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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거부반응 & 태아

면역 마저 독성이 있다
- 면역 거부반응
- 면역 억제 : 장기이식, 노화억제
- 과민성 Allergy,  Atopy
- 과잉 : 벌의 독
- 자가 면역질환

유전자 변형해 엄마 면역 경보시스템 차단… 태아가 면역거부 피하는 비밀 풀리나

조선비즈|이길성 기자|입력2012.06.12 03:02

장기(臟器)를 이식받은 환자는 반드시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환자의 몸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켜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엄마의 면역체계에서 보면 다른 사람(아버지)의 유전물질을 지닌 태아는 일종의 '이물질'이다. 하지만 태아는 엄마의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이 생쥐 실험을 통해 의학계의 미스터리를 밝혀냈다.
지금까지 가설은 태아가 일종의 속임수로 엄마 몸의 면역거부 반응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태아가 엄마의 혈액 속에 미끼 격인 세포들을 만들어 보내 면역시스템이 그쪽으로 몰린 사이 자신은 안전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뉴욕대 연구팀은 기존 가설과 달리 유전자 차원의 '면역 스위치 차단' 시스템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태아가 착상되는 자궁내막 세포를 관찰했다. 외부에서 침입한 세포가 들러붙으면 자궁내막 세포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물질은 일종의 경보음이다. 경보를 들은 몸속 면역세포들이 달려와 이물질을 공격한다.
관찰 결과, 자궁내막 세포는 태아가 착상해도 염증물질을 분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궁내막 세포 안에서 경보기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임신 전과 다르게 변형된 것을 발견했다. 태아가 자궁내막 세포의 유전자를 변화시켜 엄마의 면역 경보시스템을 꺼버린 것이다. 정확한 작동 원리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간의 경우도 생쥐와 마찬가지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2012.6. 8일자에 발표됐다.


임신과 적합유전자

어머니와 다른 유전자를 지닌 태아가 자궁 속에서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고 생존하는 이유는?

▶ 임신은 오랫동안 면역계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피터 메더워는 1953년에 발표한 영향력있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명확히 다룬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수행한 실험과 버넷이 수립한 이론을 통해, ‘비자기non-self의 인식이 면역반응을 유도하며, 이로 인해 이식거부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생존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가 알고 있는 조직이식의 법칙에 어긋났다. 태아의 유전자 중 절반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인데, 어머니의 면역계가 태아를 비자기로 인식하여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메더워는 임신을 역설paradox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자신과 유전적으로 다른 태아를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먹여살리기 때문이다.

메더워는 이러한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를 ‘태아가 어머니로부터 해부학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태아와 어머니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는 그의 생각은 전적으로 옳았다. 태아는 양막낭amniotic sac에서 발육하며, 태아의 순환계가 어머니의 순환계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아에서 유래하는 세포들이 어머니의 면역계와 만날 수 있는 장소는 태반 한 곳뿐인데, 태반은 9개월 동안 성장하며 탯줄을 통해 어머니와 태아를 연결해준다. 따라서 태반은 면역반응이 억제되어야 하는 곳이며, 역설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기관이다.
인간의 태반은 어머니 자궁의 한쪽에 위치하며, 주로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서 영양분과 가스를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태반의 구조와 전반적인 출산과정은 동물에 따라 다양하다. 따라서 태반의 다양성은 생명의 다양성에 매혹된 사람들에게는 경이로움의 대상이지만, 임신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에게는 좌절감을 준다. 동물의 임신을 관찰해도 인간의 임신을 이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반은 다행히도 다른 장기들보다 구하기가 쉬운 편이어서, 태반의 해부학적 구조와 구성요소(세포)에 대해 많은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사람의 태반 속에서, 어머니의 혈액은 태아세포로 만들어진 융모villus(손가락 모양의 돌기) 위로 흐른다. 융모의 내부에서는 태아의 혈액이 가스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바깥 부분은 영양막세포trophoblast cell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영양막세포는 어머니와 직접 접촉하는 태아세포라고 할 수 있다. 태아에서 유래하는 두 번째 세포는 융모외 영양막세포extra-villous trophoblast cell인데, 이것도 어머니의 조직과 접촉하는 세포다. 융모외 영양막세포는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그리고 어머니의 동맥벽에 영향을 미쳐 혈류를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태아가 영양분을 잘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영양막세포와 융모외 영양막세포가 어머니와 접촉함으로써, 어머니와 태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방법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메더워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영양막세포의 기능을 이해해야 하며, 가능한 해답은 ‘영양막세포가 어머니의 혈액과만 접촉하고, 어머니의 면역세포와는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어머니의 면역세포가 임신 기간 동안 자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면, 자궁은 - 눈과 고환처럼 -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특권부위priviledged site가 된다. 메더워가 이끄는 삼인방 중의 한 명인 로버트 빌링엄은 1960년대에 이런 생각을 품었던 출중한 과학자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임신 기간 동안 면역세포가 자궁에 침투하여 감염과 싸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그건 정답이 아니었다.

메더워의 역설에 대한 정답은 ‘영양막세포는 태아에서 유래하지만, 다른 태아세포들과 성격이 달라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른 세포들은 모두 HLA-A와 HLA-B 단백질을 만들지만, 영양막세포는 이 두 가지 세포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영양막세포가 HLA 단백질을 전혀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HLA-C 단백질을 만들기는 하지만, HLA-A와 HLA-B 단백질이 없어 어머니의 T 세포에게 발각되기에 불충분하다. 따라서 영양막세포는 어머니의 T 세포를 활성화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7장에서 언급한 자기상실missing self(HLA 단백질의 상실)과 비슷하다. 즉, 세포가 질병(암, 일부 바이러스 감염)에 걸릴 경우, 암과 바이러스가 HLA 단백질을 제거하여 T 세포에게 발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면역계에는 T 세포 말고도 자연살해세포(NK 세포)가 있다. NK 세포는 ‘자기상실’을 감지함으로써 활성화되므로, 표면에 HLA 단백질이 없는 세포를 ‘문제아’로 간주한다. 따라서 영양막세포가 HLA 단백질을 없애 T 세포의 면역반응을 피했다 하더라도, NK 세포에게 들키는 한 완전범죄는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태아의 영양막세포는 어머니의 NK 세포를 도대체 어떻게 회피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두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답변은 ‘임신 기간 동안 어머니의 다른 면역세포들이 자궁 속으로 들어가도, NK 세포 하나만큼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답변은 ‘NK 세포도 임신 기간 동안 자궁 속으로 들어가지만, 영양막세포에 의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NK 세포의 행방이 오리무중이었으므로, 두 가지 답변 중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자궁 속에서 어머니의 NK 세포가 검출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1980년대 후반, 세 명의 영국 여성들(애슐리 모페트, 주디스 벌머, 필리스 스타키)이 각각 독자적으로 NK 세포를 찾아냈다. 애슐리 모페트는 당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말레이시아 태생의 찰리(융 웨이) 로크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