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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진화 엘랑 비탈: 인간을 도약시키는 근원적 힘  윤철호 엘랑 비탈이란 무엇인가 엘랑 비탈이란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이 1907년 그의 저서《창조적 진화》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베르그송은 ‘창조란 생명이 진화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질적 비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질적 비약을 의미하는 창조는 ‘생명 종들이 동일한 근원을 가지며 이 근원은 하나의 폭발적 힘, 즉 엘랑 비탈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베르그송은 서로 다른 종들이 각자 진화의 노선에서 매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화를 달성하는 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 에너지가 동일하기 때문이며 이것이 바로 엘랑 비탈, 즉 ‘생명의 도약을 이루는 근원적 힘’이라고 보았다. 엘랑Elan이란 도약 또는 약동을 의미하며 비탈Vital이란 생명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즉 엘랑 비탈이란 생명을 물질로부터 뚜렷이 구분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스스로 능동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에너지라는 생명의 특성을 의미한다. 돛을 단 배가 돛이 제대로 펴지지 않으면 순항을 할 수 없듯이, 엘랑 비탈에 이르는 배가 추진력 있게 전진하려면 엘랑 비탈에 이르는 조건이라는 두 개의 돛은 팽팽하게 곧추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엘랑 비탈에 이르는 첫 번째 돛 열정 - 근원적 에너지를 축적하는 첫 번째 도구 한여름 운동장 구석의 농구코트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폭염의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에 열중하고 있다. 친구들과 지금 농구를 하는 이 시간만큼은 대학입시, 성적, 어른이 되어서 먹고사는 문제 등 평소 그들을 골치 아프게 하던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저녁 햇살이 어둑해질 무렵 그들은 환한 얼굴로 농구장을 빠져나온다. 동양인 최초로 미국 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 프로는 처음 제주에서 골프를 시작했을 때, 남들은 공을 열 박스를 치고 힘들어할 때도 자신은 백 박스를 날려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스윙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좋았다는 것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농구에 빠진 아이들과 양용은 프로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다. 그런 열정의 활화산이 엘랑 비탈의 에너지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 절대고독 - 근원적 에너지를 축적하는 두 번째 도구 위대한 경지에 오른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의 특성은 그들이 그곳까지 이르는 동안 절대고독의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다. 그 시간 동안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오직 혼자만이 그 시간을 견디고 이기고 감내했다. 처절하게 그들은 외로웠다. 그렇게 고독의 시간을 이기고 비로소 그들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혼자만이 가져야 하는 절대고독의 심연, 바로 그 시간이 열정만으로 가득 차 있던 인간에게 엘랑 비탈의 에너지를 더욱 냉철하고 묵직하게 축적시켜 준다. 책에는 아인슈타인, 피카소, 산악인 오은선, 섀클턴의 고독하고도 치열한 삶의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지식 - 근원적 에너지를 축적하는 세 번째 도구 모든 위대함에 이르는 길에는 무서울 정도로 독한 연습과 그를 통한 지식의 습득이 있었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세상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적어도 10년간은 그 분야에 매진한 기간이 뒤따랐다’고 분석한다. 10년의 지식 획득 과정이란 외롭고 고독한 과정이기 쉽다. 그러나 지식의 습득이란 다이내믹하고 사회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조직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그런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지식으로 다른 사람의 지식에 영향을 주고, 다른 사람의 지식이 내 지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즉, 절대고독하되 유아독존의 세계에 매몰되는 고독이 아닌 지식으로 영양을 주고받는 자기 분야에의 천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엘랑 비탈에 이르는 두 번째 돛 실패 - 엘랑 비탈로 가는 첫 번째 통로 누구도 단번에 창조를 이루어내고 이끌어내는 경우는 없다. 창조한다는 것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인 만큼 실패는 항상 따르는 동반자다. 가다가 넘어질 것이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허들을 마주해야 한다. 도쿄대 하타무라 교수는 실패야말로 진정한 교훈을 준다고 단언한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이를 맹목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인다. 그는 실패를 경험하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일 뿐이라는 것이다. 남이 가지 않은 길 - 엘랑 비탈로 가는 두 번째 통로 엘랑 비탈에는 우연한 창조가 필연적이다. 미리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창조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누군가가 이전에 만든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아무도 그 길을 가 본 적은 없다. 이는 한 쪽 돛의 절대고독의 시간과 맞물린다. 그러므로 창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이 가지 쪾은 길, 아무도 선뜻 덤벼들지 못하는 절대고독의 길로 나서야 한다. 거기에 엘랑 비탈에 이르는 두 번째 통로가 존재한다. 소달치(소통, 달통, 치통) - 엘랑 비탈로 가는 세 번째 통로 소달치란 소통, 달통, 치통의 첫 글자를 따서 저자가 만든 조어다. 소통이란 ‘서로 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의 마음을 듣는 것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태도다. 상대방의 말과 마음을 듣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엘랑 비탈에 이르는 세 번째 통로인 소달치의 소통이다. 달통이란 통달이다. 달통은 막힘이 없다는 것으로 사물의 이치나 지식에 해박하다는 의미이며 기술에 능란하다는 말이다.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는 그것이 지식이든 기술이든 누구보다도 정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치통이란 통치를 거꾸로 표현한 것이다. 통치란 말 그대로 나라나 조직을 도맡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느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치통이란 좋은 것을 더 멀리 퍼트리는 리더십이다. 다시 말해, 소달치란 상대방과 통해야 하고 자신의 분야에 정통한 것은 물론 이것을 널리 퍼트릴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치통은 맞은 편 돛의 지식과 교통한다. 자신의 지식을 소통으로 공유하고, 이를 다시 선순환시켜 달통의 경지에 이르며, 그것으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업이다. 이 두 가지 조건(돛)의 여섯 가지 도구는 때로는 독립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엘랑 비탈에 이르는 강력한 엔진으로 기능한다. 인생 항해에서 인간은 예기치 않은 풍랑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아무리 뛰어난 GPS를 지니고 있어도 일직선으로 엘랑 비탈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제자리를 빙빙 돌 수도, 심하면 목표 지점보다 훨씬 뒤로 떠밀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넓은 인생의 바다는 사시사철 바람만 불지는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순풍이 뒤를 밀어줄 때도 있다. 풍랑이 거센 그 바다에서, 실패를 거듭한 바로 그 자리에서 엘랑 비탈을 망각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책의 화두 토인비는 문명 성장의 역사에서도 엘랑 비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어떤 문명에 가장 큰 자극을 주는 도전이란 엄격함의 과잉과 엄격함의 부족 사이에서 그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충분한 도전은 도전받는 인간을 전혀 자극하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반대로 너무 지나친 도전은 인간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적 조건의 도전이란 도전 당한 인간에게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도록 자극하는 도전이 아니라 한 발짝씩 전진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도전이며, 한 가지 목표가 달성되면 다시 새로운 노력을 하게 만들고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에 대처하도록 부추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토인비는 이러한 도전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순환운동으로 전환시키려면 엘랑 비탈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엘랑 비탈의 힘을 얻은 피도전자는 균형을 넘어서 불균형 상태에 달하게 되고 그 후 새로운 도전을 만난다. 그 도전에 맞서 다시 균형 회복을 위한 새로운 응전을 하게 되는데 이처럼 가능한 한도 내에서 무한히 도전과 응전이 반복되어 문명은 성장하고 지속된다고 보았다. 토인비가 말한 문명사에서의 엘랑 비탈을 고스란히 오늘날의 인간과 기업, 사회에 적용시킨 분석이 윤철호 교수의 바로 이 책 《엘랑 비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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