은맛을 내는 타닌 등도 그 속에 섞여 세포 액포에 축적된다. 또 다양한 효소 시스템들이 가동 준비를 완료한다. 씨앗들이 스스로 성장할 능력을 갖추고 과일이 씨앗을 퍼뜨려 줄 동물을 유혹할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 이 과일은 마침내 익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에틸렌과 효소들의 작용
과일 발달의 마지막 단계는 익기다. 이것은 과일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일의 일생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다. 익기는 여러 개의 동시적 사건들로 이루어진다. 전분과 산의 수치가 감소하며, 당이 증가한다. 질감이 말랑말랑 해지고, 방어 화합물들이 사라진다. 독특한 향이 발달한다. 껍질의 색깔이 보통 초록색에서 노란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하여 과일은 더 달아지고 말랑말랑해지고 맛있어지며, 이러한 점들을 시각적으로 홍보한다. 익은 것은 이내 썩기 마련이므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단계를 과일의 전반적인 해체 과정의 이른 단계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익기가 불꽃처럼 강렬한 생명의 마지막 단계임이 분명해졌다. 과일은 익어 가면서 우리의 눈과 미각의 향연을 위해 스스로를 채비하며 적극적으로 종말을 준비한다.
익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변화들을 주관하는 것은 효소들이다. 효소는 복잡한 분자들을 단순한 분자로 분해하고, 과일의 일생 중 오로지 이 순간만을 위해 고안된 새로운 분자들을 생성한다. 그런데, 익기 효소들의 작용을 촉발시키는 방아쇠가 있다. 그 첫 단서가 확인된 것은 1910년 무렵이었다. 카리브의 섬들에서 오렌지 가까이에 저장해 놓은 바나나가 다른 바나나보다 빨리 익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 뒤 캘리포니아의 감귤 재배 농민들이 석유난로 가까운 곳에 있는 초록색 과일이 다른 과일들보다 빨리 색깔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석유난로와 과일이 공통적으로 가진 그 은밀한 익기의 비밀요원은 무엇일까? 대답을 얻은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였다. 바로 에틸렌이었다. 위 두 식물 종과 석유 연소에 의해 생성되는 단순한 탄화수소 가스가 다 자랐지만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의 익기를 촉발시키는 방아쇠였다. 한참 후, 과학자들은 과일이 익기 단계에 돌입하기 한참 전에 자체적으로 에틸렌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에틸렌은 이 과정을 조직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호르몬인 셈이다.

익기의 두 가지 유형, 두 가지 취급 방식

과일들이 익는 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극적이다. 에틸렌에 의해 익기의 첫 단계가 촉발되면 과일은 더 많은 에틸렌을 생성함으로써 스스로를 자극하고, 이전보다 2~5배 더 빨리 ‘숨 쉬기’ – 산소를 써서 이산화탄소를 생성하는 것 – 를 시작한다. 과일의 맛 ∙ 질감 ∙ 색깔이 급속히 변하며, 이후에는 또 종종 급속히 쇠락한다. 이와 같은 유형의 과일을 ‘전환성’ 과일이라고 한다. 전환성 과일은 다 자랐지만 아직 녹색인 것을 수확하면 알아서 익으며, 인위적으로 에틸렌을 투여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 종종 당을 전분 형태로 저장하며, 수확 후 익는 동안에 효소들이 이 전분을 당으로 전환시킨다.
‘비전환성’ 과일이라고 부르는 다른 한 가지 유형은 이처럼 극적이지는 않다. 이들은 에틸렌에 자가발전적인 에틸렌 생성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들은 점진적으로 익으며, 보통 당을 전분 형태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모체와 연결되어 있어야만 당도가 높아진다. 일단 수확되고 나면 효소의 작용으로 인해 세포벽이 물러지고 향 분자들이 생성되기는 하지만 당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익기의 이러한 기본 유형에 따라 시장과 주방에서 그 과일을 취급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바나나 ∙ 아보카도 ∙ 배 ∙ 토마토 같은 급전환성 과일들은 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 자랐지만 아직 단단한 상태에서 수확해서 포장해 목적지로 배송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면 상자에 포장된 상태에서 에틸렌 가스를 주입해 익힌다. 최종 소비자는 덜 익은 과일들을 익은 과일과 함께 종이 봉지에 넣어 두면 더 빨리 익힐 수 있다. 그것은 익은 과일들에서 활발히 방출되는 에틸렌 가스가 덜 익은 과일의 익기 과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파인애플, 감귤류, 대부분의 장과들, 멜론 등 ‘비전환성’ 과일들은 전분을 저장하지 않으며, 일단 수확하고 나면 별다른 맛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과일들의 품질은 모체에 매달린 상태에서 숙성된 기간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이 들은 잘 익은 것을 따서 배송한 것이 가장 맛있다. 또 품질을 향상시기기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조치도 별로 없다. 그냥 좋은 것을 고르는 수밖에 없다.
사실 단 몇 가지 예외(배, 아보카도, 키위, 바나나)를 제외하면 ‘전환성’ 과일도 모체에 매달린 상태에서 익은 것이 훨씬 더 질이 좋다. 수확하는 순간까지 모체로부터 맛의 원료 물질들을 계속 공급받기 때문이다.

 

아보카도의 비밀
November 6, 2013 by veritaholic Leave a comment

아보카도는 고대의 식물입니다. 이들은 6500 만년전, 맘모스나 지상나무늘보(ground sloth) 같은 거대동물들이 지구위를 활보하던 신생대 초기에 가장 번성했었습니다. 이들 거대동물들은 아보카도를 통째로 먹었고 멀리 떨어진 곳에 씨를 배설했습니다. 이것이 아보카도가 씨를 퍼뜨리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약 13,000년 전 서반구에서 이들 거대동물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보카도 역시 시대착오적인 과일식물이 되었습니다. 열매는 나무아래에 떨어졌고 기존의 나무와 태양과 지반을 가지고 경쟁해야 했습니다. 아주 운이 좋을 경우 설치류들에 의해 주변의 다른 지역에 묻힐 수 있었습니다. “진화의 흔적(The Ghosts of Evolution)”의 저자 코니 발로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보카도의 입장에서 13,000년은 자신의 전략을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이들의 유전자는 아직 거대동물들과의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지난 13,000년 동안 어떻게 명맥을 이어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이들을 경작할 수 있게 되면서 아보카도가 새로운 살 길을 찾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거대동물들이 활보할 당시 아보카도는 열매 전체의 5/6 에 해당하는 매우 커다란 씨앗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들이 더 많은 과육을 가지도록 품종을 개량해 왔습니다.
70년대, 생태학자 단 잔젠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이런 “시대착오적 과일”에 여러 종을 더 추가했습니다. 그는 파파야, 체리모야, 사포테 등의 수많은 열대과일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보카도가 시대적으로 버려진 식물임을 알려주는 또 다른 증거는, 아보카도의 씨앗은 독성을 가지고 있고 오늘날의 많은 동물들은 이를 해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쥐약을 만들 때 아보카도 씨앗과 치즈를 섞습니다. 그러나 거대동물의 시대부터 활동하던 코뿔소의 경우 이 씨앗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비록 인간은 아보카도의 적절한 짝은 아니지만,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되는 아보카도의 양은 23만톤에 이르며 한 사람은 평균 약 2kg 의 아보카도를 매년 먹습니다. 곧, 아보카도는 살아있는 “진화의 흔적”입니다. (Smithsonian)

 


망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