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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성향의 역할

여러 냄새 ; 밤꽃, 은행,  책, 우주

다양한 냄새
- 나이와 체취
- 지스민 : 흙의 향기 or 이취
- 안드로스테논 : 송로버섯 or 노린내

● 도서관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의 정체는?
도서관 특유의 냄새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와 리그닌(lignin)이 부패하는 향이다. 19세기 중반 이래 제지업자들은 면이나 리넨(아마 섬유) 대신 쇄목펄프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종이에는 산(酸)으로 분해되면서 종이의 탄성을 저하시키는 불안정한 화합물인 리그닌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2001년부터 미 의회도서관은 종이를 탈산(脫酸)화시켜 종이의 부패를 지연시키기 위해 매년 최소 25만권씩의 도서를 산화마그네슘으로 처리하고 있다.

미국 음악전문매체 페이스트 매거진(pastemagazine.com)은 한 영국 화학교사가 연구한 ‘고서(古書)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나는 이유’를 최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에서 화학교사로 일하는 앤디 브루닝은 오래된 책에서 바닐라 향, 아몬드 향을 연상시키는 좋은 향기가 나는 까닭은 ‘화학 분해 작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책 종이를 구성하는 물질은 크게 두 가지로 각각 ‘셀룰로스’와 ‘리그닌’으로 종이가 화학적 분해를 겪으면서 파생되는 몇 가지 물질들이 독특한 향기를 내뿜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벤즈알데히드’, ‘에틸 헥실알콜’, ‘에틸벤젠’을 꼽았다. 벤즈알데히드는 아몬드 향, 에틸 헥실알콜은 바닐라 향, 에틸벤젠은 향긋한 쉰내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오래된 책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다. 이 3가지는 모두 휘발성 유기 화합물로 ‘산 분해 현상’을 겪으며 공기 중에 특유의 향기를 발산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800년대 중반에 출판된 고서에서 향기가 더욱 풍부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3가지 휘발성 유기 화합물에 종이에 새겨진 잉크, 접착제 향기에 더해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동전냄새?

글 정재훈  약사:
동전 냄새는 어떤가? 역시 금속의 냄새가 아니라 사람의 냄새다. 실험삼아 십원짜리 새 동전에 손을 대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 냄새를 맡아보자.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몇 번 문지른 다음 냄새를 맡아보자. 익숙한 금속성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 냄새 물질 가운데 금속 성분은 없다. 알데히드와 케톤과 같은 사람 피부에서 유래한 지질산화물이 있을 뿐이다. 이는 2006년 미국과 독일의 공동연구팀이 분석하여 밝혀낸 사실로, 그들은 인류가 피냄새에 민감한 것도 혈액속 철분에 의한 지질산화물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오래된 동전은 문지르지 않아도 특유의 냄새가 나지만, 이 역시 금속 냄새가 아니고 동전 표면에 묻은 사람의 손때 때문이다. 쇠 냄새는 알고 보면 사람 냄새다.


● 우주에서는 마치 F1 레이싱 경기장에서와 유사한 냄새가 난다.

뜨겁게 달궈진 금속과 디젤 연료, 바비큐 냄새가 범벅이된 냄새 말이다. 이 냄새의 원천은 무얼까? 대부분 삶을 다하고 죽어가는 항성들이다.
죽음을 앞둔 항성들은 급격히 연소하며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라는 부산물을 방출하게 되는데 바로 이 PAHs의 냄새가 우주에 가득 들어차 있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천체물리학·천체화학연구소의 루이스 알라만돌라 소장은 "PAHs는 혜성, 유성, 우주먼지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우주 전체에 퍼져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영원히 우주공간을 떠다니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학자들은 이 같은 탄화수소들이 지구 최초의 생명체 탄생을 이끈 기반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에서 PAHs가 석탄, 석유는 물론 음식 속에서조차 발견된다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아직까지 순수한 우주의 냄새를 직접 맡아본 사람은 없다.
진공상태인 우주에서 코를 킁킁거렸다가는 냄새를 맡기도 전에 세상과 하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추정일까. 그것은 아니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우주유영을 마치고 돌아온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에 배어있는 우주의 냄새를 맡는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주복에서는 타거나 튀겨진 스테이크 냄새가 난다. 이는 집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만든 상상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우주의 향기는 꽤나 독특한 탓에 3년 전 NASA는 우주비행사들의 시뮬레이션을 위해 향수 제조업체인 오메가 인그리디언트에 우주의 악취(?)를 재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오메가 인그리디언트의 스티븐 피어스는 "얼마 전 우리는 달의 향기를 만들어냈다"며 "조사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화약과 유사한 냄새가 난다고 증언했었다"고 말했다. 알라만돌라 소장은 우주 중에서도 태양계의 냄새가 특히 자극적이라고 설명한다.
탄소 성분이 풍부한 반면 산소는 부족한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검댕이 나오고 고약한 악취가 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우주에 산소가 풍부했다면 야외에서 숯불을 피웠을 때 맡을 수 있는 냄새가 날 것입니다."
우리 은하계 밖의 냄새는 어떨까. 아마도 더 없이 흥미로울 것이다. 우주의 어두운 곳에 산재돼 있는 분자구름(molecular clouds)들은 달콤한 설탕 냄새에서부터 썩은 달걀 냄새나 유황 냄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향기를 내뿜는 미립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여름냄새

당신의 여름은, 어떤 냄새인가요?
동아사이언스 | 입력 2016년 06월 28일 15:41

-  좋은 냄새인 줄 알았는데… 유독한 오존

여름철 뉴스에는 ‘오존주의보, 바깥 외출 삼가’라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여름에 유독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먼저 대기 중 물질들의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자동차나 각종 공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은 자외선을 받으면 일산화질소(NO)와 산소원자(O)로 분해되고 산소원자는 공기 중의 산소분자(O2)와 만나 오존(O3)을 형성한다. 여름에는 광화학 반응의 필수 요소인 자외선량이 많기 때문에 다른 계절에 비해 대기 중 오존량도 늘어난다.
2004년 7월부터 두 달간 북아메리카 상공의 오존을 채집해 분석한 결과, 대류권의 광화학 반응에 의해 발생한 오존이 10~12%인 데 반해, 성층권에서 대류권으로 이동한 오존은 20~27%로 두 배가 넘었다. 연구팀은 여름철 폭우가 쏟아지면 높은 고도에 머무는 물질들이 대거 지상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폭우가 쏟아지기 전 혹은 쏟아질 때에도 여름 냄새가 진하게 나는데, 이 독특한 냄새도 바로 오존에서 비롯된 것이다.

- 돌에서 흐르는 식물의 피, 페트리코

오존의 비릿한 향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름 냄새로 떠올리는 것이 비 냄새다. 비가 죽죽 내리는 날 어김없이 나는 그 냄새를 부르는 용어까지 있다. ‘페트리코(petrichor)’다. 이 단어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이자벨 조이 베어 연구원과 리차드 토마스 연구원이 1964년 ‘네이처’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처음 등장했다(doi: 10.1038/201993a0). 식물은 발아 과정에서 기름을 분출하는데, 이 기름은 주변 흙이나 바위 틈 사이에 모인다. 연구팀은 비가 내리고 마르는 과정에서 기름이 공기 중으로 분출돼 나는 냄새가 페트리코라고 추정했다. 공기로 분출된 물질들은 다시 바위 표면의 다른 화학물질과 재결합해 지방산, 알코올, 탄화수소 등의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들의 조합이 비의 독특한 냄새를 만든다는 것이다. 페트리코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의미하는 ‘이코(ichor)’를 합친 것이다.

페트리코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향은 흙의 냄새다. 비에 젖은 흙을 가만히 들어 코에 갖다 대면 싱그러운 냄새가 난다. 이는 흙에 사는 박테리아가 내뿜는 화학물질 냄새다. ‘지오스민(geosmin)’이라고 불리는 이 물질은 세균이 물질대사를 할 때 내놓는 화합물이다.
흙에서는 주로 방선균류가 지오스민을 방출한다. 방선균류는 토양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며 사는 박테리아로 토양 표면 바로 아래서 서식한다.

- 싱그러운 흙 냄새가 유독 여름에 진동하는 이유
아마 많은 이들에게는 오존 냄새나 비 냄새보다는 흙 냄새가 좀 더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사람의 후각이 유독 지오스민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1L에 수 나노그램(ng, 10억 분의 1g)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일부 학자들은 진화적으로 설명한다. 호주 퀸즐랜드대 인류학과 다이아나 영 교수는 기고문에서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비가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며 “동물들에게도 물을 찾는 일은 생존과 연관된 일이기 때문에 젖은 흙에서 나는 지오스민의 냄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www.jstor.org/stable/25758086).
하지만 사람의 후각이 여름에 더 예민해질 리도 없고, 왜 유독 여름에만 지오스민 냄새가 강하게 나는 걸까. 이유는 비와 관련이 있다. 정영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연구원은 빗방울이 지표면에 닿는 순간 에어로졸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doi: 10.1038/ncomms7083).
에어로졸은 기체 속에 고체 혹은 액체의 작은 방울이 분산돼 있는 것으로 먼지나 안개도 에어로졸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토양의 종류(16가지), 물방울의 낙하 속도 등을 변화시키며 물방울이 토양에 닿는 순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 결과 빗방울과 유사한 크기의 작은 물방울이 에어로졸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아래 사진).
연구팀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물방울이 토양에 닿을 때 물방울 안에 커다란 공기 방울이 만들어진다. 공기 방울이 터지면서 얇은 물 기둥이 뿜어져 나오고, 이것이 작은 방울로 흩어지면서 에어로졸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땅 속의 일부 물질이 함께 분출된다. 즉, 에어로졸에 실려 나온 지오스민 등 화학물질이 공기 중에 퍼지며 사람이 쉽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 여름 냄새를 지배하는 자, 박테리아
지금까지 여름 냄새의 원인을 보면 크게 비와 박테리아, 두 가지다. 박테리아가 내뿜는 화학물질이 냄새를 만들고, 비가 이 물질을 사람의 코까지 전달해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를 내리게 하는 원인 역시 박테리아다.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팀은 지난해 2월 구름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박테리아라고 지목한 연구 논문을 ‘대기 환경’에 발표했다(doi: 10.1016/j.atmosenv.2015.02.060). 연구팀은 지상으로부터 30m 위치에 거치대를 설치해 2009년 2월부터 10월까지 내린 9번의 강우와 5번의 폭설 샘플을 얻었다. 14개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 박테리아 67종을 찾아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얼음이 어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INA, Ice Nucleation Active protein) 유전자를 가진 슈도모나스 속의 박테리아였다.
INA는 그람음성균, 예컨대 슈도모나스 속, 산토모나스 속의 박테리아 외막에 붙어있는 단백질로, 영하 5°C에서도 물이 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접하는 물은 먼지나 꽃가루 등 이물질이 포함된 물로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 쉽게 얼지만, 이물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은 영하 38°C가 돼야 얼기 시작한다. 이물질이 일종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으면 얼음이 생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치 눈덩이를 만들 때 돌이나 숯과 같은 덩어리가 있으면 훨씬 쉽게 눈을 뭉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대표적인 슈도모나스 속 박테리아인 참다래 꽃썩음병 세균(Pseudomonas syringae)은 식물에 붙어 살며 잎이 빨리 얼게 만드는 유해균이다. 땅에서는 식물들의 ‘원수’이지만, 하늘에서는 비를 만들어주는 ‘은인’인 셈이다. 이들은 대류 현상에 의해 지면에서 하늘로 이동한다.

● 밤꽃향기? 밤꽃냄새?
     2011년 06월 27일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폴리아민의 생합성 경로. 질소(N)가 포함된 아민기가 2개 이상 있는 분자인 폴리아민은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이들 분자 가운데 스퍼미딘이 전형적인 정액 냄새이고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집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등산로입구가 있다 보니 기자는 자주 앞산을 찾는데 계절에 따라 변하는 풍경이 늘 새롭다. 개인적으로 일 년 중에서도 가장 좋을 때는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는 5월이다. 산길을 걷다가 풍겨오는 아카시아꽃 향기의 강렬한 달콤함을 깊이 들이마시면 어린 시절 아카시아꽃을 따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카시아꽃이 지는 걸 아쉬워할 무렵 산에는 또 다른 꽃이 배턴을 이어받는다. 바로 밤꽃이다. 그런데 밤꽃의 향기는 향기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비릿하면서도 뭔가가 연상되는 냄새다. 그러면서도 내색은 못하고 (특히 주변에 여성이 있을 경우) 냄새가 진동하는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물론 기자의 후각이 특이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밤꽃이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이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과부들은 이때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밤꽃 향기가 정액 냄새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향기로워야 할 꽃에서 정액 냄새라니…. 놀랍게도 (사실 당연하게도) 그 이유는 밤꽃 향기의 성분이 정액 냄새의 성분과 같기 때문이다.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이라는 분자가 그 주인공.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sperm은 정액, 정자란 뜻이다) 이들 분자는 동물의 정액에서 처음 발견됐다. 사실 정액의 냄새에는 이 두 물질 말고도 푸트레신(putrescine)과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분자가 기여하는데 이들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이 네 분자는 모두 질소를 포함한 아민계열 화합물로 휘발성이 있다. 아민류들은 대체로 냄새가 고약한데 생선 비린내도 아민류 화합물 때문이다. 아민류는 수용액에서 알칼리성을 띤다. 그렇다면 정액에는 왜 이들 분자가 들어있을까.
산성의 질 내부 환경은 젖산 때문에 산성이다. 만일 정액이 그냥 물속에 정자가 들어있는 상태라면 질 속에 사정되고 얼마 못가 정자들은 산성을 못 견뎌 죽을 것이다. 그런데 정액에 이들 아민류가 들어있기 때문에 산성을 중화시킨다. 결국 이 분자들은 정액속의 정자를 보호하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밤꽃은 왜 이런 물질을 꽃향기로 택했을까. 스퍼미딘과 스퍼민이 벌들을 유인하는 걸까(일벌은 암컷이긴 한데 생식력이 없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밤꽃 말고도 정액 냄새를 내는 꽃이 몇 가지 더 알려져 있다. 또 버섯 가운데서도 정액 냄새가 나는 종류가 꽤 있다고 한다.
폴리아민의 생합성 경로. 질소(N)가 포함된 아민기가 2개 이상 있는 분자인 폴리아민은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이들 분자 가운데 스퍼미딘이 전형적인 정액 냄새이고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노화 억제하고 DNA 보호해
사실 이 네 가지 분자는 거의 모든 생물에서 발견된다. 진화상으로 초기 생명체부터 갖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생체 내에서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분자들은 아민류 가운데서도 폴리아민(polyamine)으로 분류되는데 한 분자에 아민기(-NH2, -NH-)가 두 개 이상 있기 때문이다(접두어 poly가 붙은 이유다). 넷 가운데 셋은 서로 밀접히 관련돼 있다. 아미노산인 아르지닌에서 푸트레신이 만들어지고 푸트레신에서 스퍼미딘이, 스퍼미딘에서 스퍼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카다베린은 아미노산 라이신에서 만들어진다. 생체 내에서 폴리아민의 역할은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세포가 폴리아민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세포성장이 멈추는 걸로 봐서 꽤 중요한 분자들임은 분명하다. 이때 외부에서 폴리아민을 넣어주면 다시 성장이 시작된다. 수용액에서 폴리아민은 양이온이 되기 때문에(질소에 수소이온이 달라붙음) 표면이 음이온인 핵산(DNA와 RNA)에 쉽게 결합한다. 따라서 폴리아민이 세포 내에서 핵산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함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세포 내의 스퍼미딘 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2009년 유럽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실험동물(효모, 초파리, 예쁜꼬마선충)과 사람의 면역세포에 스퍼미딘을 공급해주자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스퍼미딘이 노화의 원인인 산화스트레스를 감소시켰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다면 밤꽃의 향기를 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은근히 즐겨야할까. 혹 벌들은 밤꽃 향기를 맡고 밤꽃의 화밀(花蜜)을 젊음의 샘으로 생각하고 찾아가는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벌들은 다른 꽃이 많이 피어있으면 밤꽃을 잘 찾지 않기 때문이다.  꽃도 그렇지만 꿀도 아카시아꿀이 밤꿀보다는 빛깔도 곱고 맛과 향도 뛰어나다. 밤꿀은 겉모습이 시커멓고 향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데다 씁쓸한 뒷맛이 있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밤꿀은 소화기와 호흡기에 좋은 약으로 쓰여 왔다. 지난 2007년 ‘한국양봉학회지’에는 ‘우리나라 밤꿀의 항산화와 항균 활성’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렸는데 이에 따르면 밤꿀의 항산화 활성은 아카시아꿀의 서너 배라고 한다. 밤꿀에 스퍼미딘이 얼마나 들어있을지는 모르겠지만(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효과를 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하지는 않을까. 그동안 꿀 하면 아카시아꿀만 생각했는데 이참에 밤꿀도 좀 먹어봐야겠다.

● 은행에서 구린내 나는 이유
    [KISTI의 과학향기] 2011년 10월 24일    

개나리나 목련, 진달래와 같은 나무는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에서 피기 때문에 모든 나무마다 열매가 열린다. 반면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자라서 암나무에서만 종자가 난다. 우리가 흔히 은행나무 열매라고 알고 있는 은행알은 실은 열매가 아니라 은행나무 종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학문적으로 은행나무는 침엽수(나자식물)에 속하고 자방(종자가 들어있는 방)이 노출돼 있어 열매가 생기지 않고 종자만 생긴다.
은행알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암나무에 열리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겉껍질을 감싸고 있는 과육질에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수컷 은행나무만 골라 가로수로 심으면 도심에서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어른으로 자라나 종자를 맺기 전까지 암수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 어린 은행나무는 심은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종자를 맺을 수 있는데, 다 자란 다음에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손자대에 가서야 종자를 얻을 수 있다고 해 ‘공손수(公孫樹)’란 별칭이 있다. 수명이 긴데다 종자의 결실도 매우 늦다는 데서 얻어진 이름이다.
그런데 2011년 6월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잎을 이용해 암수를 식별하는 ‘DNA 성감별법’을 개발했다. 은행나무 수나무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DNA 부위를 검색할 수 있는 ‘SCAR-GBM 표지’를 찾아낸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1년생 이하의 어린 은행나무도 암, 수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은행나무는 지구에서 살아온 온 역사가 길다. 식물학자들은 은행나무가 약 3억 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 초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살았던 은행나무 가운데 일부는 땅속에 묻혔다가 오늘날 석탄 혹은 석유 형태로 쓰이고 있다.
은행알은 암나무에서만 열리며 특유의 고약한 냄새는 종자의 겉껍질에서 난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 때 가장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룡들과 함께 지구상에 군림했던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공룡들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려면 키가 큰 은행나무의 그늘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시에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아니라 ‘바이에라 은행나무(Ginkgo baiera)’가 번성했다.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현재의 은행나무와 비교하면 잎이 더 많이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고 키도 훨씬 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바이에라 은행나무는 멸종돼 지금은 화석으로만 볼 수 있다. 중생대 말 백악기가 도래하면서 현재의 은행나무가 번성하기 시작해 1억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도 인간의 꼬리뼈처럼 진화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과연 그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
태초에 생명체는 물속에 살고 있었는데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육상 환경에 맞도록 자신의 신체를 변화시켰다. 은행나무도 여기에 동참했다. 물속식물은 수컷의 정자와 암컷의 난자를 물속에 뿌려 수분을 맺도록 했다. 땅 위에 살고 있는 식물의 꽃가루에 해당하는 것이 정자다. 물속에서는 꽃가루를 운반해줄 바람이 불지 않는다. 물고기가 벌과 나비를 대신해 꽃가루를 옮겨다 주지도 않는다. 때문에 정자는 여러 개의 꼬리를 달고 물속을 헤엄쳐 난자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육상에서 자손을 남길 수 없었다. 결국 암컷의 난자는 세포 안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난자는 다른 세포로 둘러싸인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정자가 찾아오길 기다린 것이다.
오늘날 육상식물은 바람과 벌, 나비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동성을 지닌 꼬리가 필요 없다.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그런데 은행나무만은 여전히 정자에 꼬리를 달고 있다. 꼬리가 없다면 꽃가루라 불러야 마땅하지만 스스로 움직이면서 운동할 수 있어 ‘정충’이라 부른다. 1895년 일본인 히라세 교수가 정충을 처음 발견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충이 스스로 움직여 이동할 수 있다는 표현을,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혹은 한 가지에서 이웃가지로 나무껍질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오해다. 암꽃의 안쪽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우물이 있고, 이 우물의 표면에 떨어진 정충이 짧은 거리를 헤엄쳐 난자 쪽으로 이동하는데 꼬리를 쓰는 것이다. 은행나무 종자는 원시시절 물속식물이 지녔던 흔적인 것이다.
이제껏 식물학자들은 지구 어딘가에 야생 상태로 자라는 은행나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쓰촨성과 윈난성 같은 오지를 답사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중국 양쯔강 하류 절강성과 안휘성의 경계를 이루는 톈무산맥의 해발 약 2,000m 지점에서 야생지를 발견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라는 은행나무도 과거 중국에서 들어온 외국수종이란 얘기다.
신기한 것은 깊은 산속에서는 은행나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있는 은행나무도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듯 깊은 산 속에 자라더라도 인간이 옮겨다 심은 것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은행나무 종자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바람에 의해 산 위로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하지만 참나무류 열매인 도토리는 크고 무거워도 다람쥐가 겨울철 식량을 비축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옮겨다 땅에 묻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매년 봄 싹이 돋아나 나무로 자라난다. 그렇다면 은행나무를 옮겨다 심어주는 동물은 없을까?
아쉽게도 종자를 덮고 있는 과육질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만지면 피부가 가렵기 때문에 다른 동물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만이 은행알을 먹으며, 다른 곳에 종자를 퍼트려 준다. 인간이 사는 곳 부근에서만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은행알의 고약한 냄새는 은행나무가 인간에게만 보내는 비밀 신호는 아닐까?




페이스북       방명록      수정 2017-06-07 / 등록 2011-06-28 / 조회 : 12307 (539)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지식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  2009.12  최낙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