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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 다중우주

다중우주
- 누벼 이은 다중우주 (Quilted Multiverse) : 무한히 큰 우주공간에 걸쳐 평행우주가 반복되고 있다.
- 인플레이션 다중우주 : 영원히 지속되는 우주적 인플레이션은 무수히 많은 거품우주를 낳는다
- 양자적 다중우주 : 양자역학의 확률파동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들은 수많은 평행우주에서 모두 실현된다.
- 시뮬레이션 다중우주 : 기술이 발전하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제로 똑같은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주기적 다중우주 : 브레인세계들이 충돌이 반복되면 공간이 아닌 시간을 따라 다중우주가 존재하게 된다.
- 경관 다중우주(Landscape) : 인플레이션 우주론과 끈이론을 결합하면 다양한 여분차원들이 다양한 거품우주를 양산한다.

- 브레인 다중우주(Brane ) : 우주는 3차원 브레인 위에 존재하고 이 브레인은 더 높은 차원의 공간을 떠다니고 있다
- 홀로그래피 다중우주(Holographic) : 우리의 우주는 멀리 있는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투영된 결과이다
- 궁극적 다중우주(Ultimate Multiverse) :  이론적으로 가능한 모든 우주는 진짜 우주이며, 특별한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다.


별들이 총총 떠있는 밤하늘을 보면 이런 저런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암흑의 우주공간에서 반짝거리는 저 작은 점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들은 얼마나 크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는 어디쯤에나 위치하는 걸까? 우주에 시작이 있다면 언제 우주는 탄생했을까? 우주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고대부터 이런 의문들을 풀어보려고 해왔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우주론이 담겨있는 바빌론의 창조신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 따르면, 하늘은 높이를 헤아릴 수 없는 둥근 천장이고, 하늘과 땅은 땅을 둘러싸고 있는 물 위에 지어진 제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흩뿌려져 있는 별들은 ‘천상의 기록’이다.
기원 전 6세기 아낙시만더는 별은 공기가 압축된 부분이고, 이에 반해 태양은 지구의 지름보다 28배나 큰 전차 바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 바퀴의 가장자리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8세기 말, 아랍의 연금술사 자비르 이븐 하얀(Jabir ibn Hayyan)에 따르면 별은 공기가 아니라 신성한 생명체다.

● 다중우주란?

우주에 끝이 있을까. 우리가 탐구할 수 있는 우주의 끝으로 가면 무엇이 있을까. 우주가 끝날까. 혹은 공간이 사라질까. 몇몇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마치 언덕을 넘으면 또다른 언덕이 나오는 사막처럼, 우주도 경계를 넘으면 또다른 우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중우주론은, 이렇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이것이 과학인가 vs.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폴 데이비스(Paul Davies, 1946~) 호주 매쿼리대 우주생물학센터 교수는 2004년 논문에서 다중우주를 둘러싸고 “이것이 과학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측범위 안으로 관측이 제한된 상황에서 ‘그 밖’의 존재를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데이비스 교수는 “관측할 수 없는 내용을 예측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검증 가능한 결론을 낼 수 있는 이론에서 나왔을 때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중우주를 상상 속의 상상을 의미하는 ‘도깨비 뿔’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관측을 통한 검증, 입자물리 실험을 통한 간접 검증, 그리고 이론 자체의 수학적 엄밀성에 따른 검증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예를 들어 중력파 검증은 우주 탄생 초창기의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도록 검출기의 저주파수 감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예 우주로 검출기를 올리는 방안과 지질학적 진동을 줄이는 새로운 검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는 끈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인 초대칭 입자를 찾고 있지만, 물리학자들에 따라 지금보다 1만 배 이상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중우주의 존재는 우주 자체의 모습을 밝히는 의미도 있지만 또다른 의미도 있다. 우리가 수많은 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 살고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마치 신이 만들기라도 한 것처럼 은하와 생명이 탄생하기 딱 좋지만 전혀 특이한 우주가 아니다. 서로 다른 물리 상수를 지닌 수많은 다중우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실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만이 아니다. 영원한 인플레이션 이론에서도, 다중세계에서도 우리 우주는 수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 우주가 우리 인간이 탄생하기 좋은 조건인 것은 그저 우연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면, 다중우주론은 ‘우리 우주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의 풍경

[서평] 우주의 풍경   이덕환 [과학과 기술 2012/01]

  
요즘 이론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쏟아져 나오는 연구 성과 덕분이다. 세상에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실험 결과가 시작이었다. 이론물리학에서 1930년대부터 그 존재를 예측했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중성미자’(뉴트리노)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CERN의 양성자 가속기에서 방출된 중성미자가 약 732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오페라(OPERA) 검출기에 빛보다 60나노초 빨리 도착하는 측정 결과가 얻어졌다는 것이다.
역시 CERN의 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얻어진 실험 결과도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중성미자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양성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실험에서 일반 언론에서 ‘신의 입자’라고 부르는 ‘힉스 보손’이 붕괴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힉스 보손의 존재를 확실하게 밝혀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은 1960년대 이론물리학의 최고 성과로 알려진 ‘표준 모형’이 실험적으로 확인되는 정말 역사적인 순간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전 세계 물리학계가 흥분하게 된 것이다.
‘수리물리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론물리학은 말 그대로 ‘실험’을 하지 않는 물리학의 분야를 말한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합리화 시키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모든 일을 수학적 모형과 추상적인 개념에 의존한다. 이론물리학의 범위는 광대하다. 우리가 과학으로 설명하고 싶어 하는 모든 문제가 이론물리학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사실 이론물리학이라고 해서 실험과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과학 특히 물리학의 발전은 이론과 실험의 긴밀한 관계에 의해서 발전해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이론물리학이 언제나 실험의 한계에 묶여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실험 기술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더라도 이론물리학은 상관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론물리학에서 제안된 사실들이 뒤늦게 실험으로 확인된 경우가 더 많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상대성 이론이 그렇고, 우주론의 대부분이 그렇다. 오늘날 이론물리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론물리학에서 미래의 과학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을 미리 살펴본다는 사실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우리에게 ｢블랙홀 전쟁｣(‘과학과 기술’ 2011년 11월 문화산책)로도 알려져 있는 레너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은 이론물리학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우주론을 핵심을 소개해주는 놀라운 책이다. 우주론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우리의 우주가 왜 지금과 같은 풍경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을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우주’는 왜 스스로의 존재와 우주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지적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이게 되었을까? 우리가 흔히 인간 원리(anthropological principle)라고 부르는 궁극적인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런 질문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모든 것은 ‘절대자’ 또는 ‘창조자’의 뜻에 맡겨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우주도 우리의 탄생을 의도했던 창조자에 의해 다른 풍경이 아니라 바로 이런 풍경으로 기획되고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초월적 존재를 믿는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우주의 지금 풍경이 초월적 존재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더 이상 궁금하게 여길 것도 없고, 사실은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져 버린다. 그런 믿음이 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월적 존재를 인정한다면 결국 과학이 설 자리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스킨드를 비롯한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은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성적으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는 ‘신비’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의 능력으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론물리학자들의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이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걸출한 재능을 가진 뛰어난 과학자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難題)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도전하는 힘이 바로 우리 스스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물리학자의 도전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어쩌면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그런 도전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론물리학자들이 무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이론물리학자들의 입장은 매우 겸손하고 소박하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이론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런 사실을 절대 부정하지도 않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90%가 정체조차 파악할 수 없는 ‘암흑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70%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암흑 에너지’이라는 알쏭달쏭한 주장에도 이론물리학자들이 흔들리지 않고 담담할 수 있는 것도 자신들의 이론에서 예측하지 못한 무엇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부터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은 우주의 풍경을 알아내기 위한 이론물리학자들의 성과 중 하나인 ‘끈 이론’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이론물리학자들이 우주가 지금처럼 된 것은 그저 단순한 우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애써 외면해왔던 인간 원리에 본격적으로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아있고, 궁극적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도전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도전이 우리가 스스로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끈 이론은 지난 400여 년 동안 우리를 감동시켰던 이론물리학을 전혀 새로운 수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끊임없이 요동을 친다. 그런 우주에서 아름답고, 유일하고, 우아한 물리법칙을 찾아내겠다는 것은 우리의 무의미한 망상일 뿐이다. 우주가 지금까지 우리가 그 존재를 확인한 입자들로만 구성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확신을 하기 어려운 것이다. 전체가 부분의 총합이고, 전체의 성질은 전체를 가장 간단하고 작은 요소들로 단순화시켜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원주의적 접근도 허무한 것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우주의 풍경은 진정한 풍경의 어떤 특정 영역에 한정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세상이 몇 개의 기본 입자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표준 모형이 바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풍경의 다른 영역에서의 상황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우리가 풍경의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이면 ‘기본 요소’와 ‘합성물’이 뒤바뀌는 기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근본적이면서, 동시에 어떤 것도 근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황당한 결론을 인정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