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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 소통이 필요하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식품에 대해 실제보다 불안한 이유
- 모순 : 식품이 안전해 질수록 소비자는 불안해 한다
- 개인에게는 아무리 안전한 확률도 운명에 따라
- 불안 증폭 사회 : 불량공포 : Franken fear
- 신뢰와 소통의 부족
- 전문가와 일반인의 인식의 차이

- Risk communication, 위험은 평가 가능할까
- 언론은 과장은 기본, 치명적 오보도 많았다
- 언론의 독,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 사례 : 내 아이를 해치는 불량지식

사고가 났을 때 언론은 최대한 빠르게 결과를 보도하려 하지만 과학자들은 최대한 신중하게 자료를 모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데 양쪽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 논의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들이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불신과 오해 때문이다. 어떤 요소가 사람들이 과학자를 믿지 못하게 하는 건지 밝히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의 입장에서 원자력은 미지의 파국적인 위험을 대표한다. 따라서 그 편익은 매우 작고, 사고로 인한 피해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으로 인식한다. 슬로빅은 “대중의 걱정은 정당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빠뜨리고 위험을 평가한다”며 “그 결과,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위험 관리 노력은 쌍방향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실패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대중과 전문가는 서로 기여할 몫이 있으며 각기 상대 측의 통찰력과 지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일본발 방사능 물질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을 포함한 전문가 집단은 귀를 기울이기보다 해명과 설득에만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탓은 아닐까.

과학 기반의 위기 뉴스가 지향해야 할 바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불안을 패닉으로 증폭해서 자신들의 담론 장사에 이용해먹는 것이 아니라, 불안은 인지상정으로 간주하되 제도적 장치와 개별적 안전 습관만을 키워나가도록 종용하는 것이다. 송해룡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 ‘위험(risk) 커뮤니케이션’을 시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과학적인 지식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교수는 “과학자들은 괜찮다고 말해도 일반인들은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정책 결정 시에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1세기의 사회문제들 대부분은 과학기술과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광우병 사태 등은 단지 과학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학기술과 사회제도 및 인간 공동체 간의 이해와 소통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효과적인 위험 소통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위험 인식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 인식의 특성을 바탕으로 위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험 소통은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의 전부나 다름없다. 위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다. 신뢰받는 집단이나 정부가 공중과 효과적으로 위험 소통을 한다면 전문가와 공중 간의 위험 인식 격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위험 소통을 하지 못한다면 전문가, 그리고 전문가와 2인3각을 한 정부와 공중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게 될 것이다.

루만의 말처럼 현대 사회에서 위험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올바른 자세는 위험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곧 위험소통을 효과적으로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위험 사회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두 단어는 신뢰와 분노다. 이 두 단어는 서로 연계돼 있다. 분노는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나 기관, 조직에게 드러낸다. 신뢰하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위험이나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나 기관, 그리고 위험 발생과 증폭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기업이나 정부, 조직은 이해관계자나 공중(국민)이 분노하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피터 샌드만(Peter Sandman)는 Risk= Hazard+Outrage 라고 말한다. 샌드만의 '위해와 분노를 통한 접근' 이론은 12가지 위험 소통 이론 가운데 8번째로 나온다. 김 교수는 "위해는 어떤 행위의 위험성을 의미하고, 분노는 어떤 위험 행위가 가져오는 감정적인 대응을 의미한다. 전문가의 과학적인 (위험 인식) 선호 경향은 위해의 정도를 의미하지만, 비전문가들이 표현하는 선호 경향은 분노의 정도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이 이론을 설명한다. 공중은 위험(구제역등)과 관련해 -그것이 위험 자체이든, 위험 대응 방식이든 - 일단 분노하면 위험을 관리하거나 위험 소통을 하려는 사람(기관)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을 해도 귀를 굳게 닫는다. 상대방이 하는 말은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확률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편견 갖지 마!’ 강요하면 편견 늘어

2011.07.11
하지 말라고 가르치면 꼭 청개구리처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을 막기 위한 편견 방지 교육을 실시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편견을 갖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리사 리골트 박사는 주변 환경이 사람들의 편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편견을 방지하기 위한 규율을 더 많이 강조할수록 사람들의 편견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편견과 관련된 안내 책자를 읽게 하고 그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안내 책자는 모두 두 종류였는데 한 종류에는 ‘편견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규범이 주로 적혀 있었다. 다른 책자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왜 좋은 일인가’ 등으로 평등의 가치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실려 있었다. 책자를 다 읽고 난 뒤 측정을 한 결과 강한 어조의 규범이 적힌 책자를 읽은 그룹의 편견이 평등의 가치를 설명한 책자를 읽은 그룹에 비해 오히려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내 책자 대신 설문지로 같은 실험을 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설문지를 접한 사람들은 편견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설문지를 받은 사람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편견을 갖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생각이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면 사람들은 그 제한에 적대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편견을 갖지 마!”라는 강요가 반감을 불러 일으켜 오히려 편견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리골트 박사는 “뭔가를 하라, 혹은 하지 말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캠페인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며 “‘편견을 버리는 것이 좋구나’라고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심리과학협회지(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릴 예정이며 미국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이 2011.7.10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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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안전과 위험 커뮤니케이션 (농림식품안전교육문화정보원, 2012.11.27)
이덕환의 과학으로 보는 세상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 식품 안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해소시키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심각한 과제로 자리를 잡고 있는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이 생산과 소비 사이의 원만한 소통이 단절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효율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가 식품 안전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줄여주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무작정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1.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

  식품 안전에 대한 우리의 불안은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에 따른 식품 생산의 소비의 분리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식품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생산된 식품도 늘어났고, 우리 땅에서 생산되지 않는 낯선 이국적 식품도 많아졌다. 식품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푸드 마일리지’가 늘어나면서 유통 경도로 지나칠 정도로 복잡해졌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낯선 소비자에 대해 느끼는 윤리적 부담도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식품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도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식품의 안전에 대해 더 큰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나치게 제공되는 정보가 식품에 대한 우리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식품의 기능성과 독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식품의 성분과 관련된 정보들이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연’과 ‘인공’의 불합리한 구분도 문제가 된다. 자연산 식품이 모두 안전하고, 인공 식품은 모두 위험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다. 자연산임에 틀림이 없는 복어나 독버섯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자연과 인공의 구분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처럼 그렇게 분명한 것이 아니다.  
  음식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 음식은 일차적으로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음식의 문화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인류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고유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음식의 재료와 요리법에는 영양학적 요소 이외에도 사회？문화？종교적 전통이 진하게 녹아있었다. 그런데 음식의 문화적 요소가 빠르게 퇴색되면서 근거를 찾기 어려운 기능성이 강조되고 있다. 식품의 독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증폭되는 것도 음식의 불확실한 기능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2. 위험에 대한 인식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복잡하다. 우리가 느끼는 심각성이 반드시 실제 위험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에 대한 인식은 친숙성, 자발성, 자율성, 통제성, 반복성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심각한 경우라도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위험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위험의 경우에는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품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는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사회적 요소가 더 심각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 안전한 생산, 가공, 유통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 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흔히 우리가 ‘파동’이라고 표현하는 불량식품의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 2008년 광우병 사태의 경우에는 문제의 본질부터 왜곡시켰다. 쇠고기 수입이라는 통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로 표출되어 버렸다.
  신뢰하기 어려운 정부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어설프고 불확실한 정보가 오히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중국에서 시작된 멜라민 파동의 경우가 그랬다. 실제로 중국에서 질소 함량을 높이기 위해 첨가했던 물질은 산업적으로 유용한 멜라민이 아니라 그런 멜라민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폐기물인 ‘멜라민 찌꺼기’였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선정적인 ‘소문’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사탕수수를 발효시켜서 생산하는 천연 아미노산의 염(鹽)인 MSG가 ‘화학 조미료’나 ‘인공 조미료’로 둔갑해서 심각한 사회적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그렇다. 대나무 통에 넣은 소금을 가열해서 만든다는 ‘죽염’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3. 결핍모형의 부작용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주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널리 강조되는 것이 ‘충분한 정보 제공’이다. 소비자가 식품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충분한 과학적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식품의 성분과 제조 과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기만 하면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가공식품의 포장에 수많은 성분을 표시하도록 요구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낸다.
  물론 대중의 과학 지식 결핍이 문제라는 ‘결핍모형’은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가공식품의 포장의 표시를 제대로 살펴보는 소비자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설사 성분 표시를 살펴보더라도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소비자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도 활용하지 않고, 아무 쓸모도 없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기관이나 전문가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의 정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적 정보만을 강조하는 자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에 불거졌던 벤조피렌이 포함된 라면 스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라면 스프와 같은 가공식품에 대한 벤조피렌의 허용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고, 라면 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의 양이 일반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준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중요한 사실을 놓쳐버렸다. 우리의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상으로 들어있는 원료는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라면 스프가 문제가 아니라 라면 스프의 제조에 사용했던 훈제 가다랑어포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4. 정보원의 사회적 책임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정보원’과 정보를 전달해주는 ‘중개자’, 그리고 정보를 수용하는 ‘사회’로 구성된다. 효율적인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보원, 중개자, 사회 사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에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주체 모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정보원은 전문성과 공정성 모두에서 충분한 사회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중개자는 정확한 정보보다는 선정적인 보도 관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도 합리적인 문제 파악이나 합의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정보원의 역할을 하는 정부나 전문가의 ‘권위’가 중요하다. 물론 그런 권위는 법률을 바탕으로 하는 제도적 장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주어진 책임을 철저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신속하게 대응해서 믿을 수 있고 일관되고, 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확신을 심어줘야만 한다. 정보원이 제공하는 정보가 사회 전체에 공개되고, 정보원이 주도하는 사회적 합의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확신도 필요하다. 정보원이 식품이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다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한다.
  식품 안전에 대한 논란에서 중개자의 역할이 왜곡되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이나 인터넷을 탓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언론의 보도 자세는 정보원에 대한 사회의 인식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바뀔 수 없다.

5. 식품 안전에 대한 인식 개선

  식품 안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식품은 우리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의존해왔던 식품이 대체로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식품이 누구에게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식품에 대해 심한 과민증(알레르기)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세포의 히스타민 수용체가 식품에 들어있는 극미량의 화학물질에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나타낸다. 땅콩, 복숭아, 새우, 게 등에 과민증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결국 특정한 식품이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어쩔 수 없이 통계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100%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기준치’에 대한 정확한 인식도 필요하다. 기준치는 인체에 대한 안전을 결정해주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인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성 실험은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기준치가 인체 안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국가마다 기준치가 달라야 할 이유도 없다. 우리에게 기준치가 없다고 불평할 이유도 없다.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기준치를 적용하면 될 일이다.
  실제로 기준치는 인체 안전성 보다는 사회？경제적 요소가 더 많이 고려된 것이다. 나라마다 기준치가 다른 것도 기준치에 따른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충분히 낮은 기준치를 적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후진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선진국 수준의 기준치를 강조하게 되면 식품의 생산과 유통 비용이 상승해서 소비자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식품첨가제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식품 가공에서 소비자에게 낯선 이름의 첨가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품첨가제는 모든 소비자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양념이나 향신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물론 가공식품의 보존 기간을 늘이고,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식품첨가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첨가제의 과도한 사용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식품첨가제를 ‘천연’과 ‘합성’으로 구분한 논란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