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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역사

하상도 칼럼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독은 천연독과 합성독이 있는데, 천연독은 식물, 동물, 미생물 유래의 생물독과 중금속 등의 광물독이 있다. BC 399년 소크라테스(Socrates)도 독당근(Conium maculatum)의 신경독(alkaloid인 conine)으로 만든 사약을 받게 되었다.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의 사망도 비소에 의한 독살로 추정되고 있고, 미국 16대 링컨(Lincoln) 대통령의 어머니 Nancy도 서양등골나무(white snakeroot, Eupatorium rugosum)에 중독된 젓소에서 짠 우유를 섭취하다가 중독사(milk sickness)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성학(Toxicology)은 “화학물질의 생체기능에 대한 유해작용에 관한 학문”을 말하는데, 그 역사는 BC 1,500년 Ebers Papyrus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당근의 conine, 고대 중국에서 사용한 aconite(Aconitum napellus, 미나리재비과의 식물에서 추출한 맹독약), 독과 해독제로 사용한 아편, 납, 구리, 창연 등의 중금속 관련 독성학적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기틀을 잡았다.

BC 400년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Hippocrates가 원시적인 독성학 설명서를 저술하였다. 그는 약물제제 중 찜질약, 습포제, 알약, 연고, 흡입제 등을 만들어 사용하였으며, 독을 취급했다. AD 1세기 Pedanius Dioscorides가 독의 분류서(Materia medica)를 만들어 독을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으로 분류했고,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학생이었던 Theophrastus가 독성식물에 대한 문헌(De Historia Plantarum)을 만들었다. 후에 네로(Nero)의 어머니인 Agrippina가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클라우디우스(Claudius)를 비소로 살해한 기록이 있다.

9-10세기에 Ibn Wahshiya가 “독소론(Book on Poisons)”을 저술하고 12세기에 이르러 독성학자인 Maimonides가 "독과 해독제(Poison and their antidotes)"를 저술하였다. 16세기에 이르러 스위스의 의학자 Paracelsus(1493-1541)가 독성학의 현재 구조를 갖추게 되어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우고 있다. 그는 모든 물질은 독임을 강조했고, 독성물질에 대해서 “작용을 검사하기 위해 실험을 해야 하며, 약이냐 독이냐를 구분하고, 이는 용량(dose)에 의해 구분한다는 체계”를 갖추었다.

18세기 Percival Pott는 굴뚝청소부에게 고환암 발생이 높아 유독물질과 질병의 연관성을 밝혔다. 19세기에 접어들어 Mathieu Orfila가 법의학 및 병리학에서 본 광물과 식물 유래 독물의 일반독성에 관한 개념을 정립하고 독의 검출법을 고안함으로서 “현대  독성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Hamilton이 “화학물질의 독작용”을 발표하고 제 1,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전쟁용 독가스, 농약 등이 개발되며 빠르게 발전하였다.

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뮐러(Paul Hermann Müller)는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를 개발하였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말라리아, 티푸스를 일으키는 모기 등 군대와 민간에서 곤충으로 인한 질병의 구제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Rachal Carson이 발간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미국 내에서의 무분별한 DDT 사용에 대한 환경적인 영향과 사람의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1972년도에 그 사용이 전면 중단되었다. 1996년 Theo Colbon이 발간한 ”잃어버린 미래(Our stolen future)"에서 환경오염에 의한 내분비장애물질인 bisphenol A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 후 독일 Schrader 등이 유기인계 살충제, 천연살충제(nicotine, rotenone 등)를 개발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아닌 것은 없다. 독과 약을 구분하는 것은 올바른 양(dose)이다. 어차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모두 독이며, 독성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음식이 갖고 있는 영양 및 기능적 이익이 워낙 커 지금 당장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섭취하는 것일 뿐 모든 식품은 독성이 있다.

다만, 인체에 해를 끼치는 정도에 따라 그 독성이 안전한 수준(safe)인지 위험한 수준(risky)인지 구분될 뿐 모든 음식은 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이거 먹어도 됩니까? 이건 먹으면 안됩니까?와 같은 우문을 던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은 천연독인 보톡스(botox)다. 어떤 합성독소도 이 보다 독성이 강할 수는 없다. 이는 식중독세균인 Clostridium botulinum이 생산하는 독소(toxin)에서 유래된 것으로 균에서 Bot, 독에서 Tox를 따와서 합성한 용어다. 생체에 들어오면 신경독으로 작용하며, 1mg으로 2000만 마리의 쥐(mouse)를 죽이고 사람도 십만명을 죽일 수 있다고 알려진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독이다.

일반적으로 독성 정도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반수치사량인 LD50(lethal dose 50%)값을 비교해 볼 때, 쥐의 경구투여를 대상으로 2차대전 이후 대표적인 합성농약이었던 DDT가 150,000㎍/㎏ 체중, 니코틴(nicotine)이 24,000㎍/㎏, 청산가리(NaCN)가 10,000㎍/㎏, 감자독인 solanine이 4,200㎍/㎏, 복어독인 tetrodotoxin은 8.7㎍/㎏인데 비해 보톡스는 0.00003㎍/㎏이다. 즉, 복어독보다 약 30만배, 청산가리보다는 3억배, 니코틴보다는 8억배, DDT보다는 무려 50억배 독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케르너는 당시 이 독이 근육의 수축을 마비시켜 질병치료에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으나, 독이 의료 등 유익한 작용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세기가 지나서 부터다. 다량의 부툴리누스 독소를 전신적으로 사용하면 사망하게 되지만, 극소량의 독소를 특정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주입하면 신경이상이나 근육경련 등의 증상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895년 Emile Pierre 교수는 Bacillus botulinum이 전구체임을 알아냈고, 1920년대 미국 Herman Sommer이 순수한 상태로 분리에 성공했다.


1946년에 미국의 Edward Schantz가 Botulinum Toxin(BTX)-A의 분리, 정제에 성공해 치료용 결정제제를 만들었다. 미국의 안과의사 Alan Scott가 미국의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허락 받아 BTX-A가 정상원숭이의 외안근 수축억제에 효과적이며 주사부위의 손상이나 전신 독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1989년 미국 제약회사인 앨러간(Allegan)이 botox라는 제품명으로 FDA에서 12세 이상의 안검경련, 사시 및 안면신경질환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승인을 얻었다. 이런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안면에 보이는 주름이 펴지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BTX-A가 미용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BTXA는 1991년 눈 근육 경련치료제로 승인되어, 최근 70개 국가에서 안면 주름살 제거에 널리 응용되고 있는 “미용독소”이다. BTX-A는 현재 botox, Dysport, BTXA 등 세 가지가 시판되고 있다.

독의 독성정도는 독소 자체의 외적요인과 독이 침투한 숙주의 상태인 내적요인 두 가지로 결정된다. 외적요인은 물질의 용해도 등 특징, 화학구조, 용량(dose), 섭취빈도, 독과 함께 존재하는 물질의 종류, 온도, 기압 등 환경요인이 있다. 내적요인은 장의 생리적 특징, 장내세균의 상태, 몸의 대사능력 등 숙주간 차이를 말한다.

결국 독 자체가 천연독인지 합성독인지 어디서 유래된 것인가는 독성 정도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천연독은 독성이 약해 안전하고 합성독은 독성이 강하다는 선입견은 지워야 할 것이다.