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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 후각 , Flavor

민감화 : 화학물질 과민증

민감화, 둔감화
- 손실에 민감하다
- 냄새 과민증
- 장 과민성
- MSG 과민증 : 중국식당 증후군?

Hormesis : 적은 양은 약이 될 수 있다 vs 과민증

 

화학물질과민증 (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MCS)

화학물질과민증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화학물질에 너무 민감해서 아주 옅은 향수 냄새만 맡아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무척 심각하여 향수를 뿌린 사람과 냄새가 나는 장소를 피하기 위해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한 여성은 사막에서 고립되어 ‘무독성’ 금속과 타일로 주문 제작한 트레일러 하우스에 살면 문제가 해결될까 싶어서 애리조나 사막으로 이주까지 했다. 화학물질과민증은 알려진 원인이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여 ‘특발성환경과민증Idiopathic Environmental Intolerance, IEI, 이하 과민증’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과민증 환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냄새에 민감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후각 민감도는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 오직 냄새에 반응하는 방식에만 차이가 있었다. 과민증 환자들은 장미 향을 일반인보다 덜 유쾌하다고 느끼며, 그 냄새에 대한 반응으로 눈과 코, 목이 아프다고 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과민증 환자와 대조군의 후각 민감도가 비슷한 수준임을 확인 후 10분 동안 냄새가 없는 공기와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이소프로필알코올소독용 알코올 냄새가 있는 공기에 노출시켰다. 일반인은 10%만이 반응을 보일 때 과민증 환자는 30%가 냄새가 있는 공기와 냄새가 없는 공기 모두에서 증상을 말했다.
이는 과민증이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에 민감해진 심리적 불안감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와 캠페인은 환경에중요하고 유익하지만, 의도치 않게 환경물질에 대한 과민성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냄새혐오증은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지만 서양에서는 100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유진 리멜은 <향수에 대한 책>에서 “향수에 해로운 영향이 있다는 가설은 상상과 큰 관계가 있다.”고 했다. 리멜은 한 여성에 대해 얘기했다. “냄새에 민감하다던 그녀는 장미를 갖고 집에 오자 기절했지만 사실 그 치명적인 꽃은 조화였다.” 일부 과민증 환자는 심인성 가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가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 원인이 그들의 심리에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분노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고통이 가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에 따라 지각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냄새 과민증

- 이후락 :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



일상생활은 물론 책냄새 때문에 책읽기도 힘들다



음악공포증 올리버색스- 뮤직코필리아

세상에는 음악공포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맥도널드 크리츨리는 1937년 음악으로 인한 간질 발작으로 고생하는 11명의 환자 사례를 보고한 논문을 냈는데, 환자 중에 니코노프는 저명한 음악 비평가였는데, 오페라 <예언자>를 연주할 때 처음 발작을 일으킨 후 점점 민감해져 아무리 조용한 음악을 들어도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증세를 보여 결국 그렇게 많은 지식과 열정이 있었지만 음악을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음악이 일으키는 발작은 유형도 매우 다양하여 어떤 환자는 온몸에 경련이 일고, 자기도 모르게 넘어지고, 혀를 깨물고, 완전히 멍한 상태에 빠지거나, 의식과 기억을 잃고 숨을 헐떡이는 등 간질 특유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를 통제하기 힘든 민감성의 상태로 만들어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예민한 또는 과민한 감각을 그렇게 부러워하거나 자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와이파이 과민증

와이파이(Wi-Fi),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파를 뿜어내는 제품을 가까이 하면 메스꺼움, 가슴떨림, 피로, 두통 등 알레르기 증세를 보이는 여성이 있다. 라디오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하던 프랑스의 마린 리차드(Marine Richard, 39세) 씨는 이런 고통을 견디다 못해 결국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 속에 헛간을 개조해 살아가야 했다. 이 여성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마르세유 법원은 그녀에게 장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녀는 앞으로 3년간 매달 800유로(한화 106만원 상당)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녀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경우를 '전자파 과민증(electromagnetic hypersensitivity, EHS)'이라고 명명해 하나의 '질환'으로 등재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은 이를 의학적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스웨덴과 독일에서는 전자파 과민증을 하나의 직업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2013년 미국에서는 메사추세츠 주의 한 사립학교를 다니는 12세 남자 아이가 학교에서 와이파이 신호 세기를 높이면서, 코피, 메스꺼움, 두통, 현기증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의 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 2015년 11월 30일영국 옥스퍼드셔 주 옥손(Oxon)에서 15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는 딸의 사망 이유를 와이파이(WiFi)에 돌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제니는 전자파 과민증(Electro-hypersensitivity, EHS)를 앓고 있었다. 그는 이 병으로 심각한 두통, 피로감, 방광 문제를 호소해 왔다고 전해졌다.


MSG 과민증

- MSG 과민증 : 중국식당 증후군?

한때 MSG에 대한 중국 식당 신드롬이 있었다. 여러 반복 실험을 통해 상관없음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중국 식당에 가길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MSG는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분해된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그 비율이 가장 높다. 감칠맛이라고 하는 것은 이 글루탐산을 혀로 느끼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단백질에서 유래한 글루탐산과 MSG에서 유래한 글루탐산의 차이를 구별해 내는 기술은 없다. 물론 통상 단백질 분해식품을 먹을 때는 다른 아미노산도 같이 있으므로 MSG만 있을 때와 느낌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MSG에 자신의 몸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느껴질 때는 자신이 예민해지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과감해지고 싶다면 우리 몸은 얼마든지 과민해질 수 있다. 음식물에 심리적으로 과민해져 거식증으로 사망하는 이들도 있다. 거식증 환자는 비만해지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자신이 먹는 음식이 하나하나 흡수되어 자신의 체내 세포에 딱딱 달라붙는 상상을 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마음에서는 먹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다. 나중에 돌이키고자 하여도 음식을 삼키는 게 너무 괴로운 상태가 된다. 조금만 먹어도 위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채식을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채식만 하다 보면 고기를 아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채소와 과일은 아삭아삭하고 향이 좋지만 고기는 물컹물컹 흐물거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고약한 무언가가 되어간다. 마음을 고쳐먹고, 고기나 회를 먹고자 하여도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의과대학생 증후군 Medical student syndrome

의대생이 농담처럼 겪고 지나가는 병이 있다. 수업시간에 어떤 병의 증세에 대해서 강의를 듣고 나면 마치 그것이 전부 내 병인 것처럼 느껴지고 염려되는 것이다. 피곤해서 눈썹이 씰룩이면 ALS(일명 루게릭병)는 아닌지, 입이 마르면 당뇨병은 아닌지, 손가락이 뻑뻑하면 류마티스는 아닌지 ... 전국민이 이런 의과대학생 증후군을 겪고 있다. 전체에 대한 이해나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편협하게 습득된 지식은 불필요한 건강염려증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중에는 때로 어떤 특정 질병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검사해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TV에 나오는 것을 보니 자신과 증상이 똑같다고 한다. 그 병증을 참 자세히도 외우고 있는데, 그럼에도 기초적인 건강원리에 대해서는 뜻밖에도 무지하다.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그냥 두고 티끌만 빼내려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빚어낸 크고 작은 편견의 우상 속데 타성처럼 갇혀 있다. 때론 아는 게 병이 되고 많은 게 오히려 독이 된다. 지식은 넘치는데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김현정 저

불안 증후군

하나의 괴물이 괴물이 지금 세상을 배회하고 있다. 불안이라는 괴물이다. 괴물을 사람들의 마음속을 돌며 약한 곳에 파고 들어 자리잡고서 우리를 아우성치게 만들고, 침울하게 만들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게도 만든다. 쓸데없는 검사를 받게 하기도도 하고 겁 없이 큰 수술을 덜컥 받게도 만든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약을 평생 꼬박꼬박 챙겨먹게도 만들고, 별의별 보험을 몇 개씩 들어놓고 그 보험금을 대느라 쩔쩔 매도록 스스로에게 자발적 족쇄를 채우게 만들기도 한다
불안이라는 것은 포식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냄새나는 표적이고 기름진 먹이감이다. 불안을 이용하여 선거에서 승리하고, 불안을 이용해서 보험에 들게 하고, 불안을 이용해서 충성을 강요하고, 불안을 이용해서 물건을 판다. 철학이 없는 사람들은 삶의 방향과 이유를 잃고 불안에 휩쓸린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는 조장되었거나 근거 없는 것이 많다
불안에 대한 해결책은 우리들 자신에게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현상을 뒤집어서 재배열해보자. 그리고 분별력을 동원하자. 거꾸로 해답이 보일 것이다.  -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저

과민증 : 만들어진 불안감

‘화학물질과민증(Multiple Chemical Sensitivity)’, 즉 MCS를 앓는 사람들이있다. 그들은 향수의 화학물질에 너무 민감해서 아주 옅은 향수 냄새만 맡아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러 MCS 환자들과 얘기를 나눈 나는 그들이 얼마나 불행하고 괴로운지를 알고 충격받았다. 향수를 뿌린 사람과 냄새가 나는 장소를 피하기 위해 바깥출입을 못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한 여성은 가족과 함께 애리조나 사막으로 이주했다. 사막에서 고립되어 ‘무독성’금속과 타일로 주문제작한 트레일러 하우스에 살면 문제가 해결될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정말로 괴로워하고 있었고 동정받아 마땅하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 병의 속성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 등 보건기구와 의학 전문가의 연구 논문은 많지만, MCS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다. <산업의학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의 한 논문에서는 “MCS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증후군이다. 흔한 증상으로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 심장 두근거림, 숨 가쁨, 불안감, 두통, 근육 긴장 등이 있다. 이는 화학적으로 무관한 수많은 화합물에 노출된 데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데, 그 양은 일반인에게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입증된 것보다 훨씬 낮은 양이다. 증상과 서로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생리적 기능 테스트는 단 하나도 없다.”고 했다. MCS를 연구한 미국의학협회는 1991년에 MCS를 공식 진단명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MCS는 알려진 원인이 없다는(즉, 특발성이라는) 사실을 반영하여 ‘특발성환경과민증(Idiopathic Environmental Intolerance)’, 즉 IEI로 명칭이 바뀌었다. 원인은 뚜렷하지 않지만 IEI 환자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냄새에 민감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 주장은 쉽게 시험할 수 있으며, 많은 연구가 연령과 성별이 같은 IEI 환자와 건강한 사람들의 후각 민감도는 비교했다. 연구 결과, 두 집단의 냄새 민감도 역치에는 차이가 없었다. 정확히 말해 IEI 환자와 건강한 사람들이 냄새에 반응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IEI 환자들은 페닐에틸알코올의 장미향을 건강한 사람들보다 덜 유쾌하다고 느끼며, 그 냄새에 대한 반응으로 눈과 코, 목이 아프다고 했다. 다른 실험에서는 IEI환자와 대조군의 냄새 민감도가 비숫한 수준임을 확인했다. 그 다음 10분 동안 냄새가 없는 공기와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이소프로필알코올(소독용 알코올) 냄새가 있는 공기에 노출시켰다. 건강한 자원자 중 10퍼센트만이 어느 한 조건에서 육체적 증상을 말했다. 반면 IEI환자 중 30퍼센트가 냄새가 있는 공기와 냄새가 없는 공기 모두에서 증상을 말했다.
이 과장된 주관적 반응은 감각 지각의 변화라기보다는 인지적 처리 과정의 차이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IEI 환자의 두뇌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경종을 울리지 않는 감각적 메시지에서 위험 신호를 직관적으로 읽는 것이다.
냄새 혐오의 발달사를 알면 IEI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대 도움이 된다. 어떤 향이 무해하다 해도 불쾌한 경험을 떠오르게 한다면 싫어질 것이다. 휴 헤프너(Hugh Hefner)의 옛 애인이었던 이자벨라 세인트 제임스(Isabella St. James)의 경우를 보자. 그녀에겐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지낸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헤프너는 자신의 몸에 베이비오일을 발라 침실에서의 축제를 준비하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이자벨라는 지금도 베이비오일 냄새를 맡으면 숨이 막힌다고 말한다.
50대 중반에 키가 크고 건장한 롤프 벨(Rolf Bell)도 그랬다. 그는 여섯살인가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의 래슨 산에 놀러 갔다. 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흙 온천과 김이 피어오르는 분기공이 많아 지열이 높은 곳인 범패스 헬에 멈췄다. 그의 어머니는 점심으로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썩은 달걀을 연상시키는 유황 증기 속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후, 어린 롤프에겐 사라지지 않는 후각적 혐오감이 남았다. 그 이후 다시는 달걀 샐러드를 먹지 않았다.
때로는 정말로 나쁜 냄새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엉뚱하게 냄새 혐오증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흔히들 썩은 냄새를 강하고 덜 불쾌한 냄새로 감추려는 충동을 느낀다. 1900년 갤버스턴 허리케인으로 사망한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던 사람들은 버번에 적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독한 시가를 피우라는 권유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럽 전쟁터에서 미군의 유해를 찾던 대원들도 비슷한 충고를 들었다. 불행히도 악취를 가리는 냄새가 시체 수습 임무의 정신적 충격과 연결될 수 있음이 경험으로 드러났다. 오늘날에는 군인들에게 악취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
1987년 1월,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마을인 헤스페리아 변두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루미늄 빌딩이 있다. 그 빌딩이 서 있는 아스팔트와 쓰레기 부지 주변에는 철사가 삐죽삐죽 솟아 있는 울타리가 있다. 근처 회사의 사장이 그 건물의 굴뚝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 연기에서 나는 냄새였다. 그의 신고에 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캘리포니아 남부 역사상 가장 큰 소각 스캔들에 휩싸였다. 훔친 시체 부위와 치과용 금 충전재, 불법적으로 뒤썩인 유해와 관련된 오싹한 사건이었다.
이런 냄새들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치과 진료를 떠올리게 하는 정향유 얘기가 아니라, 인간의 극단적인 경험을 얘기하는 것이다. 깊은 정신적 충격과 관련된 냄새는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한 소방서 구급 의료 보조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자동차 타이어 폭발로 부상당한 자동차 정비공을 치료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의료 보조원은 인공호흡을 하려 했지만, 부상자의 얼굴이 심하게 훼손되어 입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부상자는 그에게 구토를 한 후 사망했다. 의료 보조원은 몇 시간 후 교차로 한복판에 멈춰선 그의 차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냄새와 관련된 정신적 충격은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악취를 맡을 때마다 갑자기 토할 것만 같았다.
보스턴 정신과 의사 데본 힌턴(Devon Hinton)과 동료들은 정기적으로 캄보디아 망명자들을 치료한다. 망명자 둥 대부분이 1975년부터 1979년까지 크메르 루주의 공포 정치 때 있었던 잔학 행위를 목격한 이들이었다. 이 생존자들은 자주 후각이 일으키는 공황 발작을 일으켰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담배 연기, 굽거나 튀기는 고기처럼 아무런 해가 없는 냄새에도 불안감과 현기증, 메스꺼움, 빠른 심장 박동을 경험했다. 이 증상과 함께 발사되는 대포 냄새 속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장면, 불에 탄 시체와 시체 구덩이의 악취가 떠오르기도 했다. 힌턴의 사례는 폴 포트(Pol Pot)가 자국민에게 가했던 만행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강렬한 정서와 영원한 관계를 맺는 냄새의 힘을 증명한다.

오메르 반 덴 베르그(Omer Van den Bergh)는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벨기에 뤼벤 대학교의 연구원인 그는 일시적인(하지만 해롭지 않은) 생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데 확실한 방법을 개발했다. 단지 공기에 이산화탄소 수치를 높이기만 하면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산화탄소다 많은 공기를 호흡하게 되면, 20초 만에 가습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심장이 빠르게 뛰고 땀이 나며 얼굴이 화끈거리고 불안해진다. 이 증상은 이산화탄소를 정상 수치로 낮추면 금세 사라진다.
반 덴 베르그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냄새 혐오증의 심적 기제를 연구했다. 한 자원자가 이산화탄소 수치를 높이고 냄새를 가미한 실험실 안의 공기를 호흡하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불쾌한 증상을 경험했다. 다음날 이 자원자는 실험실에서 똑 같은 냄새가 나지만 이산화탄소 수치를 높이지 않은 일반 공기를 마셨을 때에도 불쾌감을 느꼈다. 신체적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말이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 덴 베르그는 피실험자에게 어떤 냄새가 나면 메스꺼움을 느끼는 조건 반사를 일으키게 했다. 놀랍게도, 단 한 번만 육체적 고통을 느껴도 그 냄새에 대한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다. 반 덴 베르그는 이 과정을 ‘증상 학습(Symptom Learning)’이라고 불렀는데, 생명체가 환경에 반응하는 기본 과정인 연상 학습과 비슷하다. 증상 학습은 유칼립투스처럼 유쾌하고 신선한 냄새보다는 암모니아와 낙산 같은 악취에 더 효과적이다.
학습된 혐오증의 또 다른 특징은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다. 이것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놀란다는 속담처럼 한 냄새로 인해 불쾌한 감정을 받은 사람은 비슷한 냄새를 맡았을 때 똑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 덴 베르그는 사람들에게 암모니아 냄새에 불쾌감을 느끼는 조건 반사를 일으키게 한 후, 이후 테스트에서 공기에 낙산(발 냄새)이나 아세트산(식초)처럼 또 다른 불쾌한 냄새를 섞어 사람들에게 맡게 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암모니아 냄새를 맡았을 때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피실험자들은 감귤처럼 전혀 다른 냄새에는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다. 냄새 일반화는 처음 불쾌감을 겪은 후 일주일 가량 지속될 수 있다.
냄새 혐오증이 단 한 번만의 경험으로도 형성될 수 있다면, 그리고 냄새를 일반화할 수 있다면, 왜 심리적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왜 모든 사람이 동시에 구역질을 하지 않는 것일까? 그 해답은 소거(Extinction)라는 현상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수치를 높이지 않은 채 불쾌한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게 하면, 두뇌가 조건 반사를 잊으면서 결국 파블로프식 반응은 사라진다. 냄새가 더 이상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면 반응이 소거됐다고 한다. 치료사는 소거 현상을 이용해 거미나 밀폐 공간 등의 공포증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그들은 이를 ‘체계적 둔감화 치료(Systematic Desensitization Therapy)’라고 한다.
파블로프식 조건 형성에 불쾌한 냄새가 가장 적합하지만 유쾌한 냄새도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향수를 뿌린 채 시신을 수습한 군인들의 예를 떠올려보자. 기분 좋은 냄새는 적절히 심리적으로 ‘조작’하면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반 덴 베르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실험 전에 미리 화학 오염과 MCS 환자에 대한 팸플릿을 읽도록 했다(환경보호주의 웹사이트에서 퍼온 글이었다).
실험을 시작하자 팸플릿의 부정적이 정보 조작은 불쾌한 냄새뿐 아니라 유쾌한 냄새에 대해서도 일산화탄소가 유발하는 불쾌감을 증가시켰다. 따라서 좋은 냄새라 해도 그 화학 성분이 해롭다고 생각하면 학습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반 덴 베르그는 여기서 뜻밖의 현상을 발견했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와 캠페인은 환경에 중요하고 유익한 영향을 주는 한편, 의도치 않게 환경 속 화학물질에 대한 증상을 학습하게 하여 사회 발생적 집단 질병인 MCS와 같은 증상을 퍼뜨리게 한다. 다시 말해 “아는 게 병이요,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처럼 지레 겁을 먹는 건지도 모른다.
냄새와 관련된 증상은 오해를 낳기에 충분하다. 만약 특정 냄새 때문에 메스꺼워졌다고 믿는다면, 그 증상이 사실은 전혀 다른 요인 때문에 일어났다 해도 그 냄새에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냄새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실제 경험보다 더 심하게 역겨움을 느낀다. 믿음이 후각을 조작한다.
마린 카운티에서 시위가 일어난 지 15년 수, 많은 연구원이 그 증상의 특징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MCS/IEI 현상에 대해 연구했다. 이 주제에 대한 방대한 논문 평론은 향수 성분이 근본 원인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사실 MCS/IEI가 유독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발병한다는 이론은 의심스럽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동시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평론은 심인성 이론, 즉 건강 상태는 몸만큼이나 정신에 기인한다는 개념이 설득력 있음을 발견했다. MCS/IEI는 그 환자들이 증상 학습과 자극 일반화 때문에 고통받는 심인성 질병일 수 있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팸 돌턴과 반 덴 베르그가 실험실에서 발견했던 원칙을 반영할 것이다.
냄새 혐오증의 심리적 속성은 100년 넘게 알려져 있었다. 1871년 유진 리멜(Eugene Rimmel)은 ≪향수에 대한 책 The Book of Perfumes≫에서 “향수에 해로운 영향이 있다는 가설은 상상과 큰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리멜은 한 여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는 장미를 갖고 집에 오자 기절했지만, 사실 그 치명적인 꽃은 조화였다.” 당대 연구는 이러한 마음의 힘을 입증했다. 냄새에 대한 믿음과 그 냄새에 있다고 생각하는 나쁜 힘은 우리의 감각 지각과 생리 반응을 바꾼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냄새를 통해 섹시해지거나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경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IEI 환자는 심인성 가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가 다름 아닌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머릿속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분노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고통이 가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희소식은 있다. 심인성 가설은 치료 방법과 더 행복한 삶의 희망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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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올리기            방명록           수정 2016-08-08 / 등록 2012-05-30 / 조회수 : 11009 (169)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